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124)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124화(124/330)
* * *
신의 시험. 족장은 성식에게 신의 시험을 보겠냐고 물어왔다. 성식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이 그들이 추앙하는 신이라는 존재를 볼 수 있는 길이라면 당연히 응할 터.
“네. 시험을 치를게요.”
성식의 대답에 족장이 미소를 띠었다. 그가 보기에 성식은 지금껏 신을 만나러 온 어중이떠중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들의 신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잊혀가며 신성(神聖)을 잃어가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자신들마저 잊게 된다면 이 세상에 그런 신이 존재했다는 흔적조차 사라질지 몰랐다.
그때가 되면 그들의 신은 고대에 쌓았던 대부분의 신성(神聖)을 잃을지도 몰랐다. 애초에 그들의 신은 사람들의 믿음으로부터 신성(神聖)을 얻었던 존재이기에.
‘대격변이 정말 감사한 기회였지요.’
그런 신과 키자르 부족에게 대격변은 또 다른 기회를 주었다. 그간 현세에 구현하지 못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없었던 그들의 신이 인연자가 없음에도 미약하게나마 현세에 존재감을 흩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덕이었다. 내몽고 지역에서 뇌전을 흩뿌리는 신수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종종 들려온 이유가.
키자르 부족원들은 그렇게 그들의 신을 찾아온 이들 중에 악한 이를 제외하고 신의 시험을 치를 수 있게 안내해 주었다.
선과 악을 구별하는 기준은 족장의 ‘특성’과 관련되었다. 그의 ‘특성’은 상대방의 선악을 구별할 수 있는 특성이었다.
선과 악. 성식은 선 쪽에 더욱 치우친 존재였다.
게다가 족장은 알 수 있었다. 그의 특성은 전투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 특성과 달리 상대의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을 가늠할 수 있었다. 격(格)과 같은 상대의 본질의 그릇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성식의 격(格)은 지금껏 봐왔던 그 누구보다 거대했다. 감히 자신이 재단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기에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키자르 이후에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그들의 신이 다시금 인연자를 만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 * *
“이제부터는 홀로 가시면 됩니다.”
족장을 따라 몇 날 며칠을 이동한 성식은 한 장소에 들어설 수 있었다. 성식으로서도 쉬이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고차원적인 진이 쳐져있는 곳이었다. 거기서 족장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자 그 진의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과연 이곳은 족장의 안내가 없다면 발조차 붙이기 어려워 보였다.
“저는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은인의 무운을 빕니다.”
족장은 성식에게 인사를 올리고서는 다시금 진 밖으로 나섰다. 성식은 족장을 보내고 난 후 눈앞에서 휘몰아치는 거대한 기의 폭풍을 쳐다보았다.
성식은 느낄 수 있었다. 기의 폭풍 안에는 또 다른 진이 놓여있었다. 생각을 아득히 상회하는 거대한 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런 힘이… 신수가 가능한 것인가?”
―흠, 이 정도의 힘이면 사신수급은 되는 힘인데…….
파천 또한 눈앞에 흐르는 거대한 기의 흐름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이 근처 일대에 남아있는 신묘한 향(香)을 느꼈을 때, 고등급의 환수를 넘어 신수에 다다른 존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였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힘이라니? 이것은 환수의 힘은 당연히 뛰어넘었고 일반적인 신수의 힘도 이 정도는 되지 못할 터였다.
적어도 사신수급.
주작, 백호, 현무, 청룡.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는 되어야 이런 존재감을 흩뿌릴 수 있을 터.
―대단한 힘이긴 하지만… 사신수는 아니다.
파천은 확언할 수 있었다. 사신수의 힘은 이러한 색채가 아니었다. 파천이 모든 사신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사신수가 갖는 고유의 색채는 얼핏 알고 있었다. 결코 이런 색채의 힘을 가진 사신수는 없었다.
―처음 겪어보는 힘이구나. 속성도 뇌(雷) 속성이라… 설마 전설의 신수인 기린(麒麟)인 것인가?
만약 파천이 알고 있는 기린이라면 사신수급의 힘이 느껴지는 것이 이해되었다.
―하지만… 기린의 힘은 이러 패도적인 기운이 아닐 터인데…….
눈앞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은 패도 그 자체였다. 기린이 뇌(雷)의 힘을 다루긴 하지만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뇌의 힘을 다뤘다. 결코 이런 패도적인 힘은 아니었다.
“흐음, 일단 고민해도 답은 안 나오겠지?”
―그래. 일단 직접 겪어보는 것이 나을 듯하구나.
성식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눈앞의 진 속으로 발걸음을 뗐다.
파앗.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때 성식의 눈앞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 * *
꽈르릉.
먹구름이 잔뜩 껴있는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번쩍. 콰지지지지직.
그와 함께 낙뢰가 허허벌판인 지면에 마구 쏟아져 내렸다. 그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번개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세상이었다.
하늘에서 수십, 수백의 낙뢰가 계속하여 떨어졌지만 아직 성식에게 직접적으로 내려치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대기에서 느껴지는 뇌(雷) 기운의 밀도는 무척이나 높았다. 숨만 쉬고 있어도 뇌전의 기운에 폐부가 저릿저릿해질 정도였다.
뇌(雷) 속성 저항력이 무려 +45에 달하는 성식이 이 정도의 버거움을 느낀다면 일반인들은 이 공간에서 잠시간도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뇌(雷) 속성 기운이 장난 아닌데?’
―이 공간 전체가 뇌(雷)의 힘을 기반으로 빚어진 공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겠구나.
이 공간 자체가 뇌(雷) 속성 기운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뇌(雷)의 기운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근데 이곳에서 뭘 하는 거지? 뇌전의 기운을 참고 버티고 있으라는 소리인가?’
성식이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의문을 가졌을 때 눈앞 저 멀리에서 거대한 뇌전, 그 자체의 힘이 느껴졌다. 흡사 이곳까지 오라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 같았다.
“저곳이네.”
―저곳이군.
성식과 파천이 동시에 말을 했다.
그렇다. 저 거대한 힘은 확실히 자신을 부르는 소리였다. 성식은 그곳을 향해 한 걸음을 뗐다.
콰르르릉! 콰지지직!
성식의 발걸음에 맞춰 대기가 더 요란하게 요동쳤다. 하늘에선 천둥과 번개를 더욱 거세게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와…….”
그 광경에 입에서 절로 감탄인지 침음성인지 모를 소리가 나왔다. 정말 자신이 아니라면 이 공간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황 아저씨나 검황이면 가능하겠네. 아! 플래처도 가능하겠구나.’
동시에 여러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이 공간에서 오래간 버텨낼 존재들이 꽤 있을 것 같았다.
성식은 그 상념과 함께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 *
틀렸다. 성식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처음 무황이나 검황도 이 공간에서 버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을 보고 판단한 오판이었다.
콰지지지직!
거대한 뇌전이 성식에게 내려꽂혔다.
부르르.
성식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뇌(雷) 속성 저항력이 0.01만큼 증가합니다.
―뇌(雷) 속성 속성력이 0.01만큼 증가합니다.]
벌써 몇 번의 벼락을 맞았는지 셀 수가 없었다. 일생에 벼락을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어도 6백만 분의 1은 넘을 거라는 대략의 추측성 통계는 있었다.
6백만 분의 1이면 일생에 한 번도 찾아오기 힘든 확률이었다. 즉 살면서 단 한 번도 맞기 힘든 벼락을 성식은 이 공간에 들어선 후에 벌써 수십 차례 이상 맞고 있었다.
“짜…릿하네.”
성식은 몸에서 흐르는 스파크를 느끼며 입을 뗐다. 만약 성식의 뇌(雷) 속성 저항력이 높지 않았다면 진작에 낙오됐을지도 모르는 길이었다.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던 곳으로 발걸음을 뗀 지 벌써 며칠이나 흘렀다. 이 빌어먹을 세계는 평행선을 걷는 것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좀처럼 그 거대한 존재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꾸역꾸역 걸어 나갔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벼락 세례를 맞게 되었다.
‘이건 검황이나 무황 아저씨도 못 버텨.’
무력 고하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속성력의 문제였다.
‘플래처라면 지금까지는 버텼을지도.’
성식이 기억하는 플래처는 뇌(雷) 속성력 부문에 있어서는 그 어떠한 초인보다도 제일이었다. 자신을 제외하면.
그러나 플래처도 이 이상 버티긴 힘들지 몰랐다. 이제부터는 속성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신력의 문제였다. 그리고 플래처의 정신력은 자신보다 한참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벼락을 처음 맞을 때는 몰랐는데 계속하여 맞다 보니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 벼락은 정신력마저 지속해서 소모시키고 있었다.
‘원래 벼락을 맞으면 정신력이 소모되나?’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벼락을 맞아본 적이 없으니 원래 벼락을 맞으면 이렇게 정신력이 소모되는 것인지를 몰랐다.
그래도 좋은 점은 있었다. 벼락을 한 번 맞을 때마다 뇌(雷) 속성의 저항력과 속성력이 미세하게나마 오른다는 점. 원체 올리기가 힘든 게 속성력과 저항력이었다. 이 기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뇌(雷) 속성력을 올리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정신력의 소모만 없었다면 벼락이 내려치는 자리마다 쫓아가서 수백, 수천 번이라도 맞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그건 정신력 소모가 감당이 안 돼.”
확실히 허구의 세계일지라도 9성의 격에 올랐던 거대한 정신력의 잔재가 미세하게나마 남은 것 같았다. 동급의 초인보다는 확실히 더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성식이었다.
그런 성식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정신력이 고갈되는 것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이대로 가면 저 존재에게 닿는 것보다 너의 정신력 고갈이 더 빠를 듯하구나.
맞는 말이었다. 묘안이 필요했다. 하지만 딱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성식은 어느 순간부터 어떠한 스킬도 사용할 수 없었다. 텐릴을 소환하려 해도 안 되었고 자연체를 사용하려 해도 안 되었다. 지금 성식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순수한 육체, 즉 몸뚱이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파천신검까지 포함한다면 고작 두 개였다.
때문에 다른 묘안을 찾으려 해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성식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직은… 버틸 수 있어.”
사실 시험이라는 것을 살짝 만만하게 보았었다. 그러나 그게 자만이었다는 것을 지금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이 시험은 이제 자신도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다.
* * *
“헉, 헉.”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는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체력과 정신력 모두 바닥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깡밖에 없었다. 파천신검을 지팡이 삼아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뿐이었다.
“파…천.”
성식이 파천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파천의 목소리조차 들려오지 않기 시작하였다.
이 드넓은 공간에 자신 혼자만이 남은 기분이었다. 이제는 처음 느껴졌던 그 큰 존재감도 실재하는 것인지 혼동이 왔다.
쿠르르릉. 번쩍! 콰지지직.
“끄…윽.”
―뇌(雷) 속성 저항력이 0.02만큼 증가합니다.
―뇌(雷) 속성 속성력이 0.02만큼 증가합니다.
주기적으로 몸에 내려꽂히는 벼락만이 그대로였다. 벼락을 몸으로 받아낼 때마다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만이 아직 성식이 이 공간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벌써 수십 번, 어쩌면 기백 번 이상은 벼락을 몸으로 받아낸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이제는 처음 뇌 속성 속성력과 저항력이 0.01씩 오르던 게 0.02씩 증가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성식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한계는 진작에 찾아왔다. 바닥을 친 정신력과 체력 대신 성식을 이끌어주던 것은 깡이었다. 그런데 이제 성식을 지탱하던 그 깡마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이, 정도로… 포기할 수 없…….’
당장에라도 주저앉고 싶다는 충동이 온몸을 지배했지만 성식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주저앉는 순간 다시금 일어서지 못하고 시험이 끝날 것 같았기 때문에.
“크, 윽.”
재차 이를 꽉 문 성식. 그 순간이었다.
콰르르릉! 번쩍.
다시금 하늘에서 낙뢰가 성식에게 내려꽂힐 때, 그 순간 성식의 세상이 느려졌다. 그리고 내려치는 낙뢰를 이루고 있는 전하 하나하나가 몸으로 느껴지는 듯하였다.
‘아……!’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띠링. 뇌(雷) 속성의 본질을 일부 이해하셨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순간 상황이 급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