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176)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176화(176/330)
성식은 마법진을 거두고 밖으로 나왔다. 이미 해가 저문 한밤중이었지만 성식은 한 줌의 달빛만 있어도 환한 대낮같이 사물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빛이 아예 없어도 사물을 식별하는 게 가능하리라.
이번에 한 단계 더 9성의 벽을 넘어선 육체는 인간을 이미 아득히 초월했다.
‘아쉽긴 하네.’
이번에 9성까지 남아있던 여러 벽을 한꺼번에 걷어치웠다. 그만큼 성식이 얻은 깨달음은 값지고 귀한 것이었다.
‘9성에 들어섰을 만도 한데…….’
조금 이상했다.
자신은 지금 ‘파천신공’을 완성했다. 예전에 ‘파천무’를 얻을 때, 그때 가상의 공간에서 성식은 마교주와 몇 날 며칠을 싸웠었다. 그 결전의 끝에서 ‘파천신공’을 완성해서 현경의 경지에 올라섰었다.
‘지금은 왜……?’
그렇다면 왜 지금은 9성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네가 가진 힘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인 듯하구나.
파천의 말은 그러했다.
성식이 가진 힘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 파천무, 마법, 속성력, 신수와 언데드 그리고 기타 등등.
예전에야 하나의 힘만으로도 다른 힘의 경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종류도 늘었고 경지도 높아졌다. 파천무가 9성에 도달하는 것만으로 다른 힘들의 격까지 바로 끌어올릴 수가 없다는 소리였다.
‘그럼 다른 모든 힘도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지?’
―그렇지. 그건 너도 알고 있지 않으냐? 이제 9성에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그 말에 성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파천신공’을 완성하며 얻은 깨달음. 그 깨달음을 기반으로 다른 힘들도 머지않아 더 상위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9성의 경지까지는 이제 정말 머지않게 되었다. 다시 한번 ‘현경’이라는 위대한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었다.
상념을 하던 성식은 어느덧 마을 내 공터에 들어섰다. 9성의 경지는 나중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새로 각성한 파천신검을 휘둘러 보고자 공터로 찾아온 것이었다.
스륵.
허리춤에서 미세한 소리와 함께 파천신검이 뽑혀 나왔다.
휙. 휙.
각성한 파천신검은 확실히 훨씬 더 예리해졌다. 실제로 휘둘러 보니 공기마저 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이잉.
이번에는 마나를 담아보았다. 마나를 담아내는 ‘마나 전도율’이 100%를 넘어선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순수한 마나가 파천신검에 가득 담겼다. 각성 전 파천신검의 마나 전도율이 99.9%였다면 지금은 단 0.1%의 손실률도 없이 마나가 전달되었다.
가득 마나를 담은 파천신검을 휘둘러 보았다. 미세한 차이지만 확실하게 느낌이 달랐다. 이 차이는 자신과 비슷한 경지의 존재들과 싸울 때, 하늘과 땅 차이만큼 거대한 차이를 만들게 될 것이었다.
슈아아악!
마지막으로 하늘을 향해 흩뿌린 강기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가르며 사라졌다.
씨익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오.’
그렇게 이리저리 파천신검을 휘두르던 성식이 달빛을 받아 영롱한 빛을 뿌리는 파천신검을 바라보았다.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자태였다.
―사내놈이 징그럽게 뭐 하는 짓이더냐?
파천신검은 못마땅한 듯 말했지만 스스로도 이번 각성에 만족한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하지.’
파천신검의 능력이 대폭 증가했으니 말이다.
성식은 그 말과 함께 속으로 파천신검의 정보를 확인하였다.
파천신검―각성
등급 : 신화
설명 : 파천문의 신검. 과거 하늘을 갈랐다는 신화가 서린 검이다.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불괴의 검이다. 성식을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하며 각성 무구로 거듭났다.
공격력 : SSS(진(眞) 파천무의 해금 시 초월 무기로 각성할 수 있다)
옵션 : 파천무 무공 위력 +50% 증가(비례) / 근력 및 마력 +40%(비례) / 에고 / 증폭 / 마력 증폭 +30% / 정신 공격 저항 +50% / 벨 수 없는 것을 벨 수 있다.(new) / 각성기(봉인)(new) / ? / ?
(옵션의 효과는 파천무 경지에 비례한다. 경지가 올라설수록 숨겨진 옵션이 해금된다.)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공격력은 SS에서 SSS로 올랐고 기타 %로 올라가는 옵션들은 10% 이상씩 껑충 뛰었다. 게다가 해금된 옵션만 해도 두 가지나 되었다. 벨 수 없는 것을 베는 것과 각성기.
‘벨 수 없는 것을 벤다는 건 뭐지?’
성식의 물음에 파천이 답했다.
―주로 영(靈)적인 존재를 말함이니라.
‘영적인 존재라…….’
성식은 대충 알 것 같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영적인 존재도 결을 따라 베거나 마법을 이용하거나 등등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그러나 옵션 자체에 이런 게 더 붙어있다고 해서 절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힘의 사용 없이 영적인 존재를 베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만족스러웠다.
‘밤의 주인 중에는 그런 놈도 있었으니…….’
영적인 존재를 다루던 밤의 주인. 가장 골치 아팠던 놈들 중 하나로 꼽혔던 그 존재가 떠올랐다. 일반 물리 공격 면역인 그놈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초인들이 희생되었었다.
쯧.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고개를 흔들고 그 생각을 털었다. 자신이 있는 이상 이제 그런 참사는 더는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그럼 각성기는 지금 사용 못 하는 건가?’
―그래. 그건 네가 현경에 올라서야 가능할 것이다.
“흐음.”
그 말에 성식이 턱을 매만졌다. 바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게 조금 그랬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이미 파천신검의 기본 스펙이 증가한 것만 해도 훨씬 자신의 전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좋네.”
그 말과 함께 씩 웃었다. 뜻하지 않은 수확. 하늘이 자신을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성식은 그렇게 그날 밤에 파천신검을 몇 번 휘두르고 숙소로 돌아갔다. 나머지 시간 동안 명상으로 시간을 보낸 후 아침이 밝아오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산책 겸 마을을 둘러보았다.
‘이 정도였나…….’
마을 사람들은 숫자도 적었지만 문제는 꿈과 희망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어제 자신이 내어놓은 음식들로 축제를 벌일 때도 이런 분위기가 얼추 느껴졌었다. 몇몇 자신을 환대해 주던 초인들은 밝은 분위기였지만 그들의 눈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물었다. 다른 곳으로 이주할 생각이 없냐고. ‘코인 만물상’을 거점으로 하는 도시로 가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은 감사합니다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들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곳은 똑같고 재수가 없다면 착취당하는 삶을 살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도시를 찾아 나서는 동안 자신들의 안전은 누가 지켜준다는 말인가? 이미 이 숲의 무서움을 겪은 이들은 이곳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쩝.’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이곳에 남겠다는 그들의 선택. 그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자신은 그들에게 명령할 권리가 없었다.
“한데… 정녕 떠나시려고 합니까?”
“네. 이제 가봐야죠. 하룻밤 잘 보내고 갑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식의 말에 이진형이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진짜 홀로 다녀도 되는 것일까?’
이진형은 6성급의 초인이었다. 눈앞의 사내에게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자 정말 혼란스러웠다. 자신과 성식이 싸워도 자신이 이길 것 같았다.
그만큼 성식은 약해 보였다. 5성부터 제아무리 기세를 숨길 수 있다고 해도 그건 순간적이었다. 지속적으로 기세를 숨긴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저등급 초인들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진짜예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에이프 무리가 성식 형을 보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쳤다니까요?”
그 말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기세만으로 쫓아냈다는 말인데 그게 가당키는 하단 말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렇게만 생각할 게 아니었다. 이 숲을 홀로 횡단하고 있던 자다. 분명 스피릿이나 마법 계열의 초인일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어제 다량의 음식을 나눠주는 것을 보고 범상치 않음을 느끼지 않았던가.
당장 눈앞의 성식이 약해 보이긴 해도 그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어제 느낀 대로 고등급 초인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여기 남으면 꽤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스피릿이나 마법 계열의 초인은 희귀종이었다. 그렇기에 어딜 가도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혹시 괜찮으시면 이곳에 쭉 머무르실 생각은 없으세요?”
난데없이 치고 들어온 촌장 이진형. 그 말에 성식이 씩 웃으며 답했다.
“네. 제안은 감사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네요.”
성식이 부드럽게 웃으며 거절하자 이진형도 더는 성식을 잡지 못했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이진형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성식의 무운을 빌었다.
“다만 이곳이 숲의 초입부라서… 중심부에 들어가시면 더 위험한 괴수들이 많으니 조심하세요.”
이진형의 말에 성식은 알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결국 그렇게 성식은 떠나기로 하였다. 성식이 떠난다는 말은 마을 내에 삽시간에 퍼졌다. 원래 인원이 얼마 되지 않다 보니 마을 전체로 다 퍼지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제 왔던 친구가 떠난다고 하네요.”
“오늘? 혼자서?”
“네. 혼자서 간다고 하네요.“
“허어, 괜찮을까? 아무리 봐도 난 걱정이 들어. 숲의 초입 부근이랑 중심 부근은 엄연히 다를 텐데…….”
성식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 대부분은 성식이 혼자 간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실 그들은 성식이 홀로 왔다는 것도 잘 와닿지 않았다.
특히 어제 주한성이 성식이 째려보자 에이프 무리가 모두 도망갔다는 허황한 소리나 해서 더욱 믿기지 않았다.
그 소식은 빠르게 돌아 주한성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형, 진짜 떠나시게요?”
주한성은 그 소식을 듣자 곧장 달려왔다. 떠날 것을 알고 있었으나 막상 떠난다고 하자 아쉽기 그지없었다. 비록 성식을 어제 처음 봤지만, 몇 년을 알고 지낸 지인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아쉬움이 진득하니 들었다.
“그래. 가야지.”
성식의 말에 주한성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땅을 바라보고 애꿎은 땅을 툭툭 찼다. 그러다 이내 결심을 굳힌 눈으로 성식을 올려다봤다.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
“…….”
절레절레 성식은 주한성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주한성은 너무 어렸고 초인도 아니었다. 앞으로 뱀파이어 킹을 상대함에 있어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데, 주한성을 데려간다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성식의 단호한 거절에 주한성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흑… 흑흑…….”
주한성이 난데없이 울음을 쏟아내자 다소 당황했지만 이내 무슨 마음인 줄을 알고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한참을 울던 주한성은 이내 울음을 그쳤다. 퉁퉁 부은 눈으로 성식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형… 그러면 혹시라도 제 가족들 보면 꼭 좀 제 얘기 전해주세요.”
“그래. 알겠어.”
가족이 살아있을 확률은 희박하지만 약속했다. 어쩌면 구미시에 갇혀있던 일반인들처럼 식사 대용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사진 같은 거 있으면 한 장 보여줄래?”
그 말에 주한성이 꼬깃꼬깃한 사진 한 장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4인의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미지 카피.’
성식은 간단한 마법으로 주한성이 보여준 사진을 카피했다. 성식의 손에 난데없이 자신이 들고 있던 사진이 복사되어 나타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 역시 마법사였어.”
그는 조금 전 울었다는 것도 잊고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마법사는 태어나서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주한성이 귀여워 머리를 한번 헤집어준 후 가족들의 이름을 물었다. 그리고 카피한 사진에 이름을 적어두고 인벤토리에 넣어뒀다. 이제는 진짜 떠날 시간이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김응달과 이진형이 다가왔다. 이제 성식이 떠날 것임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가시는 길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자네가 간다니까 우리 딸이 많이 아쉬워하더라고, 하하. 어디를 가도 몸 조심히 잘 지내게.”
“네, 감사합니다. 두 분도 무탈하시길 바라겠…….”
성식이 둘과 인사를 나누다 말고 갑작스레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러운 성식의 태도를 보며 이진형이 물었다.
‘이건…….’
마을 주변에 다수의 기운이 급격하게 몰려오고 있었다. 짙은 피의 냄새가 났다.
“크, 크, 큰일 났습니다.”
경계를 서고 있던 보초병이 사색이 된 얼굴로 허둥지둥 달려왔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이진형과 김응달의 얼굴이 무겁게 굳어갔다.
‘설마……?’
“배, 배, 뱀파이어들이…….”
그 한 단어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충분했다.
뱀파이어. 피에 미친 흡혈귀들이 이 마을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진형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에이프 무리도 아니고 뱀파이어라니. 진짜 뱀파이어 무리가 몰려온 것이면 절대 버텨낼 수 없었다.
‘어째서?’
이진형은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이 마을이 몬스터들 사이에서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을 중앙에 있는 [신기급] 아티팩트 때문이다.
그것이 마을의 존재감을 흐려주고 몬스터들이 다가오길 꺼리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여태껏 뱀파이어들에게 발각되지 않은 것이었다.
돌아가던 상황을 보던 성식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나 때문이지?’
―흐음… 왠지 그런 듯하구나.
어제 자신이 달밤에 체조하며 하늘을 향해 흩뿌렸던 순수한 마나 덩어리들. 그것이 뱀파이어들에게 감지된 것 같다는 느낌이 싸하게 들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럴 가능성이 컸다.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상황이었다. 물론 자신과 파천 말고는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해결해야겠네.’
성식은 씩 웃었다. 마침 새롭게 얻은 깨달음을 시험해 보고 파천신검을 휘둘러 보고 싶었는데 잘되었다 싶었다.
성식이 패닉에 빠진 이들을 향해 앞으로 나섰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에 다들 성식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성식은 말갛게 웃고 있었다.
“이 숲의 모든 몬스터가 몰려와도 이곳에는 아무 일도 안 생길 테니까요.”
그 말을 내뱉은 성식의 손에는 시리도록 서늘한 예기를 뿌리는 파천신검이 들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