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7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71화
빛과 어둠(8)
“속으로 자책할 필요 없다.”
쌕쌕거리는 네달람의 호흡이 곧 죽을 것처럼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그는 꿋꿋하게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다. 이건 내 선택이다.”
리그의 무패 플레이어였던 무신(武神) 네달람.
그는 일평생을 생존을 위해 살았다.
리그에서도, 초월자가 된 후에도.
본인이 원해서?
아니.
그저 자신의 모행성을 살리고, 자신이 살고 싶었기에 움직인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알았다.
자신이 그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원흉이 누구인지.
“…….”
주동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런 큰 전쟁을 시작하면서 그 누구도 죽지 않을 거란 생각은 마라, 주동훈.”
“…….”
주동훈이 움찔했다.
맞다.
쉽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정을 나눴던 존재가 이토록 허무하게 죽는 것을 바라진 않았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에서는 더 많은 초월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겠지. 후회하지 않으려면, 우선 그들부터 살려라.”
“…….”
“내 선택에 후회는 없으니, 나는 그거면 족하다.”
스스로 다짐하듯 말한 네달람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여기 흐르는 정수를 가지고 어서 가라.”
그것은 하나의 의지였다.
더는 말 시키지 말고,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굳건한 의지.
‘강인한 자.’
처음부터 그랬다.
본인이 얻은 만큼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이였고, 한번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켜내는 자였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런 자를 지켜줬어야 하는 건데.
모든 게 끝나고 이런 자에게 막대한 보상을 줬어야 하는 건데.
주동훈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지만, 이내 털어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네달람의 말에 틀린 게 하나 없었다.
지금은 이렇게 시간 끌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말.
다만, 한마디는 해주고 싶었다.
“반드시 이길 거예요.”
네달람이 눈을 감은 채 미소 지었다.
“……그래, 그 각오면 돼.”
동시에.
파스스스……!
초월체가 힘없이 녹아내렸다.
심지가 다 타오른 양초의 촛불처럼, 생명의 불이 힘없이 꺼져 버린 것이다.
완전한 소멸.
초월체의 죽음은 일반 생명체의 죽음과 다르다.
영혼까지 소멸하기에 다시 그릇에 담아 살릴 방도 또한 없다.
으득.
주동훈이 입술을 씹으며, 주변의 정수를 조심스레 흡수했다.
“다 죽인다.”
아릿하게 느껴지는 심장의 통증을 주동훈은 분노로 치환했다.
파앗!
그러고는 바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빛(Light).
그 탐식종을 찢어버리지 않으면 참지 못할 것만 같았다.
***
– 크하하하! 그 표정은 뭐냐!
다 죽어가던 어둠이 마음껏 웃어젖혔다.
– 이미 늦었다! 나는 곧 죽을지언정 깨어난 다섯 녀석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깟 고통에 원한이라도 생긴 걸까?
뭐든 상관없다.
퍼걱!
다시 돌아온 주동훈이 웃고 있는 괴생명체를 발로 밟아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쏟아내고 있는 정수 찌꺼기들을 한 톨도 놓지 않고 빨아 먹었다.
그런 주동훈의 표정은 서늘하다 못해 차가웠다.
당연히 어둠의 웃음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월(月) : 어둠의 힘을 다 흡수한 건 좋은데……. 너, 괜찮냐?]괜찮고 말고 할 게 없죠.
애초에 각오했던 거니까.
‘나약해지지 말자.’
주동훈은 속으로 다짐했다.
여기서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네달람의 죽음도, 그동안의 피땀과 노력도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거다.
쿠구구구……!
어둠의 힘은 확실히 강력했다.
다 흡수하고 나니 확신이 생겼다.
‘신(神) 하나쯤은 가볍게 상대할 수 있겠어.’
[일(日) : 우선 빨리 이동하죠! 빛을 상대하는 건 더 쉬울 거예요. 일단 어둠보다는 약하니까.] [월(月) : 암, 그렇지! 빛 따위는 어둠한테 안 되지.] [일(日) : 그런 의미가 아닌 거 알잖아요!]월이 괜히 농담을 던져봐도, 주동훈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그저.
스스슷!
어둠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
같은 시각.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모든 천사와 악마, 그리고 관계 직원들과 그릇을 부여받은 랭커, 시스템의 부름으로 몰려든 초월자들까지.
모두가 덤벼들었는데도, 도통 희망이란 게 보이지 않았다.
‘말도 안 돼…….’
김진아는 압도적인 빛(Light)의 힘을 보며 심한 무력감을 맛봐야 했다.
‘이건 답이 없어.’
여기 있는 모두가 덤벼도 저 끔찍한 존재에게 생채기 하나 남길 수 없다.
바알의 말마따나 그저 버티기만 가능할 뿐.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대천사와 사도들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
“달라붙어라!”
쿠과가가가!
천계의 총사령관 라파엘이 에너지의 파동을 쏘아댔다.
라파엘이 악을 썼지만, 그 파동이 빛의 본체에 닿지도 못했지만.
“진정한 천신의 힘을 찾으면 죽어서도 영원한 삶을 살지니!”
총사령관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가미긴이 그 모습을 보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마계의 일원들이여! 잊지 말아라! 빛을 상대하는 데 있어 우리만큼 잘하는 종족은 없도다!”
사도들이 선두에 몸을 들이미는 걸 시작으로, 마족의 군세가 쐐기 형태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콰가가강!
전 우주를 뒤흔드는 무시무시한 굉음과 진동!
수많은 천사와 마족, 마물들이 찢기고 터져 나갔다.
– 귀엽구나.
빛(Light)은 저 존재들을 아주 잘 알았다.
과거 일(日)과 월(月)의 수하들.
– 그때나, 지금이나 참으로 바보 같은 선택이다.
퍼버버벙!
빛이 몰려오는 이들의 머리를 부수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 그냥 가만히 있으면 살 수 있는 것을, 형체도 없는 영생을 믿으며 달려드는 꼴이라.
천사와 악마들의 아우성 속을 누비며 그들의 머리를 터뜨리는 빛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신 그 자체.
고작 부딪힌 지 10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런데 병력의 20% 정도가 이미 사라져 소멸한 상태다.
“미친…….”
“이게 말이 돼?”
“제길, 괜히 힘 보탰다가 다 죽게 생겼잖아!”
“혼돈은? 혼돈은 어디 있는데!”
시스템의 임무를 클리어하겠다고 달려온 초월자들은 멘붕이었다.
말 그대로 멘탈 붕괴!
대천사, 사도들과 달리 이들을 이끄는 구심점은 없으며, 있어도 미미하다.
당연히 대다수가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 어딜 가느냐.
열심히 누비던 빛의 눈구멍에 시퍼런 광채가 스쳤다.
– 감히 신(神)을 배반해 놓고 도주하면 살 수 있을 듯하더냐? 너희는 우주법 위반, 소멸형이다.
퍼버버벙!
가장 먼저 도주하던 자들의 머리부터 차례차례 터지기 시작했다.
“흐이이익!”
“사, 살려줘!”
“제발 어떻게 좀 해봐요!”
뒤늦게 도주하려던 자들이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저런 걸 봤는데 어찌 도주할 수 있으랴.
‘제길.’
김진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되면 사기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저들이 추후 싸우게 될 다섯 신(神)과의 전투에 참여할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근데 뭐.’
어쩌면 상관없을지도?
저딴 마음가짐으로 참전할 바에 없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찰나.
콰가가가가가가가!
다시 수천 개의 새하얀 빛무리가 빛의 권역을 덮었다.
일레오르와 창조룡들의 브레스.
그사이에는 귀여운 크리드도 있었다.
– 하, 귀찮게……. 창조룡, 너희들은 왜 거기서 그러고 있는 거지? 우리 신(神)들이 너희의 창조 활동을 방해한 적이 없을 터인데?
힘을 일으켜 브레스를 받아내고 있는 빛이 심유한 눈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막아내긴 쉽지만, 막는 도중에는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
수천 창조룡의 브레스에는 신(神)마저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콰가가가가!
일레오르가 브레스를 쏘아내며 씩 웃었다.
– 그걸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나?
그 답변에 빛이 깔깔 웃어젖혔다.
– 그건 맞지. 이 우주에서 너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해도, 감히 우리에게 이를 드러낸 이상 끝이니까.
오른손으로 브레스를 막은 상태로.
촤르륵!
왼손을 떨친다.
그러자 수천 갈래로 나뉜 빛의 파동이 빛살처럼 날아가 창조룡들의 복부를 강타했다.
“수장님! 저거!”
“제기랄, 저걸 막으면서도 공격할 수 있다는 건가?”
“일단 막아!”
꽤 오랜 세월을 산 고룡급들은 그것을 손쉽게 방어해 냈지만.
“키아아악!”
“키루루루루!”
크리드를 포함한 갓 고룡이 된 신참들은 그 간단한 손짓에도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 너희들도 잘 생각하거라.
– 멍청한 수장을 따르느니, 여기서 기절한 척 물러나라.
– 그것이 순리에 따르는 것.
– 그리하면 살려주는 것도 고려해 보도록 하지.
빛이 이죽거리며 낄낄거렸다.
일레오르의 얼굴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그 많은 브레스가 모였는데도 힘이 부족한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동훈.’
도대체 언제 온단 말이냐!
설마, 어둠에게 당한 것은 아니겠지?
“버텨라! 다른 놈들도 가만 있지 않고 계속 퍼부어!”
곧 도착한다, 곧.
주동훈이 올 그때까지 버틸 수 있기를, 일레오르는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내.
슈, 슈슈슈슛!
무언가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수두룩한 빛의 힘이 허공을 뒤덮었다.
하나하나 각기 다른 형태를 그려내고 있는 무수한 빛 덩어리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현란했다.
‘진짜.’
일레오르는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동안 저들이 우주를 제패할 수 있었는지 알려주는 듯한 한 수였다.
‘빌어먹을.’
절망하는 일레오르의 안면을 향해.
쿠과가가가가!
날카롭게 뻗어지는 빛 덩어리.
“크헉!”
그 천하의 일레오르 마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 창조룡들뿐만이 아니다.
– 지금 참전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여, 딱 한 번의 기회를 주마.
– 전투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라.
– 그리하면 관용을 베풀어주마.
빛의 말에 대답하는 자가 없다.
다만, 혼란스러운 자들은 있었다.
정말 저 말을 믿어도 될까? 하는 나약한 마음.
그럴 수밖에 없다.
아까는 우주법 위반이니 뭐니 해서 머리를 터뜨리던 놈이었으니까.
그때였다.
“그 말에는 내가 대답하도록 하지.”
어디선가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음?
멈칫한 빛이 코를 실룩였다.
저 멀리서부터 시커먼 그림자들이 몰려온다.
– 너는…….
“빛(Light). 저 끔찍한 탐식종의 말에는 진실성이 없다. 한평생을 따르던 충신을 이유 없이 버릴 정도로 잔혹하며, 그런 그녀의 성격은 이 우주에서 내가 제일 잘 알지.”
– 섀도우?
“알아보긴 하는구나. 과거 나의 주인이었던 쓰레기여.”
으르르.
섀도우 셰퍼드 킹의 울부짖음과 함께, 모든 견종이 분노의 하울링을 시작했다.
“모든 초월자는 우리에게 힘을 실어줘라. 그림자가 강해질수록 빛은 약해질지어니!”
으르릉, 컹!
그림자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당황한 것은 사도, 대천사, 그리고 일레오르였다.
갑자기 튀어나온 저게 누군데?
왜 우리의 힘을 달라고 하는 거지?
“줘도 돼요!”
김진아가 외쳤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델라일라가 있었다.
그녀가 알려준 것이다.
과거 자신의 시련에서 계약했던 종이라고.
주동훈에겐 은혜를 입었고, 지금은 그 은을 갚기 위해 온 것이라고.
“원래부터 빛과 알았던 자인만큼, 약점을 잘 알 거예요!”
김진아의 외침에 일레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본 적 있었다.
과거 우주 찬탈자들을 따라다니던 그림자들에 대해서는.
“힘을 실어주어라!”
일레오르가 명하자, 모두가 정수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림자들은 그 정수를 받아먹은 채, 그대로 빛에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 크으으? 이놈들이?
빛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터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