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7)
뼈육이를 위하여
클래스, 블랙스미스.
그리고 제련, 방직, 연금술 등의 각종 제작 스킬들.
“…….”
평생 망치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내가 알고 있을 턱이 없다.
“흐음, 저도 생산직은 잘…….”
기소율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장장이에 대해 알 리 없었다.
암살의 제왕이라 불리는 여자인데, 평생 사람이나 몬스터만 썰어봤겠지.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스킬, ‘만술의 가르침’(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20을 사용합니다.] [‘만술의 달인’이 등장합니다.]다음 날 오전이 되자마자.
즉시 노인을 소환했다.
“호오, 이 녀석.”
“네, 어르신.”
“그새 성장했나 보구나.”
노인은 C급으로 성장한 날 단숨에 알아챘다.
“허허, 태청심법의 가닥을 잡은 게냐?”
“그렇습니다.”
“뭐, 기대하던 것보다는 조금 느리구나. 그래도 망자 하나의 봉인을 풀어낸 것 같으니, 나쁘진 않다. 이름은 뼈육이냐?”
“오…….”
뼈육이 봉인 풀린 것까지 알고 있었어?
나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서 말입니다, 어르신.”
“왜.”
“혹시 블랙스미스에 대해서 아십니까?”
“블랙스미스면…… 대장장이?”
“그렇습니다. 어르신은 만술에 통달한 자. 무언가를 만드는 것 역시 하나의 기술이니 그것 역시 통달한 것 아닙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신이 들었다.
만술 노인이라면, 뼈육이의 지도 방향을 명확히 알려줄 것이라는.
그래서 설렜다.
‘나중에 만렙 대장장이 되면 S급 아이템도 복사하듯 만들 수 있겠지?’
저번에도 느꼈다시피.
S급 아이템의 가치는 천정부지다.
즉, 뼈육이.
이 녀석만 잘 키우면 평생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아도 되는 거다.
또한 다른 스켈레톤들과 내 장비도 쉽게 맞출 수 있겠지.
“엥? 대장장이 기술은 왜 나에게 묻는 게냐? 설마 새로 등장한 망자가 대장장이라도 되는 게냐?”
“하하, 넵, 그렇습니다. 보시겠습니까?”
[스킬, ‘균형 잡힌 스켈레톤 소환’(C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6’이 등장합니다.]나는 망치 든 뼈육이를 노인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노인의 표정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뚱했다.
“쯧쯧, 이놈아.”
“네?”
느낌이 싸했다.
왠지.
내 기대를 무참히 짓밟을 것 같은 그러한 느낌이 온몸을 장악했다.
“잘 들어라. 내 만술은 오직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술도 기술 나름이지, 내가 골방에 틀어박혀 무언갈 만들 위인으로 보였느냐?”
“……네?”
에이, 설마.
“생각해 보거라. 나는 한 세계에 적수가 없던 절대자였다. 그런 내가 뭣 한다고 무기를 만들고 자빠져 있겠느냐? 제일 잘 만든 거 뺏어서 쓰면 되지. 그러한 나에게 대장장이 같은 저급한 기술을 묻는 것 자체가 실례이고 치욕이니라!”
“…….”
“이런 쯧쯧,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로구나. 그게 다 마인드를 뜯어고치지 못해서다. 꼭 잘 싸우지도 못하는 놈들이 하는 게 뭔 줄 아느냐?”
“……뭔데요.”
“장비 탓이다. 장비 탓. 모름지기 절대자라면 나뭇가지 하나를 들어도 적수가 없어야 하거늘. 쯧, 어딜 벌써부터 장비 탓이더냐!”
“장비 탓이 아니라…… 그냥 블랙스미스에 관해서 물은 건데요…….”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노인에게 뭘 기대했던 걸까?
‘게다가.’
제일 잘 만든 거 뺏어서 쓰라니.
마치 노인이 자란 세계와 내가 자란 세계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있어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도덕에 관한 기준이 다른 것만 같았다.
“예전에 어르신께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애들 다 가르쳐 준다면서요!”
과거 노인이 날 가르친다면서 말한 적 있다.
-내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재능을 익혀 얻은 이명이 만술(萬術)이다. 그런 내가 모든 기술을 전수해도 시원찮을 판에 고작 10가지 기술만 전수해야겠느냐?
그때 분명 10가지 기술이라 했다.
그 말은 뼈육이도 가르치겠다는 말인데…….
“쯧쯧, 이놈아. 내가 언제 대장장이 기술을 가르친댔느냐? 망치 들었으니 기깔나는 해머술을 배우면 되지 않겠느냐.”
“……해머술요? 됐습니다.”
안 된다.
이미 전투 요원은 다섯이나 있다.
생산직 스켈레톤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연이 찾아왔는데.
풀 S급 아이템 장착의 꿈이 생겼는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어허! 내 해머술을 무시하는 게냐? 커다란 망치로 시원하게 때려 부수는 게 칼이나 창과는 또 다른 맛이 있…….”
“됐습니다! 됐다구요!”
“이놈이! 정신 나갔느냐?”
내 반항에 노인이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할 말은 하고 싶었다.
“제가 배운 만술은 만 가지 술이 아니라 모든 술입니다. 어르신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어떠한 기술도 극에 달하면 결국 하나로 통한다고.”
“흥, 만술의 창시자는 나다. 그러니, 내 마음이니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찌 술에 급을 나누십니까? 세상에 무시당하여야 할 기술은 없습니다.”
“급을 나누는 게 아니다. 일단 강해지라는 뜻이다. 네 미약한 힘으로 모루 앞에서 망치질할 시간이 있느냐? 그 시간에 칼질이나 더 하거라. 쯧.”
“어르신의 만술과 제 만술은 다릅니다. 제 만술엔 대장장이도 포함하고 싶습니다.”
“허, 이런 배은망덕한……? 그게 웬 똥고집이냐?”
노인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 눈빛엔 독기가 가득 차고 있었다.
‘뼈육이는 대장장이야.’
이 애는 대장장이로 태어났다.
대장장이로 태어나서 대장장이로 기르고 싶다는데.
절대 무식한 망치술사로 만들긴 싫었다.
이게 바로 소환사의 마음가짐이다.
내 뼈다귀들은 내 자식과도 같고.
자식이 원하는 길로 보내고 싶은 게 바로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나는 등을 돌렸다.
“야, 이놈아! 어딜 가느냐? 기다리거라!”
씨익.
나는 미소 지었다.
기소율도 노인도 안 된다면.
방법은 찾으면 되는 것.
‘국내 생산직의 성지라면 딱 하나 있지.’
고투몰(Gotomall).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있는 지하상가를 뜻하는 말.
‘과거엔 패션 의류들 위주로 팔았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생산 직종들과 헌터 아이템 관련 사업들을 펼치는 곳이다.
“이놈아!”
노인이 뒤에서 다급히 불렀다.
“왜요?”
“가긴 가더라도 태청공재만성대법은 받고 가야지!”
“…….”
받긴 받아야 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어제 C급으로 올라서기도 했고.
나보단 뼈육이의 능력이 더 궁금한 상황이었으니까.
“죄송하지만 오늘은 패스하고 내일 두 배로 받겠습니다.”
“뭐라? 이 녀석이!”
“내일 뵙겠습니다, 어르신. 이해 좀 해주세요.”
“이 빌어먹……!”
나는 뭐라뭐라 하는 노인을 서둘러 역소환시켰다.
뼈육이의 클래스.
‘대장장이’를 저급하다 무시하는 노인에게 할 수 있는 소소한 복수였다.
* * *
지하상가, 고투몰에는 없는 것이 없다.
각종 던전 아이템부터, 헌터가 직접 생산한 아이템까지.
수많은 헌터들이 오가는 곳이며.
온갖 신비한 아이템들이 즐비한 곳이기에.
일반 관광객들도 붐비는 곳이었다.
“이야, 여길 다시 올 줄이야.”
고유 능력 ‘저주받은 네크로맨서’를 받는 날.
나는 이곳에서 싸구려 지팡이 하나를 샀었다.
[아이템 : 소환사의 낡은 지팡이] [등급 : E] [종류 : 지팡이] [설명 : 신비한 마법의 기운이 깃든 지팡이입니다. 오랜 세월 속에 낡아버렸습니다.] [효과1 : 스킬 쿨타임 2% 감소.] [효과2 : ‘소환’ 관련 스킬 사용 시 위력 3% 증가.]“…….”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는 지팡이.
뼈다귀들의 위력을 조금이나마 늘리고 싶어 무려 50만 원의 거금을 들여 샀었다.
‘슬슬 바꿔줘야 하긴 하는데.’
솔직히 눈에 차는 게 없었다.
뼈오가 쓰는 ‘화룡의 지팡이’ 때문인지 보는 눈만 높아진 상태였다.
“후우.”
숨을 뱉어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까앙! 까앙!
쇠 두들기는 소리와.
끼이익! 드르르륵!
경쾌한 직물 짜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여전히 사람 많네.’
나는 끊임없이 북적이는 헌터들과 관광객들에 혀를 내둘렀다.
이곳까지 따라온 기소율은 근처에 은신한 상태.
그녀는 유명인사이기에.
숨어다니는 게 더 익숙하고 편하다 했다.
‘먼저.’
나는 근처 대장간 중 하나를 찍었다.
낡은 간판에 굉장히 싼 장구류만 취급할 것 같은 대장간이었다.
‘일단은 돈이 없으니까…….’
게다가.
저길 선택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스미스네 대장간] [초보 대장장이 환영!] [노, 모루, 인공 우물 등등 저렴하게 대여해 드립니다!] [마음껏 숙련도 쌓으세요! 방 많음!]‘초보 대장장이 환영’이라는 문구!
‘비록 뼈육이는 중급이지만.’
스승이 없으니, 기초부터 배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낡은 대장간이라 그런지.
유난히 이쪽에만 헌터들이 없는 것도 선택의 이유였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서자,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일어섰다.
“어서 오슈. 뭐 살려고?”
“아뇨, 저기 앞에 달아둔 광고 보고 왔는데요?”
“아, 대장장이시구먼? 초보면 F급? 아니면 E급?”
“E급이요.”
나는 허리춤에 달린 하얀 명패를 출렁였다.
‘슬슬 갱신하긴 해야 하는데.’
협회에서 규정하는 갱신 기간은 반년.
등급이 오르고 반년 동안 속이면 ‘부정 등록자’로 간주해 온갖 불이익을 받는다.
난 아직 4~5개월 정도 남았으니, 아직 괜찮다.
“그렇구만! 그럼 방 빌리러 오셨겠네?”
“네, 한번 볼 수 있나요?”
사실, 오면서 「헌터 게시판」을 통해 대략적인 생산직 정보들은 숙지한 상태였다.
대충 게임이랑 비슷했다.
제련, 방직, 연금술 등은.
스킬이라 숙련도만 쌓으면 알아서 레벨이 올라가고.
‘아이템 제작 스킬이 바로 대장장이의 꽃이지.’
앞선 기초 스킬들을 통해 얻은 ‘재료’와.
던전에서 나온 ‘도면’을 통해.
아이템을 만드는 것.
“뭐, 맘껏 둘러보쇼. 확인해 보고 마음에 들면 대여하시든가.”
방은 단조로웠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딱! 필요한 것만 설치된.
그야말로 숙련도 공장 같은 곳.
“흠, 가격은 얼만가요?”
“한 달에 이백.”
“이백……? 설마 이백 원이요?”
“허허, 농담이 과하시구만. 당연 이백만 원이지. 물론, 당일만 빌리고 이런 건 없수다.”
“…….”
왜 손님이 없는지 알 것만 같았다.
생각보다 너무 비싼데.
아무리 최근 C급 던전을 다녔다지만, 쌓인 돈은 얼마 없었다.
[계좌 상세조회] [계좌주 : 주동훈] [헌터 우대통장 E급] [총액 : 8,602,000원]대충 860만 원 정도?
내 전 재산의 25% 정도를 써야 한다니.
“싫으면 마쇼. 전국에 여기보다 싸게 대여해 주는 곳 없는데. 간이용 모루나 노 설치하는 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 줄 아슈? 거기다 여긴 베틀에 간이 연금대까지 있수다.”
“흐음.”
고민이 됐다.
원래 호구 성격은 아닌데.
사실 저 아저씨 말에 틀린 게 없었다.
생산직 같은 경우, 대다수가 길드 차원에서 관리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이런 곳에 다니지 않는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점차 없어지는 법.
아마 다른 대여 시설은 다 망하고, 이곳만 간간이 유지 중이겠지.
“좋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내 새끼를 위한 투자.
뼈육이가 제대로 성장만 하면 수십 배로 갚아주지 않겠는가?
“한 달만 빌려보죠!”
나는 호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