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25)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25화(325/330)
냉기 파도와 화염 줄기가 맞부딪쳤다.
쩌어억.
결과는 놀라웠다. 업화의 불꽃같이 모든 걸 태워버릴 것만 같았던 불길이 공중에 날아오는 상태 그대로 얼어붙었다.
“뭐, 뭔……!”
키릴의 당혹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와 함께 작은 빈틈을 드러낸다.
펠릴의 눈이 다시금 번뜩였다. 토끼를 눈앞에 두고 숨죽이며 타이밍을 재던 비호처럼 빠르게 몸을 날렸다.
휘이이잉잉!
펜릴의 오른손에서 다시금 잿빛이 어려 있는 냉기의 기운이 모인다. 이내 냉기의 기운이 하나로 모이더니 랜스의 형태로 변하였다.
거대한 힘의 응집에 대기가 떨려왔다.
“……!”
키릴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지는 게 보였다.
텐릴이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겠지.
텐릴은 키릴의 부릅뜬 눈을 보며 그대로 랜스를 앞으로 찔러나갔다.
콰드드드득!
절대 영도에 근접한 냉기가 대기를 얼렸다.
랜스의 궤적에 따라 얼어붙은 공기의 입자가 아름답게 흩날렸다.
푹.
“끄아아아악!”
키릴은 황급히 회피했으나 결국 옆구리에 공격을 허용했다.
뜯겨나간 옆구리는 피를 흘릴 새도 없이 즉각 얼어붙기 시작했다.
냉기의 힘이 옆구리를 시작으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큭… 이, 이게 뭔……!”
키릴의 눈동자가 쉴새 없이 흔들렸다.
신격에 근접한 자신을 압도하는 힘이라니.
신격을 얻은 존재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질 수가 있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가려던 순간.
이내 키릴은 텐릴이 지닌 힘의 연유를 깨닫게 된다.
“서, 설마…….”
자신의 몸을 파고들어 오는 냉기에 섞여 있는 지고한 격(格)을 갖추고 있는 힘.
“혼…돈……!”
안 그래도 커졌던 키릴의 눈이 찢어질듯 더욱 커졌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힘이지만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대신격이 가진 힘보다 더욱 격이 높은 힘이라면 혼돈의 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어찌, 어찌, 네놈이!”
키릴은 현실을 부정했다. 선택받은 것은 자신이어야 했다. 그런데 어찌 다른 파편들을 흡수할 때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놈이 떡하니 혼돈의 힘을 품고 나타났단 말인가?
이럴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건 애초에 승자가 정해진 전투였다.
허망하게 흩어지는 자신의 꿈을 바라보며 키릴이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아아!
키릴의 포효가 대기를 흔들었지만, 조금 전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입은 맹수가 자신의 최후를 직감하고 마지막으로 내뱉은 표효와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유감이군.”
텐릴은 착잡한 눈으로 키릴의 마지막 발버둥을 가볍게 쳐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냉기의 힘을 랜스의 형태로 변형시켜 키릴의 심장에 내리꽂았다.
“커, 어어억. 이, 이럴 수는 없어…….”
키릴의 눈에 빛이 급격하게 꺼져갔다.
동시에 키릴의 몸이 허물어져 내렸다.
“허…무…하…구나…….”
숨이 멎기 직전 마지막으로 입 안의 말을 토해낸 키릴이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얼음의 정령들이 미친 듯이 환호를 쏟아내었다.
“우와아아아아!”
“정말 이겼어! 키릴을… 저 키릴을 이겼어!”
“이거 꿈 아니죠? 저희가 이긴 거 맞죠?”
“텐릴 님 만세!! 만세! 만만세!!”
얼음의 정령들의 놀람을 뒤로하고, 얼음의 정령계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얼음의 정령계의 2/3를 장악하고 있던 푸른 기운들이 연기처럼 변하여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빈자리를 냉기의 정령력이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녹아내렸던 땅에 다시금 서리의 기운이 스며들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본질을 잃어가던 얼음의 정령계가 빠른 속도로 복구되고 있었다.
저기 봐봐! 키릴 몸에서도 저 기운이 나오고 있어.
“저 힘은 도대체…….”
누군가가 키릴의 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캐치하고 외쳤다.
슈우우우우―
연기처럼 빠져나온 푸른 기운들 또한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모두 하늘 저 멀리 날아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되지.’
성식은 곧장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주춤.
하늘로 치솟던 어비스의 기운들이 멈춰 섰다.
그뿐만 아니었다.
“정령계 전역에서 하늘로 올라가던 기운들이… 그대로 멈춰 섰어.”
“이, 이게 말이 돼?”
얼음의 정령들의 경악을 토해 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허공에 멈춰선 기운과 성식을 번갈아 봤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성식이 행한 이적은 얼음의 정령계 전역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두었다는 이야기이니까. 이것은 차원을 만든 펜릴조차 할 수 없었던 이적이었다.
“도대체…….”
얼음의 정령들은 말문을 잃은 채로 성식을 바라보았다.
“음.”
성식은 그 시선들을 신경 쓰지 않고 태연히 손을 까닥했다. 그러자 허공에 멈춰서 있던 심연의 기운들이 일제히 성식으로 몰려 들어왔다.
슈우우우우우!
얼음의 정령계의 창공을 뒤덮고 있던 기운이 일제히 몰려오는 것은 장관이었다.
어쩌면 이만한 이적은 앞으로도 좀 체 보기 힘든 일이 될지 몰랐다.
이것은 적어도 대신격에 준하는 힘을 지닌 존재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이적일 테니까.
고오오.
성식의 앞으로 몰려든 심연의 기운이 주먹만 한 구슬 형태로 응집되었다.
‘파르티엔의 잔재가 느껴지는군.’
마계에 있을 때 파르티엔은 성식에게 아무런 축복을 내려주지도, 특성이나 다른 힘을 빌려주지도 않았다.
자신의 행동을 보며 가끔 놀라움을 표현했을 뿐이었다.
철저히 방관자의 입장이었던 파르티엔. 그랬기에 파르티엔의 힘을 제대로 느껴볼 기회가 없었다.
‘확실하진 않아.’
그 때문에 아직도 눈앞의 힘이 파르티엔의 잔재가 들어간 힘이 맞는지 긴가민가했다.
‘신계로 가봐야겠어.’
성식의 결심이 더욱 확고히 섰다.
신계에 가서 파르티엔을 대면해야겠다.
지금 벌어지는 일의 배후가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절대 신격에 오른다면 상관없지 않으냐?
파천의 말에 성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안일함이 근원 포식자 같은 존재를 만든 것이다. 이런 불온한 힘을 가진 존재는 진작에 싹을 자르는 것이 나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 무슨 상황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근데…….’
성식은 파천과의 대화를 멈추고 심연의 기운이 뭉친 구슬을 바라보았다.
파랗게 빛을 요사스럽게 흩뿌리며 바라보는 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가져 달라는 듯이.
―요망한 기운이로고.
파천의 언짢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운에 민감한 만큼 심연의 기운에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그만큼 심연의 기운이 조잡하고 기분 나쁜 기운이라는 반증이기도 하였다.
‘흠.’
성식은 품에서 ‘어비스의 구슬’을 꺼내 들었다.
슈아아앗!
어비스의 구슬에 심연의 기운을 모조리 담아내었다.
지잉.
구슬이 기운을 흡수한 것에 만족한 듯 잘게 떨렸다. 더불어 구슬이 뿜어내고 있던 푸른 빛이 한층 더 짙어졌다.
―호오. 이만한 기운을 모조리 수용할 수 있다니. 확실히 범상치 않은 구슬이로구나.
파천은 어비스의 구슬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조금 전 뭉쳐 있던 기운의 총량은 신(神)급의 존재가 다뤘던 기운인 만큼 막대한 기운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조금의 부하도 없이 모조리 흡수한 것이었다.
이만한 기물은 파천도 오랜 시간 본적이 손에 꼽았다.
―그런데 그 기운은 흡수하지 않을 것이더냐?
‘흠. 일단은.’
파천의 물음에 성식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파천의 말대로 어비스의 기운을 흡수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당장에 기운을 먹어치운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다.
‘파르티엔을 만나보고 결정하자.’
성식은 구슬의 처우를 뒤로 미뤘다. 그러고서는 고개를 돌려 텐릴을 바라보았다.
텐릴은 키릴의 사체 앞에 우두커니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흡수는 안 해?”
성식의 물음에 텐릴이 고개를 돌렸다.
“해야지.”
덤덤한 음색. 그러나 일말의 망설임이 느껴진다.
“흐음. 걸리는 거라도 있나?”
“…혹여나 나 자신을 잃게 될지가 걱정이 된다.”
텐릴의 말에 성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고민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키릴의 파편을 흡수한 뒤, 자신의 자아가 변질될까 봐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혼돈의 힘을 믿어봐.”
“…….”
성식의 말에 텐릴의 눈이 반짝였다.
혼돈의 힘을 믿으라는 말. 지금 텐릴이 고민하는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소리였다.
텐릴은 더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성식에게 짧고 고개를 끄덕인 후 키릴의 파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거대한 늑대의 심장 부근에 새하얀 원석이 빛을 내고 있었다.
키릴의 파편이었다.
다른 파편들을 모두 흡수한 키릴의 파편은 정령력만 놓고 보자면 텐릴보다도 순도가 높았다.
파앗!
텐릴이 키릴의 파편에 손을 가져다 대자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내 텐릴을 휘감더니 그것도 모자라 하늘을 향해 거대한 빛 기둥을 만들었다.
“아아아.”
“왕이시여…….”
얼음의 정령들은 감격의 찬 눈으로 그 빛을 바라보았다.
빛에서는 그립고 익숙한 정령의 향이 느껴졌다.
얼음의 정령왕 펜릴.
신(神)이 아니지만 신혈(神血)을 타고나 어지간한 하급 신(神)의 힘을 넘어섰던 존재. 그들의 왕이었던 펜릴의 향이 물씬 느껴졌다.
펜릴은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태어났던 신수이자 정령왕이었다.
신혈을 얻어 신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었지만, 신수이자 정령이라는 특이한 존재로 탄생했다.
종국에는 오딘을 격퇴할 정도로 거대한 힘을 얻었지만 정령왕이라는 태생이 신격을 얻는데 발목을 잡았다. 그랬기에 펜릴은 이도 저도 아닌 존재로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펜릴은 자신을 쪼개고 다시 합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정령의 굴레를 벗고 신수로 다시 태어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염원을 지금 이 순간, 그의 파편 중 하나인 텐릴이 이루어 내었다.
번쩍.
빛 기둥이 사라지며 텐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금 전보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체격이 아까보다 1.5배 이상은 더욱 커졌다. 하얗게 흩날리던 백발의 머리카락은 은빛을 머금고 찬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신격을 완성했구나.’
성식은 대번에 텐릴이 완성한 신격을 알아차렸다. 키릴의 파편을 흡수하면서 완전한 힘을 얻은 것이었다.
‘상당한데.’
텐릴이 갈무리한 힘이 느껴졌다. 성식이 반짝이는 눈빛을 뿌리며 말했다.
“축하해. 중격 이상의 힘을 얻었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욱 강대한 힘을 얻었군. 고맙다. 네 덕분이다.”
텐릴이 기꺼운 음색으로 대꾸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생전에 펜릴이 지녔던 힘보다 더욱 커다란 힘을 손에 넣게 되었으니 말이다.
펜릴의 유지를 정말 성공적으로 이어 냈다. 이 모든 것은 성식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룰 수 있던 일이었다.
성식의 성장 덕에 텐릴의 기본 스펙이 크게 성장했고, 혼돈의 힘을 얻으면서 계약을 맺은 신수로써 증대할 수 있는 힘에 방점을 찍었다.
게다가 본래라면 잃었어야 할 정령왕의 지위까지 얻게 되었다. 이것은 텐릴이 혼돈의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텐릴은 이 순간 신수이자 정령신인 최초의 존재가 되었다. 이러하니 성식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할 수밖에 없었다.
“오오. 왕이시어.”
“경하드리옵니다.”
얼음의 정령들이 몰려와서 경배를 올렸다. 이 정령계의 새로운 주인이 태어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미안하다. 당분간은 이곳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뭘, 그런 거로 미안해해. 이해하니까 안정화 될 때까지 푹 있다가 와.”
“그래. 최대한 빨리 안정화 작업을 해보겠다.”
텐릴은 당분간 얼음의 정령계에 남기로 했다. 그간 황폐화된 정령계를 재정비하고 얼음의 정령의 수를 늘리려면 텐릴이 이곳에 남아 있어야 했다.
성식은 충분히 이해했다.
훗날을 기약 하며 성식이 차원의 통로를 열었다.
“헉…….”
“차원을 열었어?”
“어찌 인간이……!”
주변에서 경악한 얼음의 정령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성식은 그들을 보며 싱긋 웃고 차원의 통로로 들어섰다. 그 순간 얼음의 정령들은 알아차렸다. 성식은 자신들이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지고한 힘을 이룩한 존재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