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7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73화
육망성의 축복 (1)
무릎을 꿇은 냉광철이 눈을 부릅떴다.
얼굴 곳곳에서 고통이 욱신욱신 번져왔지만, 꿋꿋이 참던 중.
스윽!
그의 앞으로 한 남자가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주동훈.
스켈레톤의 탈을 쓴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을 종처럼 부리는 자.
살짝 움찔한 냉광철이 곁눈질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수하였던 랭커들도 초조한 기색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제발.’
냉광철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발 어리숙한 놈이기를.’
주동훈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막강한 무력을 갖추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젊다.
많이 젊다.
살아온 기간이 적다는 것은 가진 것에 비해 사회 경험이 부족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
‘만약 내가 주동훈이었다면……?’
턱도 없다.
감히 본인을 몰라보고 입을 놀렸다?
그럼 최소가 골절이요, 웬만하면 사망이다.
버릇없는 놈 손 좀 봐주는 것을 넘어서, 애초에 후환이 될 싹을 잘라놓는 거다.
아마 이 바닥 대다수의 랭커가 그럴 거다.
법보다 무력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세상이니까.
약자를 조롱하고 무시하던 헌터들 중, 꼭 먼저 뒈지는 놈들의 특징이 있다.
바로 여유를 부린다는 것.
몇 년 후, 자신이 무시하던 약자에게 복수 당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꼴을 냉광철은 무수히 봐왔다.
그리고.
‘저들도 나와 같아.’
사과하는 동안 냉광철은 그의 수하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첫째, 자신을 때렸던 백무흔.
그의 눈빛은 진짜였다.
냉혹한 절대자의 눈.
그에게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돌멩이 갖다 놓고 달걀 되기를 바라는 꼴이다.
그 옆에 창을 든 놈은 더했다.
최소 수천…….
아니, 수십만 이상은 살해해봤을 법한 살성(殺星)의 눈.
단언컨대 냉광철은 저런 눈을 본 적이 없었다.
악명높은 독재자.
진나라의 초대 황제 진시황이나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환생했다면 저런 눈빛일까?
그 외.
활, 방패, 지팡이, 건틀릿 등등.
각자의 무기를 쥔 수하들의 기세가 하나하나 비정상적이다.
마치 수백 년을 살아온 능구렁이들처럼 눈빛들이 탁했다.
‘그러하니.’
기대할 것은 하나다.
주동훈 그 자체가 어리숙하길 바라는 것.
냉광철의 손바닥에 땀이 축축하게 밸 찰나였다.
“잘못했다고?”
“…….”
주동훈의 목소리.
냉광철이 아예 머리를 땅에 박았다.
“예, 예! 잘못했습니다!”
“그래? 하긴 그래. 사람이 살다 보면 잘못할 수도 있는 거고. 실수도 할 수 있는 거고. 다 그런 거지, 뭐.”
토닥토닥.
엄중하지만 따듯하게 어깨를 두들기는 그.
“또한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 나도 긴 삶을 산 건 아니지만, 진짜 세상은 넓거든.”
“감사합니다! 스켈레톤 마스터님! 오늘 제가 하늘 위에 하늘이 있었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래그래. 앞으로는 사람 봐가면서 건들고.”
“예, 예! 내리신 말씀! 가슴에 새기고 매일 아침 세 번씩 복창하겠습니다!”
스윽.
다시 일어서서 등을 돌리는 주동훈의 모습에 냉광철의 눈빛에 희망이 돌았다.
냉광철뿐이 아니라.
그의 수하들 역시 눈을 반짝였다.
‘아아.’
‘이걸 이렇게 넘어간다고?’
‘저자는 천사인가? 아니, 천사가 아니라 호구지, 호구.’
‘클클, 생각보다 어리숙한데?’
분명 냉광철의 도발은 선을 넘는 것이었다.
심사위원의 목숨을 노린 거로도 모자라, 힘에 민감한 랭커에게 운이니 뭐니, 주둥이를 털었으니까.
저벅저벅.
하지만 주동훈은 쿨하게 걸어 나갔다.
아니, 쿨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 맞겠다.
꾸욱.
냉광철이 주먹을 쥐었다.
‘우리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거겠지.’
바닥에 기어가던 개미가 뭐라 뭐라 중얼거린다고, 그걸 꼭 밟고 가란 법은 없는 거니까.
주동훈에게 우리는 그저 개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걸까?
“…….”
냉광철이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이미 등을 돌린 주동훈은 붉은 머리 여자애랑 두런두런 무언갈 얘기하고 있었다.
그 외 별다른 제스처가 없다.
‘그럼.’
이제 이동해도 되려나?
냉광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려 걸어 나가려 할 찰나였다.
퍼억!
그의 코끝에 다시 한번 시커먼 검집이 나타났다.
“끄악!”
냉광철이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이미 푸르게 멍든 곳에 다시 한번 둔기가 박히니, 그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주르륵.
흘러나오는 쌍코피를 양 손바닥으로 막은 냉광철이 의아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
씩 웃으며 아직도 그곳에 서 있는 백무흔.
“……왜?”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참가자들도 콧날을 부여잡은 채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미친.’
그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백무흔이란 자.
그는 단신의 몸으로 아홉 참가자의 움직임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여유롭게 미소 지으면서도.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뱀처럼 움직이는 녀석 얼굴 앞에 검집을 가져다 댄다.
그런 게 가능한 건가? 따지기 전에.
“왜요!”
억울한 냉광철이 외쳤다.
“아까 분명 스켈레톤 마스터께서 용서하셨는데!”
“그래?”
백무흔이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
“근데?”
“……예?”
“그래서 뭐 어쩌라고. 혹여 주군께서 용서하셨다 하더라도 내가 용서한 건 아니지 않나?”
“아?”
뭐야, 그럼.
계속 이렇게 묶어두겠다는 소리?
“이……. 이……!”
냉광철이 이를 갈아붙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넌 그 주군이라는 놈의 수하잖아!
주군이 용서했는데, 수하가 용서하지 않는 게 대체 어느 세계 개념이야!
“게다가.”
백무흔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주군이 언제 용서한 적이 있었나? 너희를? 내 기억엔 없는데. 설마 주군이 그렇게 물렁물렁할 거라 생각했나?”
“아……?”
그 순간 냉광철과 그의 수하들의 뇌리에 주동훈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 그래그래. 앞으로는 사람 봐가면서 건들고.
[용서]라는 단어가 없다.분명 그 제스처와 토닥이는 손놀림은 엄중하면서도 따뜻했지만, 그게 용서한단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그럼……?”
시련이 끝날 때까지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에이.
그건 좀 너무 하잖…….
“어디 움직이려면 움직여 봐라. 날 공격하는 거로 간주하겠다.”
투욱, 투욱!
검집을 무슨 몽둥이처럼 손바닥으로 건들며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백무흔의 모습.
‘이건.’
그 순간, 냉광철과 수하들의 머릿속에 어떠한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진짜 좆됐다……!’
* * *
참가자들의 상점 아이템을 내가 이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뤼카의 답변은 두루뭉술했다.
–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요?
– 템이 종속된다거나 한다는 표시는 없었으니까…….
–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하긴.
뤼카도 황당할 거다.
여태껏 델라일라의 시련에서 심사위원이 참가자의 템을 노리는 경우는 흔치 않을 테니까.
아니, 흔치 않은 게 아니라 없었겠구나?
게다가.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같은 경우는 시련 역사상 나를 제외하고 구매한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지?
“하하, 아닙니다.”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는 뤼카를 애써 무시한 나.
처음엔 바로 냉광철을 이용하려 했다.
냉광철에게 어떻게든 100,000 시련 포인트를 모으게끔 한 다음, 아이템을 사게 하고 스윽 갈취하는 방법.
하하.
제법 깔끔하지 않은가!
하지만.
“교수님, 교수님!”
옆으로 급하게 다가온 아린 때문에 잠깐 보류해 뒀다.
“왜?”
내가 묻자, 아린이 옆으로 와 속닥거렸다.
“이곳에 오자마자 마법으로 쭉 스캔해 봤거든요?”
“스캔? 뭘?”
“여기 참가한 참가자들이요.”
“……참가자들을?”
“예. 쟤네 말고 여기 세상에 있는 참가자들 전부요.”
헐.
엄청 많다고 들었는데.
그걸 언제 다 스캔했대?
“근데 대박이에요, 대박.”
“대박?”
뭐가 대박인데?
까치발로 서서 귀에다 계속 속닥이려 하는 게, 다른 심사위원이 듣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내가 허리를 굽혀 그녀의 입가에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여기에 육망성의 축복을 받은 마법사가 있었어요! 와……. 진짜 서적으로만 읽었던 건데, 그걸 교수님의 세계에서 볼 줄이야……!”
육망성?
그건 또 뭔데?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 * *
육망성(六芒星)의 축복.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천재.
시련에 도착한 아린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냉광철인가 뭔가 하는 지렁이가 꿈틀거릴 때도, 그녀의 정신은 오직 그 존재에게만 향해 있었다.
‘육망성.’
별 중에서 여섯 능력이 균등하게 성장하는 존재다.
근력, 회피력, 체력, 마력, 지력, 행운.
여섯 개 중 뭐 하나를 키워도 똑같이 성장하는 사기적인 존재.
그 존재가 흔치 않아, ‘고대 마법’(SSS급)은 말한다.
대충 100만 년에 한 명꼴로 나오는 편이며, 그 성장성이 최소 은하급까지 갈 수 있다고.
‘은하급이라니…….’
이 얼마나 전율이 이는 말이던가.
지금은 아무도 몰라볼 정도로 미약한 존재이지만, 잠재력만 봤을 땐 그 누구도 그 존재를 따라갈 수 없는 거다.
있다면 교수님 정도?
“기대되지 않아요?”
아린이 입을 헤 벌렸다.
“이 넓은 우주에서도 인정하는 천재라니……. 교수님, 저 아이를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심사위원 행은 의미가 있어요.”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야?”
“예, 무조건이요!”
특히.
종말을 앞두고 있다면.
그래서 대비가 필요하다면.
쥐고 있을 카드 하나 정도로는 딱이었다.
* * *
나는 놀랐다.
‘은하급’이라는 등급에 놀랐고.
아린이 보이는 그 강렬한 호기심에 놀랐다.
동시에 궁금했다.
그 존재와 나를 비교했을 때 누가 잠재력이 더 높을까?
“……그건 고민인데요?”
“고민할 정도야?”
아린은 나를 높이 평가한다.
서적을 뒤져봐도 내가 쌓는 만술의 기초만큼 튼튼해 보이는 게 없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우주의 먼지에 불과할지라도, 추후에는 그 어떤 별보다 커질 거라 했었다.
그런 그녀가 고민된다고 말할 정도라니.
나도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교수님이나 걔나……. 제게는 눈부실 정도로 높은 잠재력이라 판단하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저는 교수님 쪽에 손을 들어줄래요.”
“팔이 안으로 굽는……. 뭐, 그런 거냐?”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아린이 머리를 긁적였다.
“잠재력은 잠재력일 뿐이에요. 그 사람을 누가 이끄느냐, 또 그 사람의 성격이나 끈기가 얼마나 대단하냐, 도전정신은 어떠냐에 따라서 결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거든요. 당장 이 우주에 제힘을 제대로 발휘 못 하고 묻히는 별만 얼마나 많은데요.”
호오.
그 말은.
“예.”
눈을 빛내는 아린의 모습이 꼭 누군가를 보는 것 같다.
그래.
만술 노인.
어르신이 최근 날 볼 때의 눈빛이 저런 모습이었지.
“지켜보다가, 제자로 들이고 싶어요.”
바로 재목(材木)을 찾는 스승의 모습이었다.
“흠.”
내가 턱을 긁적였다.
아린.
나에게 해준 게 무척이나 많은 아이.
그녀가 그렇게 무언갈 원한 적이 있던가?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줘야지.
“그래서. 걔는 어디 있는데? 한번 보기나 할까?”
한번 보고.
괜찮은 애면 줍줍 해서 별천지에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