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3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34화
드미르의 역작 (3)
까앙, 까앙!
꿈틀거리는 근육과 함께, 망치를 내려쳤다.
까앙, 까아앙!
몸에는 열이 피어올랐고.
얼굴에 생겨난 땀은 뺨을 타고 무기 위로 떨어져 내렸다.
까앙, 까앙!
하루가 흐르고, 이틀이 지났다.
까앙, 까아앙!
일주일이 흐르고, 이 주가 지났다.
놀랍게도.
나는 그동안 단 하루도 쉬질 않았다.
24시간 잠도 자지 않고 휘두르는 망치질.
드미르도, 나도.
서로 쉬자는 말을 안 했다.
물아일체(物我一體).
내가 곧 망치였고.
망치가 곧 나였다.
졸린 것?
참을 수 있었다.
아니, 솔직히.
졸리지 않았다.
온몸을 활발하게 돌고 있는 태청심법의 정순한 기운이 피로를 다 날려 보냈으니까.
배고픈 것?
당이 떨어지는 것?
문제없었다.
“교수님, 여기 드시면서 하세요.”
붉은 머리칼의 소녀.
우리 아린이가 옆에서 각종 초콜릿과 에너지바로 당을 보충해 주거든.
“떙큐.”
오물오물.
당류 섭취는 중요하다.
뇌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로, ‘파괴력’에 대한 나의 상상을 극대화해 주기 때문이다.
“자, 주인!”
까앙!
드미르가 옆에서 망치를 한 번 강하게 내려친 후 외쳤다.
“기초는 어느 정도 다진 것 같다!”
놀랍게도.
약 2주간의 망치질을 드미르는 ‘기초’라고 표현했다.
그럼 도대체 얼마나 많이 남았다는 거야?
“이제 해야 할 일은 주인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무기에 욱여넣어 압축시키는 거야.”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
“파괴룡의 이빨을 그 무엇보다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힘이지.”
으음.
내가 망치를 내려치며 고민했다.
저기다 어떤 힘을 넣어야 할까.
정수의 힘?
‘정수님들?”
내가 속으로 다섯 정수를 불렀다.
그들은 내가 무릉도원으로 온 이후부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
역시나 묵묵부답이다.
그렇다는 건…….
“정령왕들?”
아니지, 아니지.
정령왕은 내가 낼 수 있는 강력한 힘들 중 하나일 뿐.
그냥 다 불러보자.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해 무기를 만들어보는 거야.
“태양이, 엘드린, 카덴, 아린, 다나, 무각, 유이사.”
후두두둑!
나의 부름에 근처에서 훈련하던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군.”
“부르셨나요?”
“아아, 마스터!”
너희가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을!
여기 금속에다 쏟아부어라!
화르륵!
나 역시 신살(神殺) 망치를 들었다.
까앙, 까앙!
나는 드미르와 함께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내려칠 테니!
수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작업은 잠깐 중단됐다.
야외에서 진행하기 위해 멈춘 것.
온 힘을 쏟아붓는데, 건물 안에서 했다간 공방이 무너져 내릴 거다.
“와…….”
“우와.”
무릉도원의 주인, 길마.
그리고 그 도시를 만든 자, 드미르.
그리고 주동훈의 상징인 수하들이 전부 모여, 각자의 무기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뭐 하는 거지?”
“우와아아, 나 따라갈래!”
보육원 아이들, 직원들 등등.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망치를 들고 있어!”
“또 드미르 공방인가?”
“못 들었어? 최근 계속 공방에서 망치 소리 울렸잖아.”
“망치 소리야, 뭐. 맨날 들리는 건데…….”
“허허, 이 친구 뭘 모르는구먼?! 최근 들렸던 건 둔탁한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청량한 소리였다고!”
“흠, 이번에도 제대로 각 잡고 만드는 것 같은데, 과연 어떤 무기가 나올까?”
술렁술렁.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드엘 공방」의 전신, 드미르 공방을 키운 장본인!
그가 각 잡고 만드는 최신 무기라니!
게다가 그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심지어.
훈련하던 랭커들마저 기웃거렸다.
저벅, 저벅!
“자, 이곳으로 오게!”
드미르는 간이용 모루와 노, 망치, 가봉된 무기를 들고 도시 성벽 근처에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 시작하는 거야.”
먼저.
까앙, 까앙!
다시 청량한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
“길마님이랑 드미르 님이 망치를 휘두른다!”
“진짜다! 진짜 무기 제작이다!”
“캬, 저 근육 봐. 저 금속은 뭐길래 저 미친 단조 과정을 견뎌내는 거지?”
그들 주변으로 원형이 그려졌다.
야외 작업에 구경 판이 펼쳐진 것.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자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막지 않았다.
어차피 저건 본다고 따라 할 수 없는 거거든.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주군.”
차앙!
먼저, 태양창이 창을 늘어뜨렸다.
등 근육이 움찔거림과 함께, 펄럭이는 검은 날개.
“캬!”
“태양창이다!”
“이미 창술로는 죽은 창왕의 수준까지 넘본다고 하지?”
“우와 날개 봐. 까리한 거! 그거 같아, 타락 천사.”
동시에.
쿠과가가가가!
태양이의 몸으로부터 기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태양창’이 스킬, ‘영혼의 불꽃’(Soulflare)(Lv.Max)을 사용합니다.]영혼의 불꽃.
잠깐 동안 가진 힘을 폭주시키는 증폭기!
“흐아아압!”
기합을 내지른 태양창이 꿈틀거리는 근육과 함께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폴리모프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마치 고대 사막의 악귀가 현신한 것만 같은 연격.
[‘태양창’이 스킬, ‘태양연격‘(太陽連擊)(Lv.Max)을 사용합니다.]파바바바바바밧!
번쩍이는 태양 빛이 형태를 갖추고 있는 미완성 무기에 거칠게 틀어박혔다.
쿠과가가가가!
“으앗!”
“눈부셔!”
“미친……!”
까앙, 까앙!
그런 무지막지한 공격에도.
두 대장장이는 망치질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무슨 일 있었냐는 듯한 편한 표정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두쿵!
베히모스의 뼈 방패로 제 주인과 드미르를 지키고 있는 카덴 덕.
“캬, 카덴이다!”
“대단해! 몸에 흠집조차 없어!”
“그럼 태양창의 공격을 전부 다 받아낸 거야?”
“그건, 아니겠지. 태양창의 공격은 저 방패를 향한 게 아니라, 무기를 향한 거니까.”
그렇다.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기 망정이지.
만약 태양창이 온 힘을 다해 카덴을 공격했다면, 카덴 역시 몇 걸음은 밀려났을 거다.
“다음은 제 차롄가요?”
빙긋.
초록초록한 옷에, 노랑머리의 장신 엘프.
엘드린이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월광낙하’(月光落下).
숭숭쑹숭쑹숭쑹……!
활이 무차별적으로 하늘에 쏘아졌고.
올라선 화살이, 중력을 달고 아래로 떨어진다.
마치, 융단폭격처럼.
쐐애애애애액!
광역기이니만큼, 여러 곳에 떨어지고 있었지만.
후우웅!
아린이 지팡이를 휘두른 것은 그때였다.
간단한 중력 마법.
그것으로 엘드린의 월광낙하를 한곳으로 모아, 무기에 떨궜다.
쿠과가가가가가!
“……저게 뭐야.”
“아름다워…….”
“부서진 달의 파편이 지구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까앙! 까앙!
물론.
두 대장장이는 지금도 멈춤이 없었다.
그저 진중한 표정으로 한땀 한땀 망치를 내려칠 뿐.
그토록 아름다운 광경에도 시선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
그 모습이 얼마나 경건한지.
지켜보던 사람들은 속으로 경악했다.
‘대단해.’
‘왜 드엘 공방에서만 대단한 무기가 만들어지는 줄 알겠어.’
‘저렇게 만드니까, 비싸고 유명한 거지.’
‘자신이 행하는 모든 것에 혼을 담고 있잖아. 그래, 저런 게 바로 장인이지.’
하지만.
진짜 볼거리는 이제부터였다.
“진정한 무진(武進)이 뭔지 보여주지, 주인.”
“노아스한테 주의 줬거든요? 소환할게요, 주인님?”
무각이 가볍게 몸을 통통 튀기며, 손과 팔을 휘둘렀고.
눈을 감은 유이사가 허공에 정령 소환진을 그렸다.
그리고.
쿠과가가가가가가!
땅이 흔들거림과 동시에 [아주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 그, 그워어어어어…….
……도시가 무너지지 않게.
물론, 노아스를 처음 본 사람들은 기겁했다.
“고, 골렘?”
“엄청 커!”
“뭐 저런 게……!”
핑그르르르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골렘이 산(山)처럼 거대한 손을 들어 올렸다.
거기에 회전력을 더한 것이…….
쐐애애애애액!
망치질하는 두 대장장이를 향해 내려 찍히기 시작했다.
“어, 어어?”
“자, 잠깐. 아무리 그래도 저건…….”
“어후!”
사람들이 죄다 눈을 질끈 감았다.
거대한 바위가 두 존재를 으깨 버리는 잔혹한 광경을 차마 두 눈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
이윽고.
콰아아아아아아아!
노아스의 돌주먹이 목표를 향해 틀어박혔고.
“그냥 저기다 공격하면 된다고?”
“그거야 문제없죠.”
“광풍이 뭔지 보여줄게.”
나머지 세 정령왕도 각자가 가진 정령의 힘들을 폭발적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뭐?”
휘이이잉!
바람을 불러내던 실피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유이사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
“……세월의 힘을 사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이야?”
그녀가 네 정령왕들에게 하는 명령이자, 부탁.
어차피 무기를 만드는 일이다.
그 무기를 누가 사용하냐.
유이사, 그녀.
본인이 사용한다.
그럼 한 번 만들 거 제대로 만드는 게 낫지 않냐는 논리.
“그럼 더 오래 우릴 여기에 소환시킬 수 있을 거라는 거지?”
“그런 거라면, 뭐. 화끈하게 도와주지.”
샐리온이 쿨하게 웃었다.
“저야, 뭐. 오래 살아서. 기억 몇 개 정도는 버려도 돼요. 더군다나 그게 유이사의 첫 부탁이라면? 호호.”
엘라임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세월의 힘을 희생하는 것.
그것은 정령왕의 기억을 지우는 일이다.
정령계 외의 세계에서는 10%의 힘밖에 사용할 수 없는 제한을.
잠시나마 풀어주는 힘이기도 하다.
없어지는 만큼.
유이사는 정령왕들에게 그것을 부탁했다.
왜냐.
까앙, 까앙!
그것이 저 무기를 만드는 주인의 의지이기에.
콰가가가가가가가!
끝없이 연격을 꽂아 넣고 있는 무각과.
그것으로부터 주인을 지키는 카덴과 다나.
그 무기를 향해.
네 정령왕들이 본인들만의 비기(秘技)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 * *
휘이잉!
대한민국 천마신교의 본산.
북한산에서 바람을 쐬는 하세라가 문득 강소소를 돌아봤다.
– 스승님.
서거걱!
허공에 글자가 새겨졌다.
“응?”
강소소가 의문을 표했다.
그저 생각만 해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데, 굳이 칼로 그어서 의사 표현을 한다?
보통 하세라는.
진지한 얘기를 할 때마다 저런다.
“무슨 일이냐.”
강소소가 표정에서 장난기를 없앴다.
– 스승님도 있잖아.
“뭐가.”
‘그거.’
“…….”
크흠.
강소소가 눈살을 찌푸렸다.
제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
“너는 설마.”
그녀가 조용히 읊조렸다.
“주동훈을 그놈에게 빗대는 거냐?”
강소소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매번 그녀를 괴롭히는 검.
그 말도 안 되는 검.
천하제일인이었던, 대 천마신교의 천마 중 가장 강했던 자신의 목숨을 앗아갔던.
그 검.
심지어 그냥 검도 아니다.
목검이다.
입마를 넘어, 탈마의 경지를 보던 자신이.
고작 나무 쪼가리에 죽은 거다.
강소소는 억울하지 않았다.
다만, 억울한 게 있다면.
다시 그 남자와 칼을 섞어보지 못한다는 점?
– 나도 똑같아.
“웃기지 마라.”
강소소는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자.
그 삿갓을 쓴 초로의 남자와 주동훈을 비교하는 제자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놈은 너보다 약해. 네 맞수라 할 수조차 없다. 심지어 그 목검 새끼는 엄청나게 강하다고.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아니.’
하세라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은 있어. 목표로 하고 싶은 사람.’
하세라는 처음에 그게 마왕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며칠 전, 델라일라의 소집.
거기서 봤던 그 남자는 분명…….
무언가 숨기는 게 있었다.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것.
‘궁금해.’
그래서 하세라는.
지금 당장 무릉도원으로 가, 주동훈을 만나보고 싶었다.
“궁금하냐?”
강소소가 찝찝한 기분을 집어 던지고 픽 웃었다.
“그럼 가면 되지, 뭐 하느냐.”
천마는 원하는 것을 얻는다.
하세라가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보면 그만이다.
그걸 막거나 예의 없다고 하면.
베어버리면 그만이고.
– 아니.
다시 한번 하세라가 칼로 휘적였다.
저번과 다른 점은 좀 신경질적으로 휘둘렀다는 점?
하세라는 스승이 좀 예의가 많이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가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기도?
‘아닌가?’
막 찾아가도 되는 건가?
그건 실례일까?
휘이잉!
뺨 끝을 스치는 바람과 함께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하세라를 보며.
“쯧쯧.”
강소소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예의 바른 천마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