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13)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13화(313/330)
밤의 시련이 끝난 지 5년. 그 시간 동안 지구는 파괴되었던 문명을 많이 복구했다.
언제 침공을 당했냐는 듯이 지구는 점차 평화를 찾아갔다.
그 평화 속에서 지구를 구원했던 영웅들은 전설이 되어 세계의 기록에 남게 되었다.
지구를 구한 영웅, 천존 허성식.
세계 제일 검, 검황 학일천.
무의 극에 다다른 자, 무황 세브란트.
다속성의 절대자, 엘리멘탈 마스터 제니.
번개의 주인,뇌황 플래처.
최강의 흑마법사, 리치 데자르.
선혈의 폭군, 뱀파이어 킹 알리베테.
수호의 군주, 빛의 방패 유우마.
등등.
수많은 이들이 영웅으로 기록되었으며, 사람들은 그들을 존중하고 예우해줬다.
“가장 슬픈 일은 천존을 잃었다는 것이죠.”
“그의 희생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구는 진작에 멸망했을 겁니다.”
그중에서도 천존이 가장 영웅으로 우상시 되었다.
가장 강했던 초인. 그러나 결국에는 지구를 구하고 최후를 맞이한 비운의 초인.
성식은 수많은 이들 입에서 오르내렸다.
그 때문에 성식을 그리워하고 영웅시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반대로 성식의 업적을 까내려 가고 흠잡는 이들도 많았다.
“글쎄… 천존이 없었으면 지구가 멸망했을 거라고? 난 아니라고 보는데.”
“과거의 영상을 보면 강하기는 한데… 그 정도는 이제 다른 최정상급 초인들도 다 하잖아?”
“뭐, 덕분에 밤의 시련에서 피해를 덜 입고 막아낸 것도 사실이긴 한데… 듣다 보니까 천존이 그만큼 ‘성’을 통해 사람들을 착취하고 독식한 덕분에 그렇게 성장한 거라던데?”
“까놓고 말하면 운이 많이 좋았던 거지. 지금 천존이 살아 돌아오면 세계 랭킹 탑 텐에도 들지 못할걸?”
실상을 알게 되면 기가 막혀서 코웃음도 안 나올 법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마치 진실인마냥 이곳저곳 퍼져 나갔다.
정점에선 자의 숙명이라고 할까나.
성식에 대한 억측과 루머가 난무했다. 심지어 성식이 이룩한 수많은 업적들도 그저 운이 좋아서, 그리고 홀로 여러 기연들을 탐욕적으로 독식해서 이룬 것으로 모함을 당했다.
처음에는 성식과 가까운 초인들은 그런 뜬소문에 발끈하여,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하기도 하였지만 한계가 있었다.
성식이 살아있으면 모르되, 이미 죽은 초인으로 취급받았기에 끝없이 악성 루마와 억측이 양산되고 퍼져 나갔다.
심지어 나중에는 천존이 흑막이었느니, 마왕과 한통속이었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나돌기도 하였다.
그러던 찰나, 항간에 한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였다.
천존이 돌아왔다!
그 말의 파급력은 컸다.
잠잠했던 세계가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천존의 귀환이 정말인가에 대해서!
만약 천존이 살아 돌아온 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천존의 능력이 진짜임이 입증이 된다면 끊임없이 이어지던 천존에 대한 논란도 종결이 될 터였다.
* * *
오래간 비어있던 천존성의 영주관.
그곳에서 오랜만에 사람의 온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와! 성식 씨!! 진짜 돌아오셨군요! 어머, 어머 대박!!”
“안녕하세요, 희경 님. 잘 지내셨어요?”
한서영이 이끌던 한가람 용병단. 그 용병단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맡던 조희경이 성식을 보며 호들갑을 피웠다.
그만큼 성식의 귀환이 기꺼웠고, 성식이 반가웠기 때문이었다.
“와, 어쩜. 성식 씨는 하나도 안 변했대. 피부는 더 고와진 거 같은데요?”
“별말씀을요. 희경 님도 더 예뻐지셨네요.”
“호호호. 이제 사람 듣기 좋은 말도 잘하시게 됐네요. 근데 수빈 양이 옆에 있는데 그런 말 해도 돼요?”
조희경이 장난스레 웃으며 성식과 성식의 옆에 꼭 붙어있는 김수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흡사 먹이를 발견한 눈빛이었다.
“아… 그그그.”
김수빈이 다급히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다.
조희경이 한번 먹잇감을 물면, 얼마나 끈질기게 놀리는지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놀려 대리라.
둔한 성식이 못 알아 차릴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면서 끊임없이 놀릴 게 분명하였다.
‘안 돼!’
김수빈이 창백해진 얼굴로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얼마 전에 그녀에게 한번 잘못 걸려서 된통 당했던 성지환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도 그 꼴이 될 순 없었다.
“이건……!”
김수빈이 다급하게 입을 막 떼려던 순간이었다.
벌컥.
영주관의 문이 열리면서 두 명의 인형이 뛰쳐 들어왔다.
“성식아!!”
“와… 성식아… 헉.”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한서영과 성지환이었다.
한서영은 기쁜 얼굴로 성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뒤따라온 성지환은 환한 얼굴로 들어서다가 조희경을 보고 찔끔 움츠러들었다. 그러면서 조희경과 한서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삐질.
성지환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성지환을 바라보며 조희경은 눈을 번뜩였다.
입맛을 다시는 그녀의 모습은 쥐를 눈앞에 둔 고양이의 눈빛이었다.
‘휴, 살았다.’
그 모습을 목도한 김수빈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성지환 덕분에 당장의 급한 불은 껐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성지환이 한서영을 보며 연모의 마음을 품은 것.
한서영은 그 사실을 아직도 몰랐고, 조희경은 그것을 보고 성지환을 신나게 놀려 댔던 것이었다.
그 덕분에 방금도 자신에게 튈 뻔한 어그로가 다시금 성지환에게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김수빈은 생각했다.
역시 지환이는 좋은 친구라고.
“와, 진짜… 살아있었구나. 그동안 어딨었어! 난 성식이 네가 정말 어디서 죽어버린 줄 알았어”
“그, 그래. 나도 성식아. 진짜… 너가 죽길 바라고 있었… 아니, 이게 뭔 소리야. 그게 아니라 너가 죽은 줄 알고 살아 돌아오길 바랐다는 소리를 하려고…….”
한서영이 살짝 물기에 젖은 소리로 성식을 바라보다가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황당한 눈으로 돌아봤다.
한서영의 눈초리에 성지환은 더욱 땀을 뻘뻘 흘렸다.
그 모습은 자못 우스꽝스러웠다.
“풉.”
웃음을 터뜨린 건 조희경이었다.
그녀는 성지환이 왜 저러는 줄 알았다. 자신이 그간 너무 놀렸나 싶어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계기였다.
그녀는 웃으며 눈빛에 오늘만큼은 적어도 놀리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보냈다.
“아… 하하.”
그녀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성지환이 멋쩍게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앞에서 너무 덜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서영의 눈초리에 많이 창피하기도 했고, 자신의 흰소리에도 살갑게 웃어주고 있는 성식에게 고맙고 미안하기도 했다.
성지환은 지금 이 순간에 여러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성식을 보며 씩 웃으며 진심을 담아 말을 했다.
“돌아온 거 정말 환영한다. 난 네가 반드시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젠 어디 갈 때 꼭 언제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가라. 진짜!”
“고맙다.”
성지환의 진심이 담긴 말에 성식이 씩 웃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한 게 느껴졌고, 돌아온 걸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더불어 혼돈의 힘도 왠지 모르게 살짝 요동치는 것 같았다.
혹시 이런 감정을 계속 채우다 보면 0.1% 부족했던 혼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방금 혼돈의 힘이 이런 감정에 반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터였다. 하지만 성식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자고.’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 앞에서도 힘에 대한 탐구라니. 혹시 워커홀릭에 빠진 일 중독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만 생각하는 게 이런 느낌일까?
얼추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고이 접어두었다.
눈앞에 자신을 환대해 주는 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하고자 했다.
“다들 잘 지내셨죠?”
“그럼 인마! 네가 지켜준 세상인데 당연히 잘 지내야지!”
성식의 물음에 지환이 코를 훔치며 말했다.
자신의 친구가 지켜준 세상.
그 속에 있던 말을 드디어 입에 꺼냈다.
성식이 사라지고 나서 세상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오늘 드디어 성식을 보고 그 말을 꺼내자 왜인지 눈물이 울컥 쏟아질 뻔했다.
“지환이 말이 맞아. 성식이 네가 지켜준 세상인데… 당연히 잘 지내야지!”
옆에서 한서영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러며 성지환을 쳐다보는 그녀도 눈에도 눈물이 살짝 맺혀 있는 것 같았다.
이 순간 성지환과 한서영은 한마음이 되었다. 그 일체감에 둘은 서로에게 무언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성지환은 이 묘한 느낌에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그녀도 설마? 나에게 호감이 있을까?
누가 보면 도대체 왜 결론이 그렇게 되는데? 하고 물을 정도로 객관성이 사라진 전개였다.
하지만 한서영에 한해서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성지환은 자신의 입맛대로 자체 해석을 하였다.
그 짧은 순간에 벌써 한서영을 만나고 연애를 거치고 결혼까지 하는 상상을 하였다.
‘지환이가 요새 표정이 안 좋더니 정말 성식이가 걱정돼서 그랬구나. 늘 철딱서니가 없어 보였는데……. 그래도 성식이 친구가 맞나보네.’
안타깝게도, 한서영이 느낀 감정은 성지환이 느낀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당연히 평소에도 한서영은 성지환을 남자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지금 서로의 생각은 수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동상이몽이었다.
그 상황을 눈치챈 조희경이 속으로 혀를 찼다.
‘아직 멀었네. 더 도와줘야겠어.’
조희경은 자신이 놀리는 게 성지환을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도와줄 일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성지환을 도울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그녀가 기분 좋게 활짝 웃었다.
부르르.
‘갑자기 오한이…….’
성지환은 갑자기 느껴지는 시선에 오한을 느꼈다.
옆을 돌아보니 조희경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꼬리를 휘며 활짝.
‘히끅.’
성지환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 않았다. 저 표정은 자신을 놀리기 시작할 때 짓는 표정이었다. 일종의 트리거라고 할까.
저 표정을 지은 후의 조희경은 꼭 자신을 놀려 대었다. 근데 조희경의 지금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짙었다.
위험했다.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친 성지환이 평상시에 태업하던 뇌세포들을 오랜만에 다그쳤다.
‘생각해라. 생각해……. 아! 그래!’
안 굴러가는 머리를 힘겹게 쥐어짰다.
그 결과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이 자리를 벗어나 조희경의 마수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묘수!
그것은 바로…….
“성식아! 다, 다른 애들도 궁금하지? 제니나 플래처나… 다들 어딨는지 모르겠네. 내가 빨리 불러올 게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면…….”
“그거 데자르가 다들 연락 넣었다고 해요. 지환 씨가 굳이 나설 필요 없어요.”
생긋.
조희경이 생긋 웃으며 성지환의 말을 잘랐다.
이로써 성지환의 퇴로는 완벽히 차단당했다.
과연 조희경이었다. 한번 잡은 먹이는 결코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그, 그럼…….”
당황한 성지환이 허둥지둥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할 때.
성주관의 문이 다시금 벌컥 열렸다. 들어서는 둘의 모습을 보며 성지환은 하늘이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평소 찾지도 않던 신까지 부르짖었다.
반면, 조희경은 아쉽다는 눈빛으로 작게 쳇이라고 중얼거렸다.
“성식아?!”
“혀어어엉!”
영주관이 떠나가는 듯이 우렁찬 목소리로 들어선 둘.
그랬다. 그 둘의 정체는 바로 제니와 플래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