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3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33화
드미르의 역작 (2)
천마신교(天魔神敎)의 본산.
도심 속 절경이 펼쳐진 북한산 자락에.
“으하하하핫!”
“크하하하!”
한창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항상 정적 속에서 훈련에만 몰두하던 무인들이 웬일로 술까지 들어가며, 축제를 즐기는 중.
“드디어, 우리 천마신교가 마왕군을 제쳤습니다!”
“축배를 들어라! 이번만큼은 칼을 내려놓아라! 즐겨도 좋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세라 님!”
“교주님, 멋지십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에에에!”
그들이 기뻐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세계 랭킹 2위, 천마(天魔) 하세라]천마신교 창립 이래, 교주가 처음으로 마왕을 제쳤기 때문.
[이제 헌터 세계 최강국은 대한민국, 아무도 부정 못 해!] [자랑스러운 하이퍼 랭커, 하세라와 주동훈. 우리는 이제 랭킹 2위와 4위 보유국입니다.] [헌터 협회장 최태승,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랭커들에게 격려의 박수”] [서울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 2002년 월드컵의 재현인가?]미국으로부터 압수한, 세계 최강국 타이틀.
그것으로 인해 아직도 대한민국의 열기는 식지 않은 상태였다.
“하세라, 하세라, 하세라!”
“주동훈, 주동훈, 주동훈!”
시청, 광화문 앞에든.
붉은 티를 입고 나온 국민들이 온종일 떼창을 하고 있었고.
매장들은 음식과 음료, 술을 무료로 뿌려댔으며.
경적을 울리는 차들이 움직이지 못함에도 아무도 성내는 자가 없었다.
대한민국 전체 이럴진대.
어찌 그 대상인 천마신교가 흥분을 감출 수 있으랴!
단언컨대.
대한민국에서 현 시간, 흔들리지 않고 점잖게 훈련하고 있는 집단은 오직 별천지 하나뿐일 거다.
어쨌든.
그 축제의 장 속에서.
주인공인 하세라는 말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위화감은 전혀 없었다.
원래 그녀는 말을 못 할뿐더러, 음주·가무를 즐기지도 않는 사람이니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그녀의 스승, 강소소 때문이었다.
교도들의 즐거움을 바라봐 주는 게 교주의 도리라나?
“무슨 생각을 그리하느냐?”
옆에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이계의 절대자.
천마(SSS급), 강소소가 물었다.
“마침내 입마(入魔)의 경지에 올랐는데, 기뻐하는 티라도 좀 내거라.”
‘…….’
“원래 교주의 자리라는 게 그런 게다. 힘과 무공을 숭배하는 교도들을 위해 미소 한 번 지어 줄 수도 없는 게냐? 참으로 박하구나.”
미소?
하세라가 입꼬리를 억지로 살짝 올렸다.
이렇게 하는 건가?
“…….”
누가 봐도 어색한 표정이 지어졌다.
교도들이 하세라를 보지 않고, 술에 집중하는 게 다행일 정도.
“에휴, 됐다. 이년아. 내 말을 말아야지.”
강소소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자는 다 좋은데.
저게 문제다.
도대체가 사회성이란 게 하나도 없는 것.
‘물론.’
천마에게 사회성 따위는 필요 없지.
그런 걸 요구하는 애는 그냥 베어버리면 그만이거든.
“그래서 뭐냐.”
강소소가 나직하게 말했다.
“뭐가 네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 놓는 게냐?”
하세라가 멍 타고 있는 이유.
그녀의 스승인 강소소는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다.
“그 주동훈인가 뭔가 하는 놈 때문이냐?”
스윽.
멍하니 응시하던 하세라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고는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하세라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맞아.’
근 수년간 하세라의 목표는 오직 잭 스미스였다.
강소소도 천마는 천하독존이어야 한다며, 마왕을 따라잡기만을 원했다.
그리고 이틀 전.
그녀는 마왕을 넘어섰다.
SSS급, 즉 성좌급 경지에 들어섰다.
‘하지만.’
델라일라의 소집에서 봤던 그 남자.
세계 랭킹 4위, 주동훈.
‘무언가 달랐어.’
검수로서의 감각이었다.
분명 랭킹은 앞서 있었고, 기운도 더 강했지만.
싸우면 쉽게 이길 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맹수가 맹수를 알아보는 것처럼.
온몸의 털이 쭈뼛 섰었다.
‘오히려 마왕이 쉬우면 쉬웠지.’
스켈레톤 엠페러는 마치 무언갈 꽁꽁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린이란 스켈레톤도 마탑주를 이겼다지?
소환수 하나로, 하이퍼 랭커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말이 되는 건가?
“킁.”
강소소가 콧소리를 냈다.
“이제 진정한 천마의 초입부에 들어서 놓고 어찌 자신감이 그렇게 없느냐?”
절레절레.
하세라가 고개를 저었다.
자신감이 없는 게 아니다.
그저 궁금할 뿐.
스륵!
결국, 하세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교주님?”
“어디 가십니까?”
몇몇 장로들이 물어왔고.
스슥! 소리 없이 검을 꺼낸 하세라의 겸격이 허공을 갈랐다.
– 잠깐, 바람 쐬러.
– 신경 쓰지 말고 놀아.
* * *
그 시각.
드미르 공방.
“후우.”
로얄석에 자리한 나는 경건한 자세로 심호흡했다.
왼쪽에는 내가 뽑아 둔 ‘파괴룡의 이빨’이 보였고.
오른쪽에는 내 몸집만 한 ‘심원의 수정’이 박혀 있었다.
또한 가봉된 무기들과 아다만티움, 미스릴 덩이들도 구석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준비됐나, 주인?”
내 전방에는 씩 웃는 땅딸보가 망치를 들고 있었다.
“물론.”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주섬주섬 도면을 꺼내 들었다.
[아이템 : 파괴룡 세트] [등급 : SSS] [종류 : 도면] [설명 : ‘파괴룡 세트’를 제조하기 위한 설계도입니다.] [효과1 : 접두어 ‘파괴룡의’가 달린 무기 및 장신구 제작 가능.] [효과2 : ‘정제된 파괴룡의 이빨’ 1개, ‘아다만티움’ 50개, ‘미스릴’ 50개 필요.] [효과3 : 제작 난이도가 복잡한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효과4 : 금속을 융화하기 위해, ‘심원의 수정’(SSS급)이 필요.]무려 성좌급 도면.
드미르가 파괴룡을 떠올리며, 연금술로 뽑아낸 희대의 가치를 지니는 아이템이었다.
드미르도 이걸 뽑기 위해, 거의 한 달 동안 노가다를 한 거로 알고 있다.
거의 0.000001% 확률로 나올까 말까 한 거라나?
“주인, 이제부터 15시간씩 우정의 망치질을 해야 해. 저번처럼, 알지? 중요한 것은 집중이야.”
일생일대의 역작을 위해서는 망치질 한 방도 신중해야 한다.
미스릴을 녹이고.
형태를 잡고.
끈을 묶고.
영혼을 담고.
그 모든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이 이빨을 심원의 수정과 함께 녹일 거야.”
“오케이, 걱정하지 말고 시작해.”
드미르가 장인의 손길로 준비를 착수했다.
화르르륵!
불이 피어오르는 모루 속에 재료들을 던져 넣자.
“오오, 주인!”
드미르가 쾌감 어린 감탄을 내질렀다.
“이빨이, 그 튼튼하던 이빨이 이렇게 손쉽게 녹다니!”
토(土)의 부산물은 위대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힘이 파괴룡의 이마저 포용한 것일까?
“바로, 단조작업을 시작하겠네!”
까앙! 까앙!
드미르의 망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열과 함께 금속을 변형시키는 작업!
“중요한 것은 주인의 영감이야!”
까아앙!
망치를 내려찍으며, 드미르가 일갈했다.
“파괴룡을 떠올리면서도 이걸 사용할 우리들을 생각해야 해!”
“나도 알아.”
우리.
꽤나 힘을 합쳐봤잖아?
“후.”
나도 호흡을 내뱉고 망치를 들었다.
드미르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내려쳐야 내 심상이 무기에 잘 녹아들 수 있다.
까앙, 까앙!
청량한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까앙, 까앙!
동시에 생각했다.
평소 수하를 생각하는 나의 애틋한 마음과 놀랍도록 풍부한 감수성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으음.’
그런데.
이번엔 무언가 망치를 치는 모든 순간이 편하질 않았다.
아아.
‘이것은…….’
처음 느껴보는 고통.
그래.
창작의 고통이었다.
까앙, 까앙!
있는 힘껏 내려찍느라 아픈 건 팔과 허리 근육인데, 왜 두개골이 아파지는 걸까?
“주인, 어서 떠올리기 시작해라!”
“노력 중이야.”
먼저 내려찍는 것은 검.
뼈일이의 검이었다.
전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뼈일이를 바라보며 무엇을 떠올려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만들어내야 했다.
나와 드미르의 모든 역량을 통해 만드는 것이기에,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퍼포먼스가 될지도 모른다.
까앙, 까앙!
“주인, 예술이란 고뇌 없이 만들어지지 않지. 나 역시 작업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알지?”
“응.”
“중요한 건, 주인의 영감이야! 기술은 나에게 맡기고 생각해라!”
그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파괴룡, 비나사였다.
모든 것을 부수는 존재.
세상을 소멸시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
그렇다면, 이번에 내가 떠올릴 주제는 ‘파괴’다.
뼈일이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다.
힌트라고는 하나, 고금제일인?
그래 엄청나게 센 녀석이겠지.
그렇다면 검으로 모든 것을 부숴라.
스르릉!
나는 마음속으로 검을 들었다.
시리도록 날카로운 검날이 피부를 자극했다.
닭살이 돋았다.
후웅!
내가 휘두르는 검이 산을 가르고 바다를 갈랐다.
아니?
상상을 더욱더 크게 하자.
대지를 가르고 하늘을 갈았다.
종국에는 행성 전체를 베었다.
쿠과가가가가!
반으로 갈라져 멀어지는 세상.
그 속에서도.
까앙, 까앙!
나는 망치를 내려쳤다.
“크하하하하하! 주인! 역시 주인이다! 좋아, 조금 더 그렇게! 으하핫! 아주 잘 만들어지고 있어!”
다행히 잘되고 있나 보다.
다음은 태양이.
까앙, 까앙!
내 심상이 태양이를 가리키자, 드미르의 망치도 저절로 창을 두들겼다.
일심동체(一心同體).
아아.
한마음 한 몸이라는 뜻의 일심동체를 부부가 아닌 드미르와 느끼다니…….
그건 조금 비참…….
“주인, 잡생각은 안 된다!”
“오케, 미안!”
까앙, 까앙!
정신을 차리고 망치를 내려쳤다.
아직 1%도 채 진행되지 않았다.
벌써 집중력이 깨지면 안 되겠지.
까앙, 까앙!
태양이부터는 쉬웠다.
나와 함께해 왔고, 감응을 나눴던 소중한 수하이자 동료.
태양창이 품고 있는 태양을 ‘파괴력’에 결속시켰다.
쿠과가가가가……!
엄청난 크기의 불길이 행성을 집어삼켰다.
치익, 치이익!
열기가 피어오르고, 바다가 녹기 시작했다.
수풀림이 사막이 되었고, 땅에서는 용암이 피어올랐다.
온 세상이 아지랑이로 뒤덮이는 순간.
“으하악! 뜨겁구나, 주인! 이게 태양이의 파괴력인가!”
까앙, 까앙!
내가 거칠게 상상하는 만큼, 무기가 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뚜렷하게 변하는 형상 속에서, 그래.
비나사.
녀석의 냄새가 났다.
– 크롸라라라라라라라!
거칠게 포효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심장을 뛰게 했다.
까앙, 까앙!
드미르의 망치질은 계속되었고, 내 상상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펼쳐졌다.
‘엘드린.’
숲의 일족이자, 달의 여왕.
그녀가 쏜 화살이 세계 하나를 박살 냈다.
행성을 뚫고, 태양을 갈랐다.
‘카덴.’
혁명을 이루어낸 불굴의 방패병.
방패로 어떻게 ‘파괴력’을 떠올릴까?
그래.
그냥, 방패로 내려찍자.
진정한 싸움꾼은 무기를 가리지 않지.
쾅, 콰아아앙!
나는 방패로 행성을 부쉈다.
세상을 조각조각 박살 냈다.
‘아린.’
고대 마법의 하나뿐인 후계자.
그녀의 마법이 행성을 태웠다.
엘로이즈의 불꽃이 타오르는 행성을 더 타오르게 만들었다.
‘드미르.’
우주 최강의 대장장이.
네가 만드는 무기들이 바로 지금껏 떠올렸던 파괴의 도구들이다.
‘다나.’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대성녀.
파괴가 없으면 회복 또한 없다.
우우우웅!
하지만, 그런 네게도 파괴할 것이 있으니.
바로 언데드(Undead).
콰가가가가가!
성녀가 뿜어내는 빛의 쓰나미가 네크로맨서 군대를 뒤덮었다.
키악, 키악거리며 쓸려감을 나는 상상했다.
‘무각.’
싸움으로 극에 달했다는 성좌, 투신(SSS급)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자.
녀석의 주먹이 항성을 박살 냈다.
행성을 축구공처럼 뻥 차버렸다.
‘유이사.’
4대 정령왕과 계약한 위대한 정령사.
쿠과가가가!
4대 원소의 폭풍이 온 세상을 뒤집어엎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뼈십이.
뼈십이는 다른 수하들과 달랐다.
신기하게 무기가 없었으며, 클래스가 정해지지도 않았다.
맨손의 스켈레톤.
‘그래 넌 어차피 무기가 아니라 장신구니까.’
비나사의 ‘파괴력’만 떠올리면 되겠지.
크롸라라라라라라!
내가 떠올린 것은 바로 브레스였다.
녀석이 가진 최고의 필살기.
두쿵!
뉴클리어 브레스가 녀석의 입에서 우주를 향해 분출되었다.
까앙! 까앙!
“좋다, 주인! 아주 좋다! 완벽해! 하지만, 반복해라. 반복해야 한다! 계속 상상력을 더해라! 주인이 생각하는 파괴력을 더욱더 구체화해라! 무기가 만들어질 때까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휴식?
그딴 거 없다.
저기 아름답게 갖춰져 가는 매끈한 디자인의 무기를 보고 어찌 잠들 수 있겠는가!
까앙, 까앙!
열심히 내려치는 나의 입가에는 분명 미소가 달려 있었다.
와후!
이거 존나게 재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