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5)
던전 메이커
헌터 세계 최강국이 누굴까?
물으면 백이면 백 외친다.
“명실상부 미국이죠!”
“암, 미국이 부동의 1위지.”
지구상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랭커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나라.
미국이 헌터 산업에 사용하는 예산이 세계 예산의 30% 정도라 하니 말 다 했지.
그러한 미국 랭커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헌터이자.
또한 가장 신비로운 헌터를 꼽아보자면?
모두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랭킹 5위.
던전 메이커, 델라일라(Delilah).
“던전 메이커?”
“그게 뭔데? 던전을 만든다는 건가? 이명치고는 좀 생소한데?”
그녀의 능력은 단순하다.
이명 그대로 던전을 만드는 것.
하지만, 그 능력의 활용만큼은 단순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궁무진했다.
“그거 알아? 델라일라가 던전 아티팩트를 출시했대!”
“던전 아티팩트? 그게 뭔데?”
“장신구 속에 던전을 넣어서, 자기만의 던전을 꾸밀 수 있다나?”
“……?”
“이봐, 엄청난 거라고! 자기만의 대피소이자 집, 그리고 아공간을 얻는다는 건데! 활용도가 엄청나잖아!”
“오, 그러네? 그래서 가격이 얼만데?”
“몰라.”
“……?”
“한 재벌이 1,000억을 넘게 준다 해도 안 판다 하더라고. 하나 만드는 데 엄청난 심력이 소모된다나? 자기가 인정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준다는 소문만 돌아.”
“허어, 대단하네. 하긴…… 델라일라 정도 되는 헌터가 돈으로 움직이진 않겠지.”
델라일라는 세계 랭킹 한 자릿수에 드는 랭커 중의 랭커.
돈이 많은 거로 알려져 있다.
“그럼 도적들이 끊임없이 들끓는 거 아냐?”
“그러게, 아티팩트 하나만 털어도 인생 역전이잖아.”
당연하게도, 그녀를 노리는 헌터는 많았다.
일반 헌터가 아닌 랭커들까지도.
하지만.
그녀가 괜히 랭킹 5위겠는가?
델라일라는 신출귀몰했다.
간혹 모습을 드러내도 허상이었으며.
그녀가 거주하는 상점 자체가 ‘S급 던전’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위험했다.
무엇보다.
공식 전적, 0전 0승 0패.
델라일라는 싸우고 싶다고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
스킬, 이명, 능력 등등 모든 것들이 신기루처럼 뿌연 존재.
그녀가 뭘 하고 있는지.
또 어떤 외형을 가졌는지.
단 한 번도 매스컴에 드러낸 적 없는 존재.
소문만 무성한 존재.
그게 바로.
별칭 신기루.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였다.
* * *
“여기까지가.”
열심히 설명하던 기소율이 잠깐 목을 가다듬었다.
“큼큼, 일반 사람들이 아는 ‘던전 메이커’예요.”
“네, 저도 들어봤습니다.”
모를 리가 없었다.
무려 세계 랭킹 게시판 5위에 기재된 인물인데.
아직도 TV를 켜보면 심심찮게 다루고 있는 인물이 바로 델라일라다.
“하지만, 이제부터 말씀드릴 내용은 오직 랭커들만 아는 내용.”
팔짱을 낀 기소율이 오른손을 들어 목을 매만졌다.
“사실 던전 메이커는 반기에 한 번씩, 시련 던전을 열어요.”
“시련 던전이요?”
“네, 왜 그러한 던전을 만드는지, 왜 몰래 그것을 여는 건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르죠. 현재로서 가장 유효한 추측은, 그런 걸 만들어서 많은 인원이 참여해야 본인이 성장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확실한 건 아니죠.”
“……그렇군요.”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새로운 정보에 머리 신경이 파바밧 튀겼다.
“그래서 시련 던전이 어떤 던전인데요?”
“던전의 내용은 우리도 몰라요. 매번 바뀐다 들었거든요.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던전에서 주어진 시련을 모두 통과하면, 적어도 랭킹 세 자릿수 안엔 안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아아, 그래서.
랭커를 만드는 랭커라 불렀던 건가?
하지만, 이는 모르는 일이다.
시련을 통과했기에, 랭커가 되는 건지.
아니면, 랭커가 될 실력이라 시련을 통과한 건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3년 전, 지금은 서울 오성이라 불리는 우리도 시련을 통과하고 랭커에 입성했어요. 세 자리 등수로요. 물론, 지금은 세월이 흘러 각자 순위가 올랐지만.”
“……그런.”
그렇다면 진짜 대단한 거 아닌가?
광전사가 20위고.
명궁이 58위인데.
3년 만에 랭킹이 그렇게 오르다니.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야?
‘하긴.’
요즘 내 성장 속도를 봐도.
기연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어쨌든, 시련 던전의 참여 조건은 두 가지예요. 우선, 첫째는 최소 A급 이상의 헌터일 것.”
“……네?”
난 아직 D급인데…….
지금 C급 가는 것도 답을 모르겠는데, 무슨 A급이란 말인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련 던전은 반기마다 열리니까. 준비되면 그때 가도 되는 거예요. 동훈 씨 정도면 머지않아 달성할 것 같고요.”
“그렇습니까?”
“네, 둘째는 랭커 다섯의 추천서를 가져올 것.”
“허?”
“보증된 인원만 받겠다는 델라일라의 의지인 것 같아요. 추천서는 랭킹권 안에 들면 쪽지로 날아오죠. 우리만 볼 수 있는 시스템 쪽지로.”
“허어.”
나는 감탄했다.
그 말은 델라일라가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는 말일까?
‘아니면.’
그냥 스킬일 수도 있겠지.
가령, [세계 랭킹 게시판에 기재된 자들에게 쪽지를 보낸다] 같은?
‘그나저나.’
랭커 다섯의 추천?
그게 말이야 방구야.
연예인보다 보기 힘든 게 랭컨데.
이젠 랭커도 지연이 있어야 가능하단 건가?
더러운 세상 같으니!
기소율은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픽 웃었다.
“쪽지엔 주의사항이 있어요. 세간에 정보를 발설할 경우, 그 추천 권한이 박탈된다는 제한. 그리고 향후 던전 메이커가 진행하는 모든 콘텐츠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제한. 단, 추천 후보에게만은 예외죠. 그렇기에, 동훈 씨도 어디 가서 발설하면 페널티를 받을 거예요.”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띠링!] [던전 메이커의 정보를 들었습니다.] [주의! 주의! 주의!] [랭커가 아닌 자에게 정보를 발설할 경우, 차후 ‘던전 메이커’의 콘텐츠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단, 추천 후보는 예외입니다.] [또한, 추천 후보가 발설할 경우, 해당 페널티는 추천자에게 돌아갑니다!] [Tip/‘추천 등록’을 외쳐, 추천 후보를 설정해 보세요.]“세상에.”
난 이제야 이해했다.
백돈이 정보 발설에 예민했던 이유를.
“신기하죠? 델라일라의 정체가 도대체 뭘까 싶을 정도로. 참고로 동훈 씨는 이미 제가 후보로 등록해 놨어요.”
“진짜 그러네요, 무슨 상태창을 조정하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신 아니에요? 아니면 이 세상의 배후?”
“그건 아무도 모르죠.”
기소율이 툭- 내뱉었다.
“단, 아직까지 그 누구도 발설하지 않은 걸 보면.”
“델라일라랑 척지고 싶은 랭커가 없다는 뜻이겠군요.”
“정확해요.”
신박했다.
만약, 델라일라가 정말 헌터라면.
대단하지 않은가?
던전을 만드는 특수한 능력으로, 정상까지 간 헌터라니.
거기다가.
모든 랭커들을 꽉 붙잡을 수 있는 수완가라니.
‘그나저나.’
나는 문득 떠올렸다.
결국, 다크 로드도 시련 던전을 통해 랭커로 진입했단 거잖아?
맨날 던전 던전 외치더니……. 그게 시련 던전이었냐?
‘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내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상상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것.
“그래서…… 다섯이 모였던 거군요. 암제님이 저에게 소개해 주려 했던 것도 시련 던전이었던 거고.”
“하하하.”
가만히 듣고 있던 장대웅이 앞으로 나선 것은 그때였다.
“그래, 맞다. 누군가를 편하게 추천하기 위해 모인 그룹. 그게 바로 우리 서울 오성의 본질이야.”
어깨를 떡- 하니 핀 그의 모습이 뭔가 모르게 멋있다.
“그래서.”
그가 날 지그시 바라봤다.
“중요한 건 하나야.”
“……네.”
“넌 우리의 추천을 받을 자신이 있나?”
나는 그 물음의 요지를 파악했다.
앞서 제시한 조건.
A급 헌터가 될 수 있냐 묻는 것이다.
“……혹시 다음 시련 던전은 언제입니까?”
“다음 시련? 흠, 딱 5개월 후이긴 한데.”
“5개월…….”
한없이 짧게 느껴졌다.
내가 E급에서 D급으로 올라선 게 3년이었으니까.
“하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자리는 비워둘 수 있지. 우린 반기마다 한 명씩 추천해왔고, 기소율이 직접 추천한 건 네가 처음이거든.”
“그랬군요.”
나는 고개를 돌려 기소율을 바라봤다.
그녀가 은근슬쩍 시선을 피한다.
뭐지?
‘어쨌든.’
5개월이면 해볼 만하다.
11개월이어도 상관없지만, 그러긴 싫었다.
‘목표는 높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니까.
좋은 스승이 있고.
좋은 매개체가 있다.
지난 3년간 성장했던 ‘나’보다, 지난 한 달 성장했던 ‘나’의 성장 폭이 훨씬 더 크다.
게다가.
고민할 게 뭐 있나?
오히려 구걸해야 할 판에.
밥을 떠먹여 주겠다는데.
“까짓거.”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해보죠, 뭐. 랭커 다섯 분이 기회를 주신다는데, 마다할 멍청이가 있겠습니까?”
“크하하하, 역시 동생. 화끈하구만?”
장대웅이 힘차게 웃었다.
“그래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여태 우리가 추천한 인원만 다섯인데, 합격한 헌터는 김혁선, 그자밖에 없거든. 그뿐이 아냐. 여태 시련 던전에서 나온 랭커가 50이 채 안 돼. 떨어진 자 중에 불구가 되거나 실종된 자들도 대다수지.”
“…….”
아니, 그런 무서운 사실을 왜 이제 말해?
‘물론.’
랭커가 되는 길이 마냥 쉬울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각오하겠습니다.”
내가 주먹을 불끈 쥐자.
옆으로 백돈이 걸어왔다.
“어이.”
“네?”
“참고로 추천 값은 랭커된 후에 두둑이 받아낼 테야. 원래 거래는 공정해야 하는 법이거든.”
과연 ‘상인’의 기질.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건가?
“물론이죠. 이자까지 쳐서 꼭 갚겠습니다.”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
어차피 그게 내 기준이다.
‘특히, 기소율.’
나는 아직도 가로등에 기대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왜 날 이렇게 돕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가장 큰 빚은 그녀에게 있었다.
* * *
“…….”
머엉.
한차례 해프닝이 끝나고.
방 안으로 돌아온 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시련 던전이라니.
신기루로 알려진 인물, 델라일라의 콘텐츠라니.
혹시 몰라 ‘헌터 게시판’을 샅샅이 뒤져봐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 바쁘게 움직여야겠구나.’
나는 주머니에서 꺼낸 매개체를 만지작거렸다.
[아이템 : 종족 갈등의 뿌리] [등급 : A] [종류 : 매개체] [설명 : 숨겨진 유적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뿌리입니다.] [효과1 : 던전, ‘숲과 바위’를 개방할 수 있습니다.] [효과2 : 헌터, ‘주동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효과3 : 해당 아이템은 헌터 등급 C 이상부터 활성화 가능합니다.]‘숲과 바위.’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걸 깨야, 한 꺼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선.’
우선 등급을 C급으로 올려야 한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X] [기력 : 120/12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등급 : D]오늘 만났던 헌터들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상태 정보.
이명도 없고, 등급도 낮다.
‘C급이라.’
방법을 모를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
‘노력.’
내일부터.
시간을 삼등분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노인과 훈련을 하고, 오전까지 복습한 후에.
그 이후엔 무조건 던전행이다.
이제 혼자서 던전에 돌 실력이 됐으니까.
‘기회를 놓치지 말자.’
지금껏 얻었던 기연도.
오늘 있었던 서울 오성(五星)과의 만남도.
나에게 있어선 천금의 값어치를 가졌다.
‘앞으로가 기대되는군.’
나는 설렜다.
앞으로 펼쳐질 내 기행이 어떠할지.
어둑한 밤.
나는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