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5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56화
스페이스 흥신소(7)
장인들이 슬금슬금 몰려들었다.
주동훈과 럭투가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릇을 구매한다고? 그것도 1,000만 정수 짜리를!’
‘오오……. 불청객인 줄 알았던 손님이 알고 보니 역대급 VIP 고객이었나?’
‘여기서 만들어서 팔면, 수수료도 안 떼도 되는 거잖아? 그럼 얼마 이득이지? 다 같이 나눠도 꽤 먹겠는데.’
장인들의 눈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저번에도 분통 터뜨렸다시피 이들은 정수에 굶주려 있었다.
실제로 한탕만 제대로 벌면 바로 모행성으로 돌아가 호의호식하며 살 생각으로 가득 찬 이들이 대다수였다.
‘럭투 님!’
‘제발 크게……! 크게 불러 버려!’
장인들이 간절한 눈초리로 럭투를 바라보았다.
“어, 그게…….”
럭투가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눈앞의 존재는 귀한 사람이다.
자신의 공방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며, 앞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사이다.
무엇보다도 생명의 은인 아니던가.
잠깐 고민했지만.
역시, 이분께 정수를 받는 것은 도의에 어긋나다 생각했다.
“제가 어떻게 은인께 가격을 받겠습니까. 그저 재룟값만 대주시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아니, 럭투 님…….”
당연히 장인들 처지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이기적일지 몰라도, 럭투 님의 은인이지 자신들의 은인은 아니지 않던가!
하지만 고성능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 있는 장인 모두가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럭투가 빙글 돌아, 장인들을 달랬다.
“너희들 인건비는 내 두둑이 챙겨줄 터이니, 너무 상심하지 말아라.”
“두둑이라면 얼마나…….”
“저 정도 그릇이면 부르는 게 값일 텐데.”
“조금 서운합니다. 저희를 거둬주신 럭투 님이기에 망치를 들긴 하겠다마는……. 저희 의견도 없이 무료라니요!”
불만 많은 장인들을 향해 럭투가 빙긋 웃어 보였다.
어차피 이번에 얻은 정수도 많겠다.
이들에게 크게 한턱내도 될 터.
“두당 500 정수씩 주겠다.”
“500 정수?”
“크흠, 정말이십니까?”
“……500 정수면 할 만하지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럭투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주동훈은 이들을 자세히 바라봤다.
확실히 럭투같은 통찰력은 없는 이들이다.
여기서 자발적으로 나왔으면 더 큰 것을 얻어갈 수 있었을 텐데……. 딱 거기까지인 자들이란 말이다.
‘다만.’
그들이 이해할 만한 정수만 쥐여준다면, 열심히 일할 자들이기도 하다.
그릇 사업의 부품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간부가 아닌 딱 직원급으로.
“럭투 님.”
주동훈이 그를 불렀다.
“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릇의 제값을 알려주세요. 저는 제 힘이나 권위를 이용해서 당신들의 노동력을 핍박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이건 온전히 제 마음입니다. 정 고마우시다면……. 그때 말했던 제 의뢰만 제대로 될 수 있게끔 도와주십시오.”
“아뇨, 이것은 예의의 문제입니다.”
주동훈은 단호했다.
“저는 장인의 능력과 가치는 온전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장인이었고, 제 수하 중에서도 장인이 있거든요. 저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습니다.”
“……은인께서 장인이셨습니까?”
“그릇 장인은 아니지만 대장장이 질은 취미로 하고 있지요.”
“오오.”
“정말입니까?”
장인들의 눈빛이 살짝 바뀌었다.
경계심이 조금은 누그러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이 봐왔던 초월자들은 욕심이 그득그득한 자들 뿐이었는데, 눈앞의 남자는 어떠한가.
오히려 자신들을 대우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던가.
‘힘이 있으면서도 겸손한 자로군.’
‘저런 자들이 오래가지.’
‘신들이랑은 좀 다른 느낌인데.’
장인들이 주동훈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장장이면 자신들과 비슷한 부류다.
여기 있는 자 중에서도 대장장이 출신이 꽤 많기도 했다.
“재룟값은 당연히 제가 다 내는 거고요. 만들어주시기만 하면 두당 2,000 정수씩 얹어드리겠습니다.”
“이, 이천 정수!”
“저, 정말이십니까? 네 배나요?”
장인들이 벌떡 일어났다.
정수 하나만 해도 엄청난 가치다.
그런 정수를 2,000개나 준다고?
그들에겐 바로 은퇴해도 될 정도의 양이었다.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주동훈이 미소 지으며 말하자, 장인들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십쇼!”
“어떤 조건이든 웬만하면 맞춰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굉장히 통 크고 멋있는 분이셨군요! 우리가 몰라봬서 죄송했습니다!”
경계심이 있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반겨줬으면 더 이상했을 거다.
“첫째.”
주동훈이 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어주세요. 나중에 다시 만든다 해도, 이 정도로는 못 만들겠다 싶을 만큼.”
“무, 물론입죠!”
“저희는 장인입니다. 최상의 재료만 있다면, 항상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제작에 들어가지요.”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격을 떠나서 제작으로 장난은 치지 않습니다.”
장인은 대게 자존심이 있다.
그렇기에 장인이다.
이들에게 첫 번째 조건은 조건이라 할 수도 없는 당연한 것이었다.
“둘째.”
주동훈이 이번엔 손가락 두 개를 올렸다.
“저와 제 수하도 제작 과정에 참여하게 해주십시오.”
“……그릇 제작을 말입니까?”
“그건 참여하고 싶다고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저희는 상관없지만, 굉장히 어렵고 까다로울 겁니다.”
“예.”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습니다. 참여만 시켜주세요. 어려우면 알아서 그만두겠습니다.”
이들을 통해 사업을 구상할 생각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동훈 본인도 이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오랜만에 망치질이나 하면서 머리나 좀 식혀야겠다.’
***
주동훈은 한참을 고민해 봤다.
럭투.
그는 확실히 재능이 있다.
수하로 부리기에도 적합하며, 잘해주면 고마움을 아는 자이다.
또한, 럭투는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왔다.
이곳을 보호해 달라 어필했던 것부터, 그릇을 호의로 만들어준다고 할 때까지.
‘모를 수가 없지.’
계속 티를 냈다.
주동훈 아래에서 일하고 싶다고.
자신을 거둬달라고.
주동훈으로서도 나쁠 것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인 그릇 제작 전, 그를 찾아갔다.
“럭투.”
“예, 은인님. 오셨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혹시 제가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그 밑으로 들어오실 생각 있으십니까?”
“……저를요?”
“네, 대우는 확실히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저는 좋습니다! 사실 그런 말을 해주길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동훈이 웃었다.
“다만, 조금 위험한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보셨죠? 흥신소주 타르켈과도 대립하는 거. 앞으로 그 정도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정도로 다사다난할지도 몰라요.”
“……오히려 좋습니다. 제가 모시는 주인이 그만큼 커다랗다는 방증이니까요.”
럭투는 그릇 제작자다.
이곳 우주에서 그릇의 활용성은 너무나도 커, 항상 거물의 표적이 되기 일쑤다.
만약 누군가의 밑에 들어간다면?
그 존재가 크면 클수록 환영이었다.
뜨거운 태양 볕엔 그늘이 클수록 시원하니까.
“좋네요. 그렇다면.”
화르륵!
주동훈이 손에서 지팡이를 만들었다.
“선물로 제 정보 하나를 까죠.”
투웅!
그러고는 바닥을 내려찍었다.
[스킬, ‘스켈레톤 마스터 소환’(EX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드미르’가 등장합니다.]우주 외곽 행성에.
수염 한가득한 드워프, 드미르가 등장했다.
“주인?”
드미르는 한창 망치질하던 중이었는지, 망치를 치켜올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긴 어디인가?”
“……뭐 만드는 중이었어?”
“몰랐는가? 요즘 한창 도시……. 아니, 국가 건설에 열중이었다. 무릉도원을 열심히 꾸며야지.”
“후후, 도시 만드는 것 정도는 수하들이 충분히 할 수 있잖아?”
“당연하지. 내게 일 순위는 무엇보다도 주인의 명이다. 무슨 일 때문에 불렀는가!”
“더 재미있는 일이 생겨서 말이야.”
그릇 제작.
주동훈은 드미르와 함께 그것을 습득해 볼 생각이었다.
주동훈이 소환한 드미르와 이것저것 대화하며 떠들고 있는 동안.
‘흐읍!’
옆에 있던 럭투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온몸이 경직되고 호흡이 새어 나오질 않았다.
‘……드, 드미르!’
럭투는 리그 고인물이다.
또한 지구에 직접적인 투자를 하는 자다.
그곳의 영웅인 주동훈과 그 열 수하에 대해 모를 수가 없다는 말.
즉.
‘어떻게 그런 게 되지?’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거다.
‘리그의 플레이어가 알고 보니 우주의 역대급 거물이었다고?’
드미르가 주인이라 부르는 자.
그 말은 눈앞의 독수리 사내가 주동훈이란 말이었다.
‘그게 말이 되나?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베팅러들을 속이고 이런 게……?’
누군가는 말한다.
리그는 고래들의 놀이터고, 고래들이 짜고 치는 판이라고.
개미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으며, 놀아날 수밖에 없다고.
‘아!’
럭투는 그제야 깨달았다.
왜 저자가 자신들의 후원을 비싼 값으로 사들였는지.
지구의 존재들이 다 초월자라면, 리그는 말 그대로 애들 놀이터 수준이 된다.
챌린저든 챌린저 할아버지든 지구한테 안 된다는 말이다.
럭투는 문득 소름이 끼쳤다.
그런 행성에 투자해서 막대한 자금을 벌여 들었다니.
잘못하다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스윽! 목을 따일 수 있는 짓 아니었던가!
‘그런 우리를…….’
정수까지 줘가며 인정해 줬다는 말인가?
“으, 은인님…….”
“역시 보자마자 아신 것 같군요.”
“정말 놀라서 말이 안 나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겁니까.”
“복잡합니다. 앞으로 저와 함께 가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으시겠지요.”
“아…….”
럭투는 몸이 덜덜 떨렸다.
굳이 이것을 자신에게 오픈하는 이유를 알면 등골이 서늘할 수밖에 없다.
‘리그의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오픈했다.’
그 말은?
함께 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니던가!
주동훈이 빙그레 웃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저 저와 함께하기 전에 이런 사실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원치 않으시면 함께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비밀 함구야 계약으로 충분하니까. 어찌 보면 럭투 님이 먼저 중요한 비밀을 저에게 먼저 깐 것 아닙니까? 그에 대한 대가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저 너무 떨립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지요.”
“아니, 너무 좋아서 떨려요! 주동훈이셨다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리그의 플레이어! 차기 5대 무신! 드러누웠다길래 걱정하고 있었는데 여기 계셨던 거였군요!”
“……예?”
되레 주동훈이 당황했다.
“은인님! 당신의 밑에서 평생 일하겠습니다! 막 부려먹어 주십시오! 아아, 너무 좋아! 이런 게 성덕인 것인가!”
성덕.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이다.
“……주인?”
그동안의 이미지와 다르게 오두방정 떠는 럭투를 보며 드미르가 다가와 속삭였다.
“저자는 누구인가…….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몰라.”
어쨌든 잘된 거다.
럭투라는 쓸 만한 수하를 얻었고.
드미르도 대놓고 그릇 제작을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