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2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26화
인베이그(1)
지구의 랭커들이 리그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후, 「드엘 공방」 집무실.
“후우우우.”
이번에도 김진아는 홀로 쓸쓸하게 남아 있었다.
날개에 들어갈까도 고민해 봤지만, 굳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미 100% 승리를 예측하는 건 둘째치고.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으니까.’
김진아는 랭커가 아니다.
랭커가 아닌 자가 리그에 참여하면 초월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터.
모험할 필요가 없는 일에 굳이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참, 신기하네.’
책상에 팔꿈치를 댄 김진아가 고민에 잠겼다.
자신의 길마.
주동훈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참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분명 좋아해야 옳은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그녀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대(大) 별천지의 길마가 사실 옛 신(神)의 힘을 물려받았고 세계 최강을 넘어 우주 최강이 되려 한다!
원래부터 야망이 큰 김진아에게는 이보다 좋은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이건 거창해도 너무 거창하잖아.’
스케일이 큰 정도가 아니었다.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이 너무 거대해서 오히려 숨이 턱 막혀왔다.
그동안 길마님은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왔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긴 했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주동훈 곁에 좋은 수하들이 그의 어깨 위 짐을 덜어주는 만큼, 김진아 역시 하던 대로 별천지를 관리하며 그의 잡무를 봐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주동훈은 충분히 자신에게 만족할 것이다.
“…….”
그렇게 김진아가 계속해서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였다.
덜컹!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데구르르…….
하얀 누군가가 데굴데굴 굴러온다.
탄생 이후 별천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창조룡 크리드였다.
“엄, 아니, 인간!”
펄럭!
짧은 다리로 바닥을 벅차올라, 하늘에 붕 뜬 크리드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 혼자 청승맞게 뭐 하고 있느냐.”
“왜, 심심해서 왔니?”
김진아가 부드럽게 웃었다.
크리드는 주동훈이 아닌 상대에겐 항상 저런 고압적인 말투를 구사했다.
외모가 귀여워 위압감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흐응, 심심한 건 아니고 그냥.”
크리드가 팔짱을 꼈다.
“아빠가 인간 옆에 붙어 있으라 그랬다. 그래야 밥 많이 줄 거라고.”
“정말?”
김진아가 눈을 반짝였다.
“정말 아빠가 그런 말을 했어?”
김진아는 크리드의 위력을 잘 안다.
거성(巨星)급.
그런 존재를 굳이 옆에 붙인다는 건, 걱정으로 해석해도 되는 일일까?
“흐으응.”
김진아의 호들갑을 캐치한 크리드가 머리카락을 베베 꼬았다.
그러고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히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인간, 사실대로 말해도 되겠느냐?”
“응?”
“솔직히 인간은 너무 한심할 정도로 약하다. 우리 아빠가 아끼는 감정에 비해 너무도 약해서 자칫하다가 약점이 될 수 있을까 그게 걱정이야.”
“……어.”
크리드의 느닷없는 팩폭에 김진아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솔직히 인간도 알고 있지 않으냐. 본인이 약해 빠진 거.”
“……그래서?”
김진아가 머리를 짚었다.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데, 이 용 꼬마마저 왜 이러는 거야?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약하면 강해지면 될 일이지!”
“……강해져? 내가?”
“웅!”
크리드의 목소리가 살짝 격양되었다.
“엄……. 아니, 인간은 우리 아빠의 길드! 별천지의 부길마잖아! 다른 집단 간부들에게 밀려도 되겠어? 응? 인간은 쫀심도 없어?”
김진아가 크리드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느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일종의 기대를.
“어어…….”
김진아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 할 일 많은데. 지금도 업무가 산더미처럼 밀려 있는데.’
세상에.
훈련까지 하라고?
심지어 지금껏 안 하다가 이제부터?
“그건 너무 늦지 않았을까?”
“늦은 게 어딨어! 인간처럼 어린 나이에!”
“후, 크리드. 그건 용 기준이지……. 인간의 평균 연령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크리드가 싱긋 웃었다.
“인간이 말하는 평균 연령은 ‘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자들을 기준으로 산출한 거겠지. 내가 장담컨대! 최고의 용족인 나한테 제대로 배우잖아? 인간이 생각하던 것보다 아득히 오래 살걸? 그것도 젊고 예쁜 모습으로.”
“…….”
젊고 예쁜 모습……?
참 신기하다.
이 창조룡.
혹시 사람을 꾀는데 일가견이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생각해 보면.’
사실, 세상일이란 게 어찌 될지 모른다.
슬픈 일이지만, 신들에게 들켜 지구가 순식간에 삭제될 일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 순간에 살아남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몸을 지킬 힘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길마님 곁에서 그의 짐을 덜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오래 살면……. 길마님을 더 오래 도울 수도 있고…….”
“맞지! 맞지! 역시 똑똑한 인간!”
“……근데, 궁금한 거.”
“응?”
김진아가 주섬주섬 서류를 정리하며 물었다.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려는 이유가 뭐야?”
생각해 보면 귀찮을 텐데, 굳이 스승을 자처하면서까지 자신을 챙길 이유가 없다.
“……어.”
빙긋빙긋 웃던 크리드가 살짝 당황했다.
자존심 강하고 계산이 빠른 창조룡은 절대 말 못 한다.
그쪽이 엄마 후보 1위라, 일종의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을.
“큼큼, 그냥. 정들어서 그래! 정!”
“……정?”
김진아가 고개를 갸웃할 찰나였다.
–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
고래의 울음소리가 온 세상을 진동시켰고.
– 아아!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젠 정겨운 우리 고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어요!
– 예, 세계 랭킹 게시판도 변화가 있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 맞습니다! 리그!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리그입니다!
한쪽에 켜두었던 TV 화면에서 사회자들이 흥분하여 떠들기 시작했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오늘 가장 중요한 것은 저 리그.
“크리드, 이리온.”
김진아가 자신의 어깨를 톡톡 치며 웃었다.
“흥! 감히 창조룡을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라!”
말과는 다르게 은근슬쩍 올라와 착 달라붙는 창조룡.
“나가자. 우선 나가서 저것부터 보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그래, 알겠다.”
***
[에메랄드 티어.] [지구의 상대 팀은 ‘인베이그’으로 선정되었습니다.]상대는 인베이그.
리그의 법칙에 따라 두 세계의 시간 흐름이 동일하게 맞춰진다.
리그는 이전과 비슷했다.
배치 고사 때와 다르게 1세트부터 5세트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방식.
이는 오직 관중들의 흥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 자! 운명의 주사위가 굴러갑니다! 과연 어느 진영이 선봉에 서게 될까요?
– 우리로선 주동훈이 먼저 나가는 게 좋습니다! 5판 3선승제이기 때문에 최대한 강한 팀이 빨리빨리 나서줘야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예요!
– 자, 모두들 기도합시다! 제발 별천지가 먼저 걸리길! 아니면 차선으로 마왕군도 나쁘지 않습니다!
투르륵!
화면에서 빨강, 파랑, 초록, 황금, 갈색, 흰색으로 칠해진 주사위 두 개가 데굴데굴 굴렀다.
서로 부딪히고 얽히고설키더니 이내 각자의 색을 드러냈다.
[1세트가 정해졌습니다.] [지구 – 나무(Tree) vs 인베이그 – 나무(Tree)] [주제 : 보스전] [상대의 우두머리에 씌여진 왕관을 벗기시오.] [승리 시 5점] [패배 시 –2점]주제가 정해진 것이다.
“보스전!”
“또스전?”
지구 측이 술렁였다.
보스전이면 이전 티어에서 프랑 세계와 했었던 종목 그대로이지 않던가!
게다가 나무(Tree)면……!
마왕군이다!
“와, 대박!”
“마왕구우우우우운!”
“와아아아아!”
“그때도 마왕군이 보스전 하지 않았었나?”
“나이스! 이건 엄청 유리하지!”
선봉이 제법 든든하다.
게다가 우두머리만 잡으면 오케이인 이런 류 게임은 각 팀장만 절대적으로 강한 지구 측이 자신 있는 종목이었다.
그렇게 1세트가 시작되었다.
쿠구구구……!
필드는 지저 도시였다.
도시의 양 끝에는 엄청난 규모의 성채가 지어져 있었고, 양측 진영은 그곳에 소환되었다.
습기가 축축하고 환경이 어두운 게, 마치 언데드들이 서식할 것 같은 그런 느낌.
“좋군.”
잭이 웃었다.
분위기가 마계와 비슷하다 보니, 편안한 마음이 든 것이다.
‘주동훈이 말했지.’
거대 성운의 힘 한도에서 압도적으로 이겨도 좋다고.
프스스스……!
잭은 기운을 끌어 올려 자신의 몸을 자체적으로 봉인시켰다.
출력을 제한하는 거다.
아무리 흥분해도 절대 은하급 이상의 힘을 낼 수 없도록.
“다들 진형을 구축하라.”
“예!”
마왕군의 랭커들이 충성스럽게 대답했다.
“방식은 예전과 똑같이 간다. 너희가 전면부를 시끄럽게 흔드는 동안, 나 혼자 후미로 들어가서 적장을 잡을 거야.”
파앗!
철퇴를 꽉 쥔 잭이 바닥을 박차며 사라졌고.
공수 밸런스를 맞춘 랭커들이 전방으로 이동했다.
– 자, 마왕군 쪽에서 먼저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지구 허공 위에 화면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심지어, 반대 측 인베이그의 움직임까지.
– 인베이그도 진형을 짜고 있는데요! 근데, 도대체 저게 무슨 생명체일까요?
– 그러게요, 조금 징그러운데요?
– 조금이 아닙니다. 저건 그냥 외계 괴물 그 자체 아닙니까?
– 전반적으로 곤충이나, 갑각류 등의 벌레와 비슷한 외형이죠?
주동훈 역시 오망성의 끝에서 대기하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아린.”
“예, 교수님.”
“저게 뭐야?”
고대 마법이 된 아린의 지식은 이전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지식에 대한 열정이 전대 고대 마법(SSS급)을 넘는 수준이라, 가끔 아카식 레코드와 동기화를 거치면서까지 우주의 지식을 탐구한단다.
엄밀히 말하면 전대 고대 마법이 너무 오래 살아 지쳤기에, 열정이 떨어진 거긴 하지만……. 어쨌든.
모르는 게 있으면 아린에게 물으면 된다.
그녀가 모르면?
그 누구도 모르는 거니, 자신 역시 굳이 알 필요 없는 거다.
“인베이그족. 애벌레들이 좋게 진화한 예가 저 인베이그예요.”
“……애벌레?”
“정확히는 기생충이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에 타 행성을 침략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우주의 해충과도 같은 존재들이에요.”
“……우주의 해충.”
비유가 참 찰떡이다.
“그럼 죽여도 굳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겠네?”
“예, 번식 속도도 빨라서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모든 우주가 저 해충으로 가득 차게 될걸요?”
“징그럽구만.”
“고룡이 된 파괴룡이 본능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먹이 중 하나라고 적혀 있기도 하네요.”
“음.”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창조룡과 파괴룡은 우주의 섭리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명을 창조하고, 파괴를 일삼으면서 그 균형을 맞추는 것.
스윽.
주동훈이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크르륵.
키에에에엑!
괴상한 소리를 내는 인베이그의 전투력은 객관적으로 봐도 막강했다.
만약 자신이 정수의 힘을 개방하지 못했더라면, 꽤나 힘들 수 있을 정도.
특히나 저 가운데 위치한 거대 덩어리의 기운은 분명 성운급의 힘을 내고 있었다.
“저게 인베이그의 기생충의 본체예요.”
“본체?”
“지금 진열을 갖춘 벌레들과 저 본체는 하나의 집단 지성을 이루고 있어요. 벌레들이 손과 발이라면, 저 본체가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아하.”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비슷하네.’
자신의 손발은 스켈레톤.
그 덕에 수하들은 공포를 모르며, 훈련 없이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통제가 된다.
그 덕에 한때 가장 사기 능력으로 꼽히던 게 네크로맨서였지.
그 말은?
저 인베이그란 종족 자체가 사기일 수 있다는 거다.
“……시작하네.”
계속 전진하던 마왕군의 전면부가 인베이그의 전면부와 만나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앗!”
“죽어라!”
각자가 스킬들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누군가는 용기 있게 벌레와 맞부딪혔다.
검이 벌레의 두개골을 뚫었고.
키에에에엑!
비명과 함께 녹색 피가 하늘로 솟구쳤다.
“머리! 머리를 노려라!”
콰아아앙!
한 마리를 해치운 마왕군의 랭커가 벌레의 몸통 박치기에 당해 저 멀리 날아가 박혔다.
“끄아악!”
여기서 인베이그의 무서움이 나타난다.
그들에게는 공포가 없었다.
애초에 자아가 없기에,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저 전진만 한다.
다리가 잘려도, 눈이 파여도 괜찮다.
잘린 다리는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순식간에 회복했으며.
눈은 옆 동료가 봐주면 된다.
어차피 하나의 유기체와 다름없으니까.
“미, 미친!”
“밀립니다!”
“더 붙었다간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간혹가다 성좌급 이상의 힘을 내는 벌레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한두 마리 아닙니다!”
마왕군의 랭커들이 기겁하여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