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8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84화
전쟁의 끝(4)
HBS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았다.
기존보다 훨씬 발전한 문명을 누리고 있는 인류지만, 도파민은 계속해서 필요했고.
리그가 없으니, 이제 랭커들의 잔잔한 일상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보고만 있어도 힐링 된다나?
기자 민희진의 두 번째 취재 대상은 바로 맷 제랄드!
수천용의 주인이자 친구라 불리는 자다!
– 이곳은 무릉도원의 십 제국 중 하나, 「숲 제국」의 한 도시입니다!
「숲 제국」은 월광(月光) 엘드린이 통치하는 제국이다.
푸릇푸릇한 게 특징이며,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는 드미르의 건축 공법이 눈에 띄는 곳.
– 평소 산을 좋아하는 용기사 맷은 전 재산을 투자해 제국 도시 하나를 통째로 구매했다는데요! 인간보다 용족이 많은 곳! 오늘은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 보겠습니다!
└ 와! 대박!
└ 민희진 클라스 진짜 미쳤다! 용들 천지인 저곳을 맨몸으로 간다고? 웬만한 상남자들도 못 가는 곳인데.
└ 역사적으로 민 씨 여자들이 좀 똑 부러지긴 했음. 용기도 있고.
쿠과가가가가!
고오오오오오……!
크롸라라라라라!
민희진이 도시에 도착하자 수많은 용이 허공을 누비며 그녀를 반겼다.
– 초월자가 된 맷은 온 우주를 누비며 귀여운 초룡들을 길들이고 수집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여기서 맷과 함께 교감하고 성룡이 되면 본래의 거주지로 돌아간다는데요! 이는 용의 독립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행성에 용은 하나! 용은 영역 동물로서 홀로 살아가려 하는 본능이…….
민희진은 카메라를 향해 걸으며, 맷에게 들은 정보들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맷은 세상 어느 전문가보다 용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또한 그 누구보다 용을 많이 보고 소통해왔다.
모르는 게 있으면?
간혹 「제국 엘로이즈」로 오는 아린에게 묻기까지 하니, 그의 지식은 더더욱 완벽해져만 갔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 신비한 지식 속으로 점차 빠져들어 갔다.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즐기는 느낌이랄까?
└ 재밌다. 너무 재밌어.
└ 마치 용이 내 눈앞에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 숨결이 느껴져요.
└ 용용이 귀엽다.
HBS의 기행은 계속되었다.
드미르가 지은 십 제국을 탐방하기도 했고, 계속 랭커들의 일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참고로 십 제국의 이름은 이러했다.
백무흔의 「무림」
태양창의 「사막 제국」
엘드린의 「숲 제국」
카덴의 「천연 요새국」
아린의 「제국 엘로이즈」
드미르의 「지상낙원」
다나의 「혼돈성국」
무각의 「투광도」
유이사의 「정령국」
만술 노인의 「만술 세계」
모두 드미르가 컨셉에 맞게 한 땀 한 땀 깎아 만든 도시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제국‘들’.
시청자들은 방구석에서 그 방대한 도시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렇다면 HBS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방송은 무엇일까?
일단 방영했다 하면 최고 시청률이지만, 그중 압도적인 것은 바로 권 자매의 방송이다.
권탐지와 권선지.
인류는 그녀들의 능력을 가장 신비해했고 또 원했다.
* * *
– 이번에는 점집입니다!
무릉도원 도심 한복판.
분위기 있게 지어진 그곳으로 들어가자 두 여자가 웃으며 인사해 왔다.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참 거짓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동생 권탐지와.
예지자이자 선지자인 언니 권선지였다.
민희진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 안녕하세요! 점집 「레테」를 운영하시는 권선지 랭커님! 바쁘신 일정에도 취재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인터뷰 식이었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세 여성은 고풍스러운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 「레테」의 인기가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어요! 비결이 뭘까요?
민희진이 익살스럽게 물었다.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방송 진행상 묻는 거다.
– 후후, 아무래도 성공률 100%가 그 비결 아닐까요?
– 맞죠. 정말 대단한 능력이에요. 온 우주를 뒤져봐도 권선지 님의 능력을 흉내라도 내는 자가 없다죠?
– ……지금까지는 그렇네요. 저도 제가 축복받았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 「레테」의 운영 방침은 어떻게 되나요?
– 으음, 레테의 고객은 딱 하루에 한 번만 받아요. 대한민국 시각으로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당일 경매가 이루어지고요.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한 분만 오후 3시에 모시는 식이죠. 당연하지만, 로또 번호같이 서민들의 희망을 빼앗아 가는 질문이나, 불법적인 일에 활용할 질문은 받지 않는답니다.
– 의도는 옆에 권탐지 님이 판단하시는 건가요?
– 후후, 그렇죠.
권선지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꺼낸 그 말이 해당 영상의 조회수를 미친 듯이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 민희진 씨라고 했나요?
– 예.
– 촬영에 응하기로 한만큼 서비스로 질문에 답해드릴게요.
– 헉! 저, 정말요?
항상 사무적이고 단아하던 민희진의 표정이 처음으로 무너진 순간인 것이다.
「레테」의 평균 이용 가격은 억 단위가 넘는다.
최소가 수억이고 가끔 10억에서 100억대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런 권선지의 서비스를 1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 캬!
└ 나도 기자 할래!
└ 으아아아, 뭘 물어보지?
└ 주식, 텐베거 찾기? 2년 후 가장 가치 있을 기업?
└ 그런 건 안 된다잖아!
채팅창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 어, 어……. 뭘 물어보지.
민희진 역시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녀도 기자이기 이전에 사람인지라 욕심이 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 이런 건 조심스럽지만, 저희 할머니가…….
– 뇌종양에 췌장암 말기셨죠?
–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긴.
상대는 권선지다.
민희진은 온몸에 털이 서는 걸 느꼈다.
상대는 애초에 이런 질문을 할 것 자체를 알고 있었던 거다!
– 할머니께서 얼마나 오래 사시는지 묻고 싶은 거고요.
– 네, 네……!
갑작스러운 상황에 민희진의 심장이 벌렁벌렁 떨렸고.
권선지가 싱긋 웃었다.
– 다행이네요. 자세한 수치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앞으로 몇백 년은 더 사실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아, 아아……!
또르륵!
김희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권선지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온 순간, 확정이다.
죽을병을 걱정할 필요도, 심지어 교통사고 등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점집 「레테」.
그 유명세가 방송으로 한층 더 뛰는 순간이었다.
* * *
어느 날 어느 순간이었다.
★화제★ 칸을 뜨겁게 장식하던 [닉네임 : 우결충 박멸]의 글이 소리 소문 없이 지워졌다.
└ 아아, 결국……!
└ 그렇게 간 건가요!
커뮤니티 일원들이 탄식했다.
최근에 나타나서 이상한 소리를 많이 늘어놓는 터라 유명해진 친구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모든 글이 삭제된 채로 사라졌다는 것은…….
└ ……설마.
└ 복귀하신 건가?
눈치 빠른 커뮤니티 일원들이 싹 다 기사와 자유 정보글을 뒤지기 시작했고.
이내, 하나의 소식을 찾는다.
└ 대박! 내 친구 무릉도원 사는데, 김진아 봤대!
└ 주동훈이랑 같이 별천지 본성으로 들어가는 거 봤다는데?
└ 미친, 진짜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동훈, 3년 만에 복귀!] [김진아와 함께 무릉도원 입성! 열애설 진짜일까?] [말없이 사라졌던 둘. 무얼 하다 이제 온 걸까?]기사들이 온통 도배되기 시작했다.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이슈가 되던 것들이 한순간에 다 묻혔다.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지구는 주동훈과 김진아로 돌아간다.
동시에 모든 국가가 축제를 준비했다.
지구의 주인이자 이 우주의 신이 복귀했으니!
그것을 기념하여 모든 국가 원수들이 당일을 포함한 일주일을 아예 휴일로 지정해 버리고 축제를 열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뿔뿔이 흩어졌던 지구의 랭커, 스켈레톤, 천계와 마계의 간부들이 모두 무릉도원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이구, 그래. 여행은 잘들 다녀 왔어잉?”
여행에 다녀온 둘은 양정애 할머니의 맛있는 집밥을 먹으며 여독을 풀었다.
먹고 있자.
“크하하핫! 동생! 왔어? 저번에 우리끼리 파티도 안 즐기고 사라져서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
장대웅도 왔고.
“주인! 주이이이인! 노예를 두고 말없이 그냥 놀러 가면 어떡해! 내가 요즘 안 짖어서 그래? 멍! 멍멍멍! 멍멍멍멍!”
플로아도 익살스럽게 웃으며 등장했다.
금방 모인 일원들이 모두 모여 맥주에 잔을 채웠고 그렇게 깔깔거리며 웃고 떠드는 찰나.
“근데 말이야.”
플로아가 은근히 물었다.
“그거 알지? 둘이 열애설 터진 거.”
그 말에 스윽! 모두의 시선이 주동훈과 김진아에게로 쏠렸다.
왁자지껄하던 소리도 약 50% 줄어들었다.
관심이 가는 거다.
과연 그게 사실일까?
정말 길마와 부길마가 정분이 난 걸까?
특히나 얼굴이 확 굳은 기소율도 저 멀리서 뚫어지라 주동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픽.
웃은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됐다.”
“미친! 정말이야?”
플로아가 펄쩍 뛰었고.
“와!”
“진짜요?”
“미친!”
“우와아아아아아!”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누군가는 손뼉을 쳤고, 또 누군가는 팔뚝을 쓸었다.
“허허허허. 이놈아.”
그런 주동훈 곁으로 만술 어르신이 다가왔다.
“고얀 성격은 여전하구나, 이 스승에게는 미리 말해줬어야지.”
원래는 알았어야 옳다.
스켈레톤과 주동훈의 감정은 일정 부분 연결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주동훈은 완전한 자유를 원했다.
정수들을 저 멀리 보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모든 스켈레톤과의 감정 유대도 끊어버렸다.
김진아가 말했던 ‘진정한 나를 위한 삶’.
그것의 첫걸음은 감시자를 없애는 것에 있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말씀 드린다는 게.”
“허허, 어쨌든 축하한다. 그럼 결혼은? 설마 그거 하려고 여기에 들어온 거냐?”
“결혼요?”
에이, 무슨 그런걸.
솔직히 귀찮았다.
부담스럽기도 했다.
결혼식을 한다 하면 아주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다 모일 기세일 텐데.
하더라도 조용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김진아를 바라보는데.
어이쿠.
‘그냥 말 꺼내지 말자.’
3년을 사귀었으니, 눈빛만 봐도 안다.
저것은 딱 무언가에 꽂혔을 때 짓는 표정이다.
그리고 역시.
“해야죠, 결혼!”
콰앙!
김진아가 아주 호탕하게 외치며 맥주잔을 탁자에 내려찍었다.
“다들 들으세요!”
그러고는 주변을 쓱 훑었다.
도장을 찍으려면 확실히 찍어놔야 한다.
함부로 못 넘보게.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그냥 아주 내 것이라는 낙인을 찍어둬야 한다.
“결혼식. 아주 성대하게 치를 거니까! 준비해 주세요! 이 부길마. 기대할 겁니다? 아시겠죠?”
그녀가 말했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크하하하핫! 멋있다! 멋있어!”
랭커들이 환호함과 동시에 그날 무릉도원의 술 파티는 지속되었다.
해가 지고 다시 뜰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