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26)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26화(326/330)
천존성.
작금에 이르러서는 초인들의 성 중에서 가장 높은 레벨을 구축한 최고로 꼽히는 성.
그 성의 천공에서 난데 없는 마력이 모여들었다.
지이잉!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가공한 마력이 몰려들더니 허공이 찢어진다.
이내 그 균열 속에서 한 인형이 튀어나왔다.
얼음의 정령계에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성식이었다.
“점점 차원을 넘나드는 게 익숙해지네.”
―볼수록 대단하구나. 차원의 벽을 쉽게 넘어 다닐 수 있다니.
파천은 성식의 힘이 정말 절대신격에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이 우주에서 성식처럼 차원을 마음대로 넘어다닐 수 있는 존재가 누가 있을까? 이형의 신 온-그라흔? 아니다. 그가 타 차원을 침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침식의 특성을 지닌 덕에 가능했던 이적. 그마저도 본인이 직접 강림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렇다면 대신격들? 그들도 아니다. 그들 또한 인과율의 제약에 얽매여서 타 차원을 훔쳐보는 정도만 가능하지 않던가.
성식에게 힘을 빌려줄 수 있었던 것도 성식이 혼돈의 힘을 지녀 인과율의 제약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 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빛의 신 ‘로토프’나 어둠의 신 ’멜레지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일 터인데.
대신격들 중에서도 언터쳐블의 존재들. 그들이 가진 힘은 절대신격에 준했으나 인과율의 제약을 받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성식이 인과율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혼돈을 완성하면 완전히 인과율로부터 제약이 없어질 것 같은데 뭘.”
―허허. 말이 안 나오는구나.
성식의 말에 파천이 헛웃음을 흘렸다.
성식은 파천의 반응에 픽 웃고서는 성주관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저 멀리에서 허겁지겁 뛰쳐나온 데자르가 보였다. 막대한 마력에 반응하여 뛰쳐 나온 것이었다.
“오… 마스터이셨군요. 가셨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성식을 마주한 데자르가 고개를 숙여온다.
막대한 마력에 놀란 것은 잠시, 소동의 주인이 성식인 걸 깨닫자마자 본분을 다하여 성식을 모신다.
“응, 잘 해결됐네.”
성식은 데자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성주관 안으로 들어섰다.
주된 이야기는 데자르의 경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성식이 내려준 혼돈의 힘의 은총 덕에 9성급 리치인 ‘아크 리치’에 올라선 데자르. 그가 이제 10성이자 반신(半神)의 경지인 ‘마스터 리치’의 벽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성식은 데자르의 상태를 꿰뚫어보고 몇 가지 조언을 던져주었다.
“아…….”
데자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성식이 던져준 힌트에서 벽을 넘어설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늘 무감하던 눈동자에 희열의 감정이 떠올랐다. 이러니 성식의 소환수가 된 것에 불만이 생길 수가 없었다.
그러한 데자르의 모습을 본 성식이 픽 웃으며 말했다.
“안달이 났구만. 가서 정리해.”
“그럴 수… 감사합니다, 마스터. 이 은혜는 어찌…….”
“우리 사이에 은혜는 무슨. 어서 가보기나 해.”
“감사합니다. 소명을 받들겠습니다.”
데자르는 성식의 배려에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작은 깨달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기 위해 자신의 연공실로 돌아간 것이다.
―저놈, 곧 벽을 넘겠군. 허허. 생전에 마스터 리치를 보게 될 줄이야. 참 저놈도 복이 많은 놈이야.
파천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성식이 성주관의 문을 열었다.
문 넘어에서 익숙한 여러 기척들이 느껴졌다.
“안녕.”
“형!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성식!! 어디를 갈 때는 말을 하고 가라고!”
일행은 연회 도중 사라진 성식을 뒤늦게 찾아 나섰다. 갑작스레 사라진 성식을 보며 또 어디로 사라진 건 아닌지 불안감을 느꼈다. 성식이 데자르에게만 슬쩍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데자르가 일행에게 전달하여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들은 말없이 사라진 성식에게 살짝 야속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만큼 그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성식의 비중은 컸다.
“하하, 미안 미안. 텐릴하고 잠깐 볼일이 있었어.”
“호오. 그러고 보니 그 늑대가 안 보이는 구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혼돈의 용이 눈빛을 빛내며 물어왔다. 혼돈의 용은 텐릴의 숙명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존재였다.
“음. 해결해야 할 일 있어서. 그곳에 다녀왔지.”
“호오. 잘 해결됐구나.”
“맞아.”
성식이 씩 웃으면 대답했다.
“길 잃은 늑대가 주인을 잘 만나서 출세했구나. 하하.”
혼돈의 용이 기꺼운 듯 웃었다.
예전에는 데면데면한 사이였지만 성식이 없는 동안 이면의 세계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며 나름 정이라는 게 생긴 사이였다.
“뭔데, 뭔데? 출세가 무슨 이야기예요?”
전후 사정을 모르는 플래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런 게 있다. 꼬맹아.”
“아오… 또 꼬맹이라고 부르네.”
혼돈의 용의 대꾸에 플래처가 투덜거린다. 꼬맹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은 터였다. 그러나 감히 대들지는 못한다. 혼돈의 용이 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올려다보기 힘든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혼돈의 용은 뇌전을 다루는 입장에서 한때 플래처의 경지를 자주 돌봐 주었다. 어떻게 보면 은사의 관계. 그렇기에 작게 투덜거릴 뿐이었다.
“성식아.”
김수빈이 짐짓 뾰로통한 표정으로 성식을 부른다.
‘아차.’
성식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미안, 수빈아.”
“너무해! 어딜 갈 거면 귀띔은 하고 가란 말이야.”
“하하. 그래, 알겠어. 약속할게.”
“자. 손가락 걸어.”
성식은 김수빈이 내민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었다. 이것은 김수빈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깊게 생각하겠다는 약속의 증표나 다름없었다.
“아, 커플 지옥!”
“에휴. 솔로는 옆구리 시려서 어디 살겠어요?”
성식과 김수빈의 꽁냥거리는 모습을 본 플래처와 조희경이 투덜거렸다.
이 자리에 있는 신수들과 정령왕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애정사에 무심한 편이니 별생각이 없었지만 인간들은 달랐다.
플래처와 조희경을 제외하고도 각양각색의 감정으로 성식과 김수빈을 바라보았다.
흐뭇하게 둘을 쳐다보는 검황과 무황.
알쏭달송한 표정으로 성식을 바라보는 제니.
아쉬움이 서린 눈빛을 보내고 있는 한서영.
그리고 그런 한서영을 쳐다보는 성지환.
‘이거 재밌네?”
이들의 애정사를 곁에서 지켜보는 ‘현’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이런 걸 팝콘각이라고 하는 건가?’
현이 시시시 하고 웃었다. 당분간 이들을 지켜보기만 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예감이 스쳤다.
“오랜만이네, 성식군.”
“어떻게 된 게 떠나기보다 더 젊어진 것 같구만.”
끼어들 타이밍을 보던 검황과 무황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성식의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깃들었다.
“다들 오랜만에 뵙네요.”
셋은 시시콜콜 안부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보았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근데 사라진 기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나?”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검황이 적당히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성식에게 쏠렸다.
다들 성식이 사라진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궁금했던 터였다.
“음.”
성식은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마계에서 있었던 일은 좋은 기억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찌 보면 철저한 투쟁기였다. 화기애애한 지금 분위기에 찬물을 껴얹기 싫었다. 그래서 적당히 각색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면…….”
성식이 누구와 싸웠고, 어떤 힘들을 얻었는지 위주로 이야기했다. 위험했던 순간들은 가볍게 언급만 하고 지나갔다. 덕분에 모두의 궁금증을 해소하되, 분위기를 죽이지 않았다.
―허허. 신이 되더니 제법 센스가 늘었구나.
파천의 나지막한 중얼거림. 그 말에 성식이 웃음을 머금었다.
‘굳이 내가 힘들었던 기억까지 저들에게 안겨줄 필요는 없으니까.’
성식이 위험했던 순간을 가볍게 여겼기에 모두들 성식이 겪었던 고난들을 가볍게 여길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더 무탈했었네요. 이게 다 혼돈교 교원들의 기도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한서영의 말에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혼돈교원으로서 열심히 기도드렸었지.
가장 열심히 기도한 건 수빈이 아니야?
그건 맞지.
다들 가벼운 분위기로 혼돈교를 언급하였다.
‘혼돈교라…….’
성식은 지금도 자신에게 미약하게나마 들어오는 혼돈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지구 전역에서 성식으로 향하는 혼돈의 힘. 그것은 성식을 위한 신전을 쌓고, 혼돈교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는 혼돈교원들의 믿음에서 비롯된 에너지였다.
‘처음 지구로 복귀했을 때보다 더욱 강렬해졌어.’
성식이 지닌 힘의 총량으로는 바다에 물 한 바가지를 더 붓는 격이었지만 처음보다 배 이상으로 그 양이 증가했다.
성식이 살아 있음이 입증되면서 성식에 대한 지지가 더욱 굳건해졌기 때문이었다.
‘음…….’
성식은 고개를 들어 검황과 무황을 바라보았다.
‘이들에게서도 그 빛이 나오네.’
자신의 신도가 된 검황은 물론이고 무황에게서도 그 빛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비단 검황, 무황뿐만 아니었다.
김수빈, 플래처, 제니, 한서영, 조희경 등등, 모든 이들에게서 계속 빛의 에너지가 흘러나와 성식에게 흘러들어왔다.
―혼돈 흡슈율이 소폭 증가합니다.
때마침 울리는 알림.
성식은 생각했다.
‘지구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혼돈을 완성하겠는데?’
비록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자연히 성식에게로 흐르는 이 혼돈의 에너지 덕에 혼돈을 완성할 수 있을 터였다.
“좋아.”
성식은 지금 이 순간 결정했다. 혼돈의 신도를 더욱 많이 만들기로.
‘그럼 우선…….’
성식이 검황을 바라보았다.
“음?”
영문을 모르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검황.
성식인 그런 검황을 보며 씩 웃었다.
검황을 위한 선물을 줄 시간이었다.
* * *
“허, 이건… 놀랍구만.”
“이런 것도 가능해?”
천존성 옆의 빈 공터에서 난데없이 거대한 탑이 솟아났다. 성식이 검황과 무황을 위해 만든 바벨탑이었다.
창조의 힘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된 성식이, 혼돈의 힘을 담은 손을 휘두르자 거대한 탑이 생겨났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이건 저들을 위한 선물.’
검황과 무황은 둘 다 10성+의 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10성+의 벽을 넘어 선다면 둘 다 11성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었다.
11성의 경지는 신성을 얻고 신(神)이 되는 관문. 그 관문을 넘을 수 있게 혼돈의 힘을 사용해 바벨 탑을 세웠다.
홀로 수련한다면 평생 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눈앞의 바벨탑에서 수련을 한다면 한결 쉽게 신성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전제 조건은 혼돈의 힘을 지닌 자여야만 하지만.’
성식은 무황도 혼돈의 신도로 받아들였다.
둘은 바벨탑을 통해 새로운 신으로 거듭날 것이었다. 그리고 바벨탑을 알게된 사람들은 더욱 혼돈의 신도가 되길 염원할 테고.
둘을 도와줌과 동시에 혼돈교에 대한 믿음과 교단의 신도를 더욱 늘리고자 하였다.
“꼭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보도록 하지.”
“기대해. 신성을 얻어서 나올 테니까.”
검황과 무황은 짧은 인사와 함께 바벨탑으로 향했다.
성식은 둘의 무운을 빌었다. 여기까지가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었다. 전적으로 신성을 얻는 것은 저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둘은 반드시 해낼 것이다. 그만한 잠재력이 둘에겐 있었다.
“성식아.”
검황과 무황이 바벨탑으로 들어가자 옆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수빈. 그녀였다.
“응?”
“잠깐 요 앞 바닷가에 산책나갈래?”
“좋아.”
김수빈의 데이트 신청.
성식은 기껍게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