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1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11화
몬스터 대전 (6)
화르륵!
배지민이 소환한 레드 드래곤의 위력은 대단했다.
녀석이 내뿜는 불꽃에 녹아내리지 않는 몬스터가 없었으며.
콰드드득!
날카로운 이와 발톱으로 병력들을 짓뭉갤 때는 묘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흐으, 힘들어.”
내가 온몸을 스트레칭하며 투덜거렸다.
쉬지 않고 전력을 다해 움직였던 터라, 근육이 제발 그만하라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좀 살 만하네.”
“마스터……!”
“교수님, 괜찮아요?”
다나와 아린이 내 쪽으로 왔다.
태양창과 백무흔, 어르신을 비롯한 스켈레톤들은 혹시나를 대비해 아직 좌우에 자리 잡고 있었고.
– 그오오오오오오!
아직도 땅을 뒤집고 있는 노아스와 함께.
유이사는 아예 골드 채집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후.”
그 모습을 보며, 내가 호흡을 뱉어냈다.
안다.
지금이 잠깐의 휴식일 뿐이라는 걸.
그런데도 행복했다. 이 꿀 같은 휴식이.
아마 조금 후면, 저쪽 진영으로 넘어간 우리 드래곤이 잡힐 테고.
다시 적진의 병력들이 밀고 들어오겠지.
‘끔찍하네.’
퉤.
먼지 낀 가래를 뱉어낸 내가 계속해서 타고 있는 건물을 바라봤다.
이제 진짜 큰 거 두어 방만 맞으면 와르르 무너질 상황이었다.
‘이건 수리 같은 거 안 되나?’
될 리가 없지.
“모두 앞으로 이동해. 진형을 땅겨.”
“건물은요?”
아린이 물었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보니까 최대한 거리를 두고 막는 게 오히려 더 편하겠어.”
가까이서 싸우다가 눈먼 칼이라도 맞으면 건물은 끝이다.
멤버 하나가 죽는 거다.
‘건물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약속했잖아.
별천지 모두를 지키기로.
“배지민!”
내가 하늘을 보며 외쳤다.
“어떻게 돼가고 있어?”
[올 마스터(All Master) : 엘드린이 선별한 나무가 대박이에요!] [올 마스터(All Master) : 2배 많이 주면서도 채집 시간마저 10분으로 줄었어요!]“후.”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골드 수급은 유이사가 잘하고 있고.
나무 수급도 원만하다 이거지?
“교수님, 또 오는 것 같은데요?”
눈살을 찌푸린 아린이 지팡이로 투명 벽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본능적으로 꺼림칙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기운.
“기분 나빠요!”
“역시.”
내가 씁쓸하게 웃었다.
“용이다. 그것도 세 마리.”
“용이요?”
“응, 그것도 아마 방어신의 축복을 받은 용이겠지.”
방어신(防禦神).
혹여 이 게임에서 일꾼이 무쌍 찍는 상황이 나올까, 존엄하신 초월자들께서 설정해 둔 것 같은데.
‘몰라.’
상대가 무엇이든.
그저 막아낼 거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언제는 뭐.
쉽게 가능했던 시련이 있었나?
쿠구구구구……!
이윽고.
투명 벽에서 거대한 용 세 마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 * *
“씨발.”
나무를 캐던 플로아가 중얼거렸다.
옆에서 함께 위치한 광전사가 또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돌아봤다.
하늘엔 거대한 용 세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고 있고.
그 아래로는 지겹게 봤던 병력이 다시 정비한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 조졌네.”
파즈즉!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전류가 풀이 죽은 듯 땅에 내려앉았다.
플로아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엘드린이 지정한 나무에 곡괭이를 대고 있는 멤버들.
“……다들 유언은 없냐?”
적막이 흘렀다.
지금껏 열심히 싸웠고, 전력을 다해 발버둥 쳐왔지만.
그들 모두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젠 끝이구나.’
‘여기 있는 사람 중 셋이 죽어 나가겠군.’
‘26명 중 3명이라……. 대충 12% 정도인가? 낮진 않네.’
신벌이 내리고, 레드 드래곤이 솟구쳤을 땐 약간의 희망이라도 보였다.
하지만, 저 갈색 드래곤 세 마리를 눈으로 확인했을 땐.
‘불 보듯 뻔하지.’
‘이건 끝이야. 아무리 길마님이라고 해도…….’
‘사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길마님의 희생 덕이지.’
멤버들은 미안했다.
자신들의 전투력이 약해서.
길마님만 전선에 두고, 여기서 나무나 캐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도 참담하다 생각했다.
단 한 명.
“크하하하핫!”
광전사만이 웃고 있었다.
“미친 아저씨.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
“그럼 이 상황에 울고 있는 것보다야 낫지 않나. 크하핫!”
“…….”
“유언은 무슨 유언이냐. 새끼들아. 동생의 얼굴을 봐라. 어떻게든 우릴 살리려는 저 근사한 눈빛을 보란 말이다. 크하하핫!”
“나도 주인이 우릴 위한다는 것쯤은 알아.”
플로아가 중얼거렸다.
“그래?”
광전사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면 된 거 아니냐?”
“……뭐?”
“3명이 죽는다고? 죽을 수도 있다고? 그럼 까짓거 그냥 죽지 뭐.”
“……?”
“내 말은 여기서 죽은 눈깔 하고 있는 거보다 미친 듯이 웃으며 응원하는 게 낫다는 말이야.”
쿠웅!
광전사가 바닥에 발을 구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는 분하다.”
“……!”
“너희도 분하겠지. 랭커씩이나 되어서 이렇게 무력하게 구경만 해야 한다니.”
“맞습니다!”
멤버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우리가 생각하던 광경은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죽음?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애초에 황천길 구경 안 해본 랭커가 있을까요?”
“다만, 짜증 납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아직……. 길마님의 발끝조차 따라갈 수 없다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그렇다.
여기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없었다.
혹여.
주동훈의 부족으로 ‘중간 타워’가 무너져 내려.
누군가 죽는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자신 있었다.
다만, 결심했다.
만약. 혹시나.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아나간다면, 지금 보다 더 열심히 뛰기로.
더 빡세게 훈련해서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기로.
마음을 다해 다짐하고 있을 때.
쿠과가가가가!
결국.
저쪽에서 날아온 드래곤 세 마리와 레드 드래곤의 혈투가 펼쳐졌다.
수에서 밀리는 레드 쪽이 밀리는 것은 당연한바.
– 키에에에에엑!
콰드드득!
상대측 드래곤 한 마리가 날개를 물어뜯었고, 또 다른 한 마리가 목을 씹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가 입을 쩍 벌리더니.
쑤아아아아아!
레드 드래곤의 면전에 대고 브레스를 뿜었다.
“우와 조졌네.”
“아아, 안타까워라.”
용을 좋아하는 사나이.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가 눈물을 훔쳤다.
그가 키우는 초룡은 현재, 무릉도원에 있다.
특수 능력으로 이곳에 소환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초룡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괜히 애꿎은 목숨만 잃을 수 있어 허락받고 봉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맷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아름다운 용.’
아직도 꿈에 나오는 용.
길마님의 아이.
파괴룡 비나사가 있었다면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쉽지만, 이곳에 비나사는 없다.
그리고.
저 끔찍한 갈색 용들이 미친 듯이 건물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 *
“흐읍!”
내가 하늘로 뛰어올라 방패를 들이밀었다.
콰아아아앙!
용의 머리에 정통으로 받친 내가 허공에 튕겨 나갔다.
“카덴! 계속……!”
“예, 마스터!”
방어신의 가호를 받는 용을 상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벽을 세우는 것밖에 없었다.
저 녀석들이 건물을 부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몸빵을 세우는 거다.
“빌어먹을.”
최고의 방어는 공격!
백무흔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욕설을 내뱉었고.
“네놈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빡센 시련만 다가오는 게냐?”
어느덧 다가온 노인 역시.
만술(萬術)의 비기들을 갈색 용에게 박아 넣었다.
쿠과가가가가가!
처음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용의 위치는 점차 건물에 가까워졌고.
‘이제 더는 버티기 힘들어.’
이를 악문 내 눈빛에 절망의 감정이 담겼다.
“교, 교수님!”
“뭐야!”
내가 황급하게 뒤를 보았다.
아린이 나를 부를 때면, 항상 뭔가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역시나.
“드래곤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런.”
“거, 건물이 무너져요!”
우리 전부가 나서서 용을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머지 갈색 병력이 지상을 통해 그대로 건물에 닿고 있었다.
그들의 질주 앞에 틈틈이 쌓여 있던 스켈레톤 벽이.
와르르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많아도 너무 많아요! 페트록 쪽에서 그동안 건물을 더 지었나 봐요!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텨요!”
“고대 마법 쓸 만한 거 없어?”
“안 통해요!”
아아.
시야가 흐릿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투웅!
눈앞의 갈색 드래곤을 박차고 건물 쪽으로 향했으나, 내가 가기 전에 건물은 무너져 내릴 거다.
‘별수 없는가.’
억울했다.
이토록 노력했는데, 결국은 안 되는 일도 있는 거였나.
마침내 한 마리가 건물을 푸욱 찔렀다.
또 다른 한 마리가 철퇴로 지붕을 때렸다.
푸스스스…….
무너져 내리는 건물.
이제 마지막 기둥 하나만 남았다.
저기에 기사의 검이 닿는 순간, 아군 중 하나의 목숨이 사라진다.
“안 돼!”
휘이이잉!
안광을 뿜어내는 기사의 마지막 일격이 건물에 닿는 그 순간.
두쿵!
세상이 멈추었다.
시간의 흐름이 멈추고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뭐, 뭐지?’
동시에.
[띠링!] [지구 – 불(Fire)팀의 승리!] [‘몬스터 대전’이 종료됩니다.] [지구가 점수 5점을 획득합니다.] [페트록이 점수 2점을 잃습니다.]콰앙!
아군 승리 인장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 * *
“나이스, 이거지!”
주먹을 꽉 쥔 배지민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와.”
그 옆에서.
카푸가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배, 이걸 정말 다 계산한 건가?”
“아무렴요.”
배지민이 싱긋 웃었다.
바닥에는 놀랍게도 페트록에 대한 정보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 인구는 200 내외로 추정.
– 골드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
– 지금껏 만든 건물, 영웅들의 개수를 역산……. ##@@
– 마지막, 드래곤 세 마리 뽑음. 나무 30개.
– 결론 : 나무가 부족할 수밖에 없음.
“페트록의 지휘관도 분명 우리의 인구를 예측했을 거예요. 그 결과 절대 이것만큼은 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겠죠.”
이것.
바로 ‘게임 승리’였다.
[게임 승리 – 5,000골드, 50나무]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이겨 버리는 사기 건물.
“다 엘드린 덕이죠.”
적은 인구로 50 나무를 빠르게 모을 수 있었던 것.
“후후.”
배지민은 솔직히 적 팀에서 드래곤 세 마리가 나왔을 때 비명을 내질렀었다.
경악의 비명이 아닌, 환희에 찬 비명.
막무가내로 건물을 지었던 저들에게 나무가 부족한 건 당연했고.
그 부족한 나무마저 드래곤을 뽑는 데 다 썼을 테니까.
“하아.”
회색으로 가려진 화면을 바라보며.
배지민이 털썩 주저앉았다.
“해냈어.”
급박한 상황에서 지휘 장소로 이동하라는 갑작스러운 길마님의 명령에.
제대로 대답도 못 하고 뛰어간 상황에서, 부담이 안 되었다면 거짓말이다.
임무를 떠나, 멤버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으니까.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야.’
배지민이 손에 송골송골 맺혀 있는 땀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언제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땀나도록 발버둥 친 적이 있던가?
없었다.
그녀에게 사람이란 이기적인 동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나쁘지 않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배지민은 그 순수한 기쁨을 성인이 되고 처음 느껴보았다.
별천지를 승리로 이끌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