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7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77화
최후의 격전(3)
쿠과가가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우주 중앙이 무너지고 있었다.
다섯 신(神)과 주동훈의 부딪침!
행성이 소멸하고, 아름답게 지어졌던 중앙부의 건물들과 신전들이 다 박살 났다.
“…….”
주동훈이 천천히 시선을 돌려 전방을 훑었다.
그의 몸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초월체에 난 상처 덕에 정수들이 줄줄 새고 있었고, 내부 기운은 이미 통제를 잃은 채 날뛰고 있다.
고작 10분.
신(神)들과 싸운 지 10분 만에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 참으로 놀랍구나.
한참을 싸우던 물(Water)이 경악하며 주동훈을 바라봤다.
분명 마음을 다해 싸웠다.
봐주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어찌 한 치를 밀리지 않고 맞설 수 있단 말인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낱 미물의 삶이면 평생토록 노력해도 그 기운을 다스릴까 말까 한데…….
“흐압!”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다시 한번 불(Fire)의 등을 점령한 채, 강력하게 때리는 주동훈의 움직임은 노련하다 못해 집요했다.
또한 아름다웠다.
자신의 상처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불(Fire)을 향해 내지르는 쾌속한 검격!
– 물, 집중해라!
불이 짜증 난다는 듯 외쳤고, 물이 다시 참전했다.
얽히고설키며 계속되는 격전!
이상하긴 했다.
분명 기운의 합만 봤을 때는 신(神)들이 훨씬 강한데, 고작 빛과 어둠을 합쳤다는 이유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올까.
‘하지만 거기까지다.’
온몸을 망치고 있는 주동훈과 달리, 이쪽은 불(Fire)만 다쳤다.
다른 신(神)들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다.
콰아아아앙!
지금도.
콰가가가가가!
방금도.
피할 수 없을 만큼 빠른 공격이 주동훈의 몸을 관통했다.
“커헉!”
주동훈의 눈이 짧게 흔들렸다.
하지만 다시 이를 악문 채, 검을 휘둘렀다.
굳건한 기초를 바탕으로 연달아 삼 연격을 날려 불(Fire)의 머리와 목, 가슴을 찔렀다.
그저 무념무상이다.
훈련할 때마다 항상 잘하던 것.
움직일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머릿속에 딱 하나만 입력했다.
‘불(Fire)만 죽인다.’
그래야만 승산이 있다.
다섯을 다 상대하려 해봐야 답도 없다.
불을 죽여서 그 힘을 흡수하면?
그때는 4:1이 되는 게 아니다.
4:2가 된다.
왜냐.
불의 힘을 모조리 받은 태양창의 군대가 날 도울 거거든.
지금도 도울 수야 있지만, 그것은 의미가 없다.
적어도 신(神)이라 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주동훈에게도 유의미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불일까?
물(Water)을 죽이면 전투 능력이 뛰어난 백무흔과 어르신이 그 힘을 가져다 도울 수 있을 텐데.
‘아니.’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그 힘이 절반으로 나뉘어도 안 된다.
화(火) 속성인 아린이가 세계수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 힘을 온전히 다룰 수 있는 태양창이어야만 한다.
콰아아아앙!
공기 찢기는 소리와 함께 주동훈의 몸이 터진다.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지만, 그에게 통증이란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다.
오히려 눈을 빛낸 주동훈이 허공에서 발을 굴렀고.
쿠과가가가가!
다시 한번 불의 몸을 베어내고 정수 다발을 흡수했다.
이 모든 과정이 남들이 보기엔 찰나에 이뤄지는 일!
허공 곳곳에서 빛이 번쩍였고, 공간이 꿀렁꿀렁 파동치며 주변 모든 것을 박살 냈다.
“더 해봐!”
주동훈이 의지가 아닌 육성으로 일갈했다.
“더 해보라고, 이 새끼들아아아아!”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젖 먹던 힘까지 끌어가며 저항하고 싸웠다.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쉽게 지진 않을 생각이었다.
***
주동훈을 제외한 모든 초월자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광철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시스템 재건에 나섰으며.
“여기. 촬영해 둔 게 있다.”
카푸가 김진아에게 무언갈 보여줬다.
“이건…….”
그것을 확인한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둠과 싸웠던 장면, 그리고 빛과 싸우는 장면.
게다가 지금 멀리서 우주 중앙을 비추고 있는 생중계 장면까지.
“이런 걸 언제 다 찍었어요?”
“계속 찍었지. 그리고 쉽진 않지만, 지금도 찍고 있다.”
카푸가 답했다.
지금의 그는 만들어진 초월체에 그릇에 몸을 넣은 것에 불과하다.
예전에야 도움 됐다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알아서 찾아야 했다.
“이런 거라도 해야, 훈에게 도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잘했어요.”
김진아는 이제 모든 초월자를 설득해야 한다.
그 설득 과정에서 글이나 말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시각 자료다.
진짜 신(神)이 죽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리고 신(神)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혼돈의 모습을 보여줘야.
그들도 희망을 품고 돕지 않겠는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주광철이 대략 10분 정도면 기본적인 것은 복구할 수 있다고 했으니, 그 안에 어떻게든 제작해야 한다.
“카푸.”
“말해라.”
“영상에 제가 원하는 글귀나 음악도 넣을 수 있겠죠?”
“물론이지.”
카푸도 이제 초월자다.
특히 채팅이나 영상 출력 관련해서는 이미 극(極)을 넘어 초월했다.
“기운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오케이.”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에게 무언가를 중얼중얼 주문하기 시작했다.
***
파괴룡과 창조룡들이 한데 모두 모였다.
수장 일레오르와 데모르.
막내 크리드와 비나사까지.
“흐응.”
크리드가 재밌다는 표정으로 오라버니인 비나사를 흘깃흘깃 보고 있었지만 나서진 못했다.
높으신 분들이 다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들 들어라.”
데모르가 모두를 바라보며 명했다.
“지금부터 창조룡들은 우주 상부, 파괴룡들은 우주 하부로 빠르게 퍼진다.”
““예.””
모든 용들이 답했다.
원래
독립적인 족속들이지만, 수장의 명은 잘 따르게 되어 있는 게 태초룡들이다.
뭐, 그들이 탄생한 이래로 파괴룡과 창조룡이 힘을 합친 것은 처음이긴 했지만.
“너희가 할 일은 단순하다. 빠르게 퍼져서, 그곳으로부터 추출된 힘을 끌어모아라. 그다음 각 수장에게 전달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빠르게 퍼지도록.”
데모르가 명령하고, 일레오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크롸라라라라라라!
모든 창조룡들이 위로 솟구쳤고, 모든 파괴룡들이 아래로 하강했다.
“자.”
데모르가 미소 지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그러고는 아래 행성을 내려다보았다.
“어서.”
만들거라.
시스템을 만들어 전 우주에 뿌리거라.
***
[#%%%%%@@%] [……시스템# ……##@$%.]파즈즉!
모든 초월자들의 눈에 아지랑이처럼 시야가 번졌다.
“뭐야.”
“벌써 살린 거야?”
시스템과 관련된 능력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으며, 밀렸던 채팅창이 한꺼번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스템이 복구되었습니다.]주광철은 약속을 지켰다.
정말 10분이 채 안 돼서 그 복잡한 시스템을 되살려낸 것이다.
어찌 보면 신(神)들이 가진 힘보다 더 사기인 게 바로 이 시스템이다.
전 우주적 커뮤니케이션!
[혼돈(Chaos) 주동훈이 신(神)들과 맞서고 있습니다!]주광철은 다시 한번 모두에게 신(神)과 싸우는 중임을 선포했다.
동시에 데모르가 꺼냈던 아이디어를 그대로 전달했다.
[띠링!] [모든 행성에 히든 임무가 도착합니다.] [해당 임무의 난이도는 F급!] [혼돈에게 힘을 주세요!] [보상 : 자유]그와 동시에.
– 크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
모든 행성에 용의 포효가 쩌렁쩌렁 울렸다.
리그에 참여한 행성에도, 리그에 참여하지 않은 행성에도.
심지어 초월자들만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도.
육중한 용의 환영이 하늘을 가득 드리웠다.
바로 창조룡과 파괴룡의 마법으로 이루어진 마나통이었다.
[간단합니다!] [저 용을 향해 자신이 가진 모든 기운을 흘려 넣어 주세요!] [그 소중한 기운은 혼돈이 신(神)과 싸우는 데 쓰일 예정입니다!]실로 황당한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화폐나 금을 기부, 적선하는 것은 들어봤어도 기운을 내놓으라니!
“저게 뭐야?”
“난이도는 F인데 갑자기 힘을 달라고? 보상이 자유라고?”
“갑자기 생겨난 시스템, 사라져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애들 왜 이러는 거야?”
“혼돈은 뭐고 신들은 또 뭔데?”
대체로 리그에 참여하지 않고, 갓 랭킹 게시판만 생겨난 세계들이 이런 반응이었다.
물론, 리그에 일찍이 참여한 행성들도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기존 신살(神殺) 퀘스트는 초월자들에게만 갔었으니까.
그렇기에.
주광철이 김진아에게 요구했던 거다.
진심을 담은 설득 영상을.
[띠링!] [영상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영상은 짧으면서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현 우주가 어떤 상황이며, 우리 모두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누가 이겨야 하는지.
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한 설득해야 했다.
정수 하나 내어놓기도 아쉬워하는 게 초월자들인데, 그런 그들의 힘을 생으로 달라고 하는 거니까.
두둥!
웅장한 음악이 깔렸다.
영상 메시지에 담긴 것은 지구의 이야기였다.
지구가 처한 상황부터 주동훈의 일대기.
그가 어떤 시련을 겪고 자랐으며, 그가 어떤 식으로 리그에 참여했는지.
그리고 리그라는 악(惡)을 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곳에는 배치고사에서 살아남고 환호하는 인류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또한 악마들과 싸우다 의식을 잃은 장면도 있었고, 천사를 패는 장면도 있었다.
적절한 영상과 화려한 이펙트가 합해지자, 초월자를 비롯한 우주의 모든 종족이 그 영상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동일시.
이 우주 모든 행성이 지구와 같은 입장이었다.
그들 역시 리그에 참여해야 하며, 그들 역시 미지의 초월자들의 유희 대상이 되어 생존을 걸고 싸워야 할 처지다.
하지만?
누군가 그것을 폐지한단다!
대신 피를 흘려가며 싸워주겠단다!
다만 하나!
멀리서 자그마한 기운만 후원해 주면 큰 도움이 된단다!
“……괜찮은데?”
“오히려 고맙지. 나야 뭐 멀리서 작은 힘 하나 보태는 거니까.”
“주동훈……! 역시 우주는 넓구나! 저런 말도 안 되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다니.”
실로 그러했다.
이 우주는 너무도 광활하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행성과 초월자들이 있어서.
그들의 힘이 모이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신(神)이 아닐까?
힘의 크기가 우주 그 자체와 같으니까.
“여기 정수 하나 넣습니다.”
자신 힘의 일부를 떼어 넣는 초월자들도 있었고.
“그냥 다 가져가라.”
대충 상황을 알기에 모든 것을 갈아 넣는 거물도 있었다.
콰가가가가가!
그렇게 마나 통에 모인 기운을 창조룡과 파괴룡들이 하나둘 흡수한다.
한 행성에서 뽑아내는 기운의 양을 따지자면 개미만도 못하다.
그러나 그 개미가 수억, 수조, 수경, 수해라면?
아니, 숫자 단위가 의미 없을 만큼 무수하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어진다.
쿠과가가가가가가가!
파괴룡들은 받는 힘들을 거미줄처럼 연결된 다른 용들에게 전달하고 또 전달했다.
최종 도착지는 바로 수장들!
바로 데모르와 일레오르였다.
“……이게 정말 된다고?”
점점 채워지는 미증유의 거력을 느끼며 일레오르가 중얼거렸다.
“내가 뭐랬느냐.”
데모르가 픽 웃었다.
“다들 알게 모르게 많이 지쳐 있었을 거다. 억겁의 세월 동안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가 왔다는데. 도움 한번 줘보고 싶겠지. 우린 그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 것일 뿐이야. 물론, 우리도 간절하고.”
그러고는 우주 중앙부를 바라봤다.
“주군.”
제발!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라!
신(神)들을 박살 낼 그 힘!
오지게 모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