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8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83화
배지민 (6)
“주동훈…….”
“스켈레톤 마스터다!”
“대마법사! 아린도 있어! 아, 저자가 요새 각성했다는 백무흔이라지?”
“백무흔? 그게 뭔데?”
“쯧쯧, 소문이 느리구만! 스켈레톤 마스터가 부리는 스켈레톤 검수 중 하나인데, 엄청 세다고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걸?”
테마 2의 시작.
그것은 선임 심사위원의 스타트 신호와 함께한다.
“그나저나 뤼카는?”
“잘린 건가?”
“잘린 것보단 밀려난 거겠지?”
“하긴, 스켈레톤 마스터라면 마검사도 한 수 접어 주는 게 맞지.”
“한 수가 뭐냐. 한 수백, 수천 수 접어줘야 함.”
“그냥 허리를 접고 대가리를 박아야지, 암!”
저벅저벅.
여유롭게 걸어오는 주동훈의 모습과.
그 뒤를 뒤따르는 아홉의 심사위원.
정확히는 요새 핫해서 하이퍼 랭커보다 더 유명하다는 그의 아홉 수하였다.
“……멋있어.”
“저 하나하나가 랭커 따위는 찜 쪄 먹는다지?”
“응, 누가 저걸 스켈레톤이라 부르겠어. 캬, 부럽다. 저들 중 아무나 한 명만 가졌어도…….”
“난 아린! 아무나 말고 무조건 아린!”
“난 유이사.”
“나는 엘드린 파인데.”
각자가 다가오는 주동훈을 바라보며 숙덕일 찰나.
우뚝!
그가 멈추어 섰다.
동시에.
“…….”
“…….”
그 시끄럽던 2만여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쿠구구구……!
오직 기세만으로 헌터들의 입을 봉인할 수 있는 자.
그게 바로 스켈레톤 마스터였다.
“…….”
배지민도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아직도.’
마치 무저갱 속을 바라보는 듯 아득하게 강한 사람이다.
“다들 테마1에서 생존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많이들 살아남으셨네요.”
주동훈의 축하 인사.
모든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칭찬이야, 조롱이야?’
‘많이 살아남긴 했지.’
‘솔직히 어렵진 않았잖아. 난 아직도 이번 시련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말로는 내뱉지는 못했다.
아니, 애초에 목소리 자체를 내고 있지 않다는 말이 맞겠다.
참가자와 심사위원.
그 지위의 격차뿐만이 아니라.
쿠과가가가……!
주동훈 뒤에서 투기를 뿜어내고 있는 저 수하들의 기세가 무서운 탓이다.
‘살벌하네.’
‘왜 이렇게 기세들이 사나워?’
‘말 한번 잘못 내뱉으면 눈빛으로 살해당할 것 같은데.’
경지가 얼마나 아득한지.
기세만으로 의지를 표하는 자들.
꿀꺽.
참가자들은 그저 침을 삼키며 주동훈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테마2는 협동입니다. 과거에는 팀장을 짜서, 10명씩 팀을 짜는 식으로 진행했지만……. 이번엔 특수하게 사람이 많고, 팀장이 팀원을 선별하는 과정도 복잡해진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냥, 팀 선정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근처 마음에 맞는 자들끼리 팀을 형성하셔도 좋고, 혼자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테마2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고.
배지민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집중해서 그 내용을 들었다.
* * *
[테마2가 시작됩니다.]배경은 넓게 펼쳐진 사막.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사이로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
“…….”
배지민은 홀로 서 있었다.
“흐음.”
그녀가 골똘히 생각했다.
이게 맞는 걸까?
본래 테마2는 협동의 과정이라 했다.
그래서 그녀 역시 이번엔 팀을 선정하려고도 했었다.
세계 협회를 통해 광고된 「주동훈의 두 번째 테마」는 정말 대단했다지.
‘심판창, 올레나, 카푸, 묘이 하나, 블라디미르 등등.’
그 유명한 영웅이자, 랭커들이 모두 주동훈의 팀원이라 들었다.
백운호수 위, 공방 「드엘」에 있는 두 마리의 용 석상도.
여기 테마2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거라고 했고.
‘그래서.’
배지민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잠깐 접어둘 생각을 했던 거다.
사람을 믿지는 않지만, 이용할 수는 있으니까.
제법 기세가 좋은 자들로 팀을 만들고,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서 테마2를 건너뛰어 볼 심산이었는데…….
– 혼자 해도 상관없습니다.
‘분명 눈을 마주쳤어.’
배지민은 느꼈다.
길마님이 저렇게 말하면서, 힐끗 자신을 응시한 것을.
그와 함께 짓는 옅은 미소까지.
그래서였다.
남들이 시끌벅적 팀을 구하고, 10명 단위로 뭉쳐서 진행을 요청했을 때, 그녀는 묵묵히 혼자 포탈 속으로 걸어들어왔다.
왜인지, 주동훈이 그것을 원하는 것 같아서.
[띠링!] [임무가 도착합니다.]그 결과.
이런 사막에 덩그러니 남겨진 것이다.
[스테이지 : 보물찾기!] [팀원이 선정되었나요?] [그럼 이제 서로 ‘협동’하여, 중앙 거대 성(城)에 숨겨진 ‘국보’를 찾아야 합니다.]델라일라는 협동을 강조한다.
하지만, 주동훈은 오히려 혼자를 원한다.
‘왜일까?’
설마.
사람을 싫어하는 자신의 성향을 알고 배려한 것일까?
궁금증은 들었지만, 그녀는 길마를 믿었다.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그를 알게 된 이후, 지옥같이 고통스러운 하루가 지속되고 있다지만.
효과를 보아라.
확실하지 않던가!
스스로가 강해지는 걸 이토록 정확하게 체감했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솔직히.’
조건으로 [시키는 것 다 하기]를 내세웠을 때는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시켰던 것?
다 자신을 위한 거다.
‘왜 곁에 있으라는 건진 아직도 모르겠지만…….’
“배지민.”
“헙?!”
갑작스레 들려오는 주동훈의 목소리에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뒤를 돌아보자, 심사위원인 그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헐.
그나저나 언제부터?
“잘했다. 역시 똑똑해.”
“예?”
살짝 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쳐들자.
“혼자 진행하라 한 것. 용케도 눈치챘던데?”
“아, 그거.”
휴.
배지민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이 틀렸으면 어쩔까 했는데, 다행히 그의 의도대로 행한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다시 상점 물품을 구매할 포인트를 구해야겠지?”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하나 더 구해서 드려야 하고요?”
“역시, 똑똑해서 좋아.”
보물찾기.
이 거대한 사막에 널브러진 보물을 찾으면 시련 포인트를 얻는다.
그리고.
심사위원에게 상점 권한이 있는 것도 이 테마2가 마지막이다.
“자, 그럼.”
그가 어딘가를 주섬주섬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쇳덩이였다.
손목, 발목 보호대처럼 보이는 것을.
쿠웅!
바닥에 떨어뜨림과 동시에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이걸 차라.”
“……이걸요?”
배지민은 그 순간, 또 다른 시련이 왔음을 직감했다.
* * *
모든 술(術)의 기본은 체력이다.
검술, 창술, 궁술은 당연하고.
마법사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만술(萬術)이면 어떨까?
“후우, 후우!”
“후웁! 후!”
배지민과 나는 내리쬐는 땡볕을 그대로 맞으며 사막 한복판을 달리고 있었다.
물론, 우리는 헌터들인 만큼 그냥 뛰진 않는다.
‘거신의 고통.’
드미르가 발견해 낸 우주에서 무겁기로 소문난 광물의 이름이다.
나는 드미르에게 즉석으로 의뢰해, 배지민과 나와 동일한 크기의 보호대를 만들어냈다.
이거 한쪽에 대략 100㎏ 정도이니, 도합 400㎏을 몸에 이고 뛰는 거라 보면 되겠다.
거기에 뜨거운 온도까지 더해지니.
“허억, 헉!”
배지민이 개처럼 혀를 내밀며 달리는 것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힘들어도 참아라. 알지? 날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날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뿐이야.”
사실, 난 테마2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여기 사막.
똑같은 배경으로 삼은 것 보면, 과거 아란발론 같은 용 한 마리가 또 있을 것 같긴 한데.
이젠 그 용보다 내가 더 세다.
그 용을 잡는 것보다, 나나 아린.
아니면 백무흔, 무각, 태양이.
이런 애들한테 가르침을 받는 게 훨씬 더 값질 거다.
“호흡을 통제해. 기운을 쏟아냈으면, 다시 들이쉬면서 받아들여라. 힘든 와중에도 보물을 찾는 건 잊지 말고.”
나는 심사위원이다.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보물을 찾아서도 안 되고, 찾는 데 도움을 줘서도 안 된다.
그저 배지민이 훈련하면서 보물까지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힘들겠지.
“흐아아악!”
배지민이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꿋꿋이 달렸다.
무거운 손과 발을 이끌고, 바닥을 팠으며.
[보물 보너스가 있습니다.] [‘중세의 쓸모없는 유물’은 F급 보물입니다.] [시련 포인트 10을 획득합니다.]보물을 찾아내 시련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래.’
내가 빙그레 웃었다.
끈기는 합격이네.
‘어르신도.’
과거 고통을 참아내는 날 보았을 때 이런 뿌듯한 느낌이었을까?
배지민.
내가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
‘시키는 대로만 해라.’
네가 원하는 실력 증진.
그거 이루어줄 테니까.
‘다만.’
내 곁에는 계속 있어야 할 거다.
왜냐.
“후욱, 후!”
달리는 것도 하나의 술(術)이다.
배지민 곁에서 ‘소울링크’(S급)의 효과를 보는 한.
나는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도 만술(萬術)의 숙련도를 쌓고 있는 거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거대성.
저기까지의 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길다.
나조차도 언제 도착할지 모를 만큼.
그 말인즉슨.
‘훈련하기 딱 좋은 환경이란 거지.’
후우웅!
따스한 모래바람이 달리는 내 뺨을 기분 좋게 스쳤다.
* * *
“끄으.”
입으로 공기가 들어올 때마다 모래바람이 들어왔다.
배지민은 그걸 뱉어낼 생각도 못 했다.
“커헉, 허어억!”
폐에 산소가 부족했다.
모래든 뭐든 일단 빠르게 다 삼켜 버려야 살 것만 같았다.
‘미쳤어.’
이건 미친 거야!
몸에 힘이 빠졌다.
사지에 묶인 100㎏짜리 족쇄.
처음엔 어느 정도 견딜 만했다.
기력을 쓰면, 초인적인 힘을 내는 게 우리 헌터들이니까.
‘하지만.’
힘을 균등하게 계속 줘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미치게 했다.
잠깐만이라도 힘을 푸는 순간, 바로 골절이다.
손이 바닥으로 떨어질 테고, 뼈가 부러지겠지.
그런데 그 와중에.
보물도 찾아야 하고 달리기도 해야 한다.
문제는.
손 하나 까딱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그녀의 옆에.
“흐압! 후우! 후우욱!”
자신과 똑같은 보호구를 착용한 채 뛰고 있는 주동훈이 있다는 사실.
‘괴물…….’
배지민은 알았다.
주동훈이 본인의 기력을 묶어두었음을.
자신은 기력을 사용했음에도 이 정도인데, 그는 기력조차 쓰지 않고 오직 신체 능력만으로 저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반발할 수 있겠는가.
“끄아아압!”
배지민이 오히려 기합을 내질렀다.
그녀는 승부욕이 있는 사람이다.
특히 주동훈을 보면 그 승부욕과 오기가 더욱 불타는 사람이다.
웃기는 말이지.
당장 저 훈련법 하나 제대로 못 쫓아가면서 뭐?
주동훈을 목표로 삼아?
그를 뛰어넘어?
‘차라리 죽는다.’
여기서 달리다가 죽을지언정, 포기할 순 없었다.
그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선착순이랬지.’
테마2는 선착순이다.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성.
그곳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팀 하나만이 테마3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이미 다 잊었다.
그냥 지금 당장.
길마님의 훈련을 소화하겠다는 그 목표.
오직 그 생각만이 배지민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