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249
제249화
아공간 주머니에서 열기구를 꺼내고, 화로에 연료를 집어넣어 하루를 꼬박 때면서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어서야 겨우 하늘로 뜰 수 있었다.
오오오, 오오오.
우리가 하늘로 올라가는 걸 보고 밑에 있던 엘프들은 탄성을 금치 못했다.
이런 탄성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불안해.’
남극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해서.
‘최대한 높게 올라가서 프로펠러를 돌려서 남쪽으로 간다.’
왜?
최대한 날씨와 바람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증기기관을 이용해 프로펠러를 돌리면서도 고도를 올리는데 집중했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점점 올라가 드디어 구름이 밑으로 내려갔다.
“너무 높아요.”
“왜 이렇게 올라왔어요?”
“추워요. 좀 내려가면 안 되요?”
세 아내가 말했지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참아요. 이렇게 안 하면 거센 바람에 어디로 휩쓸릴지,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요. 그리고 출발 전에 미리 말한 거 기억하죠?”
출발 전에 적어도 일주일은 내려가지 못할 테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갈 수 있을까?’
솔직히 가본 적이 없으니 측정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감!
구대륙의 최북부에서 북극까지 갔던 경험에 따라 신대륙의 최남단에서 남극까지 거리를 감으로 측정했다.
‘만일 일주일이 넘어선다면…’
열흘?
이 정도면 괜찮다.
보름…
이것도 꾹꾹 참으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3주라면? 한 달이라면?
‘못 버티지.’
기온도 정말 춥다.
세 아들을 쳐다보니 당장은 괜찮아 보였다.
엘프들과 함께 있으면서 뜨거운 관심을 즐기기도 했고.
위로 세 형들이 모두 엘프와 결혼했다.
아마 세상에 태어나 세 어머니들 빼고 가장 이쁜 얼굴이 형수들이었겠지.
예쁜 시녀들이 주위에 있어도 눈길도 주지 않을 만큼.
그랬는데…
이곳에선 세 어머니와 세 형수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예쁜 여자들이 철철 넘쳐나니 눈에 돌아가겠지.
이미 세 형이 결혼한 예도 있으니 자신들도 엘프와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고.
마찬가지로 수많은 엘프 여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엘프 남자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치고는 무척 잘생긴 얼굴.
무엇보다 용기 있게 모험을 즐기는 모습.
풋풋한 10대.
이런 것들 때문에 세 아들은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진짜 사랑은 아니잖아.’
뭐 시작은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긴 하지만.
열기구가 남쪽으로 가는 동안 밤이 찾아오고 세 아들과 대화할 시간도 있었다.
한 명씩 다가가 엘프 종족과 함께 한 시간에 대해 물었다.
특히 여자 문제.
“관심 가는 엘프 있었니?”
“어… 네.”
“오호, 그래?”
“그런데요. 나이가…”
“나이?”
“한 엘프는 345세, 다른 엘프는 298세. 아무리 작아도 150세가 넘던데요?”
“네 형수도 형보다 나이가 꽤 많다. 설마 나이가 걸려서 사랑을 못한다는 건 아니지?”
“전 아직 어린지 좀 걸리던데…”
대답하는 건 슈체니.
하인리히랑은 많이 달랐다.
사랑 때문에 몬스터 웨이브 때에 자기 목숨도 걸고 싸우려고 했던 형이랑은 말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알았다.”
다음 대화 상대는 멕케이였다.
“전 나이는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데?”
“너무 인형 같아서 거부감이 들어요.”
“인형 같아서라… 그건 네 어머니도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너도 사람들은 인형처럼 잘 생겼다고 하는데?”
못 생긴 사람이 이러면 이해나 하지.
지도 인형처럼 생겨서는 뭔 소리인지.
내 아들만 아니면 뒤통수 한 대 때리는 건데.
“으음. 계속 함께 하면 모를까. 금방 떠날 거라서 관심 안 두려고 했어요.”
“끄응. 알았다.”
이제 남은 건 블린트.
그런데!
“오우, 마음에 드는 엘프가 너무 많아서 문제예요. 도대체 누구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이가 많을 텐데? 너보다 어린 엘프가 있기나 하니?”
“있었어요!”
“응?”
“제가 만난 엘프는 최소가 12살. 제일 많은 건 400살이었나?”
이런 미친!
내 아들이 카사노바였다니.
“야! 12살은 너무 심하지 않니?”
“저랑 3살 차이인데요?”
“아!”
그러고 보니 블린트도 어렸다.
‘그래. 너도 미성년자였지. 둘 다 미성년자니까 문제없겠네.’
결혼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사랑.
성인들의 연애도 아니고 풋풋한 사랑이잖나.
더러운 상상을 하는 건 나니까 나만 더러운 걸로.
“그래. 그렇구나. 그런데 넌 누가 제일 마음에 드니?”
“아직 못 골랐어요. 더 오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그럼 다음에 가면 너 혼자 남을래? 그건 어때?”
“그래도 되나요?”
“당연히 되지. 그리고 니가 좋아할 이야기도 있다.”
“뭔데요?”
“수백 년이 넘는 삶 속에서 마법이 아니라 검에 몰두하는 엘프도 있단다.”
“오호, 그래요?”
블린트가 크게 반색했다.
“말리오에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스승을 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
“네!”
반짝반짝.
새로운 검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가?
블린트의 눈빛이 더 없이 반짝거렸다.
‘얘는 여자도 좋아하지만 검을 더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말리오가 한 말도 생각이 났다.
소드 마스터라면 황제는 우습게 본다고.
그러니까 블린트는 권력에 관심을 둘 거 같지도 않았다.
‘순수하면서도 위험한 놈이 바로 블린트야.’
어쩌면 인간 여자를 짝으로 맞이하는 것보다 엘프 여자가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인간 여자는…
‘말만 인간 여자지. 결국 귀족가의 영애잖아?’
황제의 동생이라도 검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블린트.
아내는 그러지 않으려 해도 처가댁에선 분명 블린트를 이용하려 할 거다.
하지만 엘프라면?
‘며느리들의 가장 큰 장점은 처가 걱정이 없다는 거야.’
엘프니까!
‘그래. 다음에 간다면 블린트는 엘프와 함께 있게 해야겠다. 다른 두 아들도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고.’
이러면 6명의 아들이 전부 엘프와 결혼하게 되는 건가?
이럴 생각으로 신대륙 엘프의 땅에 온 건 아니었는데.
‘잠깐 세 아내도 동의할까?’
셋째인 세 아들이 내년엔 성인이 된다.
‘하지만 아직은 미성년.’
아마 반대하지 않을까?
특히 이자벨.
그녀가 뭐라고 할지는 눈에 선했다.
‘아들 하나도 엘프에게 주었는데 막내마저 주어야겠냐고 하겠지.’
이자벨이 은근히 자식을 치마폭에 감싸려는 성향이 강했다.
만일 21세기 지구의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강남 8학군을 고집하며 아들을 반드시 최고 대학에 보내려 했을 거고, 판검사가 되었든, 의사가 되었든 ‘사’짜 직업을 갖게 했을 거다.
그럼 아나이스는?
‘우리 아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이렇게 되물을 거 같았다.
멕케이도 좀 시큰둥하긴 했고, 멕케이를 가장 잘 아는 게 아나이스니까 이런 말을 하겠지.
마지막 레아.
‘레아가 좀 문제인데…’
“잘됐네. 남으라고 해!”
이러면서 기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유는…
‘형제끼리 다투는 걸 원치 않을 테니까.’
블린트의 재능에 대해 알고 나서 말리오를 스승으로 삼은 후에 레아를 불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듣도 레아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표정이 왜 그래? 안 기뻐?”
“블린트가 그렇게 재능이 뛰어나?”
“말리오가 한 말 말해줬잖아. 20대에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
“그럼… 뒤므리에는…”
“여기서 뒤므리에 얘기는 왜 나와?”
“아니. 그게…”
“블린트가 반역이라도 저지를까봐? 아니면 뒤므리에가 블린트를 경계해서 죽일까봐?”
“후우…”
레아는 한숨만 쉬고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말이 없다는 건 인정한다는 거지.’
솔직히 나도 내심 걱정하는 바였다.
여하튼 이랬던 대화가 있었기에 지금 레아가 기뻐할 거라 예상도 하는 거였다.
그리고 실제로…
“어머, 잘 됐다!”
레아는 기뻐했다.
그럼 아나이스는?
“멕케이가 좋다고 해요? 글쎄. 제가 아는 그 아이는 좋아할 거 같지 않은데…”
마지막 이자벨.
“후우, 또 엘프 며느리…”
“벌써 결혼까지 간 거야? 그냥 경험을 쌓아보라는 거야.”
“무슨 경험? 연애 경험?”
“그게 아니라 황가에서 태어나 오냐오냐 하면서 컸잖아. 여기 있으면 황족이라고 누가 떠받들어 주냐고. 자연에서 살아야 하니 건강에도 좋을 테고.”
“당신… 혹시 슈체니가 내전이라도 일으킬 거 같아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피식.
“내전?”
“왜 웃어?”
“솔직히 말해서 슈체니는 하인리히에 비하면 한참 모자르지. 슈체니가 반란의 낌새만 보여도 하인리히는 다 알아챌 거야.”
“뭐?”
“당신 큰 아들을 몰라? 이제야 말하지만 난 6명의 아들 중에 하인리히가 제일 무서워.”
“무섭다니?”
무서운 이유는 하인리히가 가장 뛰어나니까.
“제국을 셋으로 나눈 가장 큰 이유가 하인리히 때문이었어. 형제끼리 싸움나지 않도록.”
“만일 싸운다면…”
“하인리히가 이겼겠지. 아마 내가 그대로 물려준다고 해도 뒤므리에는 감당하지 못했을 거야. 그러기엔 제국이 너무 크잖아?”
“하인리히라면 감당했겠지?”
“그래. 하인리히라면 대륙 전체라도 감당했을 거야.”
히죽.
자기 아들 칭찬이라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이자벨.
“너무 좋아할 거 없어. 하인리히라면 동생에 대한 감시도 할 거야.”
“흥! 감시를 하면 내가 모를 거 같아? 그리고 내가 가만히 둘 거 같아?”
“그렇긴 하지.”
그 누가 이자벨의 눈을 속일 수 있겠는가.
이자벨이 속이면 모를까.
“하지만 말이야. 나도 죽고, 당신도 죽는다면?”
“으응?”
“솔직히 슈체니가 지금 고개들 나이는 아니지. 빨라야 20년? 30년? 그때 우리 둘 다 없으면? 그리고 늙어서 감이 떨어지면?”
“…..”
늙는다는 게 뭔지 이제 이자벨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그럴 나이였으니까.
“그리고 이유가 또 있기도 해.”
“무슨 이유?”
“엘프 며느리가 생각보다 참 좋더라고.”
찌릿.
“왜 이뻐서?”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아니. 처가 걱정을 안 해서. 만일 귀족가 영애가 며느리가 되었다고 생각해봐. 권력이라는 게 어떤지 조금은 당신도 이해하잖아?”
“아! 처가…”
“인정하지?”
“그래. 인정해. 처가 걱정은 전혀 없어서 좋아. 그런데 이 생각은 해봤어?”
“뭔데?”
“죽지 않는 며느리가 시간이 지나면 황후에서 태후가 될 테고. 태태후가 될 테고, 태태태후가 될 테고. 그럼 권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하인리히가 문제가 아니지. 아마 제국은 며느리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헉! 그 생각은 못했네.”
태태태후. 아니 그 이상도 될 수 있었다.
아무리 본인은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밑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수 있었다.
‘후우, 이건 진짜 문제인데 어떻게 해결하지?’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숙제가 내 앞에 있었다.
이건 해결 방법도 막막했다.
왜냐하면 내가 며느리보다 오래 살 수는 없으니까.
난 엘프가 아니라 인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