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1)
스켈레톤 로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자네, 정신이 좀 드는가?”
눈을 뜨자, 땅딸보 드워프의 수염이 시야에 한가득이었다.
“끄응.”
입가에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몸이 감기에 든 것처럼 으스스하니 추웠다.
뼈가 시렸고 근육 하나하나엔 피로가 가득했다.
‘미쳤지.’
노인의 중급 단계는 대단했다.
지금껏 느꼈던 모든 고통을 상회하는 느낌.
지금 아픈 것도 아마 몸이 회복하고 있는 단계일 거다.
“괜찮은가? 난 또 내가 만든 닭요리를 먹고 부작용이 온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는가?”
아.
하긴, 다그나르의 눈엔 노인이 보이지도 않았을 테니.
혼자 죽을병 걸려 끙끙 앓고 있는 줄 알았겠지.
“별일 아니었습니다.”
“별일이 아니긴! 뼈가 뒤틀리고 피부가 타고 회복되기를 반복하던데! 그러고 보니, 자네. 요즘 너무 무리했어. 밤새도록 망치질한 걸로도 모자라, 날마다 훈련을 병행하고 있으니…… 아마 우리 종족이었다면, 벌써 몸져누웠을걸세.”
“하하, 진짜 괜찮아요.”
“진짜?”
“네, 방금 겪었던 건 그냥 저희 종족만의 탈피 과정이라 생각해 주세요.”
“탈피?”
뱀이나 곤충이 허물이나 껍질을 벗어내고 성장하는 과정.
내 상황이랑 비슷해 농담 삼아 한 말이었는데.
다그나르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타, 탈피라니? 여, 역시!”
“네……?”
“……자네는 용족이었군! 그, 그래! 그러고 보니, 본적이 있었어! 용들은 자신의 소환수로 용아병(龍牙兵)을 부린다지? 이, 이럴 수가……. 타지에서 온 은인이 알고 보니 힘을 숨긴 용이었다? 자네는 봉인된 거대마룡의 후예라도 된단 말인가!”
“…….”
“우, 우리 드워프 마을에 침투한 목적이 뭐, 뭔가! 설마 여기까지 온 것도?”
“휴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서 어떻게 더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굳이 오해를 풀기도 귀찮았다.
‘게다가.’
아직 봐야 할 것이 있었다.
마침내 B급에 도달하면서 얻은 보상!
나는 허공에 줄줄이 떠 있는 메시지를 천천히 읽었다.
[스킬, ‘균형 잡힌 스켈레톤 소환’(C급)의 등급이 상향 조정됩니다!] [스킬, ‘위대한 스켈레톤 소환’(B급)으로 변화합니다!]‘위대한……!’
아아.
감격이었다.
본래 E급일 당시 ‘평범한’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내 뼈다귀들이.
어느새 위대해졌다니?
무언가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메시지를 더 자세히 살폈다.
[스킬 : 위대한 스켈레톤 소환] [등급 : B] [효과1 : 기력 10을 소모하여, 중급 스켈레톤을 소환합니다. 최대 10마리까지 가능합니다.] [효과2 : 각 스켈레톤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효과3 : 각 스켈레톤의 기력이 100 증가합니다.] [효과4 : 각 스켈레톤은 본인보다 한 단계 낮은 ‘스켈레톤’을 총 10마리 소환할 수 있습니다.]“뭐?”
나는 눈을 껌뻑였다.
기존 1, 2에 추가된 3, 4의 효과.
뼈다귀들의 기본 깡 기력이 100씩 오른 것만 해도 엄청난데.
‘뼈다귀들이 뼈다귀를 소환한다고?’
한 단계 낮은 스켈레톤이면 C급의 ‘균형 잡힌 스켈레톤’을 말하는 걸 텐데.
그럼 총 6마리가 전부 다 소환한다 치면, 60마리야?
소름이 끼쳤다.
발바닥 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전율이 솟구쳤다.
‘말도 안 되게 좋잖아……?’
하루아침에.
B급 6마리와 C급 60마리를 이끌 수 있는 헌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론상.
뼈칠이에서 뼈십이까지 하면 110마리긴 하지만, 어쨌든.
그야말로 폭풍이라 할 수 있는 성장이었다.
[축하합니다.] [몸속에 있는 노폐물을 모두 태워냅니다.] [기력이 100 증가합니다.] [태청심법의 성능이 향상됩니다.]“……!”
뼈다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 게 아니다.
내 깡 기력 역시 100 증가했다.
과연, 노인의 마사지를 믿고 따른 보람이 있는 순간이었다.
메시지는 이거로 끝.
“끙차.”
나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근육을 풀었다.
찌뿌둥하던 것도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진 듯 풀어진다.
동시에 나는 눈을 감고 차분히 기를 탐지했다.
‘확실히 얼마 안 남았네.’
지하에 밑부분에 느껴지는 ‘가시 드레이크’의 기척.
그래도 그동안 잡은 게 있어서인지 소량뿐이었다.
“이젠 굳이 불로 잡을 필요 없겠어.”
후웅!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뼈다귀들을 불러냈다.
“주군.”
먼저 태양이가 반겼다.
“바뀐 몸은 어때?”
“나쁘지 않습니다. 머리는 알고 있어도 육체가 잘 따라오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그 벽이 단숨에 무너진 것 같습니다.”
“그래?”
“물론 아직 본신의 힘을 찾으려면 멀었습니다.”
“뭐, 그건 당연하지.”
나는 태양이의 정보를 살폈다.
[이름 : 태양창] [기력 : 200/200] [고유 능력 : 위대한 스켈레톤] [클래스 : 스피어맨] [등급 : B] [힘 : 42] [민첩 : 42] [체력 : 40] [마력 : 38] [기술 : 41] [보유 스킬]-‘중급 찌르기’(Lv.4)
-‘태양연격’(太陽連擊)(Lv.4)
-‘몰아치는 사막’(Lv.4)
-‘영혼의 불꽃’(Soulflare)(Lv.4)
-‘스켈레톤 소환’(Lv.MaX)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해 봐도, 말도 안 되는 성장이었다.
기력도 200으로 늘었고, 등급도 B다.
거기다가.
“흠, 네 쫄따구도 함 불러볼래?”
“……명 받들겠습니다.”
태양이는 거부감 없이 새로운 스킬을 받아들였다.
녀석에게서 총 100의 기력이 빠졌고.
후두두둑!
뒤로 창 든 스켈레톤 10마리가 든든하게 생성됐다.
“와.”
비록 태양이보단 약했지만, 나름 C급 스켈레톤들이다.
삐걱, 삐거덕거리는 게.
태양이처럼 자아를 가질 순 없는 듯하지만…….
“다른 애들도 한번 보여줘.”
나는 나머지 뼈다귀들에게도 스킬을 쓸 것을 종용했다.
삐걱!
각자 고개를 끄덕이며 기력을 써댔다.
후둑! 후두두둑!
어둡고 낡은 계단 위에서.
수많은 스켈레톤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은 기괴했다.
아마 남들이 보면, 어둠의 군주라도 된 줄 알 거다.
하긴, 원래 이런 게 네크로맨서의 본 모습이긴 하지.
이제야 좀 직업다워진 것 같은 느낌에 난 녀석들을 빤히 내려다봤다.
총 66구의 스켈레톤.
덜덜덜.
그 모습을 본 다그나르는 뒤에서 그저 떨고 있었고.
“주군.”
투웅!
태양이가 창을 들어 바닥을 두들겼다.
투웅! 척!
그러자, 나머지 뼈다귀들이 절도있게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린다.
태양이의 의지에 모든 스켈레톤의 의사가 합치한 상황.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정체 모를 누군가도 감동했는지.
[띠링!] [축하합니다!] [이명이 생깁니다.]메시지로 축하가 떨어졌다.
‘이명…….’
모든 랭커들이 가지고 있는 헌터의 또 다른 이름.
고유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생기는 그 이름.
마침내 나도 그것을 가지게 된 거다.
[당신은 모든 스켈레톤을 통솔합니다.] [모든 스켈레톤의 위에 군림합니다.] [그 어떤 스켈레톤도 당신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스켈레톤 로드’입니다.]스켈레톤 로드.
뭔가 내 마음속 라이벌, ‘다크 로드’처럼 웅장한 이름까진 아니었지만.
현재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름이었다.
모든 스켈레톤 위에 존재하는 자.
좋아.
나쁘지 않았다.
일단 태양이만 봐도.
내 뼈다귀들은 평범한 존재들이 아니니까.
“주군.”
쿠웅!
태양이가 다시 한번 바닥을 내려쳤다.
“저희는 준비됐습니다. 나머지 괴물들을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승률은 100%입니다.”
마치, C급일 때 쉽게 처리 못 한 게 ‘한’이라도 된 듯.
태양이의 눈빛은 살벌했다.
명만 내리면 ‘드레이크’의 피로 샤워를 할 것만 같은 기세였다.
‘좋아.’
어차피, 기력은 충만하다.
내 고유 능력이 진짜 사기인 점은.
저들이 아무리 찢기고 부서져도 내 기력만 건사하면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것.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쓸어버려.”
로드의 이름을 받는 내 첫 번째 명령이었다.
* * *
두두두두!
공간이 흔들렸다.
발걸음 소리가 메아리쳐 울렸다.
뼈다귀들이 내 명에 진형을 갖추고 내려가는 소리였다.
“전원 위치로.”
태양이의 명에, 각자 진형을 갖췄다.
뼈사를 토대로 만든 탱커들이 최전방에.
뼈삼이와 뼈오의 스켈레톤들은 최후방에.
그리고 나머지는 측방에.
기본적인 배치였다.
– 키에에엑!
우리를 인식한 드레이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머리에 있는 뿔을 들이밀며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하지만.
쿠웅!
뼈사가 방패를 들어 막아낸다.
다른 탱커 스켈레톤들도 방패를 들어 박치기에 저항했다.
살짝 밀리긴 했지만, 그래도 버텨냈다.
엄청난 힘겨루기에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저걸 막아내다니.’
과연 B급으로 성장한 뼈사다웠다.
핑! 피피피핑!
다음은 뼈삼이의 군단이 활을 쏘았다.
어차피 저들은 물리 내성이 강하기에, 빈틈을 노렸다.
눈동자나, 배 밑 연약한 부분 등.
급소로 보이는 곳에 박혔다.
– 키엑! 키에엑!
드레이크들이 열 받는다는 듯 발광했다.
[‘뼈다귀5’가 스킬, 파이어 필드(Lv.2)를 사용합니다.]화르르륵!
다음은 불꽃 파티였다.
뼈오를 중심으로 10마리의 스켈레톤이 불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퍼퍼퍼펑!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파이어 볼.
순식간에 바닥이 불바다가 되었다.
– 꾸에에엑!
이제는 드레이크들이 불쌍해 보일 지경.
혹여 밖으로 튀어나오는 놈들은 뼈일이가 대검으로 쳐 밀어 넣었고, 태양이의 군단 역시 그 과정을 함께 도왔다.
“자네는…….”
다그나르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점점…… 더 강해지는군.”
“아직도 제가 용 같으세요?”
“크, 크흠. 자네가 부정을 안 하잖나!”
“제가 누구면 어떻겠어요. 중요한 건 같이 이 던전의 유적을 파헤치고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 그렇긴 한데.”
나는 다시 시선을 밑으로 돌렸다.
확실히 B급이 된 나는 강해졌다.
‘측정 불가’라는 던전 난이도가 무색하게 쉽게 놈들을 처리한 것이다.
[‘가시 드레이크’를 처리합니다.] [‘가시 드레이크’를 처리합니다.] [‘가시 드레이크’를 처리합니다.]…….
‘다만.’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고작 드레이크 따위로 그런 등급이 될 리 없었으니까.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화륵!
불이 사그라들었다.
존재하는 모든 드레이크는 익어진 채로 시꺼멓게 타 있었고.
“음?”
가장 밑부분 바닥에는.
위이잉!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다.
“자, 자네! 저길 보게!”
다그나르가 그 모습을 보며 외쳤다.
눈빛을 보니 굉장히 흥분한 듯 보였다.
“예?”
“저기 보이는가? 빛나고 있는 활과 망치!”
“아, 예. 보이네요.”
분명히 보였다.
옆에 놓인 아이템 둘이.
“저게 바로 드미르와 엘드린의 유물일세!”
“오?”
500년 전, 거대마룡을 봉인하며 목숨을 잃었다는 둘의 유물이.
드디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