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7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75화
쿠과가가가가!
아가레스의 직접적인 등장은 전장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상대를 엎어 놓고 무기로 아랫배를 마구 쑤시던 마족이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고 중앙을 바라본다.
힘차게 달려 나가 창을 찌르던 병사가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진다.
특히 한껏 기세가 등등하던 바사고군은 저 중앙에 뜬 검은 날개의 존재를 바라보며 심한 무력감을 맛봐야 했다.
“……마, 말도 안 돼.”
“배, 백인장님! 숨이 막힙니다!”
“크윽, 기운을 틀어막아라!”
2사도, 아가레스.
한때 천계의 대천사로 마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그 투귀가 억겁의 세월을 거쳐 전장에 부활했다.
바사고군은 직감으로 느꼈다.
저것은 ‘신’(神)이다.
한낱 마족 따위가 어쩔 수 없는 진정한 마왕이었다.
마치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바사고’처럼 말이다.
덜덜.
모두가 몸을 떨며, 이를 악물었다.
이를 악무는데도 본능적으로 이빨이 떨려 온다.
멈추려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아가레스의 생김새는 날개가 달린 것 빼고는 사람과 비스름했다.
몸 역시 우락부락하다기보다는 호리호리했는데, 그 속에 담긴 기력은 전혀 호리하지 않았다.
“참…….”
스윽.
뒤에서 전황을 지켜보던 바사고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대의 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움직일 근거가 생겼다.
“끔찍하긴 하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그동안 틀어박혀 수련이라도 한 걸까?
아가레스의 힘은 분명 바사고가 예전에 알던 것 그 이상이었다.
“원래도 강한 줄 알았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휘리릭, 탁!
바사고가 습관적으로 부채를 튕기며 뒤를 돌아보았다.
“마르바스.”
“예, 바사고 형님.”
“준비됐나?”
“싸울 준비요? 물론이죠. 당연히 합공이겠지요?”
“합공 아니면 나 죽어.”
“잘하면 합공해도 죽겠는데요?”
마르바스가 진담 섞인 농담을 했다.
아무리 싸움을 좋아하는 마왕이라 한들, 공포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이미 일을 벌였는데.
전쟁은 시작되었고, 여기서 도주한 들 아가레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즉, 죽을 줄 알면서도 싸워야 했다.
스슷!
바사고와 마르바스가 땅을 박찼다.
꽤 거리가 있었지만,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니 금방 아가레스에게 다다를 수 있었다.
“진짜 왔나.”
아가레스가 날개를 펄럭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의 옆에는 바르바토스 또한 있었다.
열 받는 건지, 아니면 같잖은 건지.
두 마왕을 바라보는 아가레스의 입술이 비틀렸다.
“항상 꼬나보는 눈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결국 너희들이 택한 것이 이러한 자살 행위인가?”
그 물음에 바사고가 답했다.
“자살 행위인지 아닌지는 싸워보면 알겠지.”
“싸워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
“천족 나부랭이 출신이라 그런가, 입이 길구나.”
“또, 그 소리.”
픽.
아가레스가 웃었다.
“나는 마신께 직접 힘을 하사받았다. 네 그 말은 마신의 선택을 무시하는 것임을 알고 있느냐.”
“그런 놈이 마신의 부활 가능성을 배제해?”
“대신전의 개방을 말하는 것이냐?”
“그래.”
바사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고 말고는 자유겠지만, 우리가 널 공격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거다. 왜냐하면…….”
그 순간이었다.
쿠과가가가가!
저 바닥, 어딘가에서 튀어 오른 한 존재가 푸르른 검을 휘둘렀다.
쐐애애액!
수(水)의 힘을 한가득 담은 검격이 대기를 경쾌하게 가르며, 아가레스에게 쇄도했다.
“흥.”
그러나 아가레스는 예상했다는 듯, 몸을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 그것들을 다 피해냈다.
튀어나온 존재, 주동훈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찌르기에서 휘두르기로 공격을 변화했다.
수많은 환상이 보이는 환격!
이전처럼 정수의 힘을 찔끔찔끔 가져다 쓰는 게 아니었다.
베이면 최상급 마왕이라도 치명상을 입을 만큼 날카로운 검격이었다.
“이건 또 무슨 재주더냐.”
눈살을 찌푸린 아가레스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이라, 웬만큼 눈이 좋지 않으면 한 대라도 맞을 법한데도.
휘익, 휘리릭!
간단한 허리 꺾음으로 모든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다.
“느려.”
아가레스가 담담히 말하며, 휘었던 허리를 다시 폈다.
그 반탄력을 통해, 쐐애애액! 들고 있던 철퇴를 좌에서 우로 그었다.
‘흐읍!’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무식한 철퇴에 주동훈이 금(金)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내.
콰아아아아앙!
마치 최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에 치인 듯한 충격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시야가 이리저리 뒤집혔고 이내.
콰아아앙!
땅에 틀어박혔다.
“커헉……!”
정수의 힘을 두르지 않았더라면,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파괴력이었다.
“설마.”
아가레스가 픽 웃으며 바사고를 바라봤다.
“너희가 겁 없이 공격한 이유가 저 녀석 때문임을 말하고 싶은 건가? 왜, 저 녀석이 내가 마전 회의 거절했다고 함께 공격해서 자리라도 빼앗자든?”
바사고와 마르바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둘 다 주동훈과 붙어봤다.
그렇기에, 저 아가레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상대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온 힘을 다한 기습이었음에도, 그의 털끝조차 스치지 못했으니까.
심지어 아가레스는 땅에 박힌 주동훈을 완벽히 끝내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여유 있는 거다.
언제든 짓밟을 수 있는 벌레가 얼마나 꿈틀거리는지 지켜보려는 심리일까?
“하, 저 여유. 언제봐도 참 재수 없단 말이지.”
휘리릭!
바사고가 온몸에서 풍(風)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돌풍을 일으키며 달려간 그의 부채가 탄력 있게 뻗어갈 찰나.
‘음?’
불현듯 무심히 바라보는 아가레스와 시선을 느꼈다.
마치 [너, 뭐 하냐?]라는 눈빛으로 싸늘하게 쳐다보는 그의 시선.
문득 불안한 감각이 온몸을 뒤덮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아가레스의 철퇴가 저 아래서부터 위로 다가오는 중이었으니까.
‘더 빨리.’
기겁한 바사고가 먼저 닿기 위해 온 힘을 끌어올렸지만, 먼저 닿는 것은 철퇴였다.
콰아아아아아앙!
주동훈도, 바사고도, 마르바스도.
모두가 무식한 아가레스의 철퇴 맛을 보아야 했다.
콰아아앙! 콰앙! 콰아앙!
싸운 지, 1분을 넘기지 못했는데, 셋 다 바닥에 박혀 꿈틀거렸다.
‘미친.’
‘너무 빨라서 닿을 수가 없잖아.’
‘괴물 새끼.’
세 도전자의 낯이 망연자실해졌다.
아가레스가 강하단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붙어보니 그 체급 차가 훨씬 심했다.
합공해도 안 된다니.
아가레스가 따분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쯧쯧, 그러게 가만히 내버려 둘 때 주제를 알았어야지. 이젠 어쩔 수 없다. 본 마왕은 본인에게 이를 드러내는 마물을 살려두지 않거든.”
쐐애애액!
다시 포기하지 않고 날아오는 세 존재의 갈비뼈에.
콰앙, 콰앙, 콰앙!
철퇴 딱밤을 한 대씩 더 선사한다.
“발악하지 말아라, 벌레들아. 자살은 너희가 선택한 것이니, 죽어도 후회는 없겠지.”
쿠구구구구……!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철퇴에 맞추어, 땅과 하늘이 뒤흔들렸다.
“원래는 악을 심판하는 철퇴였는데……. 어쩌다 보니, 정말 악을 심판하게 되었구나.”
이대로 내려쳐 다 으깨 버리겠다는 듯 힘을 주었을 때였다.
콰드드드득!
땅에서부터 두꺼운 덩굴이 서로 뒤엉키며 올라갔다.
모든 존재를 봉인하는 목(木)의 기운.
“맞아.”
아가레스가 탄성을 질렀다.
“아까부터 느끼던 건데, 이 기운들……. 참 신기하단 말이야.”
펄럭!
날개를 한번 휘저어, 그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콰득, 콰드득!
덩굴이 득달같이 추격했다.
“바사고, 마르바스!”
입가에 피를 베어 문 주동훈이 땅에 손을 박은 채로 외쳤다.
몸 안에 남아 있는 기력의 절반을 가져다 썼다.
“무조건 한 방이라도 먹여야 해요!”
이번에 먹이지 못하면, 정말 크나큰 기력 손실이다.
“한번 해보지요.”
“알겠다, 친우여!”
콰가가가!
바사고가 다시 바람의 힘을 통해 하늘로 솟구쳤고.
마르바스 또한 주먹을 움켜쥔 채, 엄청난 속도로 쇄도했다.
“그래, 이 힘은 확실히 꺼림칙하다만.”
자신을 향해 의기투합해 달려오는 자들을 바라보며, 아가레스가 빙긋 웃어 보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절망적인 정도는 아니다.”
스윽.
팔을 올려, 기력을 뿜어내자.
콰득, 콰드드드…….
살벌하게 올라오던 덩굴의 속도가 점차 줄어든다.
“……!”
당황한 주동훈이 눈을 부릅떴다.
신살(神殺)급 정수의 힘이 저렇게 쉽게 통제당한다고?
그리고 이내.
콰드드득!
덩굴의 뿌리 부분이 힘을 잃는다.
이리저리 휘청이더니, 맥없이 추락한다.
바사고와 마르바스를 이겼던 그 비장의 한 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막힌다니.
[목(木) : 흐음.] [목(木) : 이건 좀 자존심 상하는데요?]의외로 목(木)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이후.
콰아아앙!
다시금 두 마왕의 바닥에 처박혔다.
“커헉!”
마르바스의 입에서 진홍빛 선혈이 뿜어졌다.
“크흐.”
바사고 역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고통이 생각보다 심한지, 그의 팔다리가 부르르 진동했다.
또한 주동훈 역시.
“쿨럭!”
피를 토해냈다.
목(木)이 부러지며, 그 대가를 온몸으로 받아낸 탓이었다.
그런 그들의 앞에, 아가레스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래, 발악은 끝났나? 아니면, 또 남았어?”
펄럭, 펄럭.
가벼운 몸으로 날아온 그가 다시 한번 힘차게 철퇴를 들어 올렸다.
방금 올라온 덩굴은 그 역시 당황할 정도로 매서운 기세를 지녔었다.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아가레스의 내부도 살짝은 쓰린 상황.
또 저런 게 날아오기 전에 빠르게 죽여버리는 게 나을 듯했다.
“그럼 이만 잘 가거라.”
쿠과가가가!
온 기력을 담아 내려치려 할 찰나, 네 인영이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어르신, 백무흔, 카덴, 유이사.
먼저, 카덴의 방패가 시커먼 기운을 내뿜었다.
파괴룡의 방패(SSS급)의 ‘즉발 파괴 면역’(SSS급)이 발동된 것.
10초 동안 어떠한 상황에서든 ‘무적’ 효과를 지니게끔 하는 사기급 비기이지만.
콰직!
‘무적’이란 말이 무색하게 깨져 버렸다.
애초에 아가레스와 급(級)이 다르기에, 효과가 성립되지 않는 것!
“이놈아! 정신 차려라!”
어르신 역시 만술(萬術) 중 하나 방패술을 꺼내 들어 막으려 했고, 백무흔 역시 칼질로 철퇴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 했다.
“오호, 우리 군단장들이랑 싸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올 여유가 됐어?”
아가레스가 힐끔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군 군단장들이 맥없이 피를 질질 흘리고 있었기 때문.
“쯧, 멍청한 것들.”
그러더니, 뒤에서 지켜보던 바르바토스를 응시했다.
물론, 철퇴는 계속해서 휘두르고 있었고.
까가가가가강!
무식한 철퇴는 백무흔과 어르신이 공격들을 다 받아내고 있었다.
“바르바토스.”
“예, 전하.”
“네가 굳이 여기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혹시나 해서 데려왔건만……. 저리 가서 참전해 저들에게 1군단장의 공포를 보여주거라.”
“후후, 명 받들겠습니다.”
펄럭!
바르바토스가 날았다.
그 역시 아가레스군이 자랑하는 최고의 전사, 그의 참전 하나로 전세가 충분히 뒤바뀔 터였다.
그리고 그 시각.
어르신과 백무흔이 미친 듯이 움직여 떨어지는 철퇴의 속도를 늦추고 있을 때였다.
저 아래에서 유이사 스톰트리가 눈을 빛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녀 역시 우주를 통틀어 둘도 없을 만큼 뛰어난 천재, 무려 4대 정령왕과 계약한 정령사다.
“정령왕들이시여!”
그녀가 눈을 감고 빌었다.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그대들의 세월을 조금이나마 희생해 주세요!”
쿠구구구……!
그녀의 몸 주변으로 4대 원소의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기억으로 잠깐 동안……. 이곳에 정령계를 소환하길 이 소녀가 바라옵니다!”
정령왕은 성운급이다.
다만, 정령계 내에서만 성운급이다.
마계에 최상급 마왕이 있다면?
정령계에는 정령왕이 있을 터.
“호오?”
아가레스도.
심지어.
저 하늘 위에서 팔짱을 낀 바알과 가미긴도.
“정령?”
“지금도 정령을, 그것도 정령왕을 다루는 애가 있어? 와, 정령은 진짜 오랜만인데?”
신기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