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5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53화
강화신(2)
강화신의 등장은 한동안 지구를 들썩이게 했다.
세계의 온갖 헌터들이 무기를 강화해 보겠다고, 드엘 공방으로 모여들었으며.
한국 외교부에서는 그 인기 때문에 급히 특별 대책반을 꾸릴 정도였다.
물론.
– 허허허, 또 손이 미끄러졌는데?
– 아이쿠, 이게 왜 그러나 자꾸.
– 미안하네. 내 예전에는 이런 실력이 아니었는데……. 노망이 나서 말일세. 이해해 주게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백운호수 위는 곡소리로 가득 찼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이 미친 새끼! 내 무기 돌려내! 강화해 달랬더니, 누가 부수랬냐?”
“……저기요. 여기 주의사항 쓰여 있잖아요.”
강화신의 화신이 머무는 곳에는 빨간색으로 푯말이 걸려 있었다.
[파손 주의] [자꾸 손이 미끄러집니다.]물론 그 말은 일반 헌터들에게 큰 소용이 없었다.
로또가 당첨금에 비해 확률이 낮은데도 구매하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대박의 꿈 때문이다.
└ 인증합니다 +5강 성공했어요. 전 여기서 딱 멈추렵니다. 성능이 어떠냐고요? 제가 원래 B급이었는데, 혼자 A급 던전 거뜬히 돌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별천지 덕분에 무가지보를 얻었어요!
└ 여기 +7강 성공한 활 100억에 팝니다! 본래 B급이었는데 거의 S급 이상 성능 내요! 인증 가능합니다!
└ 와 +7강 ㄷㄷ
└ 미쳤네;;;
└ 구라 아니냐?
└ 저분 진짜임. 검색해 보면 강화하는 거 실시간으로 찍어놓은 영상 있음.
강화는 +9강이 끝이다.
이는 화신이 직접 말한 내용이니 확실하다.
하지만 +8강 이상은 본 적이 없었다.
강화신이 비치된 지, 어언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7강 한 번 나온 게 다였다.
+7강의 주인공은 미국의 한 B급 헌터.
그 당시.
강화를 지켜보던 모든 헌터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축하한 터라, 이미 그 헌터는 유명해졌다.
행운의 사나이로 TV 프로그램에도 나올 정도.
쪼르륵!
무릉도원 회의실.
부드러운 모카 향의 커피가 천천히 따라졌다.
훈련을 마치고 잠깐 회의실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중, 김진아가 한잔 내려준 것.
“으음.”
주동훈이 향을 즐김과 동시에 따듯한 커피를 목으로 넘겼다.
“어째, 커피 타는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데요?”
신기했다.
이제 김진아의 위치면 커피를 타는 것보다 타오라 시킬 텐데.
어찌 이렇게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하핫, 사람이 좋으니까, 향과 맛도 좋게 느껴지는 것 아니겠어요?”
귀엽게 혀를 내밀며 웃는 김진아.
“그런가요?”
뭔가 자화자찬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또 틀린 말은 아니다.
주동훈이 홀짝홀짝 맛있게 넘기자, 김진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나저나 길마님.”
“예.”
“요즘 소식 들으셨죠?”
“뭐요, 강화요?”
“어! 잘 아시네요?“
김진아가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맨날 훈련만 하시느라 아예 모르시는 줄 알았는데.”
“알기야 알죠.”
다만.
주동훈은 굳이 강화신을 찾아가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이 신살(神殺)급 무기를 강화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임과 동시에.
‘정수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그들은 초월자들만 보면 숨는다.
그 강한 존재들이 들키지 않으려고 쭈구리가 된다.
그 와중에 직접 그 강화신이란 자에게 찾아간다?
내 복을 내가 발로 차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한번 가 보시는 게 어때요? 길마님 그 화르륵! 하고 나오는 무기! 엄청 세잖아요. 혹여 무기 파손될까 걱정되시는 거면…….”
김진아의 말에 주동훈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권선지요?”
“어, 이것도 아시네. 뭐야. 만술이라더니 독심술도 익히신 거예요?”
“당연히 생각해봤죠. 권선지 기력으로 성공할지 안 할지 미리 체크한 다음에 시도하면 되잖아요.”
“……근데 왜?”
주동훈이 어깨를 으쓱였다.
“걱정해 주시는 건 고마운데, 전 강화신 같은 거에 의지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엔 강화신보다도 훨씬 더 세질 거거든요.”
“……와.”
“조금 감동이었죠?”
“아뇨, 완전히 틀어막히셨는데요? 아아, 세상에. 우리 길마님이 나이가 드시더니 이렇게까지 틀어막히셨을 줄은…….”
김진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이, 에이.”
주동훈이 손을 휘저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김진아에게 모든 사정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투욱.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고 일어서자, 김진아가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혹여 생각 바뀌시면 꼭 부르셔야 해요! 선지 기력 아껴둘 테니까!”
“네네. 혹여 그런 순간이 오면, 그렇게 합시다.”
* * *
그때까지만 해도 강화신에게 절대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도박적인 플레이를 좋아하긴 해도, 정수들에게 해가 갈 수 있는 행동은 하기 싫었으니까.
하지만.
“응?”
이질적인 느낌.
그래.
훈련을 마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을 때.
화르륵!
눈앞에 화(火)의 정수가 피어올랐다.
나타난 것은 화(火)뿐만이 아니었다.
촤르륵!
까칠한 기운의 물방울, 수(水)의 정수.
바닥에서 돋아나는 나무 모양의 목(木).
그리고 황금색 덩어리의 금(金).
마지막으로 황토색 위에 돌무더기인 토(土)까지.
“……이건.”
확실했다.
이들은 내가 힘겹게 모았던 다섯 정수가 분명했다.
“정수님들?”
그동안 그토록 대답 없던 분들이 갑자기 내 앞엔 웬일이래?
설마 꿈인가?
맞네.
볼을 꼬집어보니, 아프지도 않은 게 확실한 꿈이었다.
다만, 신기한 것은 그걸 알아챘음에도 깨지 않는다는 것.
– 주동훈, 급하니까 들어라.
– 맞아, 시간 없으니까. 귀 크게 열고 듣고. 깨어난 후 잊으면 안 돼.
화(火)와 수(水)가 순차적으로 말했다.
다른 정수는 가만히 있고, 화(火)가 가장 정중앙에 나서는 게.
무언가 현재 그들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일단, 강화신(強化神) 솔매. 저놈의 실력은 진짜다.
화르륵!
화(火)가 불을 피우며 말하자, 수(水)가 물방울을 위아래로 끄덕이듯 움직였다.
– 맞아. 저 강화신 놈. 기억나지? 비나사 나타났을 당시 네놈을 심판대에 올렸던 네 명의 감사단 중 하나.
아.
기억난다.
[강화신(強化神) 솔매가 등장합니다.]그때, 이런 메시지와 함께 나타났었는데.
그 강화신이, 그 노망난 할배였어?
– 솔매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대장장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억겁의 세월을 보내온 바람에 정신이 오락가락하긴 하지만, 우주 전쟁 당시 솔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기였어. 아마 감사단에 들어간 것도 그 세월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거다.
화(火)의 설명에 내가 눈을 빛냈다.
우주 전쟁?
정수들에게 과거의 일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 게다가 솔매는 나랑도 친했었다.
쿠드드득……!
황금빛 덩어리가 힘껏 커졌다가 다시 줄어들었다.
“금의 정수님?”
– 그래, 광속과 대장장이는 가까울 수밖에 없는 사이거든.
– 어이, 시간 없으니 사적인 얘기는 그만하고 결론만 말하자고. 이러다 들키겠어.
수(水)의 간섭에 금(金)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결론만 말하자면……. 녀석에게 강화를 받아라. 강화만 받을 수 있다면, 그놈들에게 들키지 않고도 우리끼리 소통이 가능하겠지.
헐?
정말요?
– 기억하나? 우리가 너와 소통하면서, 예비 계약자는 우주에 수없이 널려 있으니 괜찮다고 했던 것.
기억난다.
특히 수(水).
저놈이 자주 그랬지.
시간은 무한하고 대안도 많다고 했었나?
특히 매번 나보고 벌레라 했었다.
– 이제는 아니다.
“예?”
– 이제 우리는 너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대안? 너보다 나은 대안도 없다.
– 야, 금(金)! 그걸 까버리면 어떡해? 이 새끼 기고만장해진다고!
– 조용히 해라, 수(水).
– …….
– 우리 역시 네가 말하는 한낱 벌레의 도움이 필요한 처지 아니더냐. 예의를 갖춰라.
– ……예의는 개뿔. 내가 살아도 저놈보다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을…….
– 수(水).
– 아, 알았어! 알았다고.
물방울이 토라진 듯, 뒤로 물러났고.
황금 덩어리가 더더욱 기세를 올렸다.
– 일단, 시간 없으니. 우선 강화를 시도해 봐라. 혹시 모르니 솔매에 대한 정보도 몇 가지 알려주도록 하겠다.
그렇게.
나는 정수들과 꿈속에서 대략 10분간 더 대화를 나누었고.
“으음…….”
그날, 아침에.
그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
다행인 건, 꿈이 나름 생생해서 기억이 오래 머문다는 것.
“후.”
어쩌냐.
어제 강화 안 한다고 못을 박아놨는데, 하루아침에 바뀌게 생겼네.
‘그래도.’
픽.
주동훈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김진아가 방방 뛰며 좋아할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간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강화란, 더 강해질 수 있는 것.
이제 재물에 관심이 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었다 해도, 조금 더 강해질 수 있는 것은 또 얘기가 다르다.
‘나도 강화.’
주동훈이 히죽 웃었다.
* * *
“길마니이이이임!”
채팅으로 소식을 접한 김진아가 회의실로 달려 나왔다.
“시간 끌 거 없어요! 바로 가시죠!”
“……예?”
“권선지한테 이미 물어봤거든요! 세상에, 강화 성공이래요!”
“……정말요?”
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게 예언이 되는 거였어?
“대신 기력 좀 썼어요. 그리고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해요. 만약 더 보고 싶으면, 일단 강화를 하고 나서 다시 봐야 한대요.”
“……와.”
예전부터 느끼던 건데.
권선지, 권탐지 자매가 진짜 사기긴 했다.
사람의 참 거짓을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가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 아니던가.
“근데.”
내가 김진아를 빤히 쳐다봤다.
흠.
뭔가.
복장이 원래 입던 것과는 살짝 달랐다.
원래는 아예 후줄근한 옷이나, 아예 격식 차린 옷만 입던 그녀였는데.
지금은 아이보리색 폴라 니트에 진청색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
데일리룩인 듯하면서도 뭔가 스타일리시한 느낌?
“……설마 그러고 나가실 거예요?”
느낌이 싸하다.
더군다나 김진아면 전 세계에서 알아보는 유명인사 아니던가.
“왜요, 문제 있어요?”
김진아가 빙긋 웃었다.
동시에.
“여기.”
신기하게 생긴 가면까지 내밀었다.
수리부엉이 모양의 가면이었다.
“가면은 왜…….”
“어, 모르셨어요? 요즘 유행인데.”
“어?”
“사실, 유행은 아니고 제가 시킨 거예요. 불편하잖아요.”
요지는 이랬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랭커는 이제 920명이고, 그 랭커 하나하나를 모든 사람이 알아볼 정도로 현재 랭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자국의 랭커다?
모르면 거의 사형감이었다.
중고등학교 시험 문제에 나올 정도였고.
전 국민이 달달 암기하는 수준이다.
그런 상황에서 맨 얼굴로 길가에 나간다?
나 잡아먹으쇼~ 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김진아가 지침을 내렸단다.
– 앞으로 모든 랭커들은 나갈 때, 랜덤으로 가면을 쓰고 나갈 것!
별천지와 그 하부 빅3에 떨어진 지침은 점차 퍼져 나가 모두에게 전파되었다.
무릉도원 입구에 수많은 가면제작사가 나타났고.
랭커들은 나갈 때마다 그것을 구매했다.
오히려 그러니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일반 헌터들이나 시민들 역시 가면을 쓰고 다니기 시작한 것!
이는 특별한 효과가 있었다.
가면을 쓰는 것만으로도, 깡패나 저급한 헌터들이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
저 수많은 가면인들 중 랭커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랭커들도 귀찮지 않고, 범죄 예방도 되고!
“오오, 좋은 취지네요.”
김진아의 설명을 들은 내가 냉큼 가면을 받아 들었다.
가면의 유래는 잘 알았고.
자, 이제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