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1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13화
2025, 세계 랭커 발표식 (2)
세계 시각 00시 00분을 앞두고.
무릉도원 강당 내부.
“크하하하! 마셔, 마셔!”
“그렇지! 아직 마신 지 12시간밖에 안 지났잖아? 설마 랭커 중에 벌써 취한 새끼가 있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놀랍게도 별천지의 랭커들은 지금까지 술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랭커들은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기력의 존재를 그 이유로 꼽는다.
기운이 정순할수록, 몸 내부의 독소나 알코올을 잘 분해한다나?
“다들 열심히 했지?!”
파즈즈즉!
뇌명 플로아가 전류를 튀기며 외쳤다.
“이번에 랭킹 유지 못 하고 떨구는 사람들은 다 지옥 훈련이야!”
“오오오오! 맞습니다!”
어느덧 플로아의 똘마니가 된 세계 랭킹 201위, 투호(鬪虎) 아드리언 프랭클이 격하게 반응했다.
“아무렴요! 그런 사람들은 별천지 될 자격이 없습죠!”
세계 랭킹 231위, 쌍도(雙刀) 로렌도 받아쳤다.
쇠주먹, 투호, 쌍도, 검투사, 절대무쌍.
이 다섯 랭커들은 전부 플로아의 라인이다.
그리고 그 플로아 위에는 광전사가 있고.
‘좋네.’
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랭커 발표식을 앞두고 서로 응원해 주는 훈훈한 모습들을 보자니, 무언가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김진아가 꾸려낸 ‘별천지’가 벌써 랭커 수십이 모인 집단이 되었다니…….
그뿐이랴?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이들은 그냥 랭커가 아니었다.
별마전 이후로, 이미 대중들은 별천지의 랭커는 무언가 다르다는 걸 인식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태양창, 엘드린, 아린, 무각.
무려 한 세계의 절대자들이었던 녀석들과 함께 훈련하며 단련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면 결과였다.
여하튼.
이제 곧 시작이다.
나는 김진아와 함께 구석 목 좋은 곳에 앉아, 캔맥주를 하나 들고 강당 앞 거대 화면을 바라봤다.
– 자! 이제 2025년! 푸른 뱀의 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소식이 우리들의 가슴을 뛰게 할까요?!
매번 나오는 두 남녀 MC가 깜찍한 옷을 입고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항상 발표식 날엔 뭔가 바빠서 그런지, 처음부터 각 잡고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세계 제2위의 헌터 강국입니다! 바로 하세라의 존재 때문이었는데요! 이제 말이 좀 많죠?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을 세계 1위로 봐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그렇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하이퍼 랭커 주동훈이 이번에 마탑주를 제치고 4위에 입성하면서 살~짝 애매해진 상황이죠.
“오오오오!”
“우오오오오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하이퍼 랭커!”
방송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자, 멤버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아이고.
왜들 저래?
매번 훈련, 잠만을 반복하던 나는 이런 상황이 참 어색하다.
– 게다가 우리나라엔 이제 랭킹 14등에 들어온 광전사, 장대웅도 있지 않습니까?
– 크으으, 정말 대단하네요. 광전사도 스켈레톤 엠페러를 제외하면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하죠?
– 그렇습니다! 정말 무섭게 치고 올라왔네요.
“우오오오오!”
“광전사! 광전사! 광전사!”
휴.
다행히 관심이 나에게서 대웅이 형에게로 넘어갔다.
아이고, 형님.
이거 생각보다 낯부끄러운…….
“크하하하하! 그게 바로 나다, 이 자식들아! 크하하핫!”
…….
아예 웃통 벗고 책상 위에 올라가 옷을 휘젓는 대웅이 형의 모습에,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였다.
‘허허.’
어쩌면.
별천지에서 제일 못 어울리고 있는 사람이 나일지도……?
‘하긴.’
혼자 훈련에 임하는 나와 다르게, 저들은 항상 같이 땀을 흘리고 고통을 나눈다.
친밀도가 다를 수밖에 없겠지.
하여튼 그렇게 두 MC가 떠드는 것을 듣고 있자니, 시간이 금세 흘러갔다.
– 이제 새해까지 딱 10초! 10초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 같이 세볼까요? 10! 9! 8!
언제나처럼 화면에 등장하는 거대한 숫자판!
“칠!”
“치이이이일!”
“유우우우욱!”
“오오오오오!”
랭커들이 하이 텐션으로 숫자를 따라 외쳤다.
나와 김진아 역시 기대 어린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헌터라면, 이 세계의 삶을 사는 이라면.
가장 기대될 수밖에 없는 순간.
모두의 심장이 설렘으로 떨려왔다.
– 1!
– 0!!!
2025년도의 새해를 알리는 타종이 울림과 동시에.
우리들의 시야에.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갱신 메시지가 나타났다.
월초마다, 혹은 누군가 사망할 때마다 행해지는 약식 갱신이 아니다.
시스템이 1,000명의 랭커 전체의 수준을 판단하고 완전히 재정립하는 진정한 갱신이다.
그리고.
2초마다 화면에 떠오르는 랭킹들.
[랭킹 1위, ???]먼저 랭킹 1위는 언제나처럼 갈고리였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존재를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존재.
그리고.
[랭킹 2위, ???]“……?”
엥?
또 갈고리?
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엥?”
“뭐지?”
집중하던 멤버들도 벌떡 일어나 눈을 부릅떴다.
시끌시끌하던 공간에 적막이 흘렀다.
다들 무언갈 잘못 보았다는 듯, 눈을 비비며 보드판을 확인했다.
– 어어?
– 잠깐만요? 이게 뭐죠? 물음표?
MC들도 당황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앞에 배치된 전문가들에게 빠른 상황판단과 대처를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
부길마, 김진아 역시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니, 진짜 뭐야, 저게?
아니, 이건 또 뭐야.
“어어어어?”
“잠깐만!”
“마왕이 왜 3위야? 밀린 거야?”
“그럼 천마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랭킹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랭킹 4위,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주동훈]쩝.
일단 나는 4위 그대로고.
제법 경지를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마왕의 벽을 넘어선 건 아니었나 보다.
‘하긴.’
나는 그저 기초를 튼튼히 정립한 것일 뿐.
저들은 이미 기초 위에 자신만의 탑을 짓고 있는 자들이다.
아직은 수준차가 날 수 있다.
아직은.
[랭킹 5위,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 소피아 실버스톤]마탑주도 그대로다.
잠깐만.
그럼 진짜 천마가 없는데?
[랭킹 6위,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 [랭킹 7위, 팔라딘(Paladin) 아리아 유엘] [랭킹 8위, 로이더(Roider) 로니 윌리엄스] [랭킹 9위, 폭탄광(爆彈狂) 벨키서스] [랭킹 10위, 백룡혼(白龍魂) 무라드]…….
랭킹은 계속해서 올라왔다.
특이사항 하나가 있다면, 광전사(狂戰士) 장대웅이 대장로(大長老) 케이나드를 제치고 13위로 올라선 것.
하지만, 모두의 정신은 그곳에 팔려 있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김진아가 중얼거렸다.
“천마가 랭킹에 빠졌는데, 하필 랭킹 2위가 물음표다. 그렇다는 건…….”
“천마가 2위라는 걸까요?”
내가 답했다.
그게 가장 가능성이 컸다.
천마씩이나 되는 인물이 갑자기 저 밑 랭킹으로 빠질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럼 시스템은 왜 갑자기 천마를 ‘???’로 두었을까?
– 아……! 잠깐만요! 우리의 랭커 하세라가 지금 빠져있는데요? 마침 천마신교 측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발 빠른 대처 감사드려요!
– 무슨 연락이죠?
– 본인들의 교주가 랭킹 2위가 맞답니다! 그…… 물음표가 된 것은 천마신교 측에서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 것 같은데요. 아마 이번에 천마, 하세라가 폐관을 깨고 나오면서 ‘입마’라는 경지에 올라서 그런 거로 추측하고 있답니다.
– 어어…… 입마요? 그게 뭐죠?
– 지수룡 사태 이후 SS급이었으니, 이젠 SSS급 경지를 뜻하는 말 아닐까요?
– 아아, 그렇다는 건……?!
“……!”
나와 김진아 역시 벌떡 일어났다.
랭커들도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놀란 표정으로 화면만을 응시했다.
SSS급이면 성좌급.
만약 정말 하세라가 성좌급 경지에 오른 것이라면…….
그래서 랭킹 시스템에 ???로 뜬 것이라면…….
“랭킹 1위도…… 성좌급 이상이라는 말이 되겠죠.”
김진아가 넋 놓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미지의 존재였던 랭킹 1위.
그것에 대한 실마리가 마침내 풀리려 한다.
“미친, SSS급이라니. 우리가 노력한 만큼 저쪽도 노력했나 본데.”
“그냥 노력이겠냐? 엄청나게 조졌겠지.”
“그래도 SSS급은 좀. 놀라운데.”
“허어, 천마신교는 곧 죽어도 천마신교라는 건가?”
별천지의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질투?
아니다.
오히려 경외와 존경에 가까웠다.
무려 수년간.
지수룡 사태를 제외하고는, 구석에 틀어박혀 주야장천 폐관 수련만을 했던 하세라 아니던가.
만약 그들보다 강한 존재가 있다면, 그런 이여야 한다.
노력하는 자여야 한다.
“어쨌건, 하세라가 랭킹 2위라는 거지?”
“모르지. 1위일 수도 있는 거고.”
“아, 그러네? 아, 아니지. 인마! 천마신교 측에서 입장 밝혔잖아. 2위라고. 낚일 뻔했네.”
“맞네. 허허허, 이번 발표식도 굉장하구먼, 그래.”
“오히려 의욕이 불타는데? 나도 랭킹 창에 갈고리! 갈고리! 달려보즈아아아!”
이번 결과를 멤버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세라의 성장은 꼭 던전만이 답이 아니라는 방증이 되기도 하니까.
지금처럼 수련에 매진하다 보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랭킹은 계속해서 발표되었다.
많은 이들이 유입되고, 또 많은 이들이 퇴출당하였지만.
별천지 멤버들의 랭킹 변동은 제법 위로 상향하는 쾌거를 이뤘다.
[광전사(狂戰士) 장대웅, 14등→13등] [뇌명(雷鳴) 플로아, 60등→41등]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 72등→67등] [암제(暗帝) 기소율, 86등→61등] [약존(藥尊) 지도익, 101등→101등] [백마도사(White Magician) 도하랑, 74등→70등] [흙의 마녀(Earth Witch) 에밀리 스트립, 91등→79등] [쇠주먹 봉재영, 161등→159등] [투호(鬪虎) 아드리언 프랭클, 201등→180등] [봄사도(春使徒) 묘이 하나, 221등→200등] [쌍도(雙刀) 로렌, 231등→210등] [인도자(引導者) 카푸, 271등→258등] [검투사(Gladiator) 크리스티안 길리엄, 281등→267등] [절대무쌍(絶對無雙) 막시밀리언, 282등→271등] [영비(影秘) 니노마에 노아, 291등→283등] [드루이드(The Druid) 권소예, 345등→321등] [아수라(Asura) 임수진, 356등→333등] [프라하의 시인(Poet of Praha) 아녜스, 397등→380등] [마더(Mother) 양정애, 940등→930등]정리하자면 이랬다.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
본래.
500위 안쪽으로 들어서면, 특출난 몇을 제외하고 변동 폭이 거의 없는 편이다.
랭커면 누구나 노력하고, 누구나 성장을 위해 목숨을 거니까.
돌불연불생연(堗不燃不生烟)이라 했지.
세상에 까닭 없는 결과는 없다.
다 저들이 열심히 했기에 얻어낸 결과였다.
* * *
여하튼.
이번 세계 랭커 발표식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그중 가장 핫한 주제는 바로 랭킹 2위가 된 하세라.
그리고 ‘???’의 이유.
수많은 학자들이 그것에 관해 연구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나와 김진아 역시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아린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 으음, 게시판에 대해서는 서고에도 나와 있는 게 없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였다.
‘하긴.’
알 수 있었다면 그전에 랭킹 1위에 대해서도 말 해줬겠지.
하세라 측에서도 매스컴에 모른다고 대답했으니, 진전이 있을 리 없을 터.
하지만.
그 해답을 알려줄 존재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
어느 날 내 시야에 생겨난 메시지.
[띠링!]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초대에 응하면 ‘월드 링크’(SSS급)가 원격으로 당신에게 사용됩니다.]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그것은 바로 오랜만의 등장한 신기루.
세계 랭킹 6위, 델라일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