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8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85화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 완(完)
[별천지의 두 거장, 주동훈과 김진아! 결국 열애 인정!] [열애뿐만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전 세계 난리!] [결혼식은 무릉도원에서 축제와 함께 즐길 예정!] [요즘 핫한 HBS! 결혼식 중계권 확보!]지구가 들끓었다.
아니, 우주가 들끓었다.
쿠구구구구구……!
아포피스의 무덤 근처에 있는 마계의 입구가 열렸다.
그곳으로부터 다섯 사도를 비롯한 수천 마왕과 마족, 마물들이 퍼레이드를 하며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이잉!
허공에는 천계의 문이 열렸다.
무릉도원 행성 전역에 펼쳐진 문으로부터 쏟아져나오는 천사들의 비행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천사들은 내려오지 않았다.
그저 하늘에서 춤을 추며 주동훈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노래했다.
주동훈!
마계와 천계의 응원을 동시에 받는 남자!
그뿐이 아니다.
수도는 더더욱 분주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야외 결혼식이 한창 준비되고 있었고, 말로만 듣던 우주의 거물들이 하나둘 무릉도원으로 입성했다.
– 허허.
당연히 이제 장로가 된 두 태초룡 일레오르와 데모르도 있었다.
– 오라버니! 내가 말했지? 역시 엄마가 맞았다니까.
– 진짜! 그러네!
아직 어리지만, 수장의 직책을 맡은 비나사와 크리드도 제법 많은 용들을 이끌고 들어섰다.
그 기세가 엄청나, 어디 가서 이름 날리던 거물들도 몸을 움츠리고 있어야 했다.
‘그야말로 별천지다.’
‘별들의 세상.’
‘세상 위대한 존재들은 여기에 다 모이겠구만.’
무릉도원에 입주한 시민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 아, 아아!
사회는 아린이 맡았다.
–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신랑 주동훈과 신부 김진아의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이니,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들께서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교수님을 누군가에게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또 교수님의 행복을 응원하는 게 제자 된 도리 아니겠는가?
아린은 진심으로 그의 행복을 축복해 주고 싶었다.
“큼, 크흠. 이런 건 처음인데.”
주례는 어르신이 맡았다.
주동훈에게 존경받는 유일한 존재.
그가 아니면 주례의 축복을 해줄 존재가 없었다.
결혼식은 성대했다.
성 밖 야외 들판에는 양정애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날고 긴다 하는 요리사들이 맛있는 음식을 즉석에서 조리해 뿌리고 있었으며.
제공되는 와인은 최저가가 100만 원이었다.
그리고 한쪽에.
「파랑」 길드의 수장 기파랑이 말끔한 복장을 하고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힐끔, 저 멀리 눈에 띄는 여성을 바라봤다.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 기소율.
기파랑은 과거의 일이 선명했다.
주동훈을 초장부터 알아보고 관심을 보이던 그녀의 모습이.
보는 눈이 낮았던 자신은 극구 말렸었고, 결국 파랑 길드까지 탈퇴해 가며 저 드미르 공방에 들어갔었지.
그 드미르 공방이 지금의 별천지가 되었고.
세계 최강을 넘어 우주 최강의 집단이 되었다.
“후.”
기파랑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 온다더니, 결국 왔네.’
보면 참으로 안쓰러웠다.
속에 주동훈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안다.
아마 앞으로도 저 내부에 다른 남자가 들어찰 일은 없겠지.
평생 솔로 확정이란 거다.
‘쯧, 성격이 저래서 데려갈 남자도 없겠지만.’
기파랑이 입맛을 다셨다.
솔직히 말해서 기소율이 선머슴 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조금만 더 여성스럽거나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알았다면…….
‘저 신부 자리에 네가 올라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어쩌랴.
이미 늦었고.
그 자리를 김진아가 냉큼 채 가버렸는데.
어쩔 수 없다.
김진아가 훨씬 더 똑똑했고, 더 적극적이었고, 더 매력이 있었던 거다.
단지 그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파랑과 기소율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픽.
기파랑이 웃었다.
“왔냐?”
가볍게 물었고.
“……뭐.”
기소율이 뚱하게 답했다.
“시끄러워서, 안 올 수가 있어야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게 또 응원하기 싫은 마음은 아니었다.
그냥 복잡했다.
머리도 마음도.
스윽.
기소율이 야외 한쪽에 자리 잡은 신부대기실 쪽을 바라봤다.
저 안에 들어 있는 김진아.
‘인정할 수밖에 없지.’
멋진 여자다.
그 누구보다 주동훈에게 어울리는 여자.
–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예식의 사회를 맡은 신랑 주동훈의 제자 되는 엘로이즈 아린이라고 합니다. 신기하죠? 고대 마법이 직접 진행하는 사회라니. 전 우주에 퍼져 있는 추종자들이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
내빈들의 폭소와 함께, 어느덧 식이 시작되었다.
한쪽에는 김진아의 부모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주동훈의 아버지 주광철이 멋진 정장을 입고 앉아 있었다.
주동훈의 어머니는?
모른다.
주광철의 인터뷰에서 무책임하게 도망갔고 생사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그냥 흘려 넘겼다.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빰~ 빠바밤~ 빰~ 빠바밤~
각종 악기 소리와 함께 성대한 결혼식이 치러진다.
신랑이 멋있게 등장했고,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모습의 김진아가 수줍은 듯 무대를 나선다.
얼마나 예쁜지.
그 기소율 마저 입을 살짝 벌리고 바라볼 정도였다.
“후후, 입 벌어지겠다. 벌어져.”
그런 그녀의 옆에 누군가 다가왔다.
“……드미르?”
“그래.”
망치를 들고 있는 땅딸보, 드미르였다.
한창 네달람의 전당을 만들고 있다가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결국, 가는구나. 주인.”
드미르가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참고로 스켈레톤들은 주동훈의 가호로 생을 얻었다.
그게 바로 각자의 제국민들이다.
이전의 기억을 가진 채, 뼈 위에 살이 덮어졌고 장기가 채워졌다.
당연히 맛을 볼 수 있고, 감각을 느낄 수도 있었다.
“나의 주인.”
진정한 스켈레톤의 신.
이런 생각을 한다.
네크로맨서가 극(極)에 달하면 자신을 따르던 언데드에게 생명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미에서 주동훈은 진정한 네크로맨서의 끝을 보았다 할 수 있겠다.
열 스켈레톤 그리고 그 많은 수하가 모두 제2의 삶을 살게 되었으니…….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그대를 만났기에 부부라는 이름을 맞이하였고, 오늘 이 행복이 당신 덕분이라는 것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각종 축가가 끝나고, 혼인 서약이 이어졌다.
– 우리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하고, 지금 이 마음 그대로 오래도록 사랑할 것을, 서로에게 인생의 더없이 좋은 친구로 살아갈 것을 이 사랑이 영원히 함께할 것을 소중한 여러분들 앞에서 진심으로 서약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
끝없는 환호 소리와 손뼉 소리 또한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름답고 달콤한 키스.
“끼야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
누군가는 그것을 쓸쓸하게, 또 누군가는 그것을 행복하게 바라봤다.
주동훈과 김진아의 결혼.
그것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 *
3년 후.
저벅, 저벅.
누군가가 걸어왔고.
똑똑.
부길마실의 문을 두들겼다.
별천지의 정보 담당이자 내부 조직 스틱스(Styx)의 간부, 카푸였다.
“카푸?”
문 안에서 김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동훈, 김진아 부부는 1년에 한 번씩 무릉도원에 들른다.
결혼기념일마다 무릉도원에서 지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나누는 것.
오늘 역시 수도가 분주했다.
오후 6시부터 있을 축제 때문이었다.
주동훈, 김진아와 함께하는 결혼 기념 축제.
“응, 나다.”
“들어오세요.”
“고맙다.”
카푸가 들어서자 요약 정리된 서류를 검토하던 김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에요? 원래 중요한 일은 다 채팅창으로 하면서. 게다가 1시간 후면 축제 아녜요? 거기서 볼 텐데.”
“잠시 할 말이 있다.”
“무슨 말이요?”
스윽.
고민하던 카푸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시청각 자료로 만들어진 정보책이었다.
“이게 뭐예요……?”
“요즘 전 우주적으로 정보책이 활발하게 퍼지는 걸 알고 있나?”
“……알고는 있죠. 아린이가 매번 편해졌다고 노래를 불러서.”
글이 아닌 영상과 음성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최첨단 책!
유행이 빠른 아린은 아카식 레코드의 서고도 점차 정보책으로 바꾸는 중이었다.
“사실, 내가 전 우주적 베스트셀러에 도전해 보고 싶다.”
“카푸가요?”
“그래.”
“……그럼 하시면 되는데, 저한테는 왜.”
“네 허락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살짝 머뭇거리던 카푸가 이내 한숨을 쉬며 답했다.
“훈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
“예……?”
“일종의 위인전이다. 권탐지의 보증으로 단 1%의 거짓도 아닌 극도의 사실만 담은 위인전.”
“허…….”
김진아가 입을 떡 벌렸다.
주동훈의 일대기를 담은 책을 카푸 혼자 만들었다고?
어떻게?
“그에 대한 영상 자료가 많았다. 습관적으로 찍어두는 바람에……. 그를 만나기 이전 자료들은 기소율이나 만술 노인을 통해 물어봤다. 그러니, 거의 100% 채워 넣을 수 있겠더군. 나는 주동훈의 그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으음.”
일리 있었다.
어차피 주동훈의 업적은 이미 전 우주에 다 퍼지고 있었다.
문제는.
– 에이, 무슨! 그 인간의 힘으로 랭커도 아닐 때 거대마룡이랑 탐욕룡 두 마리를 동시에 잡았다고? 그게 말이 돼? 와전됐겠지.
– 델라일라 시련 얘기는 재밌긴 한데, 이 부분도 좀 과장된 부분 있을 듯. 주동훈으로 뽕 채우려는 건 알겠는데 점수 차가 심해도 너무 심하잖아.
사실을 말했는데 오히려 축소되어 전달된다는 거다.
기분 나쁘게 말이다.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김진아가 눈을 빛냈다.
제 남편이 과소평가 되는데 기분 좋을 아내가 어디 있겠는가!
저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피꺼솟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래서.”
그녀가 씩 웃었다.
“이 정보책. 제목이 뭔데요?”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예?”
“훈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스켈레톤의 한을 풀어주면서부터니까.”
“호오.”
김진아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제법 마음에 들 때 나오는 미소다.
“거기에 제 이야기도 있나요?”
“당연하지. 팩트에 기반한 사실로만 채워뒀다. 원하면 확인해도 좋아. 검수해도 좋고.”
“후후, 아녀요. 제대로 팩트만 전달된다면 저는 만족하니까.”
따악!
김진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거.”
동시에 마치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신부인 것처럼 아름답게 웃었다.
“진행하세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