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84)
태양 vs 달 (1)
“후우.”
노을이 지는 저녁.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길게 뿜어냈다.
마침내 던전을 클리어했다.
결국 이번에도 목숨을 구했고, 성장한 채로 복귀했다.
강유정은 언젠가 이 빚은 꼭 갚아내겠다고 거듭해서 고개를 숙였고, 이내 이선아와 함께 돌아갔다.
괜스레 뿌듯한 마음.
‘운이 좋았지.’
하필 뼈칠이가 힐러일 줄이야.
거기다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기 스킬까지 지니고 있다니!
점점 랭커라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기분.
‘그렇다고 이거로 만족해서는 안 돼.’
세상은 넓고 랭커는 많다.
또한 스킬의 종류도 무수하다.
아무리 내가 가진 스킬이 제일 사기일 거 같아도.
그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스킬을 숨기고 있는 자들이 존재할 거다.
거만은 방심을 부르고.
이 험악한 세상에서의 방심은 곧 죽음과도 같다.
‘그래도.’
오늘 하루쯤은.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찬 감정들을 온전히 느껴도 되지 않을까?
“이젠- 나도 랭커가 될 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 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압구정 거리를 걸었다.
방향은 드미르 공방.
바꿔말하면 내 집이다.
집이 바뀌니까 이런 게 좋다.
옛날에는 용병 일이 끝나거나, 던전을 클리어해도.
썩어빠진 반지하 단칸방에 가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압구정동에 위치한 고급 주택이 내 집이니, 가는 길이 행복하다.
콧노래가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스윽.
집에 들어서자, 2층에서 누군가가 나를 반겼다.
“주인, 왔는가?”
이 주택 2층의 실질적인 주인.
드미르였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게, 이번 던전에서 얻은 게 많은 모양이군?”
“고럼, 고럼.”
드미르.
내 여섯 번째 뼈다귀.
녀석은 내가 던전에 가 있는 동안 집을 지켰다.
보급형 무기를 만들고, 계속해서 장사를 이어갔다.
‘내 스킬이 굉장히 편한 게.’
누군가를 소환해 놓고 던전에 가더라도 역소환이 안 된다는 점.
즉, 소환자와 소환수 사이에 거리 제한이 없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주인.”
드미르가 말했다.
“평소처럼 무기를 만드는 도중에 갑자기 능력치가 막 상향되더군? 원래 알던 지식이 무기에 더욱 잘 녹아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 그 말은…… 주인의 능력이 한층 더 성장했다는 말이겠지?”
“아.”
그래, 맞다.
내가 A급으로 올라서면서, 드미르 역시 스켈레톤 나이트(A급)로 올라섰겠지.
“주인.”
“응?”
“이걸 보게나.”
문득, 드미르가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매끈하게 잘 뽑힌 창이었다.
“이게 뭐야?”
“사실, 주인이 던전에 가 있는 동안 태양창, 그 녀석을 떠올리며 창을 만들고 있었네.”
“……태양이를?”
하긴.
무기를 만들어주긴 해야 했다.
현재 S급 무기를 들고 있는 뼈다귀들을 정리해 보면.
엘드린 – 엘드린을 위하여
뼈다귀5 – 화룡의 지팡이
드미르 – 드미르의 망치
이 셋뿐.
나머지는 아직도 뼈 무기를 쓰고 있었다.
“음……. 태양이는 나중에 따로 S급 무기, 뽑아주려 했었는데?”
만약 S급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면, 가장 최우선으로 태양이를 위해 만들려 했다.
솔직히 뼈일이나 뼈사, 뼈칠이 등등은 각성 전이라 만들어주기가 살짝 애매했다.
드미르가 말하길.
장인이란 그 무기를 만들 때, 사용자의 특성과 성격 등을 다 고려한다고 하니까.
“사실, 나도 그러할 생각으로 가볍게 형태만 잡고 있었네. 근데, 주인이 한 단계 각성하는 바람에…… 삘을 받아버렸지 뭔가. 하하하.”
“삘?”
드미르가 부드럽게 웃으며 턱짓했다.
녀석의 표정엔 무기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보게나. 주인이 원하는 등급의 무기일 테니.”
“이게 S급이라고……?”
나는 멍하니 창의 정보를 살폈다.
[아이템 : 태양창을 생각하며 만든 창] [등급 : S] [종류 : 창] [설명 : 전설의 대장장이 ‘드미르’가 동료 ‘태양창’을 위해 선물한 창입니다.] [효과1 : 기력 100 증가.] [효과2 : 스킬 쿨타임 20% 감소.] [효과3 : 스킬 위력 200% 증가.] [효과4 : 오직 ‘태양창’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헐, 진짜네?
“……이걸 혼자 만들었어?”
놀라웠다.
원래 드미르가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벌써 혼자 S급 무기를 만들 경지에 이르다니.
“주인과 함께 만들 때처럼 스탯이 월등히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임시방편으로는 쓸 수 있지 않겠는가.”
쿠웅!
드미르가 망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신기한 기분이었다.
소환수가 내 전력 보강을 위해, 자율적으로 시키지 않은 행동까지 한다니.
“고맙다, 드미르.”
나는 녀석을 보며 마주 미소 지었다.
“분명 태양이도 좋아할 거야.”
그래, 이참에.
한번 쥐여줘 볼까?
[‘태양창’이 등장합니다.]나는 기력 10을 사용해, 태양이를 소환했다.
동시에 녀석에게 창을 건네며 설명했다.
태양이가 조심스레 무기를 건네받았다.
“주군, 이게 저를…… 위해 만든 창이란 말입니까?”
과연 깜짝 선물 싫어하는 생명체는 없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태양이는 굉장히 흡족해했다.
후웅! 후우웅!
이리저리 휘둘러 보며, 감동받은 시선으로 창을 내려다봤다.
“그래, 태양아, 우리가 싸우고 있는 동안 드미르가 네 생각하며 만든 거란다.”
“고맙군. 드미르.”
“별말씀을.”
태양이의 감사 인사에 드미르가 픽 웃었다.
“손에 착착 감기면서도 가볍다. 디자인 역시 마음에 들어. 그리고 무엇보다…….”
휘리릭!
태양이의 창이 그의 허리를 감으며 유려하게 회전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선물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를 두려워하거나 증오하는 자들만 있었을 뿐.”
태어날 때부터 시각을 잃었던.
고대 사막의 외로운 절대자.
“그렇기에 진심이다.”
태양이가 조용히 창의 감각을 느꼈다.
“창의 성능을 떠나, 이 도구에 담긴 마음이 좋다. 그러니 약속하지.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
상처를 깊게 입은 만큼, 순수한 괴물.
나는 고마워하는 태양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언젠가 더 좋은 무기로 선물해 주긴 할 텐데.’
일단, 좋아하니 내버려 둬볼까?
* * *
휴식을 취한 다음 날, 옥상.
여느 때처럼 노인을 불러 훈련을 마치고, 쉬고 있는 도중.
태양이가 다가왔다.
“주군.”
“응?”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새로운 무기도 얻은 김에, 누군가와 겨뤄보고 싶습니다.”
내 눈이 커졌다.
“잉? 누구랑?”
뜻밖이었다.
본래 꿋꿋하게 훈련만 하던 태양이가 처음으로 해보는 부탁이기 때문.
“엘드린이랑 한번 붙어보고 싶습니다.”
“엘드린이랑?”
나는 태양이를 바라봤다.
녀석의 눈빛에는 분명 호승심이 담겨 있었다.
A급으로 올라간 탓일까?
점점 가까워지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어 하는 감정도 느껴졌고.
또한 강자랑 맞붙으며, 더욱 성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느껴졌다.
“오호.”
엘드린 역시 호기심이 이는지 반응했다.
“과한 자신감이로군요. 창이 아무리 날카로울지언정, 가까이 붙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진대…… 괜찮으시겠어요?”
“내가 가까이 붙지 못한다고 어떻게 자신하지? 엘드린?”
“글쎄요. 제대로 하면, 오기 전에 제 화살에 육신이 무너져 내리실 것 같은데요?”
둘의 시선에서 맞불이 붙었다.
“이야!”
나는 재미있겠다는 듯 환호했다.
마치 격투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서로 도발까지 하니 더욱 흥미로웠다.
‘둘의 대련?’
솔직히 궁금하긴 했다.
두 세계의 최강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한쪽 코너는 고대 사막을 통치하던 일인자.
반대쪽 코너는 숲 일족의 여왕이자 고고한 하이엘프.
스파링 식이긴 하지만, 서로 죽여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기력 10만 있으면 다시 부활 가능하니까.
“뭐야, 뭐야. 갑자기 꿀잼 경기예요?”
이른 아침 출근해서 옥상 화분에 물 주던 김진아 역시 눈을 빛냈다.
“잠깐 기다려 보세요!”
그러고는 창고로 가더니, 팝콘과 콜라까지 챙겨온다.
세상에.
도대체 저런 비품들은 언제 구매한 거야?
“싸움 구경에 팝콘이 빠질 수 없죠. 히히.”
“…….”
김진아가 은근슬쩍 내 옆자리에 주저앉아 콜라를 내밀었다.
그게 너무도 자연스러워, 나도 모르게 건네받았다.
그래, 김진아도 이젠 우리 식구니까.
“큼큼, 어쨌든.”
그다음 스파크가 튀기는 두 녀석을 바라봤다.
“원하는 대로 대련은 시켜줄 텐데, 결과가 어떻든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거야. 오케이?”
“주군, 물론입니다.”
“당연하지요.”
둘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래, 좋다.
이는 훈련의 연장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서 둘이 붙게 되면, 내 소중한 집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공터.”
나는 싱긋 웃었다.
“우리 공터로 가자.”
* * *
후우웅!
시원한 바람이 흙먼지를 걷어 올렸다.
한적한 공터에서 두 절대자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음.”
먼저 태양창.
그가 입을 열었다.
“혹시 내기 한판 하지 않겠는가, 엘드린?”
고대 사막의 모든 인간들을 통치했던 학살자이자 통치자.
인간에게 얻었던 상처와 한을 풀어내고 치유하고 있는 존재.
“후후, 어떤 내기일까요?”
반대쪽에서 엘드린이 활을 늘어뜨렸다.
그녀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인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만큼, 수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으며.
거대마룡(巨大魔龍)이라는 끔찍한 존재를 봉인시킨 경력 또한 있었다.
“서열 정리.”
“흐응? 서열 정리요?”
엘드린이 흥미롭다는 듯, 콧소리를 냈다.
“우리의 다음 형제가 각성하기 전까지. 진 사람이 서열에서 밀리는 거다.”
“서열이라 함은?”
“큰 의미는 없다. 그냥 암묵적인 순서일 뿐.”
호승심.
태양이가 엘드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엘드린 역시 태양창을 응시했다.
“재밌겠는데요? 그럼 드미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드미르는 논외다. 전투와 관련 없는 직종이니.”
“시원하게 받아들일게요.”
엘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이제 내가 나설 차례.
참고로 나는 심판이고, 김진아는 하나뿐인 관중이다.
“규칙은 간단해. 이 공터를 벗어나면 안 되고, 상대를 먼저 소멸시키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둘의 안색에 웃음기가 싹 빠졌다.
내가 뒤로 빠지자 뼈오가 혹시 모를 에어 실드를 걸어왔다.
나뿐만 아니라 김진아에게도 걸었다.
“그럼, 저 먼저 시작하지요.”
타앗!
엘드린이 발을 가볍게 놀려 점프했다.
방향은 주변에 뻗어 있는 나무.
“운이 좋지 않았어요, 태양창. 숲의 구성물을 활용하는 숲의 일족은 평소보다 배로 무섭거든요.”
슈슈숭! 슈슝!
동시에 날카로운 화살이 연속으로 쏟아졌다.
어느덧 ‘상급’으로 올라선 연사 스킬!
탕! 타다다당!
하지만 태양이의 반응 속도는 재빨랐다.
새로운 창을 화려하게 휘두르며 모든 화살을 쳐내고 부러뜨렸다.
그야말로 신묘한 창술.
“우와아!”
옆에서 김진아의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
나는 담담히 둘의 싸움을 지켜봤다.
두 절대자의 싸움이니만큼, 분명 나에게도 도움 되는 게 있을 터.
태양창과 월광(月光) 엘드린.
둘의 본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