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7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74화
육망성의 축복 (2)
배지민.
아린이 점찍은 애의 이름이다.
성별은 여성.
놀랍게도 국적은 한국인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나이가 고작 스물둘이라는 거다.
나는 S급 헌터들 중 나보다 나이 어린 자를 본 적이 없었다.
‘내가 헌터 10기고 나이가 현재 26이니…….’
사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놀란다.
불세출의 천재가 나타났다고 다들 치켜세워 준다.
그런데.
헌터 14기가 S급 헌터라고?
옛날이었다면 역대급 대스타가 되고도 남을 성적이었다.
대한민국의 하세라를 이를 또 다른 국보(國寶)가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떨었겠지.
물론, 지금도 제법 유명한 거로 알고 있다.
나만 몰랐을 뿐, 뉴스에도 제법 실리고 커뮤니티에서도 제법 언급되고 있단다.
하지만.
그녀가 대스타가 될 수 없었던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나 때문이란다.
이미 초단기에 S급 헌터 따위가 아닌 하이퍼 랭커를 찍어버린 내가 있기에, 그녀는 성과에 비해 묻힐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 사실도 흥분한 에롤이 침을 튀겨가며 설명해줘서 안 거지만.
‘그래도 대단하지.’
나는 3년 동안, 빌빌거리며 E급에 머물러 있었는데.
저 여자애는 2년 만에 S급 헌터 자리까지 올라서 시련에 참여 중이다.
그야말로 떡잎부터 다른 자.
“흐음.”
나와 아린은 우선 근처에서 은신한 채, 그녀의 행동을 지켜봤다.
괜히 들켜봐야 상점만 열어줘야 하고.
우선 별천지로 받거나, 아린의 제자가 되기 이전에.
‘인성부터 봐야지.’
아무리 떡잎이 다르다 한들, 인성이 쓰레기면 받지 않는다.
키워줘 봐야 이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귀찮은 존재가 될 수도 있기에.
우우웅!
은신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린이 펼치는 마법이 상대의 시야를 빗기게 해줄뿐더러, 소리와 기운까지 차단해 버린다.
덕분에.
“아린아.”
이처럼 근처에서 편하게 말해도 배지민이 알아챌 일이 없었다.
“예, 교수님.”
아린은 아까부터.
그녀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렇게 걱정돼?”
“예.”
주먹을 꽉 쥔 아린이 말을 이었다.
“제가 마음에 든다 해도,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아서라, 널 마음에 들지 않는 애도 있을까?”
“모르는 소리예요.”
아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시다시피 평범한 사람이 아니에요. S급 헌터면, 어떤 집단에서든 모시고 가는데도 현재 무소속인 것도 그렇고. 지금도 위험할 텐데 굳이 혼자 다니잖아요?”
“오호.”
무소속?
하긴, 소속이 없으니 이런 시련에나 참여했겠지.
“신기하죠? 얼굴도 꽤 예쁘장한 게, 그냥 말만 걸어도 팀 구성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텐데요.”
“그으래……?”
난 잘 모르겠는데.
저런 걸 미인이라 하나?
평범 이상인 건 확실한데.
맨날 하세라나, 엘드린, 유이사를 보던 나라 안목이 많이 높아졌을 수도 있긴 하다.
“왜요. 아우라가 있잖아요. 원래 누가 봐도 미인인 것보다 저렇게 분위기가 미인인 사람은 흔치 않거든요.”
“…….”
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근데, 아린아.
너, 언제부터 그렇게 미모에 관심이 많았냐?
“하여튼. 전 마음에 들어요. 저렇게 혼자 다니는 것도 일종의 옛 생각이 나서 동질감도 들고요.”
맞네.
아린도 과거 마탑에서 일종의 아픔이 있었지.
서고의 귀신.
부모, 친구, 선생의 버림을 받고 오직 서적만 읽던 아이.
그게 과거의 아린이다.
스윽.
내가 고개를 꺾어 배지민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숲에 경계할 거리들을 쫙 깔아놓은 채, 가지각색의 과일과 열매를 조심스레 따먹고 있는 그녀.
‘정석대로 잘하고 있네.’
지금쯤 되면, 무언갈 먹었을 때 시련 포인트가 쌓인다는 것쯤은 다 알 거다.
하지만, 다들 그뿐.
이 시련에는 숨겨진 히든이 있다.
‘독연’(毒煙).
델라일라가 다시금 힘들게 공수해 왔다고 했던 그것.
내가 그것을 생각하자.
– 키아아아아아아!
가슴 속에 자리 잡은 ‘독무’(毒霧)가 흥분한 듯 포효를 내질렀다.
녀석은 마치 영역싸움 하는 고양이 같았다.
여기 포근한 내 자리를 넘보면 죽여버리겠다는 듯, 하악질을 해대는 것 같았다.
‘진정해라, 녀석아.’
내가 기운을 끌어올려 녀석을 다독였다.
‘이 자리는 네 거니까.’
예전엔 힘들었는데, 이제는 이게 쉽게 된다.
나도 기력이 많이 쌓였다는 거겠지.
어쨌든.
히든은 바로 독이다.
여기서 독에 대한 내성을 최대한 기른 후, 한 달 후 생성되는 독 괴물로부터 생존해 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배지민은 그 사실을 추측한 듯, 한쪽에 독초와 독 관련 생물들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었다.
‘재밌겠는데?’
이게 참 묘하다.
내가 할 때는 힘들고 괴롭던 게, 남이 하는 거 볼 때는 또 그 맛이 있었다.
‘확실히 예사롭지 않아.’
나는 태청공재만성대법(太淸工材萬成大法)으로 신체 한정 천재가 되었다.
즉, 만들어진 천재.
‘하지만, 저 여자는…….’
찐 천재 같은 냄새가 났다.
타고난 천재.
심지어.
‘검?’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다.
검수라는 뜻.
황당한 내가 아린을 쳐다봤다.
뭔 검수를 제자로 받으려고 해?
“육망성의 축복은 직업을 가리지 않아요. 검만 익히고 있어도 다른 기술까지 본능적으로 익히죠.”
“……그게 무슨 말이야?”
살짝 이해가 안 됐다.
검을 배우는데, 마법을 본능적으로 익힐 수 있다는 말?
“따지고 보면 교수님이랑 비슷한데, 솔직히 그것보다 좀 더 대단하죠. 괜히 그 넓은 우주에서도 보기 힘들다 하는 게 아니에요.”
“허.“
“그리고 원래 진짜 천재는 이해하는 게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자를 천재라 부르는 거거든요.
“아.”
아린의 말대로 정말 따지고 보면.
딱 내 상위호환이었다.
나는 만술(萬術).
하나의 술(術)로 다른 술(術)의 묘리를 연계할 수 있다지만, 그뿐.
아예 새로운 술(術)을 본능적으로 익히진 못한다.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머리로 이해하고 체득해야 한다.
하지만.
배지민은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직업으로 다재다능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그냥 본능적으로 잘하는 거다.
모든 술(術)을.
저기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도 그냥 적당한 거 하나 골라잡은 거겠지.
내가 창을 주로 쓰는 것처럼.
‘와.’
솔직히 감탄했다.
천재(天才).
일반적인 인간의 기대 수준을 뛰어넘고,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미지의 영역과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존재.
대다수가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나, 극소수는 모든 분야에서 그 두각을 보인다지.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폰 노이만.
이런 역사적인 천재들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고 판단한 적은 없었는데.
‘그 사람들보다 더 대단하다는 거잖아?’
우주급 천재이니까.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만술(萬術) 노인이 한을 가지고 찾던 제자가 사실 저 여자애라는 것을.
저런 재목을 찾았다는 걸.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그 자리는 이미 내가 차지했는걸.
만술은 일인전승이거든.
하하.
어쨌든.
‘계속 지켜볼까?’
나와 아린은 계속해서 배지민의 움직임을 따라다녔다.
* * *
오물오물.
배지민이 구아바 뿌리 하나를 씹었다.
[띠링!] [‘구아바 뿌리’를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다.
시련 포인트를 쌓기 위해 먹는 거다.
이미 약초학에 대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그녀는 식용이 가능한 식물들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굶주릴 일은 없었다.
다만.
“으음.”
배지민은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이 시련의 정체를 파악했다.
정보권을 찾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그냥 알았다.
‘사람을 죽이면 시련 포인트를 제공한다 했지?’
그녀는 애초에 그 조건부터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델라일라가 누구던가.
세계 랭킹 6위로, 온 세계인과 헌터들의 존경을 받는 존재다.
근데 그런 그녀가 사람을 모아놓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대량 학살극을 벌인다고?
게다가 첫 번째도 아니고 여러 번씩이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런 인성이었으면, 이미 탈이 나고도 남았어야 한다.
특히 시련 출신인 스켈레톤 마스터, 그 실력 정도면 델라일라를 잡을 수도 있을 텐데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지 않은가.
또.
델라일라가 이 시련을 만든 취지를 이해하면 된다.
그녀는 별천지의 종말 예고 이후, 유례없는 무리를 했다.
마치 남은 것을 박박 긁어모아, 영혼을 다해 투자하는 그런 느낌?
그 이유가 뭘까.
답은 단순하다.
우리가.
즉, 인류가 강해지길 원하는 거다.
그런 그녀가 이런 대량 학살극을 벌일 이유가 없다.
‘목적은 다른 데 있는 거지.’
첫 번째 테마를 시작했을 때.
그녀 곁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시련 포인트 하나 얻겠다고 진심을 다해 사람을 썰어버리는 악독한 놈들.
델라일라는 애초에 그런 자들을 거르고 싶지 않았을까?
물론, 그녀에게도 많은 사람이 접근했다.
누군가는 팀을 구성하고자 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을 향해, 무기를 들었다.
배지민은 그런 자들을 가차 없이 베었다.
인성을 떠나.
자신을 죽이려 드는 자를 살려 둘 이유는 없다.
‘물론.’
실제로 죽는 게 아니라, 어디론가 이동하는 거겠지만.
제법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었지만, 배지민의 눈썰미와 감각을 속일 순 없었다.
베는 감촉, 느껴지는 고통까지는 진짜였지만.
심지어 눈앞에 시체와 혈향까지 표현하고 있지만.
‘진짜가 아냐.’
진짜는 찌르는 순간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것은 더미일 뿐.
그렇게 사람을 죽이면 얻는 포인트가 100.
‘고작 100이지.’
배지민은 이미 안다.
독을 섭취하면, 일반 음식보다 훨씬 많은 포인트를 준다는 것을.
그녀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일반 음식 – 10포인트] [일반 독 – 50포인트] [3급 맹독 – 100포인트] [2급 맹독 – 300포인트]이렇게다.
문제는.
“으으음.”
배지민이 고민된다는 듯 눈앞의 무언가를 바라봤다.
독버섯.
지금까지는 다르게 위험한 향을 풍기는 게, 딱 봐도 1급 맹독이다.
‘이걸 먹어야 하나?’
지금껏 다른 독들은 그것을 중화할 수 있는 약초를 찾아 함께 섭취했다.
짚신도 제짝이 있는 것처럼, 독도 똑같다.
열대우림에 펼쳐진 수많은 독 하나하나가 다 해독이 가능한 거다.
‘하지만.’
이놈은 아니다.
이놈을 먹는 순간, 해독이고 뭐고.
식도와 위가 순식간에 녹아버릴 테니까.
그런데도 계속 눈길이 가는 이유는…….
‘턱없이 부족해.’
[보유하신 시련 포인트입니다.] [시련 포인트 : 12,630]제법 많은 포인트를 모았다지만,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다.
시련 수석.
유일하게 델라일라의 모든 테마를 박살 낸 존재.
‘주동훈, 그였다면……. 분명 이걸 먹었을 테니까.’
배지민.
그녀는 강해지고 싶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더 강해지고 싶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명예를 얻기 위해서?
아니다.
그녀가 강해지고 싶은 이유는 단순하다.
자기 보호.
세상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기에, 본능적으로 힘을 요하는 거다.
6살.
세상이 망하던 날.
그녀의 가족 앞에도 몬스터가 나타났다.
녹색 피부의 돼지 같은 괴물이 둔기를 휘둘렀을 때, 비명을 지르던 그녀의 부모를 위해 배지민은 칼을 들었었다.
제대로 갈지도 않은 부엌용 식칼.
끔찍하게 흐르는 침.
독한 냄새를 풍기는 숨결 속에서도.
그녀는 차분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 저, 저리 가! 그래, 나 대신 이걸 먹어!
배지민은 아직도 그 목소리를 잊지 못했다.
위기의 순간.
퍼어억!
지키겠다고 나선 자신의 등을 발로 차서 밀어버린 엄마.
사실 그런 걸 엄마라 부를 수 있을까?
어찌어찌 살았다지만, 그때부터 그녀는 사람을 믿지 않았다.
엄마라 불리던 아줌마가 죽었을 때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으며.
그 당시 위기에서 구해준 아저씨가 호의를 보이며 다가왔을 때도 의심부터 했다.
악(惡).
맞다.
인간은 원래부터 악했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이 그녀를 지켰다.
그 아저씨가 은근슬쩍 밀실에 자신을 데려갈 때는 날붙이 하나를 숨겼고.
결국에 자신의 옷가지를 벗기려 했을 때는 목에 구멍을 내주었다.
지옥.
이미 지옥이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이기려면 이 독버섯을 먹어야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찰나였다.
스스슷!
배지민의 귀에 어떤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풀이 발목에 끌리는 소리.
“음?”
그녀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우선 나름의 경계용 트랩을 깔아뒀기에, 산짐승은 아니다.
‘그렇다는 건.’
헌터.
발걸음 소리와 패턴을 봤을 때, 셋일 확률이 90% 이상이었다.
버섯을 정리한 후, 자세를 낮춘 배지민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