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3)
서울 오성
그 시각.
“크흐흐.”
암영단주, 닉 자칸이 낮게 울었다.
“과연, 명궁답군. 쉽지 않아.”
그의 주변에는 시퍼런 지옥 불덩이 수십 개가 핑그르르 돌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스킬, ‘헬 파이어’(S급)에 버금가는 엄청난 화력.
“너 역시 괴물의 경지라는 건가?”
랭커라고 다 같은 랭커가 아니다.
1,000위 안을 전부 랭커라 한다면.
100위 안부터는 통칭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 부른다.
그야말로 일인(一人) 자연재해와 같은 자들.
“…….”
명궁, 기파랑은 묵묵히 닉 자칸을 바라봤다.
활시위를 당김에 있어서, 그의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이내, 기파랑의 입술이 벌어졌다.
“헬하운드.”
“왜.”
“고작 다이아몬드 하나 데리고 왔다고 파랑을 넘볼 수 있을 것 같았나?”
더 다이아몬드(The Diamond) 파브로.
캐나다 출신의 랭커로.
통합 301위의 S급 용병이다.
“크흐으, 그러게. 멍청한 놈. 랭킹 301위 탱커라 불러놨더니 고작 암제 하나 처리 못 하고. 쯧.”
자칸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옆을 바라봤다.
스슷! 스슥!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는 ‘기소율’과 단단한 ‘파브로’가 맞서 싸우고 있었다.
암제, 기소율의 현 랭킹은 380위.
그녀는 낮은 랭킹에도 불구하고 절대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칸이 다시 시선을 기파랑에게 돌렸다.
“크, 하지만 명궁.”
“…….”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과연 내 목표가 너희 파랑의 몰락일까? 나같이 음지에 있는 집단이 뭣 하러 너희 양지에 있는 놈들을 무너뜨리려 할까.”
“굳이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군.”
피잉!
명궁의 손에서 시위가 당겨졌다.
즉사시(卽死矢).
쏘아지면 필중하고.
필중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스킬의 발현이었다.
‘제길.’
자칸의 얼굴이 구겨졌다.
광오하기 그지없는 이름의 스킬이었지만, 그는 인정해야 했다.
최선을 다해 피하고 불 막을 씌워 막으려 해봐도.
푸욱!
쏘아진 화살이 결국 그의 종아리에 꽂혔으니까.
미처 눈으로 좇을 수도 없었다.
어떠한 수를 계산해 볼 시간도 없었다.
“크으으, 과연…… 대단한 스킬이야.”
아마 자신의 랭킹이 조금만 더 낮았어도.
그 스킬명처럼 즉사하지 않았을까?
종아리가 얼얼했다.
하지만 참을 만했다.
어차피 저 스킬은 굉장한 기력을 잡아먹는다.
“나도 보여주지. 헬하운드가 왜 헬이라 불리는지 말이야.”
우우웅!
그의 손에서 일종의 불줄기가 쏘아졌다.
화르륵!
마치 한 마리의 화룡이 날아드는 듯한 기세였다.
“…….”
명궁 역시 미간을 움찔하며, 허공으로 뛰었다.
핑! 핑! 피잉!
동시에 화살 세 발을 연사했지만.
화륵!
벌어지는 화룡의 입에 모두 삼켜졌다.
랭킹 92위의 헬하운드.
그 역시 괴물이라 불릴만한 경지를 가진 헌터였다.
피한다.
붙는다.
서로의 스킬을 선보인다.
콰가가강!
서울의 한 던전에서, 두 괴물은 전력으로 부딪혔다.
만약 지구였다면, 한 도시가 무너질 수도 있을 만큼 강렬한 스킬들의 향연이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
자칸의 스킬을 피해내던 기파랑의 표정이 일변했다.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탓.
‘원래 저런 놈이 아니거든.’
헬하운드.
광전사가 ‘불개’라 부르는 범죄자는 절대 정면으로 맞붙는 스타일이 아니다.
고작 랭커 하나가.
‘암영단’이라는 음지 단체를 오랜 시간 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치밀하고 비열한 성격 때문 아니던가.
“설마.”
“크큭, 명궁. 재미있었다.”
“도주하려는 건가?”
“역시 눈치는 빠르구나. 잘 있거라. 네놈이 30분 동안 뻐겨준 덕에 목표는 달성한 듯싶으니.”
“목표?”
기파랑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놈.’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선유도에 기소율이 보낸 랭커들이 갔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는 것 같았다.
화르르륵!
주변 곳곳에 불줄기가 타올랐다.
자칸이 있는 곳 뒤에는 시뻘건 포탈이 생겨났다.
놈이 가진 도주기.
텔레포트를 쓰려는 것 같았다.
“으음.”
기파랑이 침음을 흘렸다.
자칸을 잡아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저 불줄기를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하나뿐인 동생, 기소율이 해를 당할 수도 있다.
그만큼 살벌한 광역기였으니까.
‘아마, 저런 것까지 계산한 행동이었겠지.’
자칸이 사라져 가는 방향에서.
“크하하하, 나중에 뒷목 안 땅기려면 스트레칭 잘해놓거라. 아 참, 저 멍청한 다이아몬드 놈은 선물로 줄 테니,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알아서 하라고!”
확신에 찬 말투로 광소하는 헬하운드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
멍청한 건 넌데.
기파랑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뒷목 부여잡고 쓰러질 자칸의 모습이 눈에 선히 보였다.
자신의 친우 광전사가 간 이상.
녀석이 목표를 이룰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하니까.
스윽.
기파랑이 다시 활을 들었다.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
고오오오!
활 주변으로 바람이 고고성을 울리며 휘몰아쳤다.
“…….”
헬하운드가 도망갔음을 눈치챈 기소율이 재빨리 뒤로 빠졌고.
“히익?”
당황하는 탱커, 다이아몬드의 미간에.
투웅!
기파랑의 화살이 간결하게 관통했다.
“……어억!”
비명을 지르던 것도 마저 내뱉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는 파브로.
이미 기소율에게 많은 방어력이 깎였기에, 기파랑의 공격을 당해낼 순 없었다.
랭킹 301위의 허무한 최후.
“후.”
기파랑이 참았던 호흡을 내뱉었다.
투욱!
그 옆으로 기소율의 신형이 떨어졌다.
“오빠.”
“괜찮냐?”
“응, 아무런 이상 없어. 좀 많이 움직여서 뻐근한 것 말고는.”
“흠, 도대체 뭣 때문에 헬하운드가 저렇게까지 무리하는 거냐?”
기파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헬하운드도, 자신의 동생도.
‘특히 동생.’
기소율은 평소 사냥 말고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의 귀에 들리는 말들이 있었다.
주동훈? 인가 뭔가 옆에 자꾸 붙어 있다고.
이번 건도 결국, 그 남자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지?
“별일 아냐.”
“그 남자 때문에 파랑이 공격받았는데 별일 아니라고?”
기파랑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사람 때문은 아냐. 따지고 보면, 나 때문이지.”
“그러니까, 그게 왜…….”
“나중에 천천히 설명할게.”
기파랑은 기소율을 빤히 쳐다봤다.
무언가 확신하는 표정의 그녀.
그런 소율이의 모습을 본 게 얼마 만일까.
그래서.
그냥 웃었다.
그게 뭐든.
무표정한 동생보단, 생기 있는 동생이 보기 좋으니까.
“그래, 뭐. 네가 어련히 잘하겠지.”
* * *
[띠링!]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호오.”
광전사, 장대웅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랭커 중 누군가가…….”
“죽었나 보군요!”
흑검 이선아 역시 새로운 메시지에 반응했다.
“크, 829위가 된 거 보니 내 앞에 놈이 죽었나 보네? 어떤 놈일까?”
우적, 우적.
상황을 정리한 백돈, 유상돈이 가방 속에서 인스턴트 햄버거를 꺼내 씹었다.
“이햐? 백돼지 씨! 대단하시네요! 전투가 끝나자마자 뭘 먹어야 한다니!”
“시끄러워. 네가 이 고통을 알아? 난 먹어야만 썼던 기력이 회복된다고.”
스킬, ‘식탐’(食貪).
유상돈을 랭커로 만들어준 사기적인 패시브 스킬이었다.
먹을수록 기력이 찬다나?
“그렇군요! 먹는 거란 고통스러운 거였군요! 어쨌든 저 역시! 509위로 올랐습니다! 광전사는요?”
“난 뭐. 20위, 그대로지, 하하하.”
“…….”
난 그들의 대화를 멍하니 바라봤다.
보아하니, 「세계 랭킹 게시판」이 갱신된 것 같은데.
내 시야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매월 초.
갱신을 알리는 상태 메시지는 어떤 헌터도 볼 수 있지만.
그 외, 랭커가 죽어서 나오는 변동은.
오직, 랭커들에게만 떨어진 특권인 듯했다.
스윽.
나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으니까.
[특보! 랭커 시스템 갱신!] [과연 누가 죽었을까? 세계 협회 반응에 따르면 현 301위 랭커의 죽음으로 추정!] [301위, 캐나다 출신 더 다이아몬드(The Diamond) 현재 미응답! 세계 협회 조사단은 조사를 착수했습…….] [특보! 게시판에 새로운 랭커 등장! 우즈베키스탄 출신. 타이런트(Tyrant) 압둘아지즈! 이번에 1,000위로 편승한 그는 누구일까…….]역시나.
정보화 시대답게 엄청난 속도의 기사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옆엔.
어떤 상황인지 파악 못 하고 아직도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김준서가 보였다.
‘하긴, 놀랄 만도 하지.’
갑자기 눈을 뜨니, 세계적인 범죄조직 암영단이 자신을 납치했고.
그런 자신을 서울 오성(五星)이라 불리는 랭커들이 구해낸 하루라.
“말도 안 돼…….”
“형, 괜찮으세요?”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그게……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좀 쉬고 계세요.”
나는 김준서를 토닥였다.
이번 납치에, 그가 잘못한 거라곤 하나도 없다.
굳이 있다면, 나를 알게 된 것?
나로 인해, 좋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으하하, 그쪽이 주동훈인가 하는 사람인가? 굉장히 약해 보이는데.”
“어이, 광전사! 내 누누이 말했잖냐. 헌터는 잠재력이라고. 네가 지금은 미친 괴물 새끼지만, 언젠가 내가 따라잡을 수도 있다니까?”
“흠, 굉장히 비현실적인 말이로군. 백돈.”
랭커들의 시선이 전부 내게 쏠려 있었으니까.
이미 소멸해 버린 암영단은 그들의 안중에도 없었다.
“음! 그래도!”
스릉!
이선아가 레이피어에 묻은 피를 털어, 검집에 넣었다.
“암제가 소개해 주고 싶다 한 만큼! 뭔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나도 흑검의 말에 동의해. 아까 보니까 특별한 스켈레톤을 쓰는 것 같던데.”
유상돈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크로맨서, 그 자체로도 특별한 고유 능력인데, 거기서 한 번 더 꼬았나 보군요! 암제가 관심 가질 만해요!”
이선아의 눈 역시 초롱초롱 빛났다.
“…….”
나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몸을 움찔거렸다.
그렇다.
솔직히 온몸이 굳어 있었다.
평소 우상으로 여겼던 자들이 뭉텅이로 나에게 말을 건다?
그것도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후.”
짧게 숨을 뱉었다.
쫄면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유연하고 여유롭게 대처해야 한다.
‘이건 기소율이 만들어준 기회.’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
저들 옆에 거머리처럼 붙기만 해도, 랭커에 한층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저들 셋을 합쳐도, 노인이나 태양창의 본모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놀랍게도,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흐음.”
먼저, 이선아가 한 걸음 다가왔다.
“주동훈이라고 했습니까? 반갑습니다! 전 암제의 친구 이선아라 합니다! 흑검대의 대장을 맡고 있죠!”
흑검대(黑劍袋).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세계 최강 길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천마신교(天魔神敎)의 1군 돌격대.
참고로 천마신교는 세계 랭킹 3위이자, 국내 랭킹 1위인 천마(天魔) 하세라가 이끄는 길드다.
신기하게도.
그 길드 소속이 되면, 이명이 무협 풍으로 바뀐다나?
“이봐, 흑검. 흑검답게 속이 시커메가지고 새치기하지 말라고. 아무렴 이명엔 나처럼 하얀 ‘백’자가 들어가야 진국이지 않겠냐? 난 백돈, 유상돈이라 한다.”
통칭 하얀 돼지.
그를 모를 사람이 있을까?
비록 800대의 랭킹이긴 하지만.
그 어떤 랭커도 그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는 무려 국제헌터상인연합회(Global Hunter Confederation of Merchant).
통칭, ‘국상연’의 3대 부회주였으니까.
그가 만든 신생 기업 ‘백돈’은.
헌터 아이템 사업에 있어선 국내 탑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재벌 랭커.
“흠, 우습군요! 얼마나 속이 음흉하고 욕심이 많으면, 이명에 ‘돈’ 자가 들어갈까요?”
이선아가 유상돈의 시비에 맞받아쳤다.
“어이……. 흑검. 까려면 알고 까야지. 그건 화폐 단위 사용할 때 쓰는 ‘돈’이 아니라, 돼지 ‘돈’자라고…….”
“아아, 돼지였군요! 꿀꿀! 욕심 많은 돼지!”
“뭐? 욕심? 하, 아직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하냐. 너 돼지가 얼마나 깨끗하고 욕심 없는 동물인지 아냐?”
“그런 사람이 가진 스킬 이름이 ‘식탐’인가요? 아아, 잘 알겠습니다!”
“이런 씨벌?”
“…….”
두 랭커는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원래 친할수록 더 투덕거린다고 했던가?
광전사가 대수롭지 않게 쳐다보는 것만 해도.
이들의 평소 모습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 앞으로, ‘진짜배기’가 앞으로 나왔다.
세계 랭킹 20위.
국내에선 천마(天魔) 하세라를 제외하고 상대할 적수가 없다는 미친놈.
“하하하, 저 멍청이들은 내버려 두고 우리 악수나 한번 할까?”
그가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