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101)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101화(101/330)
* * *
“오느라 고생 많았어. 미국은 처음이지?”
제니가 화사하게 웃으며 성식을 환대했다.
“어. 미국 땅은 처음이야. 미국 땅의 공기는 이렇구나.”
입국장 밖으로 나온 성식이 새파란 미국의 하늘을 보며 두 팔을 벌렸다. 회귀 전에 미국 땅을 밟아보긴 하였다. 그때는 황폐화된 땅이었기에 지금처럼 생동감이 넘쳐흐르는 미국의 하늘과 땅은 처음이었다.
“푸흡, 말하는 거 완전 아재 같아.”
제니가 나이 든 티를 풀풀 내는 성식을 보며 깔깔 웃었다.
“뭐? 내가 이래도 아재 같아?”
고개를 치켜세우고 턱을 내밀었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펼쳐 가위 모양을 만든 손으로 턱을 바쳤다. 환골탈태로 더욱더 눈부셔진 자신의 미모를 한껏 뽐냈다.
둘이 이렇게 스스럼이 친해진 것은 얼마 안 되었다. 얼마 전 성식을 미국으로 초대하기 위해 연락이 왔었을 때 서로 편하게 대하자고 하였다. 특히 표면상 나이대는 둘이 비슷했기 때문에 더더욱 금세 친해지게 되었다.
“잠시 기다리면 친구가 한 명 더 올 거야.”
“누구?”
“널 몹시 만나고 싶어 하는 열혈 팬이랄까.”
“오호, 열혈 팬이라 누구지?”
누군지는 짐작이 갔다. 그러나 제니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마 플래처겠지.’
―플래처가 누구더냐? 그자도 11 성좌였더냐?
‘응. 맞아. 뇌전을 기가 막히게 다루던 친구지.’
11 성좌 뇌전의 군주, 플래처 애드윈. 그가 뇌전의 힘을 두르고 전장을 휩쓸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만약 자신이 여러 속성 중에서 한 가지만 얻을 수 있다면 뇌 속성을 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플래처는 뇌전의 정령왕 라이오니가 초월 격이었다. 그 때문에 다수의 뇌전의 정령들을 부릴 수가 있었다.
온몸에 뇌전을 두르고 전장 한복판에 뛰어들기도 했으나 때로는 다수의 뇌전의 정령들을 소환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반쯤은 정령사라고 봐도 무방했던 그다.
‘하지만 그는 온몸에 뇌전을 두르고 전장에 뛰어들 때가 가장…….’
온몸에 뇌전을 두르고 전장 한복판에서 뇌전을 줄기줄기 뽑아내던 플래처를 회상하던 그때였다.
“제니! 늦었잖아, 이 꼬맹아!”
“흐, 미안미안.”
중학생은 될까 말까 해 보이는 외모. 누가 봐도 영락없는 소년인데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상당했다. 그 소년이 제니와 인사를 나눈 후에 성식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설마…….’
“안녕하세요, 성식 님. 플래처 애드윈이라고 합니다.”
* * *
회귀 전에 플래처는 제니를 졸졸 쫓아다녔었다. 그런 플래처를 제니 또한 스스럼없이 대했다. 둘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둘은 의남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다.
그 때문이다. 성식은 자신이 사용하는 뇌전의 힘을 보면 뇌전의 군주였던 플래처가 분명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만큼 그가 알던 플래처는 ‘뇌’ 속성에 정말 관심이 많았었으니까. 제니 주변인 중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플래처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는 이런 꼬맹이였구나.’
나이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얼추 자신보다 어린 나이였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중학생 정도의 외모를 보고 나서야 밤의 시련 당시에 이제 막 성인이 되었던 나이였다는 것이 떠올랐다.
“반갑네요. 허성식이라고 합니다.”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편하게 대해주세요.”
플래처가 대뜸 말했다. 반짝반짝 눈동자를 빛내며 올려다보는 것이 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 그래.”
“와! 형, 저 형이 싸우는 거 보고 완전 뻑갔자나요! 형 완전 짱.”
플래처의 텐션은 꽤 높았다. 회귀 전 보았던 플래처의 이미지와 도저히 매칭이 안 되었다.
‘혹시 다른 이였나?’
자신이 알던 플래처가 다른 이였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어쩌면 플래처의 성격은 원래 이랬던 건가. 플래처를 성식이 실제로 본 것은 그저 전쟁터에서 날뛰던 모습뿐이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그렇게 나름의 결론을 짓자 처음 플래처를 보고 들었던 괴리감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애가 좀 건방지지? 원래 좀 당돌한 구석이 있으니까 이해해 줘.”
“아냐. 뭐, 활기차고 보기 좋네. 원래 애들이 이래야지.”
“역시 우리 형!”
어느새 호칭이 우리 형까지 격상이 되었다.
“근데 성식아, 듣고 놀라지 마. 사실 플래처는…….”
제니가 잠시 뜸을 들였다.
“뇌전의 군주라고?”
“그래, 맞아. 플래처는 뇌전의… 어, 어떻게 알았어?”
깜짝 놀란 제니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뇌전의 군주 플래처. 그는 영국 소속의 초인이었다. 영국 초인들의 우상이자 영국 내에서 가장 강한 초인. 그가 바로 플래처였다.
다만 플래처의 정보는 비밀로 다루어졌다. 되도록 외부의 노출을 지양했다. 그것은 플래처가 너무 어린 나이인 탓이 컸다. 활동도 영국 내에서만 하였고, 어쩔 수 없이 외부 활동을 할 때는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활동했다.
“뇌전의 군주가 실존 인물이긴 합니까?”
“영국의 초인들이 만들어낸 허상 아닙니까?”
때문에 플래처의 실존 여부는 늘 의문에 휩싸여 있었다. 제니도 플래처와 실제로 만나고 친분을 쌓기 전까진 그 존재의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었다. 제니조차도 ‘여러 원소 속성’의 힘을 다루는 터라 플래처가 먼저 관심을 둔 덕분에 친분을 쌓은 것이었다.
‘그렇게 된 것이었군.’
성식은 대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왜 이맘때쯤 플래처가 이렇게 어렸다는 것을 몰랐었는지. 그것은 몇 년 뒤 플래처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미 성인의 나이에 다다랐을 때, 그때의 모습으로 기억을 하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점. 왜 플래처를 꼭꼭 감춰두는 것일까? 플래처가 어린 나이라 정신적인 미숙함이 있을까 봐 보호 조치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이해했다.
유명 인사의 초인들은 늘 찬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안티도 달고 살았으니까. 또한 타국의 강한 초인을 빼 오기 위해 물밑 작업이 활발한 시기라, 어린 마음에 현혹되기 쉬울까 싶어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7성에 오른 자들은 안다. 7성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7성에 올랐으면 이미 환골탈태도 겪었을 터.
어린 신체라고는 하지만 그 육신은 이미 인간을 반쯤은 초월했다. 그와 더불어 정신을 의미하는 ‘신’ 또한 육체와 버금가게 공고할 터였다. 애당초 정기신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7성에 오르지 못했을 터이니까.
“와! 역시!! 뇌전을 다루는 사나이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구요~”
플래처는 자신의 정체를 꿰뚫어 본 성식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성식이 피식 웃으면서 주먹으로 플래처의 주먹을 툭, 쳐주었다.
“아니… 진짜? 그런 이유로 알아봤다고?”
제니만이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얼빵하게 반문했다.
“원래 뇌 속성을 다루는 사람들은 짜릿하게 통하는 그런 게 있어요, 누나.”
“그렇지. 원래 뇌 속성끼리는 N극과 S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짜릿하게 통하는 무언가가 있지.”
플래처는 자신의 말을 성식이 곧장 잘 받아주자 즐겁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어, 음, 뭐… 그래.”
성식에게 플래처를 소개해 주며 깜짝 놀래주려 했던 제니만이 둘의 쿵짝을 황망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근데 너는 왜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거야?”
성식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굳이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숨기고 있는 이유. 그것이 궁금했다.
“형, 그거는요…….”
플래처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팔짱을 끼며 폼을 잡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초특급 초인. 졸래 짱 멋있잖아요.”
그렇다. 플래처는 중2병 말기 환자였다. 그것이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이유였다.
* * *
뉴욕. 미국의 대도시 중 하나. 미국에서 가장 번영한 곳을 꼽는다면 주저 없이 뉴욕을 꼽을 자들이 많을 것이다.
미국 수도의 지위는 상실된 지 오래되었지만 미국의 상업, 금융, 무역, 문화 등 중심지의 지위를 오래간 누렸다. 그리고 대격변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초인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곳이었다.
“와우.”
온전한 뉴욕을 처음 본 성식.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거리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즐비하게 늘어선 수많은 상점과 건물, 빌딩들이 보였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거리 공연들. 개중에는 초인들끼리 차력 쇼를 하는 곳도 있었고, 능력을 활용해 서커스 저리 가라 하는 묘기를 보여주는 자들도 있었다. 지금껏 말로만 들어보던 것들이 거리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과연 세계의 중심지라 할 만하네.’
성식이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을 본 제니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전장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뽐내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했는데 시골 촌뜨기 같은 모습을 보여주자 몹시 귀여워 보였기 때문이다.
셋은 천천히 거리를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애당초 처음 계획은 빠르게 무황의 저택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무황 세브란트. 이번 초대는 미국의 대표 초인인 무황과 제니가 주관했다. 그래서 공항에서 성식을 픽업하여 뉴욕 한편에 있는 무황의 대저택으로 빠르게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땅을 처음 밟아본다는 성식에게 소개해 주고자 잠시 뉴욕 거리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와우, 제니! 팬이에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
“오, 제니라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는데 용케도 제니를 알아본다. 초인을 숭상하는 미국의 정서상 제니는 최정상급 배우 그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심지어 외모까지 어지간한 배우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아름다우니 그 인기는 가히 폭발적. 명실상부 세최초(세계 최고 초인)로 거론되는 무황보다도 인기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우르르 몰려드는 인파. 그 인파가 제니와 성식을 둘러쌌다. 이런 일이 익숙한지 플래처는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언제 혼자 쏙 발을 뺐는지 모른다.
“제니, 옆의 남자는 누구예요? 혹시 애인?”
“제니의 애인이라고? 둘이 잘 어울리는데? 근데 얼굴이 낯이 익은데…….”
“어? 혹시 그… 천존(天尊) 허성식 아니에요?”
“어, 맞네. 천존(天尊)이다! 와!”
“우와아, 둘이 사귀어요?”
성식이 누군지 알아차리자 관심이 성식에게 급히 몰렸다. 대격변 이후 등장한 초인을 미국인들은 열렬히 숭상했다. 특히 강한 초인이라면 그게 누가 됐건 간에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다. 성식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옆에 이 친구는 허성식 맞아요! 사귀는 사이 아니에요! 사진은 죄송해요! 저희가 지금 바빠서요!”
“에이, 아쉽네. 다음에는 꼭 같이 사진 찍어줘요!”
빠르게 상황 정리를 한 제니가 인파를 헤쳐 나왔다. 어느덧 플래처도 다시금 제니 옆에 섰다. 제니는 이런 일이 익숙한지 능숙하게 사람들을 다루고 나왔다.
사람들도 군말 없이 길을 터주었다. 미국인들은 매너가 있었다. 바쁘다는 제니의 발걸음을 붙잡지 않았다.
“이런 일이 많은가 봐? 되게 능숙하네.”
“그으럼. 이젠 이런 상황은 일상이지.”
“오호, 그런데 어떻게 알아봤지? 으음, 알아볼 수도 있겠구나.”
다시금 제니를 쳐다보았는데 제니의 아우라는 고작 선글라스와 모자 따위로 가려질 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후줄근하게 입고 있어도 절로 빛이 날 것 같은 용모였다.
‘확실히 예쁘긴 예쁘네.’
―내가 보아왔던 미인 중에서도 두 손에 꼽을 만하구나.
성식의 생각에 동조한다는 듯이 파천이 의념을 보내왔다.
‘…검의 미추 기준도 우리랑 똑같나?’
―내가 검령이긴 하나 인간의 손에 의해 탄생되고 인간인 검의 주인들과 오래간 교감을 통해 영(靈)을 쌓았노라. 이 몸은 고작 기물 따위가 아니다. 나의 감성도 인간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오… 그렇구나. 혹시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딱히 기분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는 거 정도는 알아두거라.
쿨한 파천의 대답에 성식이 씩 웃었다.
‘근데 그 정도야? 두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그렇다. 아직 가진 바 미가 완전히 개화한 것 같지도 않구나. 그 미가 개화하는 순간 이 시대의 천하제일미를 논할 수도 있어 보인다.
‘오호, 그 정도라고?’
하긴 그 밤의 시련의 절망 속에서도 제니의 미는 독보적으로 빛나긴 했었다. 가까이서 본 것은 몇 번 안 되지만 제니 하면 가진 바 무력보다 아름다움을 먼저 논하는 이가 있을 정도이긴 했다.
파천의 말대로 정상적인 시대였다면 천하제일미를 논할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 쳐다봐?”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자 빙긋 웃으며 말하는 제니의 미소는 유독 빛이 났다.
* * *
그렇게 뉴욕의 거리를 구경한 뒤 향한 무황의 저택. 무황의 저택은 뉴욕 변두리에 있었다.
제니의 차를 타고 한참을 내달리자 자그마한 언덕이 나왔고 그 언덕 위에 그림 같은 대저택이 세워져 있었다. 중세 시대의 성채를 본떠 만든 듯한 무황의 저택은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느껴지네.’
저택에 근접하자 느껴지는 무황의 기도. 무황은 기도를 숨김없이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검황이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와 같은 기도라면, 무황의 기도는 폭발적으로 터지고 있는 활화산 같은 기도였다.
과거와 달리 7성에 도달한 성식은 무황의 기도를 더욱더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보겠네, 무황 아저씨.’
이번 생에서는 처음인 무황과의 만남. 그 만남이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