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6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63화
마탑 도시 (2)
경기도 의왕시.
아름다운 백운호수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두 마리의 용 조각상과 건축물이 햇살에 반짝였다.
드엘.
대한민국의 명물이자, 이제는 세계 최고의 공방이 되어버린 장소.
그곳에는.
“캬.”
“크, 버프 받았어?”
“여기는 올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다른 거 다 떠나서, 무슨 기력이 100씩이나 증가해?”
언제나처럼 무릉도원 입주를 기다리는 예비 입주자들이 모여 있었다.
와글와글.
심지어, 이번에는 평소보다 약 4~5배 정도 많은 인원이 모였다.
이는 김진아가 낸 공고 덕분이었다.
마탑 도시의 입주민을 추가로 받는다는 공고.
“과연…….”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새로운 도시가 열리면서 심사 기준도 간소화되었다니, 사람이 이렇게 몰릴 만하군.”
“그냥 도시가 아니잖아요.”
또 누군가가 그 말을 받았다.
“무려 마탑 도시! 엘로이즈 아린의 도시죠.”
“아린!”
“캬!”
아린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가 고개를 돌린 후 엄지를 추켜세웠다.
아린이 누구던가.
지상 최강의 마법사였던 소피아가 인정한 마법사!
아니, 인정하고 말고가 있나?
이미 별마전에서 아린은 본인의 능력을 입증했다.
소피아를 몇 수만에 잠재우면서, 그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켜 버렸다.
“아린이라면 인정이지!”
“이제 옥스퍼드도 마법의 성지(聖地) 타이틀을 반납해야겠군. 마탑 도시라니……. 벌써 가슴이 웅장해지잖아!”
“심지어 소문엔 이번 마탑이 옥스퍼드 쪽 마탑보다 수십 배는 크다던데?”
“뭐, 수십 배? 농담하지 말게.”
“진짜야. 꽤 확실한 찌라시야.”
“찌라시는 무슨, 인마.”
누군가가 확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공식 입장이지! 별천지 홈피에 뜬 사진 못 봤어? 마탑 사진.”
“그런 게 올라왔어?”
“정말?”
술렁술렁.
줄 서서 포탈 입장을 기다리던 대중들이 하나둘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 짧은 시간이 흐르자.
“와.”
“와……!”
“와아아아아!”
처음에는 탄성이, 이후에는 감탄이.
마지막으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사진에 고화질로 담겨 있는 마탑 도시의 전경!
그 전경이 너무도 아름다웠던 것이다.
그런 곳에 입주해서 살 기회가 생기다니, 어찌 들뜨지 않을 수 있으랴!
‘살짝 많이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미래 도시에서 살 수 있는 것 치고는 저렴하지, 암.’
‘인생 한 번뿐인데, 이런 데서 살아 볼 수 있으면 좋잖아?’
게다가 메인 도시인 무릉도원 입주에 비하면, 가격이 나름 저렴한 편이었다.
김진아가 신도시 설립 이벤트로.
한 달간 분양가 30% 할인 세일을 진행한 것이다.
아, 물론.
완공 후 분양이라 싼 것도 있었다.
“……아름다워.”
“이번 도시도 그 명장 드미르가 설계했겠지?”
“말해 뭐 하겠냐.”
“무릉도원 도시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야. 왜 드미르가 명장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아…….”
본래 커다란 건축물이 있으면, 그 도시의 아름다움이 죽게 된다.
마탑이 좀 크던가?
도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커다랗다.
하지만, 드미르는 독창적인 설계로 그 죽어버린 아름다움을 소생시켰다.
자연과 인공 구조물이 탑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가도록 했으며, 오히려 탑의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하도록 건물들을 배치했다.
본 도시 무릉도원이 살짝 고전적인 느낌이라면, 이번 마탑도시는 현대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져 있어 그 세련함과 우아함까지 더해져 있었다.
“아아아, 눈 호강이야……! 이런 게 호강이지!”
“어서 실물로 보고 싶다!”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설렘이라는 감정이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맴돌아, 다리가 저려온 것이다.
그중에는 일반 헌터들도 있었지만, 마탑 출신 마법사들도 있었다.
어중이떠중이만 있는 게 아니었다.
몇몇 마법사 중에는 랭커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으니, 말 다 했지.
물론.
랭커라고 별천지의 멤버에 속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별천지는 지금 모든 입단을 막고 내부 단련에 들어서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다만.
아린의 마탑 도시가 그만큼 메리트 있다는 증거 아닐까?
다른 길드 소속 랭커들마저 탐낼 만큼.
그리고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하나 보였다.
후드에 삐쭉 튀어나와 있는 금발의 머리카락.
우크라이나 출신의 랭커 마법사.
세계 랭킹 190위.
물의 마녀(Water Witch) 올레나 젤렌스카였다.
* * *
올레나는 엄밀히 말하면, 마탑을 나온 게 아니었다.
아무리 별천지가 좋고.
아린이 존경스러우며, 길마와 친분이 있어도.
자신이 소속한 마탑을 버릴 수 없었다.
마탑주인 소피아가 크게 결격이 있는 분도 아니었으니까.
‘튼튼하신 분이지.’
아린에게 그 정도로 심하게 패했으면, 무너질 법도 한데.
오히려 쿨하게 인정하고 그 문물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아린을 인정했으며, 그녀에게 조언을 구하고 교류를 요청했다.
사실.
그녀가 드엘에 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 올레나, 주동훈과 친분이 있는 네가 해줄 일이 있어.
– 이번에 열리는 마탑 도시에 들어가.
– 들어가서 거주하고, 그곳에서 생활해. 아린에게는 이미 허락받았으니까.
처음 소피아의 말을 들었을 땐 심장이 벌렁거렸다.
사실 옥스퍼드 내부에서도 말은 안 하고 쉬쉬하지만.
가장 가 보고 싶어 하는 곳 1순위가 무릉도원이다.
그것도 무릉도원 내부에 있는 아린의 마탑 도시!
– 이는 원활한 교류를 위한 파견이야.
– 거기 문물을 통해 배울 건 확실히 배우고, 도움 줄 건 가감 없이 줘. 알겠니?
예!
예, 예, 예!
– 응? 너 표정이 왜 이리 신나 보여? 이 마탑주, 조금 서운해지려 하는데…….
휙휙!
올레나가 허상으로 보이는 소피아의 신형을 손짓으로 지워냈다.
암.
좋은 것만 생각하자고.
좋은 것만.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약 4~5시간 정도를 대기하자.
드디어 그녀에게도 입주 허가가 났다.
휴대폰에 표시된 걸 보니, 마탑 서쪽에 있는 한 건물의 중층 자리였다.
그곳이 그녀가 살 집!
이제 올레나도 어엿한 마탑 도시민이 된 것이다.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대기하는 동안 미리 제출한 서류를 통해 모든 심사를 마쳤는지, 절차는 빨랐다.
던전 들어가듯, 포탈을 향해 걸었고.
이내 휘리릿! 시야가 뒤바뀌었다.
* * *
마탑 도시까지의 이동 과정은 단순했다.
저벅, 저벅.
능선을 따라 쭉 걸어서 가는 것.
“히야아아…….”
그러다 보니, 산 아래 펼쳐져 있는 무릉도원의 절경이 한눈에 담겼다.
찰칵! 찰칵!
올레나의 뒤에는 촬영 허가를 받은 기자들이 몇 있었고.
그 외는 다 평범한 입주민들이었다.
그들도 자신과 별다를 게 없었다.
감동한 표정으로 넋을 놓은 채, 주변을 응시하며 걷는 것.
올레나는 진심으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마탑 도시가 조금이나마 늦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
“대단해…….”
“와…….”
“확실히 사진이랑 영상이 실물을 못 담네…….”
“죽기 전에 이런 광경을 봐서 영광이에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입주민이 아니었다.
그저 대자연을 관람하는 관광객이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시야를 가리는 울창한 수풀이 사라지고.
서서히 드러나는 마탑의 모습.
두쿵!
그들 모두가 마치 가슴에 북소리가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허…….”
“이게 마탑……?”
“무슨 이렇게 커? 이 정도면……. 거의 우주까지 뻗어나가 있는 거 아냐?”
찰칵! 찰칵! 찰칵!
능선 외곽에는 이미 진 치고 미친 듯이 사진을 찍어대는 수많은 기자가 있었고.
그 앞으로는 개미들처럼 각자의 집을 찾아가는 입주민들의 행진이 보였다.
“와…….”
이런 걸 장관이라 표현하지 않으면, 뭐를 장관이라 표현할까.
올레나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릴 와중에.
“응?”
그녀의 시야에 무언가 이상한 것들이 잡혔다.
홈페이지에 뜬 사진에는 없던 광경.
쿠과가가가가!
수많은 스켈레톤들이 화려한 스텝을 밟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을 빽빽이 채우고 있는 스켈레톤들.
심지어.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분명 무기가 아니다.
나무로 된 막대기의 모습은.
‘밀대……?’
올레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켈레톤들이 왜 밀대를 든단 말인가.
밀대뿐만이 아니다.
대걸레, 돌돌이, 먼지털이, 빗자루, 쓰레받기 등등…….
‘설마…….’
청소?
저 엄청난 신위의 스켈레톤들이 지금 청소를 하는 거야?
그것도 그냥 얌전히 하는 게 아니었다.
전투적으로.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
쿠과가가가가가!
눈에 안광을 뿜어내며 하고 있었다.
도로를 쓸었으며, 하늘을 날아올라 건물 외곽을 닦았고.
심지어 꼼꼼하게 입주 청소까지 하고 있었다.
“…….”
입주민들이 그 진귀한 광경을 혀를 내두르며 보았다.
* * *
“…….”
백무흔이 신형을 밟았다.
후우웅!
휘두르는 검격 속에서 먼지가 갈린다.
자갈들이 분해되고 잡초가 뽑힌다.
“…….”
아린이 자신과 태양창에게 준 임무는 바로 청소.
그것도 그냥 청소가 아니다.
– 도시 외곽부터, 탑 1층에서 100층까지. 싹 다 깔끔하게 만드세요. 다만 조심해야 해요. 여러분들의 신위가 너무 세다 보니, 건물이 상할 수도 있거든요. 음, 이걸 어찌해야 하나. 그래, 차라리 제한을 두는 거로 해요. 각자 하루에 기력 1,000 이상 뽑아내지 않기!
백무흔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무려 고금제일인이!
장삼봉과 달마, 수많은 천마, 혈마, 무림맹주들을 발밑에 두었던 그 자신이!
한낱 어린애의 말을 듣고 청소나 하고 있다니…….
쿠과가가가!
백무흔이 검격으로 버려진 시멘트 덩어리와 널브러진 목자재들을 분해해버렸다.
– 깨끗하게 해야 해요. 제 수하들이 다 지켜보고 있고, 점수를 매기고 있어요. 모든 청소가 마무리됐을 때, 높은 점수를 받는 분이 이기는 거예요. 아시겠죠?
후.
그런데 어쩌냐.
이미 일이 요지경이 됐는걸.
저기 태양창.
저놈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한.
자신도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적어도.
저놈에게 ‘막내’라고 불리는 꼴만큼은 절대 참지 못하겠다.
“다들.”
후두두둑!
백무흔이 자신의 수하들을 소환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청소해라!”
쿠과가가가!
수슈슈슛!
수많은 스켈레톤 검수들이 도시 외곽과 탑을 향해 달렸다.
* * *
잘 지어진 마탑 꼭대기 층.
아린이 뿌듯한 표정으로 수정구를 바라봤다.
사실.
그녀가 봐왔던 초대 마탑주들의 자서전에 항상 쓰여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마탑 청소에 관한 고찰」이었다.
처음 마탑이 지어지면, 1층부터 100층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게 청소된 상태가 아니라는 것.
마탑은 넓다.
특히 아린의 마탑은 기존 추종자들의 마탑보다 약 10배 정도 크다.
그 내부를 다 정리하면 보통 1세대는 걸쳐 청소해야 한다.
‘뭐.’
원래 같았으면 본인이 수하들을 시켜서 청소했을 거다.
그래도 충분할 만큼의 수하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저렇게 자발로 청소해 줄 사람이 생겨줄 줄은 몰랐지.’
사실 마탑이 만들어지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인력난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탑은 거대하다.
이 거대한 마탑을 원활하게 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입구 카운터를 운영해야 하고, 엘리베이터 관리인을 두어야 하며.
서고와 훈련장, 커뮤니티 센터를 관리해야 한다.
교수, 학생, 장로가 각 층을 오가며 마탑의 기능을 활용해야 하며.
광장에는 수많은 노점상이 들어서야, 활성화가 된다.
그 역할들을 이제 새로 들어오는 입주민이 해주겠지.
하지만, 그전에 그걸 인도해 줄 존재가 없다는 거다.
아린을 그걸.
본인의 수하들을 시켰다.
총 111,110마리의 수하들.
그중 40%는 마법으로 물청소를 도왔으며.
40%는 입주민들을 안내하고, 마탑에 올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마지막 20%는 각층과 도시 외곽에 흩어져, 태양창과 백무흔의 청소를 감시했다.
그녀가 세운 기준대로 정확하게 점수를 매기면서 말이다.
“후후.”
이 정도면.
한 달 정도 걸릴 청소가.
대충 이틀 정도면 마무리 지어질 것 같은데?
갈등도 해결하고, 청소도 하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후후후후.”
점차 깨끗해지는 도시를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는 아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