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0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04화
오망성 (2)
강당 중앙 위.
델라일라가 주도하는 팀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도중.
“여어.”
눈을 감고 있는 내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팀장.”
“오?”
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자.
한참을 성장해 이제 세계 랭킹 67위에 달하는 러시아의 대통령.
공간술사(Spacian) 블라디미르 로디긴이 보였다.
얼마 없는 나의 소중한 친우이자.
시련에서 날 위해 심장까지 걸었던 사내.
“이야, 팀장! 세계 랭킹 1위씩이나 되어서. 구석에 박혀 뭐 하는 거야? 저기 중앙에서 리드해야지.”
그가 내 어깨를 두들기며 너스레를 떨었다.
말투는 여전했다.
한 국가의 수장임에도 동네 친구같이 능청스러운 것도.
날 계속해서 팀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는.
“어?”
“반갑군, 친우.”
오래간만에 보는 장웨이도 있었다.
세계 랭킹 72위.
심판창(審判槍).
“다들 오랜만이네요.”
사색을 빙자한 훈련을 잠깐 접어둘 만큼, 나는 그들이 반가웠다.
옆에 앉아 있던 배지민이 눈치를 보더니, 자리를 비켜주었고.
내가 일어서서 그들과 마주했다.
블라디미르가 웃었다.
“하하, 그렇지. 요즘은 채팅창도 시들하고.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러는 로디긴 씨는요?”
내가 마주 웃었다.
“여기 구석에 있을 만한 인사는 아니신데.”
“하하하, 내로라하는 랭커님들 사이에서 그깟 러 대통령이 뭐 대수라고.”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난 집단 수장도 아니니, 뭐. 여기에 쭈그려서 높으신 분들의 배정이나 기다려야지.”
“하하.”
블라디미르의 투덜거림에 웃던 찰나.
“어……?”
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장웨이는요? 선인회 회주 아니셨어요?”
선인회는 집단이다.
그리고 심판창은 그 집단의 수장이니, 저 위에 올라가 있어야 맞는 건데…….
“선인회?”
“예.”
“소식이 늦나 보군. 그거 이미 해체된 지 오래다.”
“……그래요?”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거든. 스승님이 그렇게 되고 나서, 썩어버린 단원들을 심판하는 과정들이 괴로웠어. 그래서 내려놨다.”
“아.”
그의 스승.
본래 회주였던 창왕(槍王)은 내 손에 죽었지.
내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괜히 죄송하네요.”
“크흠, 친구 사이에 사과는 무슨.”
심판창이 손을 휘휘 저었다.
“능력이 능력이다 보니, 별수 있나. 결국 인간은 득(得)을 추구하는 생물이라 어쩔 수 없는 거지. 다만.”
심판창이 나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블라디미르도 날 쳐다보았다.
그런 그들의 눈에는 무언가 들뜬 열망이 있었다.
“다만?”
내가 묻자, 블라디미르가 나섰다.
“실은 말이야.”
“예.”
“우리도 별천지에 가입할 수 있겠나?”
“예?”
“뭐, 우리가 어디 소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팀을 나눠야 한다면 팀장과 함께하고 싶어서.”
“아.”
랭킹 67위와 72위의 직접적인 가입 신청이라.
흐음.
엄지와 검지로 턱을 쓸은 내가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데?’
길드 가입을 막아두었다지만, 저 둘은 의미가 또 다르다.
내 등을 믿음으로 내어주었던 몇 안 되는 헌터들이니까.
“괜찮겠어요?”
내가 블라디미르를 바라봤다.
“뭐가?”
“러 대통령이시잖아요.”
대한민국 소속 집단에 대통령이 들어온다는데,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려나?
“크, 세상 물정 어두운 건 여전하구만.”
“예?”
“오히려 러 국민들이 빨리 별천지로 가라고 등 떠미는 상황이야. 같은 시련 동기 출신인데 뭐 하냐고. 끌끌.”
“그, 그래요?”
“사상을 넘어선 지구의 영웅. 그게 팀장이잖아?”
내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지나친 겸손도 기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터라, 이젠 민망할 때 그냥 말없이 웃는 편이다.
“무엇보다. 그때가 그립더라고.”
블라디미르가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거대마룡과 탐욕룡을 상대할 때 그 쾌감. 그 쾌감을 팀장이랑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 난 그게 다야.”
“저야 같이하면 좋죠. 일단, 잠시만요.”
말을 멈춘 내가 김진아와의 단독 채팅창을 켰다.
[스켈레톤 마스터(Skeleton Master) : 부길마]본래는 별천지 채팅창을 썼었는데.
길드원이 많아지고 나서부터 카푸가 단독 채팅창을 하나 더 개설해 줬다.
[김진아 : 예, 길마님!] [스켈레톤 마스터(Skeleton Master) : 회의는 잘하고 있나요?] [김진아 : 잘하고 말고 할 게 뭐 있겠어요. 델라일라가 다 하는데. 그냥 지켜보고 있는 거죠.]나는 그녀에게 로디긴과 장웨이의 가입 요청을 대충 설명했다.
[김진아 : 오?! 진짜요?] [김진아 : 그 둘이라면 뭐.]부길마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김진아 : 딱히 심사 안 봐도 되겠는데요?] [김진아 : 저는 좋아요.] [김진아 : 가입 처리하고 델라일라에게도 말해둘게요.] [스켈레톤 마스터(Skeleton Master) : 예, 항상 고생 많아요.]그녀에게 감사 표시를 한 내가 다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된 거야?”
“받아주는 건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친우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예, 별천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렇게.
별천지의 랭커가 26명으로 늘었다.
* * *
투두두두…….
미국 동부.
드높게 치솟아 있는 「세계 랭킹 게시판」 주변, 그리고 세계 협회 주변에는 수많은 헬기가 떠 있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려 있는 터라, 각국 방송국은 모든 인력을 현 상황 중계에 쏟고 있었다.
– 오, 마침내 나옵니다! 세계 협회! 세계 협회의 문이 열렸어요!
– 정말이네요. 회의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난 것 같은데요?
–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한 와중에! 오오! 밖을 나온 랭커들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예, 방향은 세계 랭킹 게시판 쪽이에요!
– 고래가 제시한 일주일이 아직 나흘이나 남은 시점에서, 곧바로 오망성의 끝으로 향하려는 걸까요?
– 팀을 다 나눠놓은 마당에, 굳이 시간 끌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밖에 등장한 랭커들이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이동했다.
누군가는 뛰었으며, 또 누군가는 날았다.
별천지의 경우에는.
쩌억!
새로운 멤버 블라디미르의 공간술로 한꺼번에 이동했다.
오망성.
세계 랭킹 게시판을 중심으로 그어진 커다란 별 기호(☆).
그 모서리 끝마다 델라일라는 순서를 매겼다.
가장 위가 1번.
그 밑.
좌, 우가 각각 2번, 3번.
가장 아래.
좌, 우가 4번, 5번이었다.
그 정보를 델라일라가 방송국에 넘겼는지, MC들이 신속하게 해당 내용을 송출했다.
– 최신 소식입니다! 팀이 나누어졌다고 합니다!
– 지금 해당 내용을 빠르게 정리 중인데요……!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팀의 내용이 공지되었고, 세상이 다시 떠들썩해졌다.
[1번] [집단 별천지] [세계 랭킹 1위, 스켈레톤 마스터(Skeleton Master) 주동훈을 포함한 26명의 랭커.] [2번] [집단 천마신교] [세계 랭킹 3위, 천마(天魔) 하세라를 포함한 180명의 랭커.] [3번] [집단 마왕군] [세계 랭킹 4위, 마왕(魔王) 잭 스미스를 포함한 140명의 랭커.] [4번] [집단 마탑 외 5개 집단.] [랭킹 5위,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 소피아 실버스톤을 포함한 270명의 랭커.] [5번] [집단 세계 협회 외 14개 집단.] [랭킹 6위,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를 포함한 383명의 랭커.]– 보이십니까? 이렇게 총 999명의 랭커가 배치되었습니다!
– 아직 ‘???’로 남아 있는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참가한 셈이에요!
– 그런데 밸런스가 왜 이러죠? 괜찮을까요?
나눠진 명단을 보며, 사람들이 옥신각신 떠들었다.
제법 균형이 맞는다는 반응부터, 이게 정말 최선인지 되묻는 반응까지.
심지어, 고랭커가 몰려 있는 별천지가 뜯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어쩔까?
이미 1,000명의 랭커가 모여 밤새 의논해 합치한 결과인데.
따를 수밖에 없지.
모여 있느라 편하게 잠도 잘 못 잤지만, 랭커들 중 지친 사람은 없었다.
기괴하고 괴랄 맞은 던전들을 경험한 랭커들이 고작 하룻밤에 피곤을 느낄 리 없었다.
“빠진 사람 없나?”
우우웅!
찢었던 공간을 다시 닫아버린 블라디미르가 별천지 멤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한국으로 복귀한 김진아를 제외한 26명의 전사들.
“크하하핫! 공간 이동 이거. 굉장히 편리한데?”
“26명. 다 왔어.”
장대웅과 플로아가 스트레칭으로 피로를 털어냈다.
“저기 빛나는 곳 위로 올라가면 되는 건가?”
파즈즉!
플로아가 흥분된다는 듯 짜릿한 전기를 튀기며 한쪽을 가리켰다.
델라일라가 정한 북쪽 1번 지역.
오망성 모서리 끝에는 각종 기괴한 문자로 그려진 푸른색의 진이 펼쳐져 있었다.
* * *
“후,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저벅.
내가 먼저 그쪽을 향해 걸었다.
싸늘한 초봄의 바람이 콧속을 파고들었다.
‘쉽게 생각하자.’
기존과 별다를 것 없다.
난 항상 일반인들이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견뎌왔고.
이번 사태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냥 좀 신기한 던전인 거지.’
사실 인류는 이미 예방 주사를 맞았다.
적어도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 2010년 때의 충격보다는 덜한 느낌이었다.
스킬과 고유 능력이 난무하고.
던전과 몬스터, 유령, 드래곤이 튀어나오는 세상에.
압도적인 ‘신’이 있는 게 뭐 그리 이상한 일일까!
우리는 시원시원하게 걸어가 소환진 위에 위치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진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쩌억!
하늘을 유영하던 고래가 다시 눈을 떴고.
쏴아아아!
다시금 멈추었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들 올라갔나 보네요.”
내가 침을 꼴깍 삼켰다.
흥분과 설레임, 그리고 묘한 긴장감이 교차할 찰나.
[띠링!] [999명의 랭커가 오망성에 위치합니다.] [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랭커가 올라섭니다.]파아아앗!
진위에서 솟구친 빛이 게시판의 비석을 쏘기 시작했다.
이윽고.
팀 선정이 끝났는가?
고래의 목소리가 세상을 떨쳐 울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번 결정된 팀은 앞으로도 평생 바꿀 수 없다. 정말 이대로 변동이 없다면, 1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위치하라.
힘들게 결정했는데, 이제 와서 바꿀 랭커는 없었다.
우리는 꿋꿋하게 하늘의 고래를 바라봤고.
이내.
화르륵!
바닥 주변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팀 선정이 완료됩니다.] [당신은 지구 – 불(Fire) 팀에 소속됩니다.]불?
1번이 불 팀이었나?
그럼 다른 팀은?
뭐, 그건 차차 확인하기로 하고.
나는 계속해서 떠오르는 메시지를 읽었다.
[배치고사 준비 완료.] [게시판에 오망성의 힘이 더해집니다.] [앞으로의 랭킹 반영 인원은 현재의 1,000명으로 고정됩니다.] [즉, 랭커가 목숨을 잃을 경우, 새로운 인원이 채워지지 않습니다.]아.
하긴.
랭커들 말고 모두 힘을 거두어갔다니.
누군가 죽어도 채워 넣을 헌터가 없겠지.
‘그러고 보면, 참…….’
세상이 잔인했다.
랭킹 1,000위를 앞두고 있던 1,001위쯤의 헌터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나름 유망한 S급 헌터였을 텐데, 그의 세상은 이미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또 소름인 점.
[랭킹 999위, 선지자(先知者) 권선지] [랭킹 1,000위, 탐지자(探知者) 권탐지]이 두 명.
자칫하다가 능력 잃을 뻔했는데.
이번에 랭킹 들어갈 수 있었던 게 과연 우연인 걸까?
메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표시가 사라집니다.]“어?”
이번엔 나도 모르게 육성이 튀어나왔다.
“응?”
“어?”
“진짜?”
단원들의 마음도 나와 비슷한지, 비슷한 반응을 했다.
???가 사라진다는 말은.
성좌급 표시가 사라진다는 거?
눈을 좁힌 내가 「세계 랭킹 게시판」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다행히 위치상 이쪽에서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당연히 세계 랭킹 1위 자리에는.
[랭킹 1위, 스켈레톤 마스터(Skeleton Master) 주동훈]내 이름이 황금빛으로 박혀 있었고.
그리고.
그 아래 자리에.
[랭킹 2위, 관리자(Manager) 주광철]베일에 싸여 있던 존재가 마침내 그 은색 글자를 드러냈다.
주광철이라는 이름으로.
“……!”
그리고.
그 이름 석 자를 본 나는 그대로 온몸이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