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6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64화
마탑 도시 (3)
스으윽!
백 마리의 스켈레톤 검수들이 일제히 무언가를 들었다.
쿠구구구……!
평범한 백골(白骨)의 모습이었지만, 그 힘만큼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왜냐.
이들 전부 ‘스켈레톤 로드’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S급 스켈레톤들이거든.
즉, 그 보기 힘들다는 S급 헌터가 백이나 되는 셈이다.
수콰가가가……!
엄청난 풍압이 마탑 1층 로비를 가득 채웠고.
이내.
쿠과가가가!
엄청난 속도로 청소를 시작했다.
누군가는 빗질했고.
또 누군가는 분무기로 물을 뿌려댔다.
촤악, 촤아악!
사이사이 얼룩진 곳에는 약품까지 뿌리는 스켈레톤들.
그 속도가 엄청나, 이게 청소하는 건지 전쟁을 벌이는 건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와…….”
마침, 마탑 1층에 입성한 입주자들이 그 광경을 보고 감탄을 내질렀다.
“이게 뭐야……. 바깥보다 안이 더 치열하잖아?”
“세상에, 온 힘을 다해 빡빡 닦고 있어. 이게 무슨 재능 낭비야?”
“저기, 얼룩이랑 자국 지워지는 거 봐.”
“지워지는 것뿐이 아니야. 반딱반딱 광이 나잖아, 광이!”
1층뿐만이 아니었다.
2층부터 10층까지 이르는 숙소.
11층부터 15층까지 이르는 강의실.
16층부터 20층까지 이르는 커뮤니티 센터.
…….
서고, 훈련장, 교수 연구실.
…….
등등등.
스켈레톤 검수와 창수간의 대결이.
내부에서는 더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입주는 계속되었다.
사전에 모집했던 일자리 공고대로, 간단한 안내와 교육이 들어갔고.
그 모든 업무를.
아린의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행했다.
삐그덕, 삐걱!
거리면서 안내하는 스켈레톤들.
이번 마탑 도시의 개방으로, 별천지는 엄청난 입주민을 소화해 냈다.
본 도시 무릉도원 같은 경우는 절차가 무진장 빡셌다.
일단 억만장자급으로 재력이 넘쳐야 하며, 심사 기준도 엄격했다.
김진아와 권탐지가 직접 하나하나 대면 심사에 들어섰고, 본 도시의 품격과 어울리지 않는 자들은 과감히 배제했다.
애초에.
도시 ‘무릉도원’을, 이 세계의 최상급지로 만들려는 김진아의 설계였다.
반면에.
마탑 도시 같은 경우는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저렴했다.
모든 심사 절차가 서류였으며, 가격도 아무리 비싸 봐야 100억 원 아래에서 끊었다.
물론 그 ‘저렴’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랐지만.
└ 100억;;;
└ ㅋㅋㅋ, 마탑 도시가 아무리 입주가 쉬워졌다 해도, 최소 20억 이상은 있어야 함.
└ 2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ㅋㅋ 그래도 싸긴 싸지. 서울 웬만한 아파트들이랑 비슷한 가격이잖아? 솔까 치안 불안정한 서울 살래? 별천지의 본산, 그것도 마탑이 수호하는 마탑 도시에 살래?
└ 무릉도원 심사 합격하면, 대출 이자도 싸게 해준다더라.
└ ㅋㅋ 무릉도원 건물 담보로 잡을 수 있으면, 싸게 해줄 만하지.
└ 게다가 무릉도원은 국가가 아니잖아? 그게 편해. 국적을 안 바꿔도 되거든.
무릉도원의 입구는 대한민국 의왕시에 있지만, 그 내부는 아예 다른 세상이다.
지구 밖 세계.
즉, 우주의 일부이기에, 어느 특정 국가의 영토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먼저 선점한 ‘주동훈의 개인 소유’였다.
분명 논쟁이 생길 여지가 충분했지만.
그 어떤 국가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불만을 토로할 수 없었다.
그 세계가 명확히.
스켈레톤 마스터의 소유라는 걸, 미국 출신의 하이퍼 랭커, 델라일라가 인증했기에.
└ 근데 뭐. 델라일라가 인증하고 말고가 있나?
└ ㅋㅋ 맞지. 불만 있으면 어쩔 건데. 주동훈이랑 전쟁이라도 할 거?
└ 솔직히 별천지면 일개 국가라 봐도 무방함. 국방력만 따졌을 때는 미국 저리가라일걸?
└ 그러고 보니, 주동훈……. 핵 맞고도 살아남지 않음?
└ 맞네 ㅋㅋㅋㅋㅋ
└ 핵 맞고 사는 사람을 어떻게 잡을 거. 심지어 파괴룡도 있음. 거기다가 용기사도 용 길들였단 소문이 있던데?? 시비 걸려면 국가 멸망할 각오 하고 건드려야 함. 부길마, 김진아 성격 알지? 건드는 순간 100% 전쟁이라도 불사할걸? 한나라 대통령 모가지를 따버린 사람인데.
사람들 말이 맞았다.
델라일라고 뭐고.
주동훈 자체가 하나의 국가 이상급 무력을 지녔기에, 그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는 거다.
국제 사회의 규율이니, 법이니, 도덕관념이니 뭐니 해도.
사실 힘 앞에 장사 없는 게, 우주의 법칙이니까.
└ 그리고 심사 간단해졌다고 하는데, 절대 간단한 게 아님.
└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죄자는 다 거른다지?
└ 야야, 저번에 데이비슨인가? 그 세계적인 연쇄 살인마. 걔 이번에 별천지에서 걸린 거잖아;;
└ 맞네, 맞아. 참, 신기하단 말이야. 걔는 범죄 이력도 없던 놈이잖아. 살인 사건도 이번에 조사하면서 밝혀진 거라는데.
별천지의 서류 심사는 단순하다.
하지만 또 까다롭다면 까다롭다.
방식은 이렇다.
대략 1,000여 명의 명단이 권탐지에게 주어지고.
그 명단 옆에는 [범죄 이력 X]라는 체크 표시가 되어 있다.
권탐지가 그걸 보고.
“통과요.”
하면, 심사 완료다.
거기에 돈만 있다면 입주 허가가 떨어지는 거다.
다만.
“거짓이 있네요.”
라는 말이 나오면 정밀 심사가 들어간다.
거기서 가려내는데.
권탐지의 고유 능력이 신기한 게, 범죄 이력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알려진 사회적 규범을 크게 위반한 자들을 모두 가려낸다는 것!
거의 미니 심판창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몇몇 범죄를 숨기던 이들이 거름망처럼 걸러졌고.
그게 뉴스에 크게 대서특필되고 나서는 범죄자들의 기피 1순위가 되어버렸다.
└ ㅋㅋㅋ 이제 범죄 저지른 놈들, 무릉도원 영원히 입주 못 함.
└ 맞지. 저기다 심사 넣는 게 그놈들 처지에선 인터폴에 자소서 넣는 꼴이잖아.
└ 제 발로 증거 들고 경찰서 찾아가는 꼴임 ㅋㅋㅋ
하여튼.
그렇게 힘겹게 입주한 사람들은 스켈레톤의 안내를 따라, 마탑을 소개받고 있었고.
엄청난 속도로 청소하는 스켈레톤들을 보며 계속해서 혀를 내둘렀다.
백무흔.
태양창.
둘의 속도는 비등비등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
실제로.
“허.”
올라가는 점수판을 확인한 아린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둘 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거겠지.
‘너무 좋은데?’
아린은 계속 싱글벙글 웃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히히힛.”
오히려 좋다.
그걸 명분 삼아서, 인력을 다른 곳에 또 쓸 수 있는 거니.
‘하지만, 이쯤 해야겠지?’
이들을 쓰는 건 좋지만, 결국 이들은 교수님의 수하다.
청소보단 훈련이 필요한 이들이란 뜻.
우우웅!
아린이 지팡이를 들며 안광을 번뜩였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 * *
한편.
그런 아린 밑에서, 힘들게 뛰고 있는 백무흔과 태양창.
두 검수와 창수는.
“흠.”
“음.”
그 순간.
‘이게 맞나?’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 * *
마지막 99층 드넓은 대형 창고를 청소하면서.
“…….”
백무흔은 조급해졌다.
태양창과의 청소 대결에서 살짝 우세하고는 있지만, 점차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었기 때문.
‘제법인데.’
태양창은 대단했다.
청소도 곧 무력에 연관되기에, 쉽게 이길 줄로 알았건만.
과연.
병력 컨트롤 부분에서,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다.
“후.”
그가 짧게 호흡했다.
세상에.
검을 휘두르는 것 말고 무언가를 이토록 열심히 해본 적이 있던가?
단언컨대 없었다.
근데, 중요한 것은.
이게 자기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쿠과가가가!
백무흔이 빗자루를 휘둘렀다.
먼지 쌓인 창고 위 벽면.
이곳을 휩쓸어주면, 분명 막대한 점수가 들어 올…….
“음?”
그때, 백무흔의 감각에 무언가가 잡혔다.
벽 근처에 있던 정체 모를 마력 덩어리.
“……뭐지?”
쓔우우우우……!
자신의 빗질에 작동한 그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부풀기 시작했다.
거성(巨星)인 그마저 놀랄 정도로 엄청난 기세를 뿜어대면서.
‘이 정도면.’
높은 확률로.
아니, 100% 확률로 탑에 손상이 간다.
마탑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어도, 적어도 99층의 벽면과 바닥이 모두 으깨질 거다.
‘아니, 도대체. 왜?’
이런 트랩이 하필 99층 벽면에 깔린 건데?
스릉!
백무흔이 급하게 품속에 있는 검을 꺼내 들었다.
일단, 저걸 지워내야 하는데.
– 그래, 차라리. 제한을 두는 거로 해요. 각자 하루에 기력 1,000 이상 뽑아내지 않기!
그러려면 아린이 설정해 놓은 제한을 어겨야 한다.
그럼 감점률이 꽤 높다.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오는 태양창에게 따라잡힐 게 자명한 일.
그렇다고 가만두기에도 애매하다.
99층이 박살 나면, 그 감점률도 상당할 거기 때문.
‘빌어먹을……!’
백무흔이 욕을 내뱉었다.
이 정도 트랩을 깔 정도면 꽤 엄청난 실력자일 텐데.
왜 이런 장난을?
쿠과가가가!
트랩이 점차 기세를 불려가며 벽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백무흔이 이도 저도 못 한 채, 발을 동동 굴릴 때였다.
쿠과가가가!
반대편에서, 대걸레를 창 삼아 번쩍번쩍 휘두르는 태양창이 마침 딱 이쪽으로 왔다.
‘제길.’
그와 시선이 교차했다.
태양창 역시 트랩을 인지했고, 백무흔의 상황을 이해했다.
으드득.
백무흔이 이를 갈았다.
억울했다.
다 이긴 내기를.
이런 식으로 져야 하는 건가?
누군가의 장난 때문에?
다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일단은 아린이라는 여자애가 주군의 총애를 받는 것이 가장 컸고.
성질대로 하자니, 주군을 모시는 게 그의 가장 첫 번째 목표였으니까.
“어이, 백무흔.”
그런 백무흔에게 태양창이 휘리릭! 창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백무흔이 인상을 찌푸렸다.
“놀리지 마라. 착잡하니까.”
“그게 아니라, 지금 뭐 하고 있나.”
“……뭐?”
“지금 뭐 하고 있냐고. 저 트랩을 치우지 않고.”
타앗!
태양창이 땅을 박찼다.
그러고는 창을 강하게 뻗었다.
“지금……. 무슨?”
백무흔이 눈을 크게 떴다.
저 창에 담긴 기세만 봐도 느껴진다.
아린이 걸어둔 기력 1,000의 제한.
그것을 월등히 넘어서고 있지 않은가.
“뭐 하는 건가! 그럼 네 점수가……!”
옆에서.
지금도 아린의 스켈레톤들이 눈을 빛내며 점수를 체크하는 중.
손이 화려하게 움직이는 게 태양창의 점수가 팍팍 깎이는 듯했다.
“지금 그게 중요하나?”
태양창이 읊조렸다.
“…….”
“마탑은 주군의 것. 주군의 것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깟 점수 내기가 무엇이 중요하단 말이냐?”
“……?!”
번쩍!
태양창의 기세에 폭풍처럼 몰아치던 트랩이 점차 힘을 잃어갔다.
번쩌저적!
부서지던 벽면이 진행을 멈추었고.
터억!
태양창이 가볍게 착지했다.
이로써 내기는 결정 났다.
백무흔의 압승.
지금부터 백무흔이 가만히 청소하지 않고, 대기만 해도 이길 것이다.
방금 한 수로, 점수 격차가 그 정도로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태양창의 손속에는 거침이 없었다.
망설임이 없었다.
“…….”
백무흔이 입술을 씹었다.
기뻐해야 할 일인데.
후련해야 할 일인데.
왜.
도대체 왜.
진 기분이 드는 걸까?
태양창이 등을 돌려, 백무흔을 응시했다.
“백무흔.”
“…….”
“네 승리다.”
데에엥!
백무흔은 그 순간.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때려 맞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