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8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81화
의식이 없는 동안(1)
아린은 고대 마법을 따라 우주 밖으로 나섰다.
고대 마법(SSS급)이 되겠다고 결심한 그녀.
‘차라리 잘됐어.’
사실 교수님만 치유할 수 있다면야, 힘이 약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터인데.
더욱 막대한 힘을 지니게 된다?
처음에는 좀 불안했는데, 곱씹을수록 나쁜 제안이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교수님의 수하들은 모두가 기본이 성좌급이었다.
심지어 백무흔과 만술 노인은 거성이기까지 했다.
‘나만.’
오직 엘로이즈 아린만 성좌급조차 못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따르는 고대 마법이 성좌인데, 그녀가 어찌 그와 동급이 될 수 있겠는가.
“아린아.”
“예, 고대 마법님.”
“기대되느냐?”
“…….”
기대라…….
아린의 머릿속에 고대 마법이 된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후, 아주 간단하게 교수님의 상태를 치료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대견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는 교수님의 모습도 그려졌다.
큼큼.
좋은데?
“예.”
아린이 솔직하게 답했다.
“기대돼요.”
“후후, 조만간 도착하면 네가 기대하는 것 이상을 볼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존재가 어떠한 장소에 도착했다.
사방에 별 무리가 가득한 아름다운 우주.
그 중앙에 엄청나게 큰 빛기둥이 세워져 있다.
“……이건?”
아린이 눈을 반짝였다.
기둥 사이사이에는 엄청난 양의 책들이 빼곡 빼곡 쌓여 있었고, 저 우주 밖에서 수많은 빛무리가 날아와 그곳을 지금도 채워 넣고 있었다.
멀리서 보는 그 광경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
“아름다워요.”
“아름답지.”
“저 기둥은……. 제 마탑에 있는 서고랑 비슷하네요?”
“맞다.”
고대 마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바로 우주의 중심부에 있는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의 본체. 이 우주에 퍼져 있는 수많은 추종자가 적어내는 기록이며…….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사건이 명시되어 있는 이 우주의 기억이다.”
“헐, 미래까지요?”
“그래.”
고대 마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것은 힘든 일이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지 않으면 힌트조차 얻을 수 없다. 심지어 신조차도.”
“그럼 고대 마법님도 못 본다는 건가요?”
“글쎄.”
그가 빙긋 웃었다.
“나는 그저 관리자일 뿐이다. 내가 곧 아카식 레코드인 줄 아는 자들이 대다수이나, 사실은 틀린 말이지.”
“…….”
“그렇게밖에 말해줄 수 없겠구나. 전에 말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아아.”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기누설하면 천벌을 받는다거나, 권선지가 예언하고 쓰러지거나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가 보다.
뭐, 고대 마법이 된다면 어떤 건지 다 알게 되겠지.
“제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네가 해야 할 일? 이것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관리하는 일이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얻게 된다.
아카식 레코드는 그 자체로 신(神)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존재이니까.
어찌 보면 신보다 더 전지전능하다 볼 수도 있다.
현재의 신과 옛 신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따른다면.
아카식 레코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물리적인 힘을 따지자면, 신(神)이 강하지만.
정보적인 힘을 따지자면, 아카식 레코드가 더 우위에 있다.
현재의 신들이 「시스템」을 본인의 힘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쉽게 말하자면, 현재의 신은 전지전능하다기보단 그냥 무식하게 힘만 세다.
“후후, 그럼 지금부터 인수인계를 시작해 보자꾸나.”
고대 마법이 인자하게 웃었다.
“관리뿐만 아니라, 마법도 제대로 배워야지. 고대 마법이 고대 마법을 못 쓰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니까.”
* * *
시간이 꽤 흘렀다.
한 달이 흐르고, 두 달이 지나고, 석 달을 넘어.
새로운 리그가 시작되는 새해 딱 한 달 전까지 와 버렸다.
이쯤 되면, 아무리 강철 심장이라 불리는 자들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어떡하지?’
김진아가 손톱을 물어뜯었다.
발은 떨림과 동시에 동동 굴리고 있었다.
주동훈의 부재로, 현 랭커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그녀의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주동훈?
아직도 병상에 누워 있다.
창조룡?
깨어나기는커녕, 알에 금도 안 갔다.
용기사에 의하면 기운을 넣어주어야 하는데, 못 넣어주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한단다.
아린?
알아보러 간다더니, 아직까지 나타나지조차 않는다.
마왕 잭 스미스?
아직도 즉위식 중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요, 이번 리그를 포기해야 하나까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길마님.’
김진아가 두 손을 맞잡고 눈을 감았다.
‘설마 또 예전처럼 그러시려는 거예요?’
리그 하루 전날.
극적으로 돌아와서 [나! 무지무지 세졌다!] 이러면서 또 우리들 뽕 채워주시려 그러는 거예요?
‘제발 그래도 좋으니까.’
돌아만 와주세요, 쫌.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 다를 것 같았다.
그녀도 전쟁 영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위력의 아가레스와 그에 맞서는 주동훈의 모습.
“…….”
처참하게 튕겨 나가 바닥에 박힐 때는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을 정도였다.
저렇게 맞고 살아 있을 수가 있을까?
인간이?
최상급 마왕들도 이리저리 수소문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1사도, 바알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 주동훈은 돈을 갚을 생각도 없이 막무가내로 사채를 빌려다 썼다. 그리고 자살을 선택했지. 빌린 돈을 갚아야 깨어날 수 있는데, 죽은 이가 무슨 수로 그것을 갚겠나. 그에게 희망은 없다.
무려 성운급 존재의 말이었다.
무게감이 없을 리 없었다.
마냥 그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단 뜻이기도 했다.
당연히 권선지에게도 물어봤지만, 기력이 안 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랭커들은 미친 듯한 훈련에 돌입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스켈레톤 마스터가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우리가 보여줄 때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라고 강해지지 말라는 보장 있습니까?”
“우리도 합시다! 성좌급인지, 성운급인지!”
“아포피스! 당장 뱀 가져와!”
“그건 안 돼……. 아린 님이 안 계셔.”
랭커들 모두가 열의에 불탔다.
그 모습에 김진아가 만술 노인을 찾아가 팀장들 아닌 다른 랭커들도 알려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고.
“그래? 제자 놈이 아끼는 처자의 말이니 들어주도록 하지.”
어르신도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본래는 아무나 가르쳐 주지 않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해한 것이다.
그렇게 만술 노인과 백무흔의 주도로 그들의 특기를 더욱 개발시켰으며, 델라일라 역시 가지 각종 던전들을 제공하며 랭커들을 시련 속으로 몰아넣었다.
델라일라의 모토는 하나.
– 제2의 주동훈을 만들자!
그게 아니면, 현시점에서 해답은 없었다.
그나마 그 모토에 따라주고 있는 인물이 바로 배지민이었다.
만술(萬術)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가며, 포스트 주동훈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
그녀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세계 랭킹 100위, 올 마스터(All Master) 배지민.
“이놈아! 그렇게 움직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만술 노인은 시간을 따로 빼내어 그녀 역시 가르쳤다.
어쩔 수 없었다.
‘제자 놈이 사경을 헤매는데, 사조의 노릇을 해줘야겠지.’
그것도 그냥 사조인가?
큼큼.
태사조지.
바로 만술을 만든 장본인!
노인 역시 이 지구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 제자 덕에, 이제 지구는 그의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었다.
“초급을 다 떼어내야 한다. 너 역시 성좌급에 올라야 해. 그래야 이번 리그에 비벼볼 수 있다. 네 스승 놈이 살아 돌아올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안일함을 버릴 것.
“예, 사조님.”
배지민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거의 수면조차 하지 않고 만술(萬術)의 모든 것을 관조하며, 그것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다른 술에 적용해 나아갔다.
전 우주적 천재인 그녀는 그 과정이 물 흐르듯 빠르고 정확했다.
오죽하면 만술 노인이 혀를 내두를 정도.
‘쟤가 처음부터 내 제자였다면 벌써 청출어람을 하고도 남았겠구나.’
배지민은 잠도 자지 않았다.
졸리면?
태청심법의 구결로 졸음을 몰아냈다.
잠을 통해 피로를 더는 게 아니라, 심법으로 피로를 덜어내는 셈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배지민을 바라보며, 노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제자놈에게 항상 무리 좀 하지 말랬는데.
이번에도 솔직히 무리한 게 맞았다.
하지만.
‘그게 녀석의 잘못은 아니지.’
결국, 전쟁에 승리해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물론, 완벽하게 이기고 보상을 챙기는 형태의 승리는 아니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잘못을 논하는 게 아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 위급한 순간을 해결하고 나서도 늦지 않다.
리그에서 승리하는 것.
‘그래.’
이번엔 제자 놈 좀 쉬게 해주자고.
* * *
‘사조님께 들었어.’
스승님이 어떻게 성좌를 넘어 거성(巨星)의 위치에 도달했는지.
배지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스승님께서는.’
본인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자의로 차단하셨다고 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감(五感)을 말이다.
그 상태에서 머릿속의 모든 것을 비워,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끔 만들었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스승님의 방법이다.
‘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해.’
아무리 천재인 그녀도 그 방법은 따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천재의 영역을 벗어난, 노력의 영역.
의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거의 500년의 세월 동안, 만술(萬術)을 사용하며 그것을 몸에 완전히 체득시키는 것!
‘대단하셔.’
배지민이 속으로 감탄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까?
물론, 자신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굳이 그런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계속 체득되어 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휘잉!
공터 한자리에서, 눈을 감은 배지민이 창을 휘두르는 상상을 했다.
후웅!
검을 베고.
쐐애액!
활을 쏘아 가상의 적에게 명중했다.
그 모든 것이 상상만으로도 실제 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하늘이 준 재능!
‘계속하자.’
스승님의 빈자리를, 제자인 자신이 채우지 않으면 누가 채우랴!
후웅!
배지민이 계속 상상하며, 훈련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스승님께서 알려주셨던 묘리들을 섞어가며 한 땀 한 땀 자신의 기술들을 깎아나갔다.
* * *
그렇게 새해까지 한 달이 남았을 때에서야.
“…….”
배지민이 슬며시 눈을 떴다.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대충 7개월, 8개월? 그쯤 되었을 거다.
스승님이 의식을 잃은 후, 곧바로 시작했으니 그렇겠지.
뜨인 그녀의 시야에는 만술 노인이 서 있었다.
“사조님……?”
언제부터 서 계셨던 걸까?
그의 표정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성과를 얻었나 보구나.”
‘아, 그렇지. 성과.’
무언가 달라진 것을 확연하게 느껴서 눈을 떴다.
그뿐이었다.
“끌끌, 흐뭇하구나. 말년……. 아니, 말년을 넘어 죽은 후 부활해서야 나의 만술이 이리 빛을 보다니.”
“……?”
어?
그러고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랭킹은 아직 100위인데, 평소와는 다른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몸에서 마구 솟구쳤다.
지금 당장 쇠를 쥐면, 쇠도 으깨 버릴 것 같은 에너지가 전완근에 느껴졌다.
“설마…….”
“그렇다. 네 녀석도 성좌가 되었구나. 그것도 거성! 으하하핫!”
“제가 거성이요?”
근데, 랭킹은 왜 100위지?
아, 세계 랭커 발표식 날 바뀌려나.
맞다.
누군가가 사망하는 게 아닌 이상, 큰 변동은 항상 새해 첫날에 바뀐다고들 하니.
“거성이면…….”
어느 정도의 위치일까?
“끌끌.”
노인이 웃었다.
“누구나 그렇지. 갑자기 강한 힘을 가지면 실험해 보고 싶은 법.”
스윽.
동시에 품속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어디. 한번 나와 수를 나눠보겠느냐?”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끌끌, 괜찮냐니. 이제 성좌에 갓 들어선 햇병아리가 걱정도 많구나.”
“아, 알겠습니다.”
스윽.
배지민이 본인의 무기 ‘올 마스터의 영령’을 칼의 형상으로 바꾸었다.
쿠구구구……!
둘을 중심으로 거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