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9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99화
스페이스 경매장(2)
스페이스 경매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
영약, 무기, 방어구, 연금술 재료, 스킬북부터.
우주에서 모여드는 온갖 희귀 아이템들까지.
정수만 충분하다면 그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곳.
아이템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껴, 정수가 부족한 초월자들도 구경삼아 올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 바로 스페이스 경매장이었다.
물론, 이제 갓 초월자가 된 네달람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와글와글.
수많은 초월자로 붐비는 경매장의 입구를 바라보며, 네달람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군.’
경매장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우주 전함과 같았다.
저 멀리서는 작아 보였으나, 가까이 가면 갈수록 끝이 안 보일 만큼 거대한 우주선.
대충 따져보면, 창조룡의 본체 정도?
“끌끌, 가진 것은 상위 1% 안에 들면서 하는 짓은 아주 시골 촌뜨기가 따로 없구나.”
“그래서 일레오르가 따라온 것 아닙니까.”
경매장 내부로 들어선 네달람이 순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대충 도시 하나 크기로 이루어진 전함 내부는 적당히 시원했고, 곳곳에는 상점과 초월자들로 가득했다.
상점이 무수히 많았음에도, 초월자가 더 많기에 어디든 장사가 잘된다.
“장사가 잘되지?”
일레오르가 낄낄거렸다.
“그럴 수밖에. 이곳에 입점하려면 그 까다로운 장주의 마음에 쏙 들 만큼 매력적인 물건만 취급해야 하거든.”
“장주요?”
“응, 경매장주.”
“아.”
네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런 거대한 전함에도 누군가가 주인이 있겠지?
문득, 생각했다.
이런 걸 사고 없이 운영하려면 얼마나 강해야 할까?
또 얼마나 세야 할까?
그 마음을 읽었을까, 일레오르가 씩 웃었다.
“장주는 나보다 강한 초월자다.”
“일레오르보다요?”
“당연하지.”
팔짱을 낀 일레오르가 사방을 둘러봤다.
“생각해 봐라. 이런 곳을 운영하면 하루 정수 수입이 얼마나 되겠냐? 일곱 신(神)에게 세금은 제법 내는 걸로 알고 있다만, 그래도.”
“…….”
“리그 베팅 없이도 매일매일 강해지는 존재. 그게 바로 경매장주야.”
“엄청나겠네요.”
경매장주.
원래도 사업적인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던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이런 걸 선점해 두고, 지금까지 스노우볼을 굴리고 있었다니.
솔직히 부러웠다.
“너무 부러워하지 마라.”
“예?”
“따지고 보면, 신들이 더 부럽지. 그들은 진짜 세금만으로도 계속 힘을 기르고 있잖아. 이 우주를 제패하고 있다는 이유로 말이야. 그냥 경매장주는 반신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가장 신에 근접한 존재.”
“아.”
그것도 맞는 말이네.
진짜 불로소득의 주체는 따로 있었지?
무지막지한 세금을 내는 경매장주 같은 초월자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
“어쨌든.”
일레오르가 씩 웃었다.
“여기는 그냥 애들 놀이터고. 진짜는 더 들어가야 있다.”
어디에나 그렇듯.
전함 겉 부분은 은하급이나 은하군급같은 낮은 등급의 초월자들을 위한 곳이었다.
최소 단급이나 초단급 등의 VIP들을 취급하는 곳은 안쪽에 따로 있다.
바로 VIP 경매장.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입장권」이 필요하다.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네달람은 그런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었다.
“이쪽으로 와라.”
일레오르가 이곳의 VIP 중 VIP이기 때문이었다.
내부로 한참을 걷던 일레오르는 정문이 아닌,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쪽문을 이용했다.
“일레오르 님, 오셨습니까.”
그곳에서 대기하던 관리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옆에 분은…….”
“내 손님이다. 알지? 요즘 핫한 4대 무신.”
“앗, 무신이셨군요! 챔스 리그의 전설!”
관리인이 네달람을 곧바로 알아봤다.
아무래도 리그를 즐겨 보는 친구인 것 같았다.
요컨대 이런 거다.
지구에서도 야구나 축구를 즐겨 보는 자들이 있는 것처럼, 우주의 초월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관심이 있으면 보거나, 베팅장에 찾아오는데.
그렇지 않으면 아예 모르거나, 혼자 적당한 세계에 자리 잡고 군림하며 살아간다.
아니면, 이런 거대 전함에 취직해 정수를 타 먹든가.
“입장권 하나 내와봐.”
“입장권 말입니까?”
관리인이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응대했다.
“아무리 일레오르 님의 부탁이라 하셔도, 입장권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정수 1,000개 이상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
“규정상 그렇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과연.
경매장주라는 배경이 있어서일까?
VIP에게도 할 말을 다 한다.
본래 전함 밖에서 만났으면 말도 못 붙였을 초월자가 말이다.
저벅.
그에 네달람이 걸어 나왔다.
“어떻게 확인하면 됩니까?”
“……예, 무신님?”
관리인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당혹감이 어렸다.
4대 무신 네달람은 이제 갓 초월자가 된 애송이 중 애송이다.
아무리 리그의 전설이라 한들, 성운급일 때 이름을 날린 거고.
초월자는 최소가 은하급이니까.
‘그런 무신이 벌써 정수 1,000개를 모았다고?’
저 눈앞의 일레오르가 주었을 거란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그럴 리는 절대 없고.’
경매장에서도 일레오르는 짠돌이로 유명하다.
또한 가치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가격이 아니면 절대 구매하지 않는 거로도 유명하다.
진짜 부(富)의 표본 같은 존재가 일레오르였다.
“이쪽에 올라오시면 됩니다만…….”
관리인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안내했다.
입구에 설치된 마법진.
이곳에 올라섰을 때, 정수 1,000개 이상 소유자면 초록 불이 뜨고, 그 아래면 빨간 불이 뜬다.
네달람이 그 앞에 서자.
“끌끌.”
일레오르가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빨리 올라가란 소리.
그리고 이내.
파앗!
마법진이 초록 불로 빛났다.
“허억!”
“봤냐? 봤으면 빨리 입장권 내와.”
“아, 알겠습니다.”
일레오르의 말에 관리인이 후다닥 달려갔다.
“…….”
그 과정을 흐르는 물처럼 따르던 네달람은 문득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근데 내가 왜 여기 안에 들어가고 있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본래는 이곳에 올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경매장 안에 VIP들을 위한 경매장이 따로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저 겉 부분에 열리는 경매장에서 가장 쓸 만하고 좋은 거로 하나 장만해 주동훈에게 줄 생각이었는데.
‘최소 1,000개?’
얼마나 위대한 물건을 팔길래 정수 보유량을 확인한단 말인가.
과연 일레오르.
통이 컸다.
본인이 후원하는 게 아님에도 쓸데없이 통이 컸다.
‘쩝.’
뭐.
살짝 당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주동훈에게 좋은 후원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변치 않으니.
‘일단 들어가서 보자고.’
입장권 발급 절차는 간단했다.
신상 등록을 마치고, 관리인의 명단에만 들어서면 끝.
“그럼 이쪽으로 입장하시죠.”
둘은 그렇게 천천히 진짜 경매장으로 들어섰다.
* * *
내부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공간이동 마법을 통해 옮겨진 내부는 마치 콜로세움을 연상케 할 정도였고.
수많은 좌석에는 초월자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볼드)[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합니다!] [막 들어오신 분들은 빈 좌석에 앉아서 숫자판을 확인해 주세요!]
네달람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어떻게 입장하자마자 이렇게 경매를 진행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니, 그걸 떠나서.
저 수많은 초월자들이 이곳 내부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들이란 거지?
이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신기하지?”
휘적, 휘적!
당당하게 걸음을 지속한 일레오르가 가장 상석으로 이동해 앉았다.
오직 VVIP에게만 허가된 좌석.
“입장하는 초월자들의 시간을 세부적으로 조정해 모두가 같은 시간대에 모이게끔 하는 능력인데……. 자세히 파고들면 복잡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라. 자, 네 녀석은 여기 앉아라.”
그의 좌석은 특별해 테이블도 있었고, 의자도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었다.
VVIP가 초대한 손님들을 앉힐 수 있게 해둔 것이다.
“이런 곳에 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장주랑 친해지면 돼.”
“…….”
과연 일레오르.
그의 위대함이 날이 갈수록 새로웠다.
이곳 장주랑도 친할 줄이야.
“우선 초반에 나오는 것들은 별로 인기 없을 거다.”
다리를 꼰 일레오르가 여유롭게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저 밖에 나가면 개떼처럼 몰려들 인기 상품이라, 싸게 사면 무조건 이득이긴 한데.”
스윽.
그가 주변을 둘러본다.
“보다시피 초월자들이 이렇게 많아서, 보통 적정가보다 살짝 비싸게 팔리지.”
“그렇군요.”
“중요한 것은 아이템에서 남들이 못 알아보는 가치를 찾아내는 거야.”
누구나 다 아는 정보로는 이곳 경매장에서 돈을 벌 수 없다.
숨겨진 가치를 빠르게 알아낸 후, 적정가 이상에 사서 필요한 자에게 비싸게 팔아먹어야 한다.
일단 경매장주의 눈을 거쳐 이곳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희소성은 보장되니까.
[첫 번째 물품입니다!]무대 진행자가 중앙에서 아이템을 공개했다.
동시에 홀로그램이 무대 참여자 눈앞에 바로 나타났고.
휘릭, 휘리릭!
모두가 그걸 돌려보고 만져보고 판단했다.
네달람 앞에도 아이템이 떴다.
[아이템 : 이브릭의 독니] [등급 : 은하단급] [종류 : 재료] [설명 : 태초의 뱀, 이제는 우주에 백 개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설적인 뱀의 이빨입니다.]“……이브릭?”
“그냥 넘겨라.”
일레오르가 고개를 저었다.
이브릭으로 만든 무기는 확실히 쓸 만하지만, 애초에 창조룡인 그에게 뱀의 이빨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정수 50개 단위로 입찰해 주십시오!] [최소 단위는 100개입니다!]‘미친.’
네달람이 경악했다.
바깥 경매장은 최소 단위가 정수 다섯 개인데.
이곳은 100개?
[6,100번 100개!] [541번 150개!] [1,547번 200개!]순식간에 200개까지 솟구쳤다.
그리고 이내.
[더 없으십니까?] [1,547번 200개에 낙찰되셨습니다!]쾅쾅쾅!
진행자가 망치로 바닥을 내려쳤다.
경매는 이런 식이었다.
물품을 소개하고, 자리표에 따른 입찰을 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도 가격이 안 올라가면 낙찰된다.
보증금액 따위는 없었다.
이곳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신용이 있다는 뜻.
혹여 신용을 어기면?
그때는 뭐.
경매장주의 밥이 되겠지.
네달람은 다시 태어난 아이라도 되듯 호기심 어린 얼굴로 아이템들을 스캔했다.
하나같이 다 어마어마한 것들이었다.
그 어떤 것이든 리그에 내려가면 혼자 무쌍 찍을 수 있는 그런 사기급 아이템들.
‘하지만.’
저런 걸 사서 후원할 수는 없었다.
성운급 이하 아이템만 지원할 수 있다는 리그의 제한 때문이다.
배치 고사 때도 주동훈이 기르던 파괴룡을 넘어갔던 것도, 그 파괴룡이 성운급 이하여서다.
만약 파괴룡이 고룡이었다?
그것은 확실한 반칙이 된다.
“그거 아냐?”
일레오르가 낄낄거렸다.
“원래 초월자용 아이템보다 성운급 아이템이 더 비싼 거.”
“후원 때문입니까?”
“음, 반쯤은 맞아. 분명 등급은 성운급인데 능력은 은하급 그 이상인 아이템들이 꽤 인기 있긴 하거든. 물론, 그걸 사서 후원하는 간덩이 큰놈들은 별로 없고.”
가끔 있긴 하지만, 극소수다.
어차피 보통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후원하면 뭐 하나, 그걸 사용하는 존재가 쭉정인데.
좋은 거 사다 줬더니,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패배하는 꼴을 보면 그 어떤 초월자라도 화병이 도질 거다.
“보통은 콜렉터들이 그런 걸 수집하지.”
현재 이 우주를 리그가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 리그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물론, 내 옆에 간덩이 큰 놈이 하나 있긴 하지만, 낄낄.”
“…….”
네달람은 그런 일레오르가 무언가 얄미웠다.
알게 모르게 압박하고 있지 않던가.
주동훈한테 비싼 거 사서 후원하라고.
‘굳이 압박하지 않아도 그럴 거긴 합니다만.’
“후.”
한숨을 내뱉은 네달람이 다시 무대를 바라봤다.
첫 진행자는 아이템 약 10개 정도를 소개한 후, 사라졌다.
그 이후 다시 새로운 진행자가 들어왔는데.
“오.”
일레오르가 반응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가 진행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가 딱 성운급만 취급하는 애 거든.”
성운급!
네달람이 눈을 빛냈다.
이제부터.
주동훈에게 쥐여줄 소중한 아이템을 여기서 구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