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27)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27화(327/330)
바닷가의 바람은 차가웠다. 그러나 차가운 바람과 달리,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김수빈. 그녀와 함께 걷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자주 오는 거 같네.”
김수빈이 싱긋 웃으며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그들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성식이 최후의 결전을 떠나기 전에 김수빈이 배웅을 해주었던 장소였고.
최후의 결전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마중을 해준 장소도 이곳이었다.
‘그리고…….’
성식은 이곳에 잔재해 있는 김수빈의 염원을 느꼈다.
―부디, 성식이가 무탈하길.
―다치는 곳 없이 무사히 돌아와 줘.
―그립다. 보고 싶다.
이곳에 잔재해 있는 김수빈의 마음이었다,
김수빈의 마음을 느끼자 성식이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한다.
성식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성식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김수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김수빈이 물끄러미 성식을 올려보았다.
성식은 그녀와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나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
“또……?”
“이번에는 정말 금방 올 거야.”
“…위험한 곳 아니지?”
“음… 아마도.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성식은 그녀의 두 손을 마주 잡으며 다시금 눈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성식의 손에서 손을 빼내었다. 그러고서는 새끼손가락을 성식에게 내밀었다.
“약속해.”
“그래.”
성식은 다시 한번 싱긋 웃으며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것은 그녀와 자신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졌음을 의미하는 약속의 증표였다.
“다녀와서 할 말이 있어. 들어줄래?”
“알았어.”
성식의 말에 김수빈도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둘은 그렇게 서로 잠시간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시선이 서로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성식이 고개를 숙여 김수빈과 입을 맞췄다.
쪽.
서로의 입술이 달게 느껴졌다. 민감한 아랫입술의 세포들이 찌릿하게 울렸다. 아랫입술의 세포 하나하나가 환희의 함성을 보내는 듯했다.
“기다려. 금방 올게.”
성식의 말에 김수빈이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며 여운을 느낀다. 성식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고개를 돌렸다.
파아앗!
성식이 오른손을 휘젓자 차원이 갈라지며 균열을 만들어 내었다.
차원을 다루는 힘이 갈수록 익숙해졌다.
김수빈은 그 힘의 편린을 느낀 것만으로도 전율에 몸을 떨었다. 성식이 얼마나 지고한 경지에 오른 지 이제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잘 다녀와. 성식아.”
김수빈이 한결 마음이 놓인 어조로 생긋 웃으며 말했다.
파앗!
김수빈의 배웅과 함께 성식이 균열로 넘어갔다.
* * *
고오오오.
거대한 구름 위에 갑작스레 균열이 생겨났다.
쩌어억!
허공이 갈라지며 성식이 균열 속에서 걸어 나왔다.
‘여기가 신계?’
성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아카식 레코드’를 통해 확인한 신계의 좌표는 이곳이 맞았다.
자신이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게 아니라면 제대로 도착했을 터였다.
‘흐음.’
성식이 고개를 쓰다듬었다.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구름의 대지만이 보였다.
‘이거 구름이 맞긴 한 건가?’
분명 육안은 구름인데 땅을 밟은 것처럼 평평했다.
성식의 눈이 빛나며 파천안이 발동했다.
구름의 본질을 파악한 성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력으로 이루어졌네.”
이미 기감으로 느끼긴 했지만 파천안으로 확인하니 확실했다.
이 드넓은 구름의 대지는 누군가의 막대한 신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력이 남아도나 보네.’
성식은 기감을 펼치자 이 신계라는 곳이 적어도 지구의 수십 배 이상의 면적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만한 면적을 신력을 통해 구현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낭비였다. 적어도 성식이 보기에는 그랬다.
―원래 사람이 다양한 취미를 갖듯이 신들도 다양한 취미를 가진 이들이 존재하는 것임이라.
파천이 몇 번 신계를 겪어본 적이 있다고 아는 체를 하였다. 따지고 보면 파천의 말이 맞았다. 신들도 각자의 신격이 있을 터인데 인간들이 다양한 군상이 있듯이 신들도 그럴 것이었다.
“일단 저쪽이군.”
성식은 고개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드넓은 면적과는 달리 수많은 존재들이 정중앙 한 곳에 밀집되어 있었다.
‘되려 찾기 쉽네.’
성식이 픽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 거대한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면 하나하나 찾아다니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을 터였다.
“멈춰라.”
성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신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문 앞에 도달하였다.
코끼리 얼굴을 하고 있는 두 명의 거인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성식을 보자 대뜸 손에 들고 있던 삼지창을 들이밀며 막아 세웠다.
“새로운 신이 입신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넌 누구지?”
코끼리 거인들의 눈초리는 꽤 사나웠다.
대번에 불청객으로 몰린 성식이 머리를 긁적였다.
“초대장도 있어야 하나?”
“…….”
성식의 말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코끼리 거인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의 정체는 신옥(神獄)에서 알아보면 되겠지.”
그 말과 함께 대뜸 성식을 향해 삼지창을 찔러왔다.
“워, 성미들이 급하시네.”
성식은 몇 번의 공격을 피해내며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이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네.’
성식이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퍼어어억―!
가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코끼리 거인들이 쓰러졌다.
쿵, 쿠웅.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무위였다.
코끼리의 얼굴을 하고 있는 우수꽝스러운 존재였지만 이들도 중급의 신에 준하는 힘을 지닌 이들이었다. 이런 이들을 그저 손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제압하다니.
이 광경을 목격한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눈을 비빌 게 틀림없었다.
‘잠시 쉬고 있으라고.’
기절을 시키며 약간의 혼돈의 마력을 집어넣었다.
이들은 적어도 하루는 지나야 정신이 돌아올 터였다.
―하루면 되겠느냐?
‘당연하지.’
파천의 물음에 성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연의 구슬이 파르티엔과 연관이 있는지만 알아보면 되었다. 그냥 파르티엔을 바로 찾아가기만 해도 신계의 볼일은 끝이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차원의 틈을 열고 지구로 돌아가면 되었다.
코끼리의 얼굴을 한 두 문지기는 더 이상 볼일이 없을 터였다.
끼이이이―
성식은 손을 뻗어 거대한 두 문을 밀어내었다. 어지간한 신력으로 꼼작하지 않을 두 문이 문에 기름칠을 한 것마냥 손쉽게 밀려났다.
‘이곳이 신계.’
신계의 내부는 문밖의 풍경과 전혀 달랐다.
수많은 건축물들이 세워져 있었고 무수히 많은 신들이 대지를 쏘아 다녔다.
신화 속에서 보았던 신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멋지네.’
성식은 속으로 나직이 감탄하며 신계 안으로 발을 들였다.
“대단하군.”
그때,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성식은 느릿하게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솟아오른 바위 위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이미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던 터라 놀라지는 않았다.
―어, 엇!
오히려 파천이 몹시 놀란 음성을 터뜨렸다.
‘……?’
성식이 의아한 눈으로 허리춤에 매달린 파천신검을 내려다보았다.
파천이 이 정도로 놀란 것은 처음 보았다. 이색적인 광경에 성식이 눈에 의문이 서렸다.
―저자는…….
‘왜, 아는 사람이야?’
―그래.
파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 같았다.
스으으윽.
파천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저 멀리 있던 사내가 눈앞에까지 다가왔다.
대단한 경신술이었다. 축지를 사용한 것 같이 공간을 접었다 핀 것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이거… 웬 소란인가 싶어서 와봤더니, 귀인이 오셨군.”
성식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사내가 호탕하게 웃으며 성식을 바라보았다.
이제 30대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의 사내. 사내는 몸에 딱 붙는 도복과 허리춤에는 긴 검을 달고 있었다. 다부진 체격에 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근육들은 척 보아도 무척 강인한 느낌을 주는 사내였다.
“오호.”
성식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사내에게서 익숙한 향이 느껴졌다.
“그 검, 파천신검인가?”
“맞습니다.”
“으하하하. 파천신검을 이렇게 빨리 다시 또 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사내가 호방한 웃음을 터뜨렸다.
―백리두!
파천신검이 부르르 떨린다. 동시에 파천이 반가운 음성을 토해냈다.
―파천문주 중에 최초로 현경에 올랐던 자이자 ‘신’격을 얻었던 최강의 문주다. 한때 나를 들고 신계에 올라섰던 존재지.
파천신검의 설명에 성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사내에게서 진즉에 파천무의 향을 읽은 뒤였다.
성식이 다시 사내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상당히 강한 힘이 몸 안에 서려 있었다.
‘조금 전 봤던 코끼리들보다 훨씬 강하네.’
대신격의 힘에는 못 미치지만 최상급에 다다른 신의 힘을 지닌 것 같았다.
이해했다. 파천무를 다루는 이라면 능히 그 정도의 힘은 갖추어야 면이 섰다. 파천무는 그만큼 대단한 무공이니까. 대신격의 힘을 갖췄다고 했어도 놀라지 않았을 터였다.
“파천은 잘 지내나?”
“네. 지금 당신을 마주하고 굉장히 반가워하네요. 원래 많이 친하셨나 봐요? 파천이 이 정도로 기뻐서 날뛰는 적은 처음 보는 거 같은데.”
―기뻐서 날뛰지는 않았다!
“하하하. 그래? 파천이 원래 부끄러움이 많긴 했지만 날 상당히 좋아하긴 했지.”
―내가 언제! 그리고 나는 부끄러움이 많지도 않아!
“그러네요. 파천이 지금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네요.”
―허성식! 내가 지금 언제 부끄러움에 떨고 있단 말이냐!
우우웅.
파천신검이 요란하게 떨렸다. 자신을 두고 있지도 않은 말을 쏟아내는 성식에게 검령으로의 면이 떨어졌다며 어떻게 할 거냐고 떠들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식은 백리두와 느긋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그렇고… 자네의 힘을 측정할 수가 없구만. 안개가 낀 것처럼 모호해. 따로 경지를 숨기는 무공을 익힌 겐가?”
“음… 뭐 그렇죠.”
백리두는 자신의 경지를 꿰뚫어보지 못했다. 자신의 격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지만, 백리두는 성식이 특별한 무공을 익힌 것으로 생각했다.
‘하긴 이제 막 신계에 올라선 초보 신으로 보일 테니까.’
아마 자신보다는 강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었다.
파천안을 지닌 백리두의 눈에는 대신격들의 힘도 읽어낼 수 있으니 성식이 대신격보다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허어. 이거 근질근질 하구만.”
백리두가 자신을 보며 눈동자를 반짝이는 것을 보자 성식은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느 정도 힘을 지녔는지 파악이 안 되는데, 저 뒤의 코끼리들을 가볍게 쓰러뜨렸으니 자신이 정말 범상치 않아 보이겠지.
범상치 않은 자를 보고 호승심부터 불태우는 모습을 보니 천상 무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무황 아저씨와 비슷한데?’
그러고 보니 외양부터 해서 무황이랑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았다. 나중에 무황과 백리두가 한자리에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황 아저씨, 잘하고 있으려나. 어서 신계에 올라오십쇼.’
속으로 무황을 응원하고 있을 때, 백리두가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가볍게 손 한번 섞지 않겠나?”
기대가 잔뜩 서린 어린아이처럼 눈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 무황 아저씨랑 많이 닮았네.
성식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이러한 무골들은 정말이지 밉지가 않았다.
“좋습니다.”
성식이 자신의 말을 수락하자 백리두가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파천문의 최강자로 꼽히는 백리두와의 대련. 예상하지 못했던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