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66)
김진아 (4)
일주일 후, 매장 개장 시간.
와글와글.
압구정동 입지 좋은 곳에 위치한 드미르 공방 앞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저, 저한테 팔아주세요!”
“내가 살게요! 1,000만 원 얹어서 살게요!”
“저기요! 드미르 공방주님! 물량 좀 더 뽑아주시면 안 돼요?”
오픈 시간 전부터 몰려 있던 사람들이 문을 열자마자 우르르- 몰려간다.
그다음.
순번 안에 들어서 무기를 고르고 점원 스켈레톤에게 결제하면 끝!
“허허, 너무 급하게 오지 말고 천천히들 오시게나!”
“카드로 하겠나? 아니면, 현금으로 하겠나. 미안하지만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네.”
드미르의 부하들은 어느덧 일에 완전히 적응했다.
신용 카드의 개념을 알았고, 할부의 개념을 알았다.
스켈레톤이 카드를 긁어주는 모습.
그 이색적인 모습을 찍으러 온 기자들도 대다수였다.
“뭐야, 오늘도 물량 20개밖에 없어요?”
“이러면 사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사라는 거야?”
“개장하자마자 들어왔는데 바로 끝나버리는 게 어디 있어요! 장사를 시작했으면 기본적인 재고는 쌓아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
헌터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불만을 받아줄 대상은 오직 점원 스켈레톤뿐.
“허허허. 우리는 시키는 것만 할 뿐일세.”
“왜 우리한테 그러시는감?”
웃고 있는 스켈레톤에게 더 말해봐야 씨알도 안 먹힐 게 분명했다.
“으음.”
나와 김진아는 옥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전히 장사 잘되네요.”
오늘도 1분도 안 돼서 달성한 매출 4억을 달달하게 느끼며.
나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쪽쪽 빨아먹었다.
역시 달달할 땐 카라멜이 최고지.
이대로라면 빌린 100억도 금방 갚을 테고, 금방 부자가 될 것만 같았다.
모름지기 가장 좋은 건.
원가가 들지 않는다는 것.
아직도 광물 더미는 마르지 않고 있었고, 직원은 스켈레톤이며, 생산 공정은 내 뼈다귀다.
꿀도 이런 꿀이 없었다.
김진아 역시 내 옆에서 미소 지었다.
“보셨죠? 이게 바로 마케팅의 효과랍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사실, 드미르 보급품의 성능은 B급 평균을 아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백돈이나 여타 공방에서 최고 수준으로 취급하는 B급 템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물론, 전체적인 디자인은 누구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긴 했지만.
“히히, 전 이 공방이 잘될 줄 알았어요. 사실, 제가 진짜 촉이 좋거든요. 아, 그거 아세요?”
“뭔데요?”
“드미르 제품들, 암시장에서 두 배, 세 배 이상으로 팔리고 있다는 거요.”
“오, 그래요?”
“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저렇게 모이는 거예요. 본인이 사용할 무기 아니라도 일단 사놓으면 돈이 되거든요. 요즘 신조어도 생겼어요. 드테크라고.”
“드테크…….”
“드미르 공방이랑 재테크를 합친 합성어죠. 아마 금방 명품의 반열로 올라설 거예요.”
“캬.”
나는 감탄하며, 손뼉을 짝짝 쳤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째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만든 공방이 세계적인 명품의 반열로 올라서는 과정이라니.
“…….”
물론 김진아는 아직 모른다.
내게 S급 무기까지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또한 이 정도 돈벌이로는 성에 차지도 않는다는 걸.
나는 다시 오픈 1시간도 안 돼서 문 닫는 매장을 보며, 문밖 헌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구매 성공한 사람 있나요?”
“혹시 창 사신 분? 제가 살게요! 웃돈 드립니다!”
“저 창 산 사람인데. 얼마에 사실 건데요?”
“제시요.”
“님 선.”
세상에.
매장 앞에서 바로 암시장이 형성되다니.
혹자는 이러면 내가 손해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굳이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드미르 공방의 진정한 수익은 저런 피라미들에서 오지 않을 테니.
지금 파는 건 말 그대로 ‘기성품’.
몇 사람에게 비싸게 파는 것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싸게 파는 것이 최종 수익은 높을 터였다.
* * *
“하.”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난 후.
김진아가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대놓고 깽판을 친다고?”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예상했던 대로 「오성 공방」 측에서 집적대기 시작한 것.
다만.
‘신종오, 그 인간. 생각보다 더 양아치였구나.’
이 정도로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옆 건물 급구해서 훨씬 좋은 B급 성능의 아이템을 판다고 판촉 행사하는 것까진 좋았다.
어차피 세상은 시장 경제 논리로 돌아가는 법.
싸게 팔아봐야 본인들만 출혈이었으니까.
드미르 공방의 인기는 여전했고.
매 오픈 시간마다 만들어진 제품이 동났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났을까.
“여기 도로는 우리가 점령한다!”
“지나가려면 통행료 내라고!”
“여기 전세 냈냐고? 그래, 전세 냈다 어쩔래! 꼬우면 뜨든가.”
양복을 입은 헌터 무리가 매장 앞에 들어서 불법 점거를 펼치기 시작했다.
누가 보냈는지, 불 보듯 뻔한 상황.
김진아는 당황했다.
아무리 똑똑한 그녀여도.
시장 논리와 합법적인 방면에서만 공부했을 뿐.
이런 깡패짓은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나쁜 놈들. 더럽고 치사한 놈들.”
으득!
옥상에서 이를 갈고 있는 그녀에게 내가 다가갔다.
그녀에 비해 나는 분명 여유로웠다.
이런 상황에서 여유를 유지할 수 있는 법이라 하면 단순하다.
등급 판정 불가 던전 두어 번만 다녀오면 된다.
그럼 이런 것들도 그냥 애들 장난으로 보인다.
“진아 씨. 굳이 대응할 필요 없어요.”
“네? 그래도 최근 이틀간…… 문을 열었는데 팔지도 못했잖아요. 이건 협회 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하필 상대가 대기업 중 대기업이라.”
자본주의 세상은 생각보다 더럽다.
저들이 판사를 매수하는 순간, 온갖 법을 가져다 붙여서라도 패소하게 만들겠지.
아니면, 원고를 암살해서 소 자체를 취하시키는 방법도 있다.
“아이,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고객님은 어떻게 그렇게 태평하세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자, 난 씩 웃었다.
“저 밑에 보세요. 길막 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쟤네잖아요.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쟤들이 오성 공방 애들이란 걸 뻔히 알 텐데. 그 분노가 누구한테 돌아가겠어요?”
“아……. 결국 저들 이미지 깎아 먹는 짓이다?”
“네, 게다가.”
스윽!
나는 방금 따끈따끈하게 올라온 기사를 내밀었다.
[충격! 단독 속보! 암제, 기소율! 언론에 본인 무기 정보 공개!] [‘암살자를 위한 단검’(S급). 피해량 500% 증가의 사기 옵션을 가진 이 무기의 주인공은?] [기소율, “S급 무기를 만들어주신, 드미르 공방주에게 무한한 감사.”] [장안의 화제, ‘드미르 공방’,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공방이었나?]사실, 나도 방금 안 사실이었는데.
어떤 심경이었는지, 암제가 언론에 홍보를 때려 버린 것이다.
딱 이럴 타이밍에 말이다.
“이건…….”
스마트폰에 떠오른 기사들을 슥슥 넘기던 김진아의 동공이 확장됐다.
“……에에엥? S급 무기라고요?”
황당했다.
S급 무기가 무엇이던가.
현재로서,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진귀한 아이템 아니던가!
그걸 만들 수 있다고?
“솔직히 말할게요.”
나는 놀란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기성품 판매에 진짜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어요. 제가 신경 쓰는 건 오직 VIP 한정판 판매. 즉, S급 무기를 만드는 거예요. 그 외에는 전부 훈련에 몰두할 생각이고요.”
“지, 진짜예요? 그걸 왜 이제!”
김진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즉 인증했으면 100억이 뭐예요. 은행을 탈탈 털어서라도 대출해 줄 수 있었는데……!”
“어차피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 없어요. 이제부터 제가 벌면 되는 거라.”
“아아…….”
“아마, 이제 곧 몰려오겠군요.”
“그, 그렇겠네요.”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헌터가 국내에 탄생했다?
이는 특보감이요, 기사 1면에 실릴 수준이다.
그렇기에.
“여기다!”
“드미르 공방이다!”
“주동훈 씨! 나와주세요!”
“최근 B급 판정을 받으셨던데! S급 무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드시는 겁니까? 언제부터 생산직으로 각성하신 겁니까?”
불법 점거한 헌터들 앞으로, 수많은 기자와 인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뭐, 뭐야? 이것들은.”
“저, 저리 안 꺼져?”
양복 입은 헌터들이 당황했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파를 막을 순 없었다.
그럴 권리도 없었고.
‘자.’
나는 손뼉을 쳤다.
그럼 이제 슬슬 판을 키워볼까?
* * *
– 안녕하세요, 기자 여러분.
– 저는 드미르 공방주, 주동훈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거대마룡 앞에서 사용했었던 드미르의 주문서.
‘증폭’(A급)을 통해.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게 했다.
“와, 주동훈이다!”
“생각보다 젊은데?”
“나 저 사람 알아! 3년 전에 네크로맨서 능력 얻어서 잠깐 화제 됐었던 사람 아냐?”
기자들과 손님들이 수군거렸다.
나는 저들을 옥상에서 내려다보고 있었고, 저들은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꺼내 나를 비췄다.
– 맞습니다. 저는 네크로맨서입니다. 하지만, 조금 기형 네크로맨서죠. 기사에 몇 번 나갔다시피 제 스켈레톤은 생산직입니다.
내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지, 진짜였어! 스켈레톤이 망치질한다니.”
“와, 신박한 고유 능력이네? 네크로맨서면 생산직 쪽으로도 사기인 거야? 원래 네크로맨서는 다 사기잖아.”
“잠깐만, 그러면 고작 스켈레톤 따위가 S급 무기를 만드는 거라고?”
“흥미진진한데?”
헌터들이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이내 누군가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목청이 굉장히 커 보이는 기자였다.
– 네, 말씀하세요.
“매장 앞에 이틀간 불법 점거하는 인원들이 있던데, 혹시 누구인지 아십니까? 아신다면, 어떤 사유로 벌어진 일인지 설명할 수 있으십니까?”
– 누군지 모릅니다. 관심도 없고요. 전 오직 매장에서 물건만 팔 뿐. 그 이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나는 굳이 신종오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너 따위는 이제 내게 피라미일 뿐이라는 걸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애초에 내 시선은 오성 공방에 있지 않다.
오성 그룹이라면 모를까.
물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나를 건드린 대가는 곧 어떤 식으로든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그게 내 신조니까.
“대통일보 기자입니다! 혹시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주기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또 이번에는 암제에게 선물했던데, 추후 누군가에게 또 선물할 예정이십니까? 아니면 팔 예정이십니까?”
오호?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 저희 드미르 공방의 VIP 무기는 한정판 제도로 맞춤형으로 제작될 겁니다. 또 질문하신 주기는 무작위가 될 것 같네요. 제가 여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아마 한 달에 한 번이 될 수도 있고 일 년에 한 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기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시끌벅적하던 게 조용해졌다.
관심사답게 다들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대통일보의 기자가 다시 질문했다.
“그럼 다음 S급 무기는 언제 만드시는 건가요?”
– 암제께 선물했던 단검이 1호, 그리고 2호는 내일 곧바로 만들 예정입니다.
“……!”
“2호?”
“S급 무기를 또 바로 만들 수 있다는 거야?”
“그럼 2호의 주인공은 누가 되는 건데요?”
– 내일까지 입찰 경쟁합니다. 참여 의사가 있으신 모든 랭커분들이나 상인분들, 헌터분들은 최대 지불 가능 금액을 적어서 공방 스켈레톤에게 제출해 주세요. 이번 2호는 최고가를 부르신 분을 위해 만들겠습니다.
이번 컨셉은 부자를 위한 무기.
물론, 매 호마다 컨셉은 바꿀 예정이었다.
돈에만 움직이지 않는 게, 우리 드미르의 품격이니까.
“……!”
“입찰 경쟁……!”
내 제안은 실시간으로 기사와 헌터 게시판을 통해 퍼져 나갔고.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