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1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12화
천계(5)
자드키엘, 하쉬말, 무리엘.
세 주천사의 시선이 주동훈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은 긴장했다.
외형은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하지만, 그 내부에 담긴 힘은 절대 평범한 인간이 아닐 것이다.
여유는 둘째치고, 겁먹고 도망친 야리엘의 모습만 봐도 그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무리엘.”
자드키엘이 이를 악물었다.
“방심하지 말고 셋이 덤빈다.”
“고작 야리엘을 이겼다고 너무 과한 대우를 해주는 것 같긴 하지만……. 일단은 그러도록 하지.”
무리엘이 호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를 이곳에서 몰아내는 것은 과거 천신께서 내리신 명.
자존심보다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 천사들에겐 더욱 중요했다.
휘릭!
창을 휘둘러 자세를 잡는 무리엘을 바라보며 주동훈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저 고집 센 눈빛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팰 생각을 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탓이다.
[월(月) : 크하하핫! 재미있겠구나. 주천사 넷이 인간 하나에게 연달아 격파당하는 꼴이라니! 천계에 두고두고 회자될 엄청난 수치가 될 거야!]그러게요.
그러니까 인간을 죽이긴 왜 죽여?
정중하게 날개 가진 분 있으면 오셔라! 말만 해서 보냈어도 바로 달려갔을 텐데.
어쨌든 저들은 본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직도 안 덤비고 있어? 내가 먼저 가?”
주동훈이 어깨를 으쓱하자, 건너편에 선 자드키엘이 낮은 목소리로 일갈했다.
“건방 떨지 마라, 인간. 네놈을 천계에서 쫓아내겠지만, 곱게는 보내주지 않을 테니까.”
“후.”
주동훈이 호흡을 내뱉었다.
계속 덤비라 해도 가만히 있는 게, 본능적으로 쫄고 있는 것 같은데…….
안 되겠다.
먼저 가서 패버려야지.
자고로 사람도 악마도 천사도 매가 약이다.
타앗!
주동훈이 예고도 없이 튀어 나갔다.
둔기가 하늘 위로 솟구치더니.
쐐애애애액!
부드럽게 돌아가는 허리와 함께 자드키엘에게 쇄도했다.
“무, 무슨…….”
엄청난 속도에 자드키엘이 눈을 부릅떴다.
몽둥이가 무식하게 다가온다.
무식?
아니,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절대 무식하지 않다.
자드키엘은 느낄 수 있었다.
더없이 완벽한 궤도와 피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
그리고 더없이 깔끔한 자세.
저자는 진짜다!
괜히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니었다!
“막아!”
건틀릿을 다급하게 들어 올린 자드키엘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쉬말, 무리엘! 저놈이 나한테 먼저 다가온…….”
말을 끝맺을 시간도 없었다.
옆에서 두 주천사가 달려들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주동훈의 몽둥이찜질이 몇 걸음이나 더 빨랐다.
“이, 이런.”
자드키엘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버, 벌써.’
하필 살 하나 없는 정강이뼈에 그의 둔기가 충돌하고 있었다.
빠가아아악!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뼈가 두 동강 나는 게 느껴질 정도.
“까악?!”
감각이 이상했다.
힘을 주어도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보이는 것은 역으로 꺾여져 축 늘어지는 다리였다.
동시에.
허벅지와 척수를 타고 뇌 끝까지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끄, 끄아아아아악!”
자드키엘이 있는 힘껏 비명을 내질렀다.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이깟 골절, 성전에서 역천사들에게 치유하면 될 일이지만…….
무언가 저자의 몽둥이는 궤를 달리했다.
몽둥이를 둘러싼 모종의 기운이 통점을 더 강력하게 자극한달까?
비명을 지르는 그의 귀로 싸늘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고작 한 대 맞았다고 비명을 지르는 거야?”
고작?
이 통증을 고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제 이런 통증을 느껴봤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다 이 자식아!
빠각!
“뭐, 무슨……!”
하지만, 주동훈의 몽둥이찜질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눈으로 딱 스캔했을 때, 연약해 보이는 뼈 부분만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퍼어억! 빠아아악! 퍼버버벅! 빠악!
날개?
이미 부러졌다.
날아서 도망칠 수도 없으며, 남은 반대쪽 정강이뼈도 부러뜨려 버렸다.
“끄, 끄아아아아악!”
마치 빨래라도 당하듯, 자드키엘의 시선이 정신없이 뒤집혔다.
이미 몸이 허공에 뜬 상태로, 굴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
뭐라도 해보고 싶다.
주먹에 끼워진 건틀릿을 휘두르려 해도.
빠가아아악!
골절 때문인지,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심지어.
슈슈슈슈슛……!
옆에서 하쉬말이 다급하게 활을 쏘고, 무리엘이 창으로 계속 찌르고 있었지만, 저놈은 그걸 귀신같이 피해낸다.
그러면서도 둘은 건들지 않았다.
오직 자드키엘만 미친 듯이 팼다.
‘미, 미친.’
이건 말도 안 된다.
나머지 둘이 덤비는데, 그걸 회피하면서 이렇게 완벽한 자세로 두들긴다?
그건 이미 자신들과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높은 급에 있다는 뜻이다.
쐐애애액!
무리엘이 1초 만에 8연격을 가했지만.
스슷!
그림자로 숨어든 주동훈이 그걸 가볍게 피해낸다.
그러고는?
빠가아아아악!
자드키엘의 뒤통수를 둔기로 가격한다.
푸확!
피가 터졌으나.
곧바로 주동훈의 반대쪽 손에서 하얀빛이 흘러나온다.
치유의 술(術).
출혈이 멈춤과 동시에, 잃었던 의식을 되찾게끔 도와준다.
“고작 이거 맞았다고 기절할 생각은 아니지?”
물론, 그 이후에도 찜질은 계속된다.
“자, 자드키엘 괜찮나!”
무리엘이 당황하여 소리쳤다.
자드키엘은 황당했다.
네 눈엔 이게 괜찮아 보이냐?
빨리 어떻게 좀 해보란 말이다!
“상대가 너무 신출귀몰하다! 아무리 공격해도 잡을 수가 없어! 나도 홀린 기분이다!”
‘이게 말이 돼?’
자드키엘은 그제야 잽싸게 도망갔던 야리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저 괴물을 막으려면 대천사들을 불러내야 했다.
퍼어억! 빠아아악! 퍼버버벅! 빠악!
‘자, 잠깐만…….’
자드키엘은 억울했다.
‘근데 왜 나만 패……?’
저기 옆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하쉬말과 무리엘은 왜 안 건드는 거냐고!
심지어.
“흐아아아압!”
무리엘이 비기까지 써가며 온 기운을 담은 일격을 주동훈의 등 뒤에 꽂아 넣은 순간에도.
까아아아앙!
살 찔리는 소리가 아닌, 금속 후려치는 소리가 들린다.
“끄, 끄헉!”
무리엘은 찌른 힘의 반탄력을 손아귀에 그대로 받아내야 했다.
콰지지직!
살이 뜯기고, 뼈가 드러났다.
막상 찔린 주동훈은 따분한 표정으로 귀를 팠다.
“……뭐야, 그게 다야? 간지럽네.”
금(金)의 기운만 살짝 둘러도, 주천사 정도의 공격은 아무런 느낌조차 없다.
그들이 온 힘을 다해 공격해도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게 현 주동훈의 몸이다.
그 때문에 배지민과 어르신도 혀를 내두르지 않았던가.
“넌 좀 기다리고 있어봐. 이따가 패줄 테니까.”
그러고는 다시 자드키엘을 두들겨 패는 데 집중하는 주동훈을 보며.
“…….”
무리엘은 그만 의욕을 잃고 말았다.
이게 의미가 있는가?
조금 전 일격은 자신의 모든 힘이 들어간 창술의 정수였다.
그런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끄악! 끄아아악!”
아직도 열심히 비명을 질러대는 자드키엘.
“그만해! 그만! 내가 잘못했다!”
주천사로서, 감히 천신의 명을 받들지 않고 항복 표시를 해버리는 자드키엘을 바라보며 무리엘은 그 어떤 말도 잇지 못했다.
동시에 생각나는 야리엘.
‘너도 저렇게 당한 거였냐?’
“그거 알아?”
맞는 와중에도 주동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다굴 놓는 놈들은 딱 한 놈만 패면 돼. 그럼 다른 놈들은 알아서 기게 되거든.”
“끄, 끄아악, 끄아아악!”
“아직 비명 지를 힘이 남았네? 좀 더 맞다 보면 비명도 못 지르더라. 야리엘이 그랬거든.”
구타는 계속되었다.
* * *
“……이게 뭐야.”
하쉬말 역시 활을 아래로 내렸다.
더이상 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건.’
바로 도주해야 한다.
야리엘처럼 튀어서 대천사들께 고해야 한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왔다고.
직접 오셔서 정화해야 한다고.
‘미안하다, 자드키엘.’
투웅!
그녀가 발을 박차, 몸을 뒤로 뺐다.
야리엘이 부수고 도주한 벽의 구멍 쪽으로 도망치려다가 그만.
“어……?”
야리엘과 눈이 마주쳐 버린다.
“야리엘……. 네가 왜 거기에?”
문제는.
두 발로 서 있는 게 아닌, 누군가에게 뒷덜미를 붙잡힌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거다.
“주군.”
저벅.
웬 삿갓 쓴 사내가 들어오더니, 야리엘을 냅다 집어 던져 버렸다.
“끄, 끄아악!”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는 야리엘.
“여기 도주하는 자가 보이길래 잡아서 복귀했습니다.”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이는 이 사내 하나만이 아니었다.
“주군, 임무 완수 후 복귀했습니다. 제 구역에 살아 있는 모든 헌터들을 구조했습니다.”
태양창도.
“교수님! 출구를 찾아서 생존자들 전부 내보내고 오는 길이예요.”
아린도.
그 외 카덴과 다나, 유이사, 엘드린, 무각이 순서대로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끌끌, 여기도 참 재미있는 세상이구나. 진짜 날개 달린 것들이 제법 의지가 있어.”
여유롭게 들어오는 백발노인까지.
‘뭐야.’
하쉬말은 당황했다.
하나하나의 기운이 범상치가 않았기 때문.
현 주천사는 거성(巨星)의 힘을 낸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도, 저자들의 힘을 측정하기 어려운데…….
‘그런 이들이 모두 저 남자를 따르고 있어?’
콰아아앙!
마침내 자드키엘의 몸을 내려찍어 마무리를 가한 주동훈이.
“후.”
호흡을 내뱉으며 걸어 나왔다.
“다들 왔어?”
싱긋 웃는 그의 아래에는 눈물 범벅된 자드키엘이 온몸을 비틀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아픈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꿈틀대는 그.
“이놈아. 태청공재만성대법을 펼쳤느냐?”
어르신이 걸어오며, 자드키엘의 상태를 살폈다.
“예, 제가 아는 구타법 중에는 이게 최고라…….”
“적한테 그래도 되느냐?”
물음의 요지는 그렇다.
이 대법에 당하는 이들은 시간에 걸쳐 점차 재능이 오르기에, 인간을 죽인 천사들에게 그래도 되냐 묻는 것.
“예, 뭐. 아픈 게 중요한 거니까요.”
천사들은 언젠가 자신의 수하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괜찮기도 하고.
수하가 안 되면?
그래서 그 올라간 재능으로 자신한테 덤비면?
그땐 진짜 죽이면 그만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어르신.”
“뭐냐.”
“저기 쟤 있잖아요.”
주동훈이 이러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서 있는 하쉬멜을 가리켰다.
주천사 중 유일한 여성체로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그녀.
“어르신 심심하지 않으세요?“
“네놈 대신 나보고 패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저는 저기 한 놈. 마저 패야 하거든요. 아까 좀 건방 떨던 놈이라.”
스윽.
둔기를 들어 올려, 무리엘을 가리키자.
“히익.”
덜그렁!
저도 모르게 창을 떨어뜨린 채 뒷걸음쳐 버렸다.
이제 깨달은 거다.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눈앞에 저 야리엘이나 자드키엘 꼴이 나겠구나.
“사, 상관을 불러오겠다.”
무리엘이 양손을 들며, 애타게 말했지만.
“뭐야.”
주동훈이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스트레칭했다.
“아까는 내가 정말 강하다 하더라도,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날 찌르다 죽는다며. 벌써 도망갈 궁리를 하네?”
“그, 그건…….”
무리엘은 할 말이 없었다.
불과 30분도 되기 전, 자신이 한 말이었으니까.
픽.
주동훈이 웃었다.
좋다.
무리엘의 의지가 꺾여서 더 좋다.
원래 의지가 꺾인 상태에서 맞는 게 더 고통스럽거든.
오늘 이곳에서 주동훈은 천사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새길 것이다.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자신의 얼굴만 봐도 그 구타의 치욕이 떠오르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으니까.’
원래는 천계를 멸절시켜야 옳다.
다짜고짜 공격을 가한 것은 저들이니까.
여섯 정수의 힘을 가지고 있는 주동훈에겐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 정황상 저놈은 네놈이 맞는 게 낫겠다. 저 천사는 내게 맡겨라. 강도는?”
어르신이 묻자.
“말해 뭐해요. 100%지.”
주동훈이 웃으면서 대꾸한다.
“…….”
결국, 무리엘은 조용히 창을 집어 들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눈앞의 괴물을 상대로 어떻게든 저항해야 할 상황.
“으, 으아아아!”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질주하는 무리엘에게.
“그래, 그래야지.”
주동훈이 싱긋 웃어주었다.
그러고는 둔기를 그대로 그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달려오는 힘을 역 이용한 완벽한 카운터!
퍼어어어억!
그저 닿은 것만으로도 살이 갈라지고, 내부의 오장육부가 터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통이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끄아아아아아악!”
고통 속에서 벌린 입 사이로 침이 마구마구 튀어져 나온다.
무리엘은 경악했다.
고작 한 방이다.
이 한 방에 이딴 말도 안 되는 통증이 흘러나오는데.
저들은 이걸 30분가량 참았단 말인가?
심지어.
“까아아아악!”
옆에서 하쉬말의 괴성 역시 들려왔다.
보아하니, 백발노인으로 보이는 자가 두들겨 패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리엘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얘들, 뭐 하는 인간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