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4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48화
창조룡 일레오르
공간이 그야말로 공포로 가득 찼다.
“…….”
그 누구도 입을 벌리는 자가 없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용.
콰득!
이미 이 행성 주변을 용이 휘감은 채, 초월자들을 요리하고 있었다.
콰드득, 꿀꺽!
‘이, 이게 무슨.’
폭력신(暴力神) 바오는 믿을 수 없었다.
무신 옆에 왜 이딴 창조룡이 존재한단 말인가.
‘아니, 그전에.’
고룡급 파괴룡이나 창조룡은 전설 속에나 존재하던 것 아니었어?
순간적으로 현실감이 사라졌다.
‘켈베로스 이 개새끼가.’
적당한 놈 데려오라 했더니, 뭔 창조룡을 데려오고 지랄이야?
바오가 미친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떤 스킬을 써서라도 도주하고 싶은 마음에.
하지만, 그 어디에도 빠져나갈 공간이 없었다.
– 이게 무슨 일인가!
그때였다.
저 멀리서 황당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왕님!”
바오가 외쳤다.
그의 유일한 희망이자, 정수 십만 개 이상을 소지하고 있다는 초단급 존재!
그가 나타난 것이다.
아아, 그래.
바오는 희망을 잃지 않았었다.
그 누구에게나 압도적이고 공포스러웠던 적왕.
그만 있다면 이 끔찍한 순간도…….
– 엥? 이, 일레오르 님이 어째서 이곳에!
하지만.
적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바오가 예상한 류의 그것이 아니었다.
‘뭐?’
꾸욱!
바오의 주먹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일레오르 ‘님’?
분명 ‘님’이라 했다.
그 광오하던 적왕이 존칭을 썼단 말이다.
– 어떤 머저리들이 감히 일레오르 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까!
아아.
바오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 강력했던 적왕이 완전히 자세를 굽힌 채, 설설 기고 있다.
‘이건.’
끝이었다.
그냥 오늘이 죽는 날이었다.
강도질을 하면서 언젠가 잘못 걸릴 날이 올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래서 적당히 먹고 빠지려고 했었지만…….
그게 왜 하필 오늘이란 말이냐!
“어, 어떡합니까. 이제?”
주변에 피신해 있던 초월자들이 덜덜 떨며 물어왔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답이 없는 문제인 것은 둘째치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저들 모두 한 행성에서 최강자를 먹었던 전적이 있고, 수백 년 이상 힘을 쌓아온 초월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눈앞의 상황을 보고 어떡하냐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그건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튀자.
실패하더라도 튀고 나서 생각…….
콰득!
하지만, 바오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날름, 꿀꺽!
부서진 행성을 감싸고 있던 창조룡이 그를 집은 후 씹어 삼켰기 때문이었다.
“…….”
방금까지 옆에 있던 초월자 중 하나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 원초적인 광경에, 바오에게 물었던 초월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 * *
적왕은 황당했다.
그의 정수 개수가 10만 개를 살짝 넘겼다.
그야말로 초단급 중에서도 막내.
‘이 새끼들이 적당히 건들라니까.’
건드려도 자신과 비슷한 급을 건드렸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
설득하거나, 얘기로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
불법적인 일이니만큼, 정수 몇 개로 입을 싹 닫을 수도 있고.
그런데?
‘하필 건드려도 일레오르를 건드냐고.’
초단급 즈음 되면 우주에 몇 없는 창조룡이나 파괴룡의 이름 정도는 외워둬야 한다.
특히나 일레오르는 그런 창조룡 중에서도 거의 끝판왕이었다.
백색의 머리칼.
일곱 신과 가장 비슷한 생김새인 ‘인간’의 모습을 한 사내.
‘하긴.’
쟤들은 모르겠지.
워낙 몇천 년 만에 한 번씩 등장하곤 해서, 단급 이하 초월자들은 그를 잘 알지 못한다.
‘정수 100만 개는 기본으로 넘길 거고.’
1,000만 개까지 추측하는 동료도 본 적이 있었다.
– 음? 날 아는 놈이 있었어?
쿠구구구구……!
수하들을 상대로 만찬을 펼치고 있던 창조룡이 고개를 틀어 적왕을 응시했다.
“끄흑!”
그 시선만으로도 온몸이 옥죄여오는 느낌을 받았다.
– 날 아는 건 둘째치고. 애송이가 외곽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잘도 살아남을 줄 알았나? 클클.
이런 짓.
수하들이 하던 강도질을 말하는 것이리라.
– 오, 오해입니다! 일레오르 님!
– 오해? 오해는 무슨 오해.
–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저 취미 생활로 단체를 구성했는데, 그사이 아랫것들이 알아서 저지른 일입니다!
적왕은 우선 변명하기로 했다.
이런 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일레오르도 어쩔 수 없을 거다.
갑자기 엄청난 살육으로 수많은 초월자의 목숨을 취하면, 그 소식이 일곱 신(神)의 귀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
일곱 신은 통제되지 않는 곳에서의 활동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곳은 우주 중에서도 외곽.
아무리 창조룡이라 하더라도, 장성급 신의 눈치는 볼 수밖에 없을 거다.
– 흐으음, 그래?
역시!
적왕이 반색했다.
– 예, 그렇습니다! 감히 놈들이 창조룡 어르신의 존함도 몰라보고 설쳤으니, 죽어 마땅하지요!
– …….
– 다만, 이렇게 살육을 저지르는 것보다 정수 몇 개만 취하시는 게 더 나은 방식 아니십니까?
– 클클, 이야기가 좀 통하는 놈이 왔군.
번쩍!
그 커다란 일레오르의 몸뚱이를 빛이 휘감았다.
동시에.
스스스슷!
다시 이전 꽃미남의 모습으로 돌아온 창조룡.
“그래.”
일레오르가 피식 웃었다.
“어디 한번 살아남은 놈들 다 집합해 봐.”
그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에.
와르르르르!
초월자들이 광속으로 그의 앞에 집합했다.
숨 하나 껄떡이지 않고 오와 열을 맞춘 채, 시선을 내리깔았다.
“…….”
뒤에서 지켜보던 네달람이 감탄했다.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광경이 무신에겐 새로웠다.
새로우면서도 압도적이었다.
“그래그래. 이게 너희들이 말하는 정도지. 맞지?”
“그렇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빼애애액!
초월자들이 고막이 울려라 소리를 질러댔다.
“그럼 어디.”
일레오르가 빙그레 웃는다.
“감히 내 앞에서 협박을 시도한 대가가 얼만지 한번 들어나 볼까?”
“…….”
적왕을 포함한 모두가 눈을 질끈 감았다.
네달람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와 동시에, 속으로 다짐했다.
세상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이제 막 초월자가 된 그의 눈에 우주는 너무도 광활하고 거대했다.
* * *
현 시각, 무릉도원.
“끄, 끄아아아악!”
“끼아악!”
훈련장 한쪽에서 팀장들이 노인에게 구타당하는 기괴하고도 평화로운 장면 속에서.
“으아아아아아! 드디어!”
광전사(狂戰士) 장대웅이 양 주먹을 불끈 쥐고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고는 기분 좋다는 듯 웃어 재꼈다.
“크하하하하하핫! 드디어 나도 성좌다! 성좌!”
“아니, 뭐가 그렇게 좋다고 고함을 질러대?”
그런 그의 옆에서 뇌명(雷鳴) 플로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중 제일 늦게 달성해 놓고는.”
“크하핫! 그래서 더 기분이 좋다!”
“뭐야?”
“동생이 그랬잖아. 기초가 튼튼할수록 성좌로 가는 길이 더욱 어려울 거라고. 그 말인즉슨 내가 너보다 기초가 더 튼튼하다는 말 아니겠나? 크하핫!”
“……뭐래.”
플로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우우.”
그와 동시에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렇다.
장대웅, 플로아, 기소율, 맷 제랄드, 도하랑, 에밀리, 봉재영.
그때 주동훈에게 특훈을 받았던 이 일곱이 마침내 성좌급에 올라섰다.
배치 고사 전 마왕이나 천마 정도의 실력까지 올라선 거다.
‘이게 이런 느낌이구나.’
숨 쉴 때마다 신기했다.
마치 지금까지 혼탁한 기운만을 받아들이고 뱉었다는 듯, 들어오는 공기가 너무도 상쾌했다.
또한 그 공기가 기운이 되어 단전과 심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어쨌든, 다들 고생했어.”
“다들 고생 많았네요. 근데 뭐. 이제 시작이니까요.”
암제(暗帝) 기소율.
암살의 극(極)을 보아, 성좌가 된 그녀가 힐끗 옆 훈련장을 바라봤다.
이미 성좌가 된 이들은 또 노인에게 얻어터지고 있다.
참.
성장에는 끝이 없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산 정상인 줄 알고 도착해서 ‘야호!’ 외쳤더니, 그 능선길로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
“그전에.”
털썩.
플로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예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우리도 이제 팀을 좀 짜야 하지 않겠냐?”
“팀?”
광전사가 다가오며 물었다.
“응, 팀. 주인이야 뭐 일인 군단이라 쳐도. 우리 별천지는 아니잖아. 앞으로 리그도 계속 뛰어야 하는데, 말하지 않아도 딱 나뉠 만한 그런 팀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동감이에요.”
기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장대웅과 플로아 통제 아래, 다르게 찢어져 움직이다 보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상황이 급박하다 보면, 명령이 겹치기도 했고.
“동훈 씨가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우리끼리 철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명령체계가 필요해요.”
“흐음.”
광전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들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좋아. 몇 팀?”
“흠, 비전투 멤버들 빼고 주인이랑 배지민 빼면 딱 20명이거든.”
“10명씩, 두 팀으로 나누면 딱이겠네?”
“그렇지.”
“오케이.”
광전사가 콜을 외쳤다.
“그럼 다 여기로 모이라 해.”
* * *
김진아를 제외한 별천지의 랭커는 총 26명이다.
거기서.
주동훈과 배지민은 한 쌍처럼 같이 다니니 제외.
지도익과 양정애는 생산직이니 제외.
권선지와 권탐지는 김진아가 컨트롤하는 랭커이니 제외.
이렇게 총 여섯을 제외하면 20명이 된다.
각 팀장은 제일 통솔력 있는 둘.
바로 광전사와 뇌명이었다.
일단 멤버들이 훈련을 중단한 채, 모두가 모였다.
먼저.
“크하하핫! 우리 팀의 이름은 미친놈들이다! 선착순으로 지원받는다!”
장대웅이 양손을 허리에 짚은 채,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누가 오냐?”
플로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과는 달리.
“응?”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장대웅 쪽으로 이동했다.
맷 제랄드, 봉재영, 프랭클, 카푸, 길리엄, 막시, 로렌, 블라디미르, 장웨이, 변승태…….
“뭐야.”
플로아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다 남자 새끼들이잖아?”
“크하하핫! 역시 미치는 것의 매력을 아는 친구들이로구만!”
생각해 보니, 애초에 팀 이름을 미친 ‘놈’들이라 했다.
남자만 모일 수밖에 없었다.
그와 반대로.
기소율, 도하랑, 에밀리, 묘이 하나, 니노마에 노아, 권소예, 임수진, 아녜스…….
여덟 명의 여성들은 플로아의 뒤에 섰다.
“아.”
플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게 편하긴 하겠네.”
성(姓)과 싸움은 별개라지만, 리그 간 미궁 탐험 등 오래 붙어 있어야 할 요소들이 있는 만큼.
남녀로 나누는 게 깔끔할 것 같긴 했다.
“남자 11명, 여자 9명으로 나뉘겠지만. 괜찮겠지?”
“크하핫! 그전에 너희 팀명은 뭐냐!”
“우리 팀?”
플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팀명을 꼭 정해야 해?”
“그냥 미친년들로 하시죠?”
백마도사(White Magician) 도하랑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뭐?”
“어차피 우리 다 미쳐야 살아남는 세상이잖아요. 그냥 딱 맞춰서 미친놈들, 미친년들. 멋지지 않아요?”
“……딱히 멋지진 않은데.”
플로아가 주변을 바라봤다.
다들 표정을 모르겠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하나 확실한 건, 다들 팀 선정은 대충 하고 빨리 훈련하러 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래.’
중요한 건 팀명이 아니지.
하루빨리 강해져서, 주인……. 아니, 길마님께 도움이 되는 거다.
“오케이. 까짓거 그렇게 하자고.”
플로아의 결단으로 별천지는 단숨에 네 팀으로 나뉘게 되었다.
1. 주동훈과 배지민.
2. 김진아를 비롯한 지원팀.
3. 미친놈들 11명.
4. 미친년들 9명.
이들이 바로.
별천지의 핵심을 이루는 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