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7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78화
“오라버니.”
“잠깐만.”
바알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계의 일인자이자, 각종 지식을 섭렵하고 있는 바알은 저 아가레스의 절규가 의미하는 바를 단박에 알아챘다.
“설마……. 그랬던 건가.”
“뭐가 그랬던 건데?”
“어쩐지 옛 전쟁에서도 질리게 안 죽더라니.”
바알은 과거 천마전쟁을 떠올렸다.
숨이 끊어져도, 온 장기가 짓이겨져 터져도, 끝없이 철퇴를 휘두르던 아가레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수 없는 놈이긴 해도, 전투 하나만큼은 끝장나게 잘했었던 마왕.
타락한 마계의 투귀.
“저놈은 제 목숨을 바르바토스에게 넣어놓았던 거다.”
“어어……?”
“바르바토스가 죽으면 그 역시 끝이었던 거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해? 바르바토스보단 본인이 훨씬 강하잖아. 그러다 지금처럼 갑작스러운 개죽음 당하면 어떡하려고.”
“일종의 주술이다. 저 무적 같은 기술을 사용할 때만 활성화되는 주술.”
“아아.”
가마긴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평소 비활성화 상태일 땐 바르바토스가 죽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거지?”
“맞다. 그때는 또 다른 숙주를 찾았겠지.”
과연.
잘만 사용한다면 제법 괜찮은 주술이었다.
물론, 방금처럼 상대에게 약점을 들키게 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주술이었지만.
“쯧쯧, 아가레스가 멍청했네.”
가마긴이 낄낄거렸다.
“아니.”
바알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너도. 바사고도, 마르바스도 몰랐던 그 약점을 알아낸 저 인간이 대단한 거겠지.”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바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먼저 알았었다면, 바로 바르바토스를 치려고 노력했을 테니……. 싸우는 도중에 알았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나?’
“아니, 아니. 그래서 멍청하다는 게 아니라.”
가미긴이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오라버니한테만 딱 귀띔해 줬으면, 그래도 개입할 명분이 있었을 거 아냐.”
“…….”
그 말도 맞긴 했다.
하지만, 또 평소 아가레스의 성격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말이기도 했다.
태생이 천족 출신인 그는 마왕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고, 비밀 또한 많았다.
그런 녀석이 본인의 치부를 남에게 말한다고?
‘뭐, 제 복이지.’
만약 정말 그의 목숨이 바르바토스에 있는 걸 알았다면?
그래서 저렇게 허무하게 스러질 것을 예측했다면?
‘으음.’
솔직히 모르겠다.
과연 자신은 그를 구해냈을까?
“어쨌든, 승부는 이미 나 버렸다. 마계에서의 전쟁은 신성한 법.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결과를 인정해야한다.”
“후후, 그럼 새로운 사도가 들어오겠네? 누가 될까나?”
“……그게 누구든.”
마왕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사도는 마왕의 피를 가진 자만이 오를 수 있다.
마왕의 피란, 마신께서 내리신 축복.
“그 역시 우리 사도단의 일원이 될 것이야.”
바르바토스의 목이 떨어짐과 동시에.
“끄아아아아아악!”
약속된 주술이 행해졌다.
말도 안 되는 힘을 쉽게 사용했던 대가가 아가레스에게 쏟아졌다.
까득, 까드드득!
그 커다란 몸체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깨진 거울처럼, 이리저리 그어진 금 사이로 샛노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쏟아지는 엄청난 고통.
“끄아아아아아아아!”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아가레스가 미친 듯이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토해냈다.
그 모습이 너무도 기괴해서 꿈에 나올 것처럼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이내.
파슥!
아가레스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번지며 그의 외형을 천천히 소멸시켜 나갔으며.
약 10초 정도에 걸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가레스의 죽음.
아니, 완전한 소멸.
“……어.”
“어엉?”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르바토스의 목을 베어낸 주동훈은 이미 저 돌산 어딘가에 처박혀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고.
아가레스 측의 군단장들도.
바사고나 마르바스측의 군단장들도.
심지어 지구의 랭커들까지.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주동훈에게 바르바토스의 목이 떨어지고, 또 뒤에서 쫓아온 아가레스가 고통스러워하며 소멸하는 그 과정이 통합 10초 내외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뭐야……?”
“에에?”
아가레스군이 당황했으며.
“……뭐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좋아해야 할 일인데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려 애썼다.
개활지에 있는 모든 마족이 전투를 멈춘 채, 멍하니 아가레스가 사라진 구역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뒤늦게 도착한 바사고가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그 끔찍했던 아가레스가 완벽히 사라졌음을.
‘어떻게 된 건지는 추후에 파악하기로 하고.’
일단은 그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아가레스의 철퇴에 완벽한 소멸을 맞이했을 상황이었다.
흐읍!
그가 힘차게 숨을 끌어모았다.
그 후, 시원하게 뱉어냈다.
– 아가레스가 죽었다! 바사고군은 전쟁을 마무리하라!
그 외침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정적에 잠겼던 바사고군에 어마어마한 환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적장이 죽었다!”
“그 끔찍한 마왕이 죽었다!”
“남은 놈들은 오합지졸일 뿐이다! 이 기세로 계속해서 진격하자!”
피곤에 찌들고, 배고파 지쳤던 병력의 사기가 단숨에 최상으로 치솟았다.
어느 정도냐면, 팔이 잘린 마족이 신나서 뛰어 쳐들어갈 정도였다.
그런 바사고군의 기세를 바라보며.
“자, 잠깐만.”
“항복!”
“목숨만 살려주시오!”
“아가레스가 죽었으면, 우린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한때 아가레스의 군단장이었던 마족들이 하나둘 무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군단장들이 그럴진대, 일반 마족들은 어떠할까?
“저, 저도 살려주세요!”
“여기! 무기를 버렸습니다!”
“우리가 졌다!”
마족들이 아무리 싸움을 좋아한다 해도 승산 없는 싸움을 즐기진 않는다.
본래 뭐가 됐든 모름지기 이기는 게 재밌는 법.
질 싸움을 즐기면서 한다?
그건 그냥 미친놈이다.
휘리릭, 탁!
바사고가 힘겹게 부채를 튕기며, 기세 좋게 외쳤다.
– 항복하는 자는 살려두어라! 저항하는 자만 베어 넘길 것이며! 바사고군은 빠르게 제국 중심부를 점령하라!
기나길 뻔했던 전쟁.
아니, 어쩌면 아프게 패배할 뻔했던 전쟁이.
아가레스의 죽음으로 이렇게 손쉽게 마무리되는 현장이었다.
전쟁은 바사고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구 아가레스의 도시에 입성한 지구의 랭커들은 모두 업적 보상으로 1,000 기력씩 추가로 받았으며.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는 금방 분석되어 나왔다.
카푸가 전쟁의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해 놓은 탓이었다.
수많은 마족이 붙어 그것을 연구했고.
이내, 한 가지 결과가 도출된다.
– 주동훈이 아가레스를 잡은 거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주동훈, 주동훈, 주동훈!”
“주동훈 만세!”
진귀한 광경이었다.
지구의 랭커도 아닌, 마계의 마족들이 주동훈을 외치는 장면이라니.
심지어 주동훈은 마족도 아니지 않던가.
게다가 그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그가 갑자기 아가레스의 약점을 알아내 바르바토스의 목을 자른 것]에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주동훈 자체에 환호했다.
그가 전장을 누비며 상대의 군단장들을 처리했던 광경과 아가레스에 맞섰던 그 광경이 오히려 책사나 마르바스에 비해 훨씬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메두사 잡는 부분 봤어?”
“아니, 아가레스랑 상대하는 모습은 뭔데.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버틸 수 있는 거지?”
심지어.
– 미안하다, 제국군들이여. 고생했고, 잘 싸워주었다.
바사고가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혀 버렸다.
– 억겁의 평화를 깨고, 오랜만에 펼친 전쟁에 우리는 승리를 거두었다.
– 그 축하의 의미로, 나 역시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려 한다.
– 그래, 예측한 마족도 있겠지만. 사실, 바사고가 나이며, 책사가 바사고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바사고로서는 원래 밝히려 했던 것을, 전쟁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카드로 써먹었던 거였고.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굳이 속일 필요가 없었던 거다.
그러하니, 오히려 주동훈의 위상이 더 커져 버렸다.
“세상에, 그럼 주동훈이 책사가 아니라 바사고 님을 이겼던 거야?”
“그 와중에 아가레스도 잡고? 심지어 마르바스 님도 이겼다며?”
“고작 인간이?”
“고작? 고작은 얼어 죽을! 종족이 무엇이 중한가! 싸움만 잘하면 그게 바로 마족이고 마왕이지!”
“그렇지! 억울하면 주동훈을 이기든가!”
주동훈.
그는 평화롭던 최상급 마왕 지역에 불어닥친 돌풍……. 아니, 태풍이었다.
그 덕에 전쟁에서 이겼고.
그 덕에 좋은 광경을 보았는데.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족들은 지구에서 온 랭커들까지 두 손 두 발 다 쓰며 반겼다.
하지만, 그 엄청난 열광을 주동훈은 듣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구 아가레스 궁전.
최고의 시설을 갖춘 특실에.
세 존재가 누워 있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먼저 온몸에 힐링을 욱여넣으며 마력 치료를 받고 있는 바사고가 허리를 부여잡았다.
“마르바스.”
“예, 형님.”
“난 한 십 년간은 쉬어야겠다. 더는 못 싸워.”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르바스 같은 경우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온몸이 메말라 있었고, 벌어진 상처는 치유조차 잘 안 된다.
아가레스가 휘두른 철퇴에 담긴 불순한 마력이 상처에 달라붙어 잘 빠지지 않는 거다.
“형님 같은 경우는 국민들한테 뭐라 말하러 나가기라도 하셨지, 전 쪽팔려서 그냥 여기 박혀 있습니다.”
“쪽팔릴 게 뭐 있나. 하하.”
“그……. 주동훈 쪽에서 영상을 풀었잖습니까!”
마르바스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놈의 영상.
주동훈을 영웅으로 만들었던 그 영상인데, 문제는 자신의 모습 역시 거기 담겼다는 거다.
활약 하나 없이 아가레스한테 온종일 처맞기만 한 모습이 말이다.
“제기랄. 저는 이제 끝장입니다. 저번에 주동훈한테 맞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 걸렸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 건 정말 큽니다. 뒤에서 다들 욕하겠죠? 그냥 처맞기만 하는 사도라고? 최약체 사도라고?”
“……최약체 사도는 맞지 않느냐.”
바사고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5사도가 최약체지 뭐.
그럼 최강이냐?
“어쨌든, 후.”
한숨을 내쉰 마르바스가 옆을 바라봤다.
병동 한 곳에는 주동훈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상처는 모두 치료했다.
아직도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새하얀 빛이 그의 전신을 치유해 주고 있었다.
대성녀, 다나.
그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다.
특실 앞, 문 쪽에 꿇어앉아 그녀는 끊임없이 기도를 올렸다.
“저 형님은 언제 깨어나시려나.”
“형님?”
바사고가 고개를 갸웃했다.
“예.”
마르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친우였는데.
영상을 보고 나니까 이제 더는 친구가 아닌 거 같았다.
“저보다 세면 다 형님이죠. 뭐. 마왕이고 인간이고 구분할 거 있나요? 앞으로 그냥 형님으로 모시려고요.”
“……그런가?”
잠깐 생각하다가, 이내 픽 웃었다.
역시 막내 마르바스.
억겁의 세월이 지났어도 귀여운 건 여전하다.
그래.
주동훈이라면 확실히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지.
“어디……. 다시 한번 확인해 볼까?”
스윽.
천천히 일어난 바사고가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주동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