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4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40화
이벤트 매치(1)
우주 어딘가, 일레오르의 은거처.
웬만한 존재가 아니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그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스스스슷……!
공간이 벌어졌고, 그곳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우주의 4대 무신, 네달람이었다.
거대한 몸을 웅크린 채 낮잠을 자던 일레오르가 눈을 떴다.
“왔느냐.”
“일레오르, 들으셨습니까?”
“뭘.”
“우리 지구를 두고 이벤트 매치를 제안했답니다.”
“이벤트 매치?”
쿠르르르……!
일레오르가 똬리를 풀고 머리를 들어 올렸다.
지구에 관련된 사항이라면 허투루 들을 수 없다.
꽤 많은 정수가 걸려 있는 사업이니까.
“몬드 쪽인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지구를 두고 한 게 아니고, 10개의 행성을 뽑았답니다. 보시겠습니까?”
자료를 들고 말하는 네달람은 분명 흥분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일레오르의 감각을 피해갈 순 없다.
“네달람.”
“예?”
“너무 흥분하지 마라.”
“아.”
마음을 들킨 게 민망했는지, 네달람이 멋쩍게 웃었다.
“왜. 이벤트 매치면 땅따먹기일 테고 베팅 한도도 높아지는 데다가 배당률도 높을 테니, 정수 쓸어 담을 생각에 기분을 숨길 수 없더냐?”
“……너무 정곡을 찌르는 거 아니십니까?”
할 말이 없었다.
창조룡쯤 되면 상대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기라도 한 걸까?
“흐음.”
일레오르가 진중한 표정으로 눈을 꿈틀거렸다.
의심의 눈빛이었다.
“몬드라 그놈이 그냥 움직일 놈은 아닌데.”
“걔들도 지구에 걸려는 거 아니겠습니까?”
“네달람.”
일레오르가 그윽하게 네달람을 내려다보았다.
“리그 판이 공정해 보여도 온갖 존재들의 술수와 비리가 넘치는 곳이다.”
“……그렇죠. 저번 주사위 조작 사건만 봐도…….”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 몬드라, 그놈. 지금 좀 급하다.”
“그럼 어찌합니까?”
“일단 이벤트 매치 승인은 보류한다.”
이벤트 매치 같은 경우 꽤 많은 정수가 걸려야 진행된다.
그게 아니면 리그 측에서도 굳이 열 이유가 없다.
신(神)들은 수수료 장사를 하는 놈들이니.
“그리고 이번에 주동훈이 우리 제안을 거절했었지?”
“그랬죠.”
“그럼 분명 새로운 후원자가 생겼을 텐데, 그 후원자가 누구인지부터 알아보자.”
일레오르가 눈을 빛냈다.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창조룡은 그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그 해답이 분명 새로운 후원자에게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몬드」의 이벤트 매치 제안은 돌풍과 같은 인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는 일레오르의 수락이 문제가 아니었다.
“뭐? 이번 이벤트 매치에 지구가 있다고?”
“지구면 그 오버 마인드 놀면서 잡았던 주동훈 있는 곳?”
“와, 경기 꿀잼이겠는데?”
“이건 해야지! 무조건 해야지! 이번에 1등 하면 2단계 올려서 바로 그랜드 마스터로 보내 버리자! 빨리 지구가 챔스 뛰는 거 보고 싶다고!”
“지구뿐만이 아님. 이번에 모이는 10개 행성 대부분 다 짱짱하던데? 스토리도 있고.”
이벤트 매치의 명단은 이렇다.
[이벤트 매치 제안 명단] [1. 지구] [2. 이든] [3. 융라든] [4. 카노타스] [5. 나이줴] [6. 오르토스] [7. 라비엔] [8. 파시앙] [9. 킨] [10. 위르뱅]모두가 다이아몬드 티어이며, 제법 인지도도 있었다.
딱 하나만 빼고.
“……위르뱅?”
“여긴 뭔 잡행성이냐?”
“잡행성까진 아냐. 그래도 다이아몬드 티어에선 잘 비비고 있는데 워낙 재미가 없어서 인기가 없는 것일 뿐.”
“그래도 저 라인에 비하면 약하긴 하네…….”
“대신 저게 우승하면 배당률 장난 아니겠지.”
“하나만 걸어봐?”
“하나는 개뿔. 아무리 이벤트 매치라 해도 다이아몬드 티어야. 500개가 최소임.”
“……그냥 즐겨야겠네. 그래도 꿀잼일 것 같으니까 부자들이 좀 많이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
초월자들이 리그 내외로 하도 떠들어대니, 당연히 정보가 우주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현재 베팅에 참여하고 있는 거물들은 몬드가 제시할 때부터 알았고.
우주 외곽에서 쉬고 있던 초월자들도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다만, 이런 이벤트류의 베팅은 안정성이 없다.
애초에 10팀 중 우승팀 하나를 맞혀야 하는데, 승률이 많이 낮은 거다.
하지만 그런 것을 움직이게끔 하는 게 바로 몬드라의 능력.
「몬드」는 공격적으로 정보를 흘리기 시작했다.
사실, 지구가 창조룡의 수장 일레오르의 때가 묻었으며.
지금까지의 전적을 보아하면 절대 질 수가 없는 게임이라고.
그저 500 정수 정도만 베팅하면 안정적으로 이자를 먹을 수 있을뿐더러, 꿀잼 경기도 구경할 수 있다고.
당연히 500 정수가 껌값인 초월자들에게만 찾아가 뿌렸다.
동시에 몬드라는 한 가지 술수를 더 썼는데…….
***
쿠구궁!
스페이스 경매장.
경매장주가 거처하는 곳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들어와라.”
“장주를 뵈옵니다.”
날카로운 인상의 존재가 들어온 자를 쏘아봤다.
“몬드의 직원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날 찾았더냐.”
경매장주의 어투가 날카로웠다.
만약 자신에게 허튼 장난을 치려 하면 몬드라고 나발이고 다 박살 내버리겠다는 의지였다.
“장난을 치려는 것은 맞지만, 그게 경매장주님께 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일단 여기, 선물부터 받으시죠. 소소하지만 몬드의 정성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직원이 정중한 자세로 무언가를 건넸다.
500 정수가 들어 있는 함과 신선하게 생긴 약초였다.
“흠? 이건…….”
경매장주의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
“신선초(神仙草) 아니더냐.”
“예, 비록 장주께는 그리 큰 가치를 지닌 물품은 아니겠지만, 요즘 구하기가 어려워 많이들 찾지 않습니까.”
“그렇지.”
가격은 대략 정수 1,000개.
경매장주 입장에선 그저 숨 몇 번 들이켜면 들어오는 돈이다.
다만, 이 신선초가 초월자들의 쾌락을 자극해 일시적이지만 마약의 평균 1억 배 이상의 자극을 끌어올린다 해서 유명해진 초다.
원래는 정수 1개 정도밖에 안 되는 가치였는데, 워낙 희소성이 높다 보니 어느덧 1,000 정수까지 올랐다.
“이걸 나에게 주는 이유는?”
“이번……. 이벤트 매치 있지 않습니까.”
“여기 같이 준 500 정수를 이벤트 매치 찬성과 함께 아무 데나 걸라고?”
“……맞습니다.”
“크핫!”
경매장주가 웃었다.
이 간악한 놈들을 보았나.
분명 자신 말고도 거물들에게 저런 짓을 했을 거다.
일단 이벤트 매치 승인은 시켜놓고, 쓴 정수 이상을 벌어들이겠다는 속셈이겠지.
“오만하구나. 너희의 그 장난질에 감히 날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쿠구구구구……!
대전이 흔들렸다.
경매장주의 분노는 실로 끔찍해, 직원은 다리가 풀린 채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었다.
“……하나.”
경매장주가 씩 웃었다.
“나는 장사꾼. 내게 손해 될 일은 없으니,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래, 굳이 많은 것 중 신선초를 구해온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들어줘야지.”
“감사합니다! 이번에 벌어들이는 정수로 꼭 스페이스 경매장을 이용하겠습니다!”
“그래그래, 그래야지.”
어차피 우주에서 누군갈 털어먹는 것은 일상이다.
도의?
그딴 건 약자들이 만들어낸 무기에 불과하다.
애초에 강했으면, 이렇게 장난질도 못 치고 미리 말하고 굽히고 들어오지 않던가.
“끌끌, 공짜로 재미있는 경기나 보게 되었군.”
직원을 내보낸 경매장주가 흥미롭다는 듯 끌끌거렸다.
***
그렇게 하나둘.
거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매장주 알지! 그가 이벤트 매치 찬성했대!”
“광산주도 찬성했다는데? 큰손들도 하나둘 움직이나?”
“크, 그래 이거지! 이거라고!”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거대 존재들이 하나둘 움직이자, 관심이 더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이벤트 매치가 승인되었습니다.]리그 측은 제법 큰 수수료를 만질 수 있겠다 판단, 매치를 열어버렸다.
어차피 리그도 한통속이다.
초월자들 정수 털어서 신(神)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아니던가.
누군가 장난질 치고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누가 이렇게 판을 깔아주면 고마울 뿐이다.
어차피 우주는 넓고, 초월자는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하다.
던진 낚싯밥을 누군가는 물게 되어 있는 것.
거기다 리그 측은 한술 더 떴다.
[다이아몬드 티어에서 이벤트 베팅장이 열립니다.] [베팅 한도는 50개에서 50,000개 입니다.]원래 500개였던 한도를 일시적으로 50으로 낮춘 것이다.
화제가 됨에 따라, 모두 즐기자는 취지였지만, 속셈은 뻔했다.
수수료를 더 많이 털어먹겠단 거겠지.
그리고 그 소식은 당연히 주동훈에게도 닿았다.
***
“부길마.”
“예?”
“열렸어요.”
“으핫! 드디어! 드디어요?!”
김진아가 벌떡 일어나며 반겼다.
“와, 몬드라 일 처리 장난 아닌데요? 어떻게 이걸 진짜 성공시키네요?”
“아마 좀 무리했을 거예요.”
그동안 주동훈도 계속 베팅장에 출석하며, 소식을 듣고 정보를 파악했다.
그러다 보니, 몬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쵸. 우주에서 날고 기는 애들인데, 분명 셈이 빨랐을 거예요. 이게 됐다는 건 몬드 측에서 제법 출혈이 있었단 거죠.”
“기특하긴 한데요?”
“기특하긴요.”
김진아가 싱긋 웃었다.
“당연한 투자죠. 이번에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도 신뢰라는 게 쌓이는 것 아니겠어요?”
주동훈은 김진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없었다면 상황을 이렇게까지 끌고 올 수 있었을까?
물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이 많다.
이번 승부 조작으로 우여곡절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부길마 말이 다 맞습니다.”
“네, 전 틀린 말 안 해요.”
어깨를 으쓱이는 김진아를 바라보며 주동훈이 픽 웃었다.
어지간히 기분 좋아 보인다.
신나는 걸 거다.
그동안 음지에서만 도와왔다가, 이제는 직접 눈앞에서 도울 수 있음에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거다.
“왜 그렇게 웃어요?”
조잘조잘.
말하다가 김진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냥요.”
진짜 그냥이다.
무언가 뿌듯하면서도, 정수의 양을 변화시키는 그녀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한 마음?
정말 우주 최대의 자산운용사를 만들겠단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라면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에도 소식이 도달했다.
– 부우우우우우우!
고래가 힘차게 분수를 내뿜었고.
[지구에 새로운 소식이 도달합니다.]고래가 이벤트 매치에 대한 정보를 천천히 안내했다.
[지구의 다음 매치는 특별 매치입니다.] [10개의 행성과 함께하는 ‘땅따먹기’ 게임!] [특별 매치인 만큼, 이번에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습니다!]리그는 간혹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주제를 선택한다.
초월자들의 재미를 위한 건데, 그게 모든 주제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저번에 했던 AOS 같은 특별 주제에서만 그렇다.
“특별 매치?”
“그게 뭔데?”
“땅따먹기면, 저번 배치고사 때 했던 거 아냐? 크롭스랑 싸우다가 파괴룡 나타나서 다 쓸어 먹었던 그 게임!”
술렁술렁.
대중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방송국들은 긴급 특보로 해설진들을 내보냈고, 각종 커뮤니티가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행성 간 점령전에 승리하라!] [1등 시 2개의 티어가 오릅니다!] [2등 시 1개의 티어가 오릅니다!] [9등 시 1개의 티어가 낮아집니다!] [10등 시 2개의 티어가 낮아집니다!] [3~8등 시 현재 티어를 유지합니다!]고래는 이벤트 매치에 대한 설명을 지속해서 안내했고.
세계인들은 환호했다.
그럴 수밖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 큰 부담을 품고 시청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즉, 이번 해도 무사하게 잘 넘길 수 있다는 말.
“이번엔 굳이 우승에 목매지 않아도 되겠는데?”
“그러니까. 8등 안에만 들어주면 좋지 뭐.”
“지금껏 랭커님들 어깨 무거웠을 테니까. 이번 게임만큼은 편하게 하시라고 하자!”
“티어 너무 높아지는 것도 사실 부담스러워. 상대가 점점 더 강해지는 거잖아? 난 오래 살고 싶다고.”
이런 반응은 승부 조작을 준비하는 주동훈에겐 희소식이었다.
꼭 1등 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좋아.”
TV를 지켜보던 김진아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분위기를 만든 배후가 바로 김진아였다.
정보 조직, 스틱스의 인원을 이용해 여론을 형성한 것.
“후후.”
모든 것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