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7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70화
“흐음.”
다음날 역시 부채를 들고 책사의 모습으로 회의실에 나온 바사고.
여느 때처럼 흉측한 얼굴의 10군단장이 살벌한 표정으로 옥좌에 앉아 있었다.
“으흠, 책사 왔느냐. 오늘은 조금 늦었구나.”
“…….”
바사고가 황당한 표정으로 10군단장을 쳐다봤다.
암만 마족이라도 어찌 저렇게 역겹게 생겨 먹었는지…….
“야, 인마.”
“어허! 책사는 말버릇이 그게 무언가!”
“말버릇? 이 못생긴 새끼가 눈치는 또 더럽게 없어가지고는……. 자리 안 비켜?”
그가 부채를 휘휘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확 그냥 뒈지려고. 주변에 군단장들밖에 없고만 뭔 연기를.”
“저번에는 언제 언제든 항시 연기하시라고…….”
“닥쳐, 이 새끼야!”
스슷!
바닥을 박찬 바사고가 부채를 펼쳐, 있는 힘껏 10군단장의 면상을 후려쳤다.
퍼어어어억!
“꾸에에에에엑!”
적절한 힘과 파워로 정확히 10군단장의 허리를 반으로 접어버리는 바사고.
“연기를 제대로 하면 말이나 안 해. 어딜 들켜놓고 말이야. 앙? 말대답? 다시 말해봐. 다시 말해보라고, 새끼야.”
꾹, 꾹!
10군단장을 한껏 밟아준 바사고가 이내 비워진 옥좌 위에 앉았다.
오랜만에 앉아보는 자리.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일반 제국민들은 바사고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몇억 년은 우스울 만큼 억겁의 세월 동안, 그가 책사의 모습으로 유희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제국민들은 왜 얼굴도 모르는 바사고를 따르느냐?
단순해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제국민들에게 바사고란 일종의 신앙과도 같았다.
태어나기 이전부터 부모들이 따르고 있었으며, 수많은 마족에게 소속감을 가져다주었던 그러한 존재.
제국민들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자라난 이유가 바사고임을 세뇌받는다.
부모보다 위에 두어야 할 이가 바사고임을 교육받는다.
뭐, 몇몇은 책사가 바사고가 아니냐 의심하는 마족들도 있긴 하지만.
바사고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왜냐?
‘이왕 책사 역할 했던 거. 뽕 뽑아 먹어야지.’
마족이든 천족이든.
전쟁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명분이 필요하다.
아무리 마족들이 호전적이고 싸움에 미친 새끼들이라곤 하지만, 전쟁이란 결국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것.
명분이 없으면 힘이 살짝 빠질 수밖에 없다.
만약 여기서 아가레스가 바사고의 뒤통수를 쳐, 봉인시켰단 소문을 퍼뜨린다면?
신앙으로 자리 잡은 제국민들의 분노를 단박에 끌어올릴 수 있을 터.
‘클클클.’
누군가는 자신의 백성마저 속여먹는 파렴치한 제왕이라 할지 모르지만, 바사고는 상관없다.
그게 바로 마왕의 참모습이니까.
“주동훈은?”
바사고가 다리를 꼰 채, 3군단장에게 물었다.
마궁, 로노베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생각보다 빨리 회복했습니다. 대단한 괴물입니다……. 마왕님과 대적할 수 있었던 것도 놀라운데, 회복 속도는 더더욱 놀랍습니다. 마치 원거리의 치유사가 성심성의껏 돌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호오, 그래? 벌써 회복했다고?”
바사고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당시 주동훈의 몸 상태는 단숨에 회복할 수 있는 그런 류의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요양해야 할 거라 예상했는데…….
“예, 배지민이라는 인간에게 전달받기로는 약 1시간 전에 깨어났다고 합니다.”
“그래? 호소식이군.”
휘리릭, 탁!
바사고가 습관적으로 부채를 튕겼다.
그의 실눈이 더더욱 가늘어졌다.
“그럼 슬슬 얘기를 나눠봐야겠구만. 3군단장?”
“예, 바사고 전하.”
“그와 저녁 약속을 잡도록.”
“분부 받들겠습니다.”
화르륵!
화롯불이 타올랐다.
화로 속 숯이 아름답게 벌게졌으며.
치이이익!
그 위로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통째로 구워졌다.
“후후후.”
그 모습을 보며 바사고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바사고 제국에서 제일가는 통돼지입니다. 마음껏 드시지요.”
그는 상석에 앉아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초대받은 주동훈과 배지민이 있었다.
따르륵!
바사고가 호리병의 뚜껑을 땄다.
“혹시 술은 하십니까?”
“술? 못하진 않습니다.”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신기한 표정으로 바사고의 행태를 바라봤다.
“술과 돼지라. 이곳에도 있을 건 다 있군요.”
“하하, 돼지란 참 좋은 식자재지요. 마족들의 식성도 인간과 별다른 것 없답니다. 아주 먼 예전엔 마왕들이 인간들의 세상으로 유희하러 다니곤 했었거든요.”
“……인간들의 세상이라.”
“밖에 농사짓는 마족들 못 보셨습니까? 후후, 물론 마족이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는 민감한 문제이니 패스하지요.”
참 신기했다.
인간이란 종족이 지구 말고도 다른 곳에 널리 퍼져 있다니.
‘하긴.’
그리 신기할 것도 없었다.
따지고 보면 백무흔, 카덴, 다나, 어르신, 유이사 등등.
당장 내 수하들도 다 타 세계의 인간들 아니던가.
“후후, 신과 가장 비슷한 생김새이며……. 종족적으로는 약하지만, 그 잠재력은 무한한 존재. 그게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이랍니다.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 이것도 인연인데 둘 다 받으시지요.”
“예, 뭐. 감사히 받겠습니다.”
또르륵!
주동훈과 배지민의 술잔 위로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주(魔酒)입니다. 먹으면 부작용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후후, 그냥 독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지요.”
“아쉽네요. 진짜 독이 있는 술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주동훈이 입맛을 다셨다.
이미 만독불침인 그는 독주(毒酒)에 영향이 없었다.
진짜 독한 독이 있으면?
오히려 속에 있는 독무(毒霧)가 환호할 터.
“하하핫. 역시 시원시원한 성격이시군요. 그럼 이제 음식도 있고 술도 있으니……. 진지한 대화를 좀 나눠볼까요? 너무 급하단 생각은 말아주시죠.”
“아아, 저야 뭐.”
빙그레 웃은 주동훈이 술을 입에 털어 넣으며 답했다.
“급하면 급할수록 좋습니다. 저도 시간이 별로 없는 터라.”
쫘르르!
식도와 위로 느껴지는 뜨거운 알코올이 왜 이것을 마주(魔酒)라 부르는지 잘 알 것 같았다.
바사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내기는 제가 졌습니다.”
그 역시 주동훈처럼 시원하게 마주를 입가에 털어 넣었다.
“제가 방심했다지만, 승부는 승부일 터. 혹여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2사도의 자리를 내어주지요. 물론, 그 이후에도 상호 동맹관계로서 언제나 협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운이 좋아서 이겼을 뿐입니다.”
주동훈이 활짝 웃었다.
동시에 바사고의 빈 잔에 술을 따르며 말을 이었다.
“서로 뜻이 맞으니, 우리…….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사고의 ‘뜻’은 2사도, 아가레스를 몰아내는 것.
주동훈의 ‘뜻’은 대신전에 들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나오는 것.
서로 다른 뜻이지만, 묘하게 방향이 비슷하다.
둘은 계속해서 서로 술잔을 마주하며 대작했다.
당연히 세부적인 전투 상황에 관한 내용도 오갔지만, 서로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도 나눴다.
“하하하, 바사고 님은 아가레스 그놈과 달리 생각이 깊으신데요?”
“흐후훗! 그렇습니까? 아가레스 그놈이 좀 무식하긴 하지요.”
두 존재가 얼마나 화목하게 술을 마시는지.
“…….”
옆에서 지켜보던 배지민이 살짝 걱정할 정도였다.
이곳은 마계.
눈을 뜨고도 뒤통수를 맞을 수 있는 곳이니까.
게다가 저 실눈을 보라.
생긴 것으로 누군갈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무언가 음흉하고 무언갈 숨기고 있는 것 같지 않던가.
‘근데 뭐.’
배지민이 픽 웃었다.
주동훈이 저렇게 웃으며 술을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있었나?
한바탕 싸움이 끝난 남자의 대화는 생각 이상으로 끈끈했다.
‘어쩌면.’
주동훈이 잭보다도 더 마계에 잘 적응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하루가 지난 후.
주동훈과 배지민은 무릉도원으로 복귀했다.
우선, 전투에 참여할 병력들을 전부 제국으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누가 갈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주동훈의 스켈레톤들은 전부 참여한다는 것.
사실, 그걸로도 충분했다.
지구의 랭커들이 뛰어놀기에 아가레스와 바사고의 전쟁은 스케일이 너무 클 것 같았다.
그런데.
“어?”
“으음?”
도착한 둘이 놀랐다.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랭커 대다수가 훈련장에 나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길마님 오셨습니까!”
“저희는 싸울 준비 되어 있습니다!”
“마계로 저희도 데려가 주십시오!”
“우리도 시련을 겪고 싶습니다! 으아아아아!”
그것도 모두가 전투 준비를 마친 채로.
이게 뭐지? 싶을 찰나.
“내가 모았다.”
저벅.
가장 앞에 있던 마왕(魔王) 잭 스미스가 걸어 나오며, 입을 열었다.
“마왕령에서 네가 출발했단 소식을 들었거든.”
“그렇군요.”
전투가 있을 수 있겠단 사실은 이전에 잭에게 말해놓은 적이 있었다.
그걸 멤버들에게 미리 설명한 후 꼬셔놓았나 보다.
그럼 편해지지.
물론, 잭은 아직 주동훈이 3사도와 협력한 사실은 모른다.
“그럼 간단하게만 설명해 드릴게요.”
빙긋 웃은 주동훈이 그들을 향해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5사도와의 만남.
3사도와의 협력.
그리고 2사도와의 전쟁 계획까지.
“전쟁을 통해 잭을 2사도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최상급 마왕에 올라가면 마왕군이 시스템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겠지요? 상급 마왕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비약적으로 성장했던 것처럼요. 물론, 부담될 수 있을 겁니다. 전쟁이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확실하게 강해질 기회가 있다면?
목숨 따위는 쉽게 걸 수 있다.
랭커란 그런 족속들이다.
70억이 넘는 인구 중 오직 1,000명밖에 들지 못하는 인류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서 있는 자들.
그들 중 목숨을 걸어보지 않은 자는 없었다.
당장 지금만 해도 매 훈련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런데.’
주동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특히, 마왕군의 표정이 볼만했다.
아까부터 넋이 빠진 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응?’
마왕군의 멤버들은 아까부터 정신이 없었다.
‘저게 무슨 말이야……?’
‘5사도를 간신히 이겼다는 말은 들었는데. 지금 뭐? 3사도를 이겼다고? 그래서 이번 전투에 이기면……. 잭이 2사도가 된다고?’
‘그게 무슨…….’
‘2사도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아니, 그전에 3사도는 또 어떻게 이기는데? 그냥 걔들 천외천이라 하지 않았어?’
‘혹시 내가 아는 마계랑 다른 마계를 다녀오신 거야?’
모두가 눈을 뻐끔거렸다.
저 눈앞에서 말하는 주동훈의 말이 현실성이라곤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도.
즉, 최상급 마왕이란 기본이 성운급이다.
그 끔찍한 크롭스와 동급이며, 최소 그보다는 훨씬 더 셀 텐데…….
그걸 혼자 가서 다 박살 냈다는 말을 뭐 저렇게 태연하게 한단 말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믿을 수밖에 없다,
서비스인지 뭔지는 몰라도, 주동훈 뒤에 있는 권탐지라는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존재가 [O] 팻말을 드높게 들고 있는 건 둘째 치고.
길마의 말을 안 믿으면, 누구의 말을 믿는단 말인가!
‘진짜.’
‘괴물 새끼……. 아니, 괴물님.’
‘이제는 말도 안 나오네.’
모두가 주동훈이라는 존재에 대해 현타를 느끼고 있을 찰나.
그의 설명이 벌써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따라서 지원자만 받을 예정입니다. 전쟁 기한은 당연히 새로운 리그 시작 전까지만 딱 할 예정이에요.”
지원자랍시고 모인 이들이지만, 다시 설명했으니 또 생각이 바뀌는 자들도 있을 터.
주동훈은 확실히 하고자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쟁에 참여한다고 목숨을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은 못 합니다. 신중히 생각하세요.”
어찌 보면 던전이랑 똑같다.
전쟁을 통한 보상?
본인이 얻고, 본인이 느끼는 거다.
그저 주동훈은 마계에서 활약할 기회를 주는 것일 뿐.
그러하니, 당연히 참여 비참여는 강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원하실 분은 이곳에 남아주시고. 아니신 분은 자리를 떠나 다시 개인 훈련 하시면 됩니다.”
주동훈이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도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
이미 모두가 안다.
주동훈과 행보를 함께하면 힘들겠지만, 그 성장 폭이 엄청나다는 것을.
기연을 입에다 떠먹여 주는데 마다한다?
그것은 이미 랭커로서의 자격이 없는 셈.
‘그놈의 전쟁인지 뭔지 빨리하자고.’
‘아가레스? 그놈 입에 구멍을 뚫어주면 되는 거야?’
쿠구구구구……!
랭커들의 투기가 무릉도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