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5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56화
– 강화신의 진정한 강화를 받았습니다. 정수의 힘을 기존에 비해 훨씬 더 잘 끌어낼 수 있게 됩니다. 정수의 존재감이 낮아집니다. 정수의 힘을 받아들일 때의 페널티가 감소합니다.
이번 강화로 새로 추가된 옵션이었다.
정수의 힘을 더욱 강하게 끌어낼 수 있다는 건, 앞으로 이 신살(神殺) 무기의 효능이 더욱 뛰어나질 거라는 말.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소리였다.
게다가.
‘존재감이 낮아졌다고 했지.’
원래는 정수의 힘이 뛰어나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
아주 위기의 순간에, 정수들이 개입해 힘을 빌려주는 것이 다였으며, 그마저도 이제는 응답조차 하지 않았었다.
‘아마.’
현 우주를 관장하는 신(神)들에게 들킬까 봐겠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힘을 어느 정도껏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정수의 힘을 받아들일 때의 페널티가 감소한다는 말은, 이제 그 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도 되는 거잖아?
확실히 기대됐다.
거성(巨星)의 위치에 오른 나는 이제 더 이상 수련으로 강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극(極)이라는 게 그렇다.
이미 인간이 오를 수 있는 한계 끝까지 올랐는데, 수련으로 어찌 더 강해질 수 있을까!
다만, 나 역시.
더 강해질 방법이 있다면, 이런 무기의 힘을 빌리는 거다.
화르륵!
내가 화(火)의 힘을 이용해 창을 생성했다.
아아.
붉게 달아올랐다.
쿠구구구구……!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내 손안에서 꿈틀거리며 타올랐다.
‘으음.’
팔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뭔 놈의 힘이…….’
성좌에 오르면서 이제 웬만한 기력은 버틸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 자신감은 결코 근거 없는 오만이 아니었다.
당장 오락가락하는 강화신이 잠깐 힘을 풀었어도 견딜 수 있었고.
심판대에 네 초월자가 소환했을 때도 참을 만했다.
‘그런데.’
내 손아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힘’은 차원이 달랐다.
근원적인 공포.
알 수 없는 심연을 내려다보는 느낌에 당장에라도 무기를 역소환하고 싶었다.
[화(火)의 정수가 웃습니다.] [익숙해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제 계약자가 다뤄야 할 힘이니…….]화(火)가 따듯한 의지를 전달하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갓 잡은 새우처럼 날뛰려던 공포가 조용히 주저앉는 기분이었다.
인사를 건네오는 것은 화(火)뿐이 아니었다.
[목(木)의 정수가 오랜만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대답이 없어서 서운했냐고 묻습니다.] [금(金)이 빙그레 미소 짓습니다.] [토(土)가 따듯하게 웃습니다.]앞다투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상태창들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낄 찰나.
[수(水) : 지랄.]“응?”
뭐야.
쟤는 또 왜 이래?
문득 느끼는 건데, 아무리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라 하더라도 그 정신 상태마저 성숙해지는 건 아닌 것 같았다.
하긴.
우리 비나사도 끔찍하게 강한데, 아직 내 눈에는 애니까.
[수(水) : 아니.] [수(水) : 계약자, 너한테 한 소리 아니야! 짜식아!] [수(水) : 화, 목, 금, 토가 놈들한테 하는 소리지.]아?
그러고 보니, 수(水)의 상태창이 조금 신선했다.
카푸의 채팅창과 비슷하게도 말할 수 있는 건가?
[수(水) : 이제 상태창 흉내 같은 거 안 내도 되잖아?] [수(水) : 그냥 편하게 이렇게 대화해.] [수(水) : 그게 계약자한테도 좋을걸? 맞지?]으음.
확실히 이게 편하긴 했다.
혹여 조언을 받을 일이 있을 때, 두루뭉술한 것보다 이렇게 직관적인 대화가 편하니까.
[수(水) : 거봐. 편하다잖아.] [목(木) : 계약자 편한 대로 하는 게 맞죠. 우리야, 뭐. 굳이 이런 언어 없이 의지 전달만으로 소통할 수 있다지만, 계약자는 그게 아니니까…….] [화(火) : 수, 저놈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계약자가 편하다면 그리하지.]“예, 전 좋습니다.”
뭐든 좋았다.
그동안 궁금하던 정수들과 소통이 된다는 것 자체가 무궁한 발전이다.
[수(水) : 일단 저번에 말했다시피, 우린 계약자. 네놈을 인정했어.] [수(水) : 우리 무기를 가지고 있는 애 중에 가장 강한 게 네놈이거든.]수(水)의 인정이라.
이거 기뻐해야 하는 건가?
[수(水) : 다만 자만하지 말아라.] [수(水) : 오히려 네놈은 더 위험에 쉽게 노출될 거다.] [수(水) : 지금 우리의 힘을 잘 활용만 할 줄 안다면, 리그는 물론이고 웬만한 초월자들까지 모조리 작살 내는 건 일도 아니겠지.] [수(水) : 하지만, 그렇게 날뛰다가 더 거대한 놈들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작살 나는 건 네놈일 거다.] [수(水) : 네놈은 너무 무모해.]“…….”
실로 어마어마한 소리였다.
정수들의 힘으로만 이 ‘리그’를 박살 내는 게 가능할 정도라니.
[목(木) : 일단 우리 소개부터 하죠?] [목(木) : 우리가 인정한 이상, 정식적으로 우리가 누군지는 알아야 하니.] [수(水) : 그건 당연히 아는 거 아니었나? 병신이 아니면 대충 짐작은 했을 텐데.]예.
짐작은 했죠.
아이템 설명에도 쓰여 있고, ‘고대 마법’(SSS급)이 손이 없어질 정도로 비벼대는데 모를 리가 있나.
이들은 아마도 구신(舊神).
이 우주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던 자들일 거다.
모종의 이유로 자리에서 밀려났고, 혹여나 들킬까 내 몸에 기생해 눈칫밥이나 먹으며 사는 거겠지.
[수(水) : 이 새끼……. 말넘심인데?]“맞잖아요.”
아마 저들은 나를 이용해, 이 우주의 자리를 다시 찾으려 할 거다.
어찌 보면 뻔하디뻔한 클리셰다.
[수(水) : 야야, 그만해. 아프잖아.] [화(火) : 원래 진실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법이지. 네 말이 맞다, 계약자. 지금의 신(神)을 자처하는 녀석들은 과거 우리의 힘을 빼앗은 후, 우주의 생명체들을 제 입맛대로 재단하며 장난질 치고 있어.] [목(木) : 우주란 본디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 것을……. 본인들의 유흥거리를 위해 ‘리그’라는 것과 ‘시스템’이라는 걸 만들었죠.] [금(金) : 우리는 그 시스템이라는 것의 허점을 파고들어 이곳에 들어왔다. 일개 초월자들이 만든 것이다 보니, 빈틈이 많더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녀석들은 이 리그 자체를 싫어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힘이 없으니까.
생존을 위해 ‘리그’라는 것을 따라주고 있지만, 사실 난 끌려다니는 이런 상황 자체가 극혐이었다.
아버지가 빤히 저 멀리 살아계신 데, 만날 수도 없고.
누군가에 의해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 초월자들은 베팅이란 것을 통해 즐긴다.
마치 콜로세움에 붙잡힌 사자가 된 기분.
더러웠다.
“후.”
내가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정수님들은 제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수(水) : 응, 그게 맞지.] [수(水) : 그동안 말을 험하게 한 게 있다면 미안하다. 그땐 네놈이 진짜 벌레보다 못한 존재여서…….] [목(木) : 수?] [금(金) : 말을 좀 조심해 줘라, 수.] [수(水) : 아, 알겠다고. 알았어.]“뭐든 좋아요.”
내가 미소 지었다.
“어차피 저도 정수님들이 필요한 건 매한가지니까. 대신.”
촤르륵!
내가 처음으로 수(水)의 힘을 끌어내 창을 생성했다.
매번 타오르는 창이 아닌, 고압축 된 물의 창이 만들어졌다.
원래는 사용할 수 없었는데, 녀석이 힘을 빌려준 거다.
“이 끔찍한 힘을 제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수(水) : 그건 당연하지.] [수(水) : 앞으로 꽤나 힘든 시간이 될 거다.] [수(水) : 다만, 우리 힘은 한낱 벌레가 다루기 쉽지는 않을…….]채팅이 만들어지고 있을 찰나.
화르륵!
수의 채팅이 불타올랐다.
[목(木) : 수…….] [화(火) : ……저 새끼는 같은 지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단세포로군. 계약자를 그만 자극해라.]“아뇨, 전 괜찮아요.”
누가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그저 내게 힘만 줄 수 있다면.
그래도.
예전엔 ‘벌레보다 못한 존재’였는데, 이제는 ‘벌레’로 격상했잖아?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화(火) : 일단, 천천히 힘을 기르며, ‘리그’ 시스템을 따라라. 천천히 기반을 갖춰야 한다. 우리를 최대한 이용해라. 솔매 같은 초월자들을 네 편으로 만들어라. 그 후, 네가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혔을 때…….]말을 끝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전쟁.”
싸울 거다.
저 보이지도 않는 이 우주의 진정한 지배자들과.
인류는 ‘자유’의 소중함을 이미 맛보았다.
그렇기에 그들이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상, 언젠가는 싸워야 할 대상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힘을 가졌든 말이다.
[화(火) : 맞아. 그리고 또 하나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뭔데요?”
[화(火) : 이제 슬슬 찾아야지. 남은 두 정수의 파편을.]“아.”
화, 수, 목, 금, 토.
다섯 개를 모았으니, 나머지 두 개가 남았다.
바로 일, 월.
빛과 어둠이었다.
[화(火) : 두 파편의 위치는 마계와 천계에 있을 거다.]“……마계?”
굉장히 친숙한 지역이었다.
마왕 잭 스미스가 활동하는 세계잖아?!
등잔 밑이 어둡다고, 거기에 정수가 있었어?
[화(火) : 계약자. 파편을 찾아라. 이 무기의 봉인을 풀고, 진정한 힘을 개방시켜라.] [화(火) : 우리는 이제 네 옆에서 항상 널 지켜볼 거다.]“……예, 알겠습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행선지가 생겨 버렸다.
까앙, 까앙!
– 으핫! 거의 끝나간다!
까앙, 까아앙!
– 다들 비키게나! 한꺼번에 갈 테니!
까아앙! 까앙!
거의 하루 동안 지속되던 강화신의 망치질이 이제 끝을 보이려 하고 있었다.
솔매의 눈에는 거기 광기에 가까운 열기가 들끓고 있었다.
그의 진심 어린 강화.
이전 일반 헌터들을 강화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요, 기술이었다.
쿵! 쿵! 쿵! 쿵!
무기들을 아예 한곳으로 다 몰아넣고 망치로 후려칠 때마다, 자연의 기운이 뭉쳐 소용돌이쳤다.
“……미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미르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망치를 휘두르고 있지만, 저 무기를 개조하는 건 망치가 아니었다.
그 휘두름이 불러오는 자연의 기운.
그 기운으로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열을 가하지조차 않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경지다.”
불꽃에서 튀기는 열로만 무기의 외형을 변형시키고, 내부에 담긴 기운을 바꿔 버린다.
그야말로 대장장이의 신(神).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드미르는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세상에, 이토록 맑은 불꽃이라니.”
한평생 불만 바라보고 살았던 드미르다.
그런 그조차 이토록 맑은 불은 처음이었다.
– 으하아아아압!
마지막 강타!
아예 점프까지 한 강화신이 온몸에 힘을 주어 망치를 내려쳤다.
콰아아아아앙!
기가 뭉쳐 폭풍을 만들어냈고.
“으읏……!”
그 기세만으로 공방의 잡기들이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모루가 뒤집히고, 망치들이 날아가 벽면을 으깼다.
– 됐다. 다 강화했습니다! 금 어르신!
휘이이잉!
먼지가 바람을 통해 사방으로 사라졌다.
이후, 드러나는 아이템의 모습이…….
“번쩍번쩍해.”
“기대되는군.”
“……대단한 경지였다.”
주동훈의 수하이자 절대자들, 그리고 각 팀장과 막시가 침을 꼴깍 삼킨 채 그것들을 바라봤다.
– 이번 강화가 당분간 할 수 있는 마지막 강화겠군.
끌끌.
강화신 솔매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이토록 열심히 강화해 본 게 얼마 만이던가.
일반 대장장이든, 초월급 대장장이든.
열심히 만들고, 그것을 사용할 사람의 표정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었다.
– 어디 한번 확인해 보겠나?
솔매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무기를 향해 돌진했다.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