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5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51화
스페이스 흥신소(2)
“흥신소요?”
주동훈이 묻자, 일레오르가 픽 웃었다.
“말이 흥신소지, 사실상 도적과도 다름없는 놈들이다. 우주 외곽에 퍼져서 각종 더럽고 까다로운 일을 도맡아 하는 애들이지.”
“더럽고 까다로운 일이면…….”
“살해 청부나 탈세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불법이기에 세금조차 내지 않는 존재들.
워낙 많기에 우주 곳곳에 열여덟 개의 분점이 펼쳐져 있으며, 본점에는 당연히 흥신소주가 있다.
흥신소주 타르켈.
그 역시 이 우주의 거물 중 하나였다.
“아무리 말해봐야 한번 경험하는 것만 못하지. 우선 따라와라. 보여주마.”
휙!
일레오르가 등을 돌려 날기 시작했다.
주동훈이 그 뒤를 빠르게 따랐다.
***
매번 언급하지만, 우주는 그 어떤 존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광활하다.
우주가 광활한 만큼, 초월자의 수 역시 무수하다.
중앙부에서 멀어져, 외곽으로 구분 짓는 경계선을 넘었는데도.
주변 곳곳에 초월자들이 몰려 있었다.
스스슷……!
물 흐르듯 잘 나아가던 일레오르가 멈추어 섰다.
“여긴 어딥니까?”
“소규모 거래 장터다.”
아.
거래 때문에 초월자들이 몰려 있었던 건가?
“보통은 스페이스 경매장을 이용하긴 하는데, 거긴 메이저들이나 가는 거고 거래세도 내야 하는지라 웬만한 초월자들은 외곽에 몇몇 행성을 정해두고 그곳에서 불법 거래를 하지.”
“허.”
참으로 놀라웠다.
거래에 세금을 내게끔 해서 떼어가는 신(神)들도 놀라웠고.
또 그걸 피해서 몰래몰래 거래하는 초월자들도 놀라웠다.
“생명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사실상 우주 중앙부보다 외곽에 초월자가 더 많은 건 알고 있지?”
“예.”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 중앙부는 리그 베팅장과 행정 기구, 거물이 창립한 회사뿐이 없다.
그 외 잡 회사들이나 리그에 참여하는 행성 등은 모두 우주 외곽에 있다.
‘그 이유가 조금 웃기는데.’
무려 행성값이 비싸기 때문이란다.
이 우주에도 부동산이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스슷, 스스슷!
우리는 천천히 거래 장터로 스며들었다.
영혼의 형상이었던 초월체가 실체로 바뀌었고, 육체가 만들어졌다.
장터 행성은 극소형의 황무지였다.
거래 장터의 행성은 클 이유가 없다.
작아야 옹기종기 모여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끈따끈한 신상 팝니다!”
“빨리빨리 사십시오. 감사들 뜨기 전에 벗어나야 합니다!”
황무지 중앙에는 실체화된 초월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복장도 외형도 모두 각양각색이었다.
“오오, 새로운 손님이 오셨군요. 여기 이 장신구를 한번 보십시오. 은하급 초반부에 유용하게 쓸 법한 마법 패키지가 걸려 있습니다! 단돈 1정수에 모시겠습니다!”
“여기 옷도 보세요. 음, 종족이 조인족이니시까……. 이거 한번 입어보시겠습니까? 후후후, 한번 보시면 안 사곤 못 배길 거예요! 황금 10㎏만 받을게요!”
일레오르를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자, 각종 상인이 들러붙었다.
신기했다.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그나저나 나 조인족 아닌데.’
그냥 얼굴에다 독수리 환각술 걸어놓은 것뿐이라고.
“하하, 됐습니다.”
주동훈이 달라붙는 상인들을 떼어낸 채 주변을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초월자들의 수는 약 100개체.
문제는 여기 어디에 흥신소가 있냐는 거다.
“기다려라.”
일레오르가 구석에 가 바위에 걸터앉았다.
“기다리면 흥신소가 나옵니까?”
“응.”
“진짜요?”
“내가 말하지 않았나. 흥신소 그놈들. 도적과도 다름없다고. 신(神)과의 거리가 먼 우주 외곽에 초월자 100개체면……. 묘인족(猫人族) 앞에 어족(魚族)과 다름없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리면 된다는 거지?
스윽.
주동훈 역시 일레오르 옆에 걸터앉았다.
앉아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거래를 감상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자, 잠깐만!”
“저기!”
곳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기 위를 봐! 무언가 다가온다!”
“……저건!”
상인들이 고개를 젖혀 허공을 바라보았다.
위에서는 시커멓게 생긴 함선 하나가 고고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함선?”
“우주선을 쓰는 종족이 온 건가? 초월체면 굳이 함선이 필요 없을 텐데…….”
“그,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곳에 대해 제법 해박해 보이는 이가 기겁을 하며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저기 함선에 새겨진 문양! 저 문양이 문제야!”
“문양?”
주동훈도 눈을 좁힌 채, 문양을 찾았다.
허?
웬 흉악한 해골바가지가 그려져 있는 게……. 마치…….
‘해적?’
“그래.”
일레오르가 빙긋 웃었다.
“인간들의 세계로 따졌을 때, 바다에 해적이 있고, 산에 산적이 있다면……. 이곳 우주에는 저 흥신소가 있는 거지.”
“그럼…….”
일레오르가 대꾸 없이 고개를 까딱했다.
자세한 건 더 묻지 말고 보라는 뜻.
위협적인 해골 문양을 알아본 상인들은 혼비백산해 날뛰었다.
“비, 빌어먹을.”
“흥신소다! 흥신소가 떴다!”
“다들 튀어!”
누군가는 도주하기 바빴고, 또 누군가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선다.
‘호오.’
주동훈은 그들을 눈여겨보았다.
일레오르처럼 흥신소에 볼일이 있어 불법 거래 장터에 찾아온 건가?
그래.
이건 어쩌면.
흥신소에 접선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식일 지도 모른다.
***
쿠과가가가가……!
함선이 흙먼지와 함께 내려앉았다.
초월자들이 초월체로 변해 도주하려 했지만.
파즈즉!
행성 주변에 펼쳐진 모종의 장이 초월체로 변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미, 미친!”
“도망도 못 치게 해놨어!”
“어쩌지? 이러다 다 죽는 거 아니야?”
당연히 장터는 난장판이 됐다.
상인들은 팔던 상품을 수거해 아공간에 급급히 넣고 있었고, 필요한 것이 있어 찾아왔던 초월자들은 그저 마른침을 삼키며 함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끼이이이익, 철컹!
함선의 문이 열리더니, 초월자 열이 내리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모두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일레오르가 부연 설명을 했다.
“어느 정도 급이 있는 초월자들은 인간의 형상을 가장 선호해.”
“…….”
“인간족이 신(神)의 모습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야. 그 때문에 나도 이런 모습을 하는 거고.”
신의 모습이라…….
아마 구신이 아닌 현신의 모습일 거다.
구신은 그냥 정수 덩어리거든.
“어쨌든, 외곽에서 세금 없이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잖아? 그 때문에 이런 도적들의 위협 정도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해. 혹여 신(神)이 알아도 여기 있는 상인들을 구제해 주진 않을 테니까.”
“이들이 올 것을 예상했던 거로군요?”
“예상한 게 아니라 반드시 온다.”
“반드시요?”
“저 함선을 보면 알겠지만, 흥신소는 거처 행성이 없어. 애초에 불법적인 집단이다 보니, 거처가 있으면 신(神)들에게 털릴 수 있거든. 그 때문에 저런 함선으로 우주를 노닐고 그런 그들과 접선하려면 이런 거래 장터를 돌아다니면 되는 거지. 뭐, 나 정도 되면 따로 접선할 방법이 있긴 하지만. 끌끌.”
스슷.
스스스슷……!
내린 열 중 아홉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 상인들과 우리를 포위했다.
시커먼 복장에 하얗게 새겨진 해골바가지가 그들을 더욱 섬뜩해 보이게 했다.
“오셨군요, 흥신소 분들!”
누군가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조금 전에 기다렸다는 듯 일어났던 그 존재 중 하나였다.
그도 인간의 모습이었는데, 흥신소 초월자들을 굉장히 반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쉿.”
흥신소원의 대응은 차가웠다.
서슬 퍼런 칼을 들이댄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위협했다.
“시끄럽다. 지금부터 내 허가 없이 목소리를 내는 존재가 있다면 그 즉시 먼지로 만들어 버리겠다. 알겠느냐?”
“…….”
술렁이던 상인들이 일제히 입을 꾹 다물었다.
순식간에 적막이 찾아들었다.
‘호.’
주동훈도 눈에 이채를 띠며 그를 바라봤다.
다른 흥신소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힘이 강한 자.
적어도 정수 50만 개 이상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이 50만 개지.
일반 초월자들 입장에서 그 역시 거물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거다.
‘물론.’
주동훈은 안다.
진짜 거물이란, 그때 몬드라가 불러들였던 그 존재들이다.
적어도 정수 1,000만 개 이상은 거뜬히 가지고 있는 자들.
“나는 흥신소 분점장 크라슈다.”
한껏 오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오시하던 초월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너.”
크라슈가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아까 먼저 말을 걸었던 자였다.
“너는 우리를 아는가?”
“당연히 압니다!”
“그래?”
“예, 흥신소주 타르켈의 가호 아래 우주 외곽의 질서를 시키시는 분들 아니십니까!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분들! 저는 예전부터 당신들을 만나길 원하고 있었습니다!”
“……하핫!”
크라슈가 웃음을 터뜨렸다.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보고 이렇게 대놓고 아부하는 자들은.
“기분이 나쁘진 않군.”
고개를 끄덕인 크라슈가 다시 모두를 둘러보았다.
“들었다시피 우리는 우주 외곽의 질서를 수호한다. 너희가 이곳에서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우리가 이 주변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지.”
“맞습니다. 흥신소가 없었다면 우주 외곽은 그야말로 피바다였을 겁니다!”
“크하핫! 그래. 그럼 당연히 그에 대한 감사 표시를 해야겠지? 너희도 수없이 겪었겠지만, 원래 이 세상에 공짜란 없잖아!”
아아.
주동훈은 이 상황을 단박에 이해했다.
흥신소가 하는 행동들이 지구의 깡패와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상인의 뒤를 봐주고, 보호비를 명목으로 삥을 뜯는 것.
“다들 자리에 앉아라. 앉아서 성의 표시할 만큼 바닥에 내려놓고 대기해라.”
“……!”
상인들이 당황했다.
특히나 흥신소를 처음 마주해 보는 초월자는 눈에 물기마저 맺혔다.
얼마나 힘들게 모은 건데, 갑자기 나타나 갈취하려 한단 말인가.
“성의가 부족하면 피를 볼 것이니 그리 알고. 어서! 움직여!”
“움직여라!”
“앉아! 앉으라고!”
주변을 포위했던 흥신소원들이 곳곳을 오가며 초월자들의 무릎을 굽혔다.
주동훈도 일단은 자리에 앉았다.
일레오르가 옆에 앉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이 가진 자산 일부를 꺼내며 힐끔힐끔 곁눈질했다.
‘얼마나 내는 거지?’
‘조금 내면 죽일 것 같은데……. 기준을 알려줘야 할 거 아냐.’
‘정수는 아까운데……. 이거 하나에 500년이라고!’
그때였다.
“이 새끼가 장난하나.”
흥신소원 중 하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황금? 이딴 쓰레기로 감사 표시를 해? 넌 보호해 줄 가치도 없다. 그냥 죽어라.”
스릉!
동시에 칼을 치켜들었다.
“자, 잠깐만요! 여, 여기! 정수로 드리겠습니다!”
눈을 질끈 감은 상인이 정수 하나를 울며 겨자 먹기로 내밀었다.
“그래, 진즉 그럴 것이지.”
씩, 웃은 흥신소원이 그것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챙겼다.
그러자.
‘하나다!’
‘하나만 주면 사는 거다!’
상인들의 머릿속에 기준이 잡혔다.
당연히 주변에 있는 상인들이 정수 하나씩을 꺼내 들었고.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본 크라슈가 픽 웃었다.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콰아아앙!
바닥을 발로 내려찍은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오늘 피를 봐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