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23)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23화(323/330)
쐐애애애액!
허공에서 생겨난 얼음의 창들이 공간을 넘어 목표물들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화륵. 푸쉬시시시.
그러나 날카롭게 날아가던 얼음의 창들은 갑작스레 생겨난 불의 방패에 가로막혀 그대로 증발했다.
“근원마저 잊은 것이더냐! 얼음의 정령이었던 자들이 불의 힘이라니!”
새하얀 얼음의 새가 불의 방패를 보고 소리쳤다.
눈앞의 정령들이 정녕 다른 힘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었다.
큭, 큭. 미련한 것들. 언제까지 하급 정령에 만족하고 살 거란 말이냐?
“그따위! 힘을 가져봤자…….”
“닥쳐라! 난 너희처럼 돌아오지도 않는 펜릴을 기약하면서 낙오될 생각이 전혀 없다. 이게 다 무능한 펜릴이 만든 일이다.”
“너, 너희들 어찌 펜릴 님을 그렇게 말할 수가…….”
잭 프로스트들은 눈앞의 정령들이 펜릴을 욕하자 충격을 받아 말문이 막혔다.
눈앞의 저들은 한때 같은 동료이자, 펜릴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였던 자들이었다.
펜릴 님께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던 자들.
그들의 변절은 얼음의 정령들을 화나게 했다.
“네놈들! 용서하지 못한다…….”
“크하핫. 용서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크으으윽.”
얼음의 정령들은 몹시 화가 났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심연의 힘을 받아들인 변절자들은 대단했다. 같은 얼음의 정령들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힘을 갖게 되었다.
화르르르륵!
“끄아아악!”
변절자들이 내뿜은 불길에 잭 프로스트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뱉었다.
지닌바 힘의 총량도 차이가 나고, 속성 또한 상극의 속성을 다루었다. 거기에다가 숫자 또한 훨씬 밀렸다.
얼음의 정령들은 고작 십여 개체. 그러나 어비스의 정령들은 30개체에 다다랐다.
얼음의 정령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얼음의 정령들이 소멸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키키키키. 저놈들의 힘도 흡수하자.”
“저기 가장 큰 덩치는 내가 찜했다.”
“이놈들 중 몇은 살려서 숨어 있는 은신처를 찾아내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좋은 방법 같다.
변절자인 심연의 정령들은 눈앞의 얼음의 정령들을 다잡은 먹이라고 생각했다.
얼음의 정령들을 이 자리에서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놈들의 은신처까지 찾아내고자 하였다.
현재 살아남은 얼음의 정령들은 이곳저곳 숨어지냈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원체 어려웠다.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놈들이 숨어 지내는 곳까지 발견하고자 하였다.
“너희들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얼음의 정령들의 눈에 결연의 빛이 떠올랐다.
자신들이 여기서 소멸될 지 언정 남은 동료들을 팔아먹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흉악한 도깨비같이 생긴 심연의 정령이 씩 웃으며 외쳤다.
더 이상 얼음의 정령들의 외관을 찾아볼 수 없는 심연의 정령들의 웃음은 스산함을 자아내었다.
화르르륵! 쾅! 꽈르르르릉! 슈아아아아!
심연의 정령들이 얼음의 정령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불, 번개, 독 등등.
다채로운 속성의 공격들이 쏟아져 나왔다.
“펜릴 님을 위하여…….
얼음의 정령들은 쏟아지는 공격을 보며 최후를 예감했다.
쏟아지는 공격이 얼음의 정령들을 덮치려는 순간.
후우우욱―!
거대한 냉기 폭풍이 휘몰아쳤다.
냉기 폭풍은 얼음의 정령들을 향해 쏟아지던 공격들을 모드 흡수하였다.
“……!”
“이게, 무슨?”
심연의 정령들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얼음의 정령들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뭐…지?”
“엄청난 냉기의 힘이다!”
몇몇은 당황하였지만, 일부 얼음의 정령들의 눈에서는 생기가 돌았다.
이 정도로 막대한 냉기의 힘이라면 최소 최상급의 얼음의 정령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대전사님이?”
“어디지?”
“엇, 저기 봐봐. 사람?”
“어……?”
처음에는 최상급 얼음의 정령이자 대전사로 통용되는 애니비아들이 지원을 온 줄 알았다.
몇 남지 않은 최상급 정령들은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 힘만 큼은 진짜배기였다.
몇몇만 모여도 한 때 잠시나마 펜릴 님의 힘을 감당할 수 있었을 정도. 그렇기에 제아무리 심연의 정령들이 강해진 힘으로 날뛴다 한들, 애니비아 앞에서는 몇 수 접어 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금처럼 하급의 심연의 정령들이라면 더더욱.
“큭, 뭐냐.”
“설마 대전사가! 모두 퇴각해!”
“헛. 잠시만. 대전사가 아니다.”
“인간이다. 뭐지?”
“말도 안 돼! 인간이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 거지?”
심연의 정령들은 인간 모습을 하고 있는 텐릴과 성식의 모습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잘 생각해 보면, 인간이 정령계에 발붙일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나 방금 전 텐릴이 보여준 압도적인 힘의 격차에 순간적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었기에 착각한 것이었다.
그 오해는 곧 밝혀졌다.
“믿을 수가 없군.”
텐릴의 눈이 차가워졌다. 동시에 서릿발 같은 기운이 텐릴을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이 힘은!”
“서, 설마. 펜릴 님의 분신? 아직 살아계셨던 다른 분신이 있었던 거야?
“와!”
정령들은 텐릴의 정체는 몰랐다. 그러나 텐릴이 펜릴의 분신이라는 것은 알아차렸다. 텐릴이 모종의 이유로 여러 분신들로 나뉘었고, 하나가 되기 위한 성전을 치른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다.
“헉. 키릴 님께 알려라!”
“살아있는 분신이 더 있었다니.”
혼돈의 정령들도 상황을 파악하고 전장을 이탈하려 하였다.
눈앞의 저 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는 사내가 정녕 텐릴의 분신이라면 자신들은 이 자리에서 소멸할 수도 있었다.
아니, 필시 그럴 터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도망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어차피 대항해도 결과는 똑같았겠지만, 최소한의 몸부림이라도 쳐보는 것이 최후의 순간이 허망하지 않았을 터였다.
까드드드득!
허공에서 갑작스레 쏟아져 내린 얼음 창들이 심연의 정령들을 꿰뚫으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었다.
“끄악.”
“끼아아아아악!”
“큭…….”
심연의 정령들은 그 한 수에 전멸하였다.
그 광경에 살아남은 얼음의 정령들이 환호하였다.
“우와아아아!”
“살았다!”
얼음의 정령들이 텐릴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단지 이 자리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미래가 없던 얼음의 정령계에 한 줄기 희망이 생긴 것이었다.
텐릴의 등장은 현재 얼음의 정령계를 장악한 키릴에게 대적할 수 있는 희망의 빛으로 다가왔다.
“이쪽으로.”
얼음의 정령들은 자신들의 은거지로 텐릴과 성식을 안내했다. 이들이 숨어 있던 은거지에는 꽤 많은 얼음의 정령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얼음의 정령들의 은거지 중 규모가 가장 큰 편에 속하는 곳이었다. 극진한 환대를 받은 텐릴과 성식은 이윽고 이 은거지의 리더격인 애니비아와 대면할 수 있었다.
그 애니비아의 이름은 에루밍. 이제 살아 남은 게 몇 안 되는 최상급 얼음의 정령 중 하나였다.
“…그리하여 키릴이라는 존재가 얼음의 정령계를 장악하게 된 것입니다.”
“흐음.”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데?”
에루밍을 통해 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텐릴과 성식이 미간을 좁혔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키릴이라는 존재는 펜릴의 파편 중 하나였다. 그는 다른 파편들과 쟁투를 벌였고, 결국엔 최수의 생존자가 되었다.
텐릴을 제외하고 여기까지만 보면 문제가 없었다.
‘놈이 심연의 힘을 받아들인 것만 아니라면…….’
키릴은 정정당당하게 쟁투를 벌이고 그 힘을 차지했다. 문제가 된 것은 놈이 심연의 기운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이대로 키릴이 펜릴의 파편을 모두 흡수한다면 더는 그는 얼음의 정령왕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정제되지 못한 여러 힘을 집어삼킨 존재.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심연의 정령왕? 아니다. 그런 고상한 이름을 붙여줄 만한 존재가 아닐 터였다.
‘잡종.’
딱 적절한 표현이었다.
잡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될 터였다.
‘그 존재가 완성되면 이 정령계도 무너지려나?’
다른 존재들은 모르겠지만, 이제 차원에 간섭할 수 있게 된 성식의 눈에는 보였다. 차원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음을.
필시 키릴이라는 존재의 영향일 터였다. 펜릴은 정령왕 중에서도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대함을 가지고 있던 존재. 그랬기에 얼음의 정령계라는 차원을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 말인즉슨 이 차원은 펜릴의 힘으로 유지 되고 있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잡종들의 힘이 섞이니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지.’
성식은 상황 파악이 끝났다. 얼음의 정령들을 둘러보니, 얼음의 정령들은 간절한 눈으로 텐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디! 펜릴의 마지막 파편이시어! 저희는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십시요.”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려요.”
“…….”
얼음의 정령들이 일제히 텐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텐릴은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나는 그 키릴이라는 존재와 결착을 볼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그,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텐릴의 말에 얼음의 정령들이 반색했다.
그들의 외침에 부응해 준 것이었다.
“키릴의 심연의 기운은 얼음의 정령계의 2/3 이상을 잠식했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그의 힘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만전을 기해야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애니비아가 기우가 깃든 눈으로 텐릴을 바라보았다.
“흐음. 알겠다.”
텐릴은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심연의 힘이라는 것을 지녔고, 다른 파편들을 모두 흡수했다면 그 강함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 되었다.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텐릴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글쎄. 파천 네가 보기에는 어떨 거 같아?’
파천의 물음에 성식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쯧. 됐다. 표정이라도 숨기고 말을 하던가. 네 표정을 보니 알 거 같구나.
성식의 기감은 이미 얼음의 정령계에 자리 잡은 키릴이라는 존재를 파악했다.
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파악이 되었다.
이미 그의 힘은 펜릴의 힘을 넘어섰다. 신격의 완성을 선언하고 새로운 ‘신’이 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지 못한 것은 펜릴의 존재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겠지.’
놈이 독립된 신격이 된다면, 추후에 텐릴을 마주해도 텐릴을 흡수할 수 없었을 터였다.
‘건투를 빈다.’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었다.
성식은 속으로 텐릴이 이기기를 덤덤히 응원했다.
* * *
번쩍.
무저갱 같은 어둠 속에서 샛노란 눈동자가 번뜩였다.
“왔구나.”
크르를―
늑대의 울음소리가 무저갱의 공간을 울렸다.
“드디어… 언젠가는 제 발로 모습을 드러낼 줄 알았다.”
키릴은 저 멀리서 느껴진 파편의 힘을 느끼며 씩 웃었다. 이 순간을 위해서 신격을 얻는 것도 마다하고 기다렸다. 남은 파편은 반드시 얼음의 정령계를 들어설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기다려라.”
쿠르르르릉!
화르륵.
키릴이 몸을 일으키자 사방에서 번개가 일고 불길이 치솟았다.
키릴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혼탁한 마력이 키릴의 마력에 감응한 것이었다.
쿠아아아아앙!
키릴의 육중한 몸이 오랜만에 무저갱의 터널을 뚫고 지상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파편의 존재가 느껴진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