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2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26화
토룡이 지키는 것 (1)
뒤바뀐 시야.
어둑한 던전의 배경은 커다란 굴이었다.
과거 아란발론의 거대 성(城)이 떠오를 만큼 큼직한 공터.
먼저 들어온 이스타, 케린, 링링은 이미 자신의 정령을 소환한 채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장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
바로 앞에 우리가 잡고자 하는 목표가 떡하니 보였으니까.
“……저건가?”
화르륵!
이스타의 정령, 셀레아나의 몸에서 불꽃이 튀었다.
“어후, 정말 끔찍하게도 생겼군.”
그의 눈길은 공터 중앙에 닿아 있었다.
나 역시 그 시선을 따라갔다.
‘저건.’
그래, 토룡(土龍).
토룡이라길래 지렁인 줄 알았더니, 지렁이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용이었다.
용족.
쿠과가가가가……!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 우리의 입장을 인지했는지, 날개를 펼치고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뜨는 샛노란 눈동자.
파충류 특유의 그 눈에는 분명 살기와 악의가 가득 차 있었다.
‘오우, 쉣.’
몸에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거대마룡, 탐욕룡, 지수룡, 파괴룡에 이어서.
이번에도 용이야?
‘뭔 놈의 난이도가 맨날…….’
게다가 이번엔 스킬까지 다 막아버렸잖아?
그래놓고 이렇게 용을 던져주면 어떡해?
깨라고 만든 난이도가 아닌 것 같은데.
최상급 정령사들 없이 혼자 이곳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더 끔찍하다.
“다들 전투 준비해요!”
링링이 즉각 외칠 찰나.
토룡의 입이 쩌억! 큼지막하게 벌어졌다.
동시에 지르는 포효.
– 크롸라라라라라라!
동굴 특유의 울림과 용의 고성이 섞이니, 고막이 터질 듯 아파왔다.
또한.
“흐읍!”
호흡 역시 불편해졌다.
드래곤 피어(Dragon Fear).
고룡급 용에게서 뿜어지는 공포의 기운은 언제 느껴도 적응이 안 된다.
“흐으윽, 다들…… 저기! 저기, 보이시나요?”
골렘 위 링링이 눈을 좁히며, 용의 다리 부분을 가리켰다.
왜, 뭐가 보이는데?
나 역시 따라서 눈을 좁혔다.
그곳에 보이는 투명한 빛깔의 금속은 분명……!
“심원의 수정?”
내가 짤막하게 대꾸했다.
만지기만 해도 정령 친화력을 보충해 준다는 전설 속의 금속이자.
드미르의 도면, ‘파괴룡 세트’(SSS급)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
나는 감각적으로 깨달았다.
저게 바로 모든 정령사들이 바라고도 바라는 금속이라는 것을.
‘저걸 지키는 모양이로군.’
뼈구, 유이사도.
저걸 얻으려다 토룡에게 당한 게 분명했다.
“후.”
어쨌든.
용이 우릴 인식했고,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없으니.
나 역시 싸울 준비를 해야겠지.
그래, 뼈구야.
저것만 잡아주면 되는 거니?
그래도 나름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첫 용을 만났을 때에 비하면 긴장감이 덜하긴 했다.
물론, 그게 상황이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화르륵!
창을 꺼냄과 동시에 자세를 낮춘 나는 주변 정령사들의 표정부터 살폈다.
케린은 용을 처음 보는 건지, 살짝 질린 안색이었고.
링링은 언제나처럼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스타는.
“이런 씨부럴. 아무래도 우리 좆된 것 같은데?”
“그러게요.”
내가 동의했다.
전신을 감싸고 있는 저 갈색 광택의 비늘과 세로로 휘어진 눈동자를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떠올릴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토룡의 컨디션이 완전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
분명, 녀석의 등 부분에 벌어진 상처와 흐르는 붉은 피가 보였다.
– 저기, 용 등에 난 상처 말이다.
제아의 정령, 실레스틴이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 실피드께서 만드신 흔적이다. 정령왕의 바람은 끈질기고 집요하여 쉽사리 치유할 수가 없지.
그 말은.
– 그래, 꽤 오랜 기간 벌어진 상처일 거다. 그 기간 동안 곪고 곪았겠지.
용에게 있는 치명적인 상처라.
“그것, 참 희망적인 말이네요.”
스슷!
그림자를 밟은 내가 신살(神殺) 창을 토룡의 몸체에 틀어박았다.
하지만.
까아아앙!
순간적으로 다가온 무형의 기운이 내 창의 진로를 막았다.
“……!”
뭐야, 이거.
반발력이 상당한데?
내 선공과 함께, 정령사들의 공격도 시작되었다.
화르르륵, 촤르륵!
쿠과가가가!
셀레아나의 염화와 엘레스트라의 물줄기가 뒤를 이었고.
골렘, 노에아넨의 주먹이 토룡의 비늘을 가격해 폭발시켰다.
하지만.
– 불청객들이여, 꺼져라!
과연 곧 죽어도 용은 용인 걸까?
놈은 그 어떤 타격도 없다는 듯 공격을 받아낸 후, 몸을 둥글게 말았다.
“피해!”
내가 그림자를 밟아, 재빨리 제아의 후면으로 이동했다.
“어, 어어?”
동시에 얼타고 있는 그녀의 허리를 낚아챈 후, 바닥을 힘차게 박차 허공을 날았다.
용을 몇 번 상대해 보면 안다.
저렇게 웅크린다는 것은 꼬리를 휘두르기 위한 것.
쿠과가가가가!
토룡의 말았던 꼬리가 펼쳐짐과 동시에, 360도 방향으로 재앙이 들이닥쳤다.
‘미친.’
거대 꼬리가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져 바위고, 벽이고 무시하고 다 때려 부숴 버린다.
콰르르르!
땅이 뒤흔들리고, 사방에 돌이 튀었다.
내가 손아귀에 잡혀 있는 제아를 향해 읊조렸다.
“정신 차려요. 살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난장판이 되어, 먼지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바닥을 보며, 제아가 간신이 입을 뗐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뭐.
은혜는 두 배로 갚는 내 신조 상,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줄 수 있지.
휘익!
내가 그녀를 허공에 집어 던지자, 실레스틴이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 고, 고맙다.
제아야 내가 빠르게 구했다지만.
나머지는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 보였다.
이스타는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케린은 팔 한쪽과 다리 한쪽이 부풀어 있었다.
뼈가 부러진 모양.
링링은 땅의 정령사답게 어느 정도 내성이 있었는지, 멀쩡해 보였다.
“젠장할.”
이스타가 입을 삐쭉였다.
“이 정도야 뭐, 견딜 만하지만.”
그가 질린 표정으로 용을 바라봤다.
“저건 어떡해야 하냐? 공격도 안 먹히는 것 같고, 계속해서 육탄전을 펼칠 거 같은데.”
“일단 모여요.”
내가 정령사들을 불러 모았다.
다가온 케린이 촤르륵! 이스타와 자신 주변에 물을 덮었다.
“뭐야?”
이스타가 표정을 구기자, 케린이 짤막하게 답했다.
“치료.”
오.
물의 정령에게 치료 능력이 있었나 보다.
그건 좀 희소식인데?
어쨌든.
“무형의 기운을 느꼈어요.”
내가 입을 열었다.
“뭐?”
“토룡의 기술인 것 같아요. 그 기운으로 제 공격을 받아치고, 여러분들의 정령 공격도 간단하게 무마해 버렸죠.”
“그렇다는 건.”
“예,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격해 봐야 소용없을 거예요.”
그야말로 무적.
태청심법으로 계속해서 녀석을 스캔했던, 나는 감각적으로 느꼈다.
토룡의 특기가 ‘튼튼함’임을.
“그럼? 방법은?”
케린이 입을 열었다.
“얘기는 나중에요! 일단 생존부터!”
콰가가가가!
용이 우리가 의견 나눌 시간을 온전히 줄 리가 없었다.
스르릉!
토룡의 양손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발톱이 하늘로부터 우리를 향해 쇄도했다.
이스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씨부랄!”
그가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 * *
용은 육중했지만, 그 몸집에 비해 엄청난 속도를 자랑했다.
거의 음속으로 내려찍는 발톱.
화르륵!
본능적으로 하늘을 향해 점프한 내가 방패를 생성했다.
그냥 방패가 아니다.
무려 신살(神殺)급 방패다.
콰아아아아앙!
순간, 숨이 턱 막힐 만큼의 거력이 나를 단숨에 짓눌렀다.
점프했던 게 무색하게 땅에 틀어막혔으며, 온 신경이 눌릴 만큼의 압통이 몰려왔다.
“도울게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링링의 정령이 바닥을 강력하게 지탱해 주면서, 내 충격을 완화했다는 점.
“크윽!”
그래도 고통 내성이 있기에 참을 만했다.
하지만, 한 방 맞고 끝일 리 없다.
“다음은 꼬리!”
내가 급하게 외치자.
“저한테 맡겨요!”
이번엔 제아가 답했다.
휘이잉!
바닥으로부터 불어오는 순풍이 우리 전부를 허공으로 띄웠다.
쿠과가가가가!
우리가 있던 자리를 강렬하게 헤집고 지나가는 거대 꼬리.
뭉게뭉게 먼지가 피어올랐지만, 실레스틴이 간단하게 정리했다.
화륵! 화르륵!
그 와중에도 이스타는 계속해서 공격을 날렸지만, 역시나 녀석의 몸에서 피어난 무형의 기운이 손쉽게 튕겨냈다.
‘와.’
그야말로 답도 없이 무식하게 튼튼한 놈이었다.
유이사 스톰트리가 저런 놈을 상대로 어떻게 저렇게 큰 상처를 만들었을지 신기할 정도.
‘그게 정령왕인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실피드도 그 당시 10% 힘밖에 못 냈을 텐데, 어떻게 공격에 성공한 걸까?
‘방법이.’
무조건 방법이 있다.
콰아아앙!
막고.
휘이이잉!
피하고.
단순한 녀석의 육탄전을 분석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고뇌했다.
블라디미르라도 있었으면, 또 내부로 들어가서 조질 텐데.
이번엔 그런 것도 안 될 것 같고.
그렇다면…….
‘정수 님?’
[수(水)의 정수가 픽 웃습니다. 이 새끼, 이럴 줄 알았다고 합니다.] [용가리 하나 처리 못 하는 벌레가 뭐? 정령왕 급, 격? 나중에 우리가 넘보지 못할 위치에 올라간다고? 푸하하하! 꿈 깨라, 꿈 깨!] [수(水)의 정수가 신나게 폭소합니다.]아니, 수놈아.
정수 님 한마디 했다고 극딜을 박네?
[화(火)의 정수가 미안하다 합니다.] [토룡(土龍)은 토(土)가의 파편을 지키는 존재. 이번엔 도울 수 없다 합니다.] [목(木)의 정수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른 이의 시련에 참여하는 건 상도덕에 어긋난다고 합니다.]토(土)가의 파편?
토의 정수를 말하는 것일까?
“…….”
그 순간.
반짝!
심원의 수정 사이로 보이는 갈색의 무언가가 내 눈에 띈 것은 그때였다.
‘호오라.’
이거.
얻을 게 많은 판이었구만?
‘오케이, 알겠습니다. 제가 해결할게요.’
이것이 누군가가 내린 시련이라면.
달게 받아야지.
‘시련’이라는 것은 곧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말도 되니까.
오히려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용의 발톱을 막아낸 내가 간만에 상태창을 열어봤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엠페러] [기력 : 11,150/13,22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랭킹 : 4위] [등급 : SS] [효과]-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보유 스킬]-‘로드&킹 소환’(SS급) – 봉인
-‘기억 재현’(S급) – 봉인
-‘만술의 가르침’(SS급) – 봉인
-‘고통 내성’(A급)
-‘태청심법’(SS급)
-‘망자소생’(A급) – 봉인
-‘망자포효’(A급) – 봉인
-‘만독불침’(SS급)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 – 봉인
-‘만술(萬術)’(SS급)
-‘무음(無音)’(S급)
-‘독섬(毒閃)’(SS급)
-‘무진(武進)’(SS급)
-‘금강불괴’(SS급)
오케이.
이번 던전에서 봉인된 스킬은 총 여섯.
간단하게 말하자면, 액티브 스킬만 봉인된 듯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것으로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한다는 건데.
생각하자.
생각해 보자, 동훈아.
어르신도, 정수의 도움도 없는 이 순간.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