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28)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28화(328/330)
신계의 땅은 넓었다. 굳이 문밖이 아니더라도 울타리 내부에 있는 땅도 고개만 돌려도 빈 땅덩이들이 보일 정도로 널찍했다. 그러한 땅의 외각에서 천지가 뒤집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와아아아앙!
쾅, 쾅, 콰아앙!
성식과 백리두가 서로를 향해 휘두른 검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충격파였다.
가볍게 시작한 대련치고 굉장히 살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대단하구만!”
충돌음 사이로 백리두의 신난 목소리가 들렸다.
성식의 힘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쩌면 나보다 강할지도.’
백리두에게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벽을 보는 느낌. 빛의 신 로토프와 어둠의 신 멜레지를 보고 느꼈던 이후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른 일반 대신격들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벽을 마주한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백리두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지워내며 눈앞의 전투에 집중했다.
이 자는 이런 한가로운 감상 따위를 가지고 상대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었다.
물론 전심을 다 해 싸운다 해도 도저히 이길 수 있는 기분이 들진 않았지만.
그런 백리두를 보며 성식 또한 놀라고 있었다.
‘상상 이상이잖아?’
성식은 진심으로 놀랐다. 원래 지금껏 봐왔던 신적인 존재들은 딱 지닌 힘에 비례한 강함을 보였었다.
그런데 이건 뭐람?
분명 지닌 힘은 사탄보다 훨씬 못 미쳤다. 사탄은 대신격의 힘을 지녔던 최강의 신들 중 하나인 존재. 그런데 눈앞의 백리두는 그 사탄 못지않은 강함을 보여주었다.
백리두가 지니고 있는 힘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1=2가 아닌 1+1=4가 되는 광경을 보았다고 할까? 보고도 믿기지 않는 강함이었다.
―이게 다 파천무의 위대함이니라.
파천은 백리두의 감황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파천무가 얼마나 대단한 무공임을 백리두가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그간 성식도 파천무의 덕을 많이 보았지만, 혼돈의 힘을 지닌 것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한 적이 많았다. 그렇기에 백리두가 보여주는 강함은 파천무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특히 파천무의 깊이만 보자면 백리두의 깨달음이 더욱 깊었다.
성식은 백리두를 보며 아직 자기가 갈 길이 멀다고 깨달았다.
파천무를 대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자신의 파천무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이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깨닫게 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후우. 좋네.”
둘은 적당한 선에서 대련을 끝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탄하는 시간이었다. 성식은 백리두가 지닌 파천무의 깊이를, 백리두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게 해준 성식의 강함에.
둘은 대련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파천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네가 파천무를 더욱 파고든다면 지금보다도 더욱 강해질 것일세 내 장담 할 수 있네.”
“그런 거 같네요. 당신이 도달한 파천무의 경지는 파천무의 끝자락이라고 볼 수 있나요?”
“음, 아닐세. 나 또한 더욱 정진해야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느껴져. 파도 파도 끝이 없다고 해야 할까. 덕분에 나는 나날이 강해질 수 있어서 좋지만 말이야. 하하하.”
놀라웠다. 백리두가 이룬 파천무의 경지가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은 수준이라니.
성식 자신이 이 파천무의 끝에 다다르면 어떠한 힘을 가지게 될지 몹시 궁금해졌다.
‘돌아가면 파천무부터 더욱 갈고 닦아야겠네.’
그러고 보면 시스템이 표기해주는 파천무의 성취만 보고 파천무를 등한시했었다. 시스템이 표기해 준 파천무의 경지는 대성의 경지였으니까.
바꿔 말하면, 이 대단한 시스템조차 파천무의 깊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근데 자네가 아까 사용한 ‘진(眞) 아수라 파천무’는 자네만의 깨달음을 녹여 낸 것인가?”
“음, 아무래도 그렇죠. 조언을 주실 게 있습니까?”
성식은 자신이 쏘아내었던 ‘진(眞) 아수라 파천무’를 가볍게 막아낸 백리두를 보며 자문을 구했다.
“흐음. 내가 감히 조언을 하자면… 파천무의 본질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네만. 방금 자네의 ‘진(眞) 아수라 파천무’는 파천무가 추종하는 파(破)의 힘보다 멸(滅)의 힘에 가까운 느낌이었거든.”
“오호…….”
성식의 입에서 감탄이 흘렀다.
작은 깨달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성식은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현했다.
“감사합니다.”
“허허허, 아니야, 아니야. 난 그저 내가 느낀 바를 말해준 것일 뿐……. 그 말에 바로 성취를 얻다니 믿기지 않는군. 자네의 강함의 이유가 이해가 가.”
백리두는 진심으로 성식에게 감탄했다. 자신의 한마디에 성식의 파천무가 진일보한 것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오성이었다.
애당초 성식이 진심을 다해 공격을 하였다면 자신으로서는 몇 수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백리두는 성식이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강대한 힘을 얻은 것이지?
성식의 힘이라면 빛의 신 로포트나 어둠의 신 멜레지와도 일전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막 신계에 오른 신격이 지닌 힘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백리두는 성식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였지만 참았다. 그런 질문은 성식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성식에 대한 배려였다.
“근데 백리두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음, 뭔가?”
성식은 백리두를 통해 파르티엔의 일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파르티엔을 어떻게 찾아갈까 했는데 백리두 정도의 강자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신격에 준하는 힘을 지닌 백리두라면 파르티엔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을 터였다.
“오호. 파르티엔이라… 어느 정도 알고 있네만.”
“음. 그자는 어떤 자죠?”
“어떤 자라… 너무 막연한 질문이긴 한데.”
“뭐, 평소의 성향이나 특색 같은 거면 됩니다.”
“그런 거라면 쉽게 대답해 줄 수 있겠군. 파르티엔은… 음 뭐라고 해야 하나. 굉장히 단순하고 우직한 존재라네.”
‘응? 우직하다고?’
성식은 생각과 다른 답변에 고개를 갸웃했다.
마계 시절 보았던 파르티엔은 말수가 적고 꿍꿍이를 알 수가 없어 보였기에 음흉한 성격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백리두의 답변은 전혀 의외였다.
“그래요?”
“그렇다네. 근데 파르티엔에 관해서는 왜 묻는 것인가? 파르티엔은 또 어떻게 알았고?”
성식은 그 말에 어느 정도까지 백리두에게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했다.
―백리두는 믿을 만한 사내다.
파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백리두의 기운에서 느껴지는 기질도 믿을 만한 자라고 알려왔다.
성식은 어느 정도 오픈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곳곳에서 발견된 심연의 기운과 어비스의 구슬. 그리고 그와 관련되어 있어 보이는 파르티엔에 대해서까지.
“허어.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백리두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보통 일이 아님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일단 집행관에게 알리는 게 좋겠네.”
집행관.
우주의 규율을 수호하고 지키는 존재.
그 무력은 대신격들조차 기피할 정도로 가공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그러나 성식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한 게 아닌데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없어요. 일단 파르티엔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주세요.”
“음… 그렇다면 따라오게. 직접 안내해 주겠네.”
성식은 당장에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 우선은 파르티엔을 만나고 파르티엔이 정녕 어비스의 구슬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자 했다.
* * *
“오. 이럴 수가!”
떡 벌어진 체격의 사내가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성식을 반겼다.
“자네를 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 잠시 기다리게. 내가 끝내주는 차 한잔을 내어올 테니.”
파르티엔은 생각보다 쾌활할 신이었다.
크다고 생각했던 백리두보다도 머리 두 개는 더 큰 체격, 온몸이 터질 듯 펌핑된 근육, 산적같이 우락부락한 인상까지.
‘헬창……?’
과거 인간 시절에 헬스장에 서식했던 헬스 중독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상상하던 음침하거나 음울한 모습이 아니었다.
‘기운도 선명하고 깨끗하다.’
가진 바 기운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어비스의 구슬에 담긴 심연의 기운과 본질은 같아 보였으나, 그 기운 자체가 조잡스럽지도, 혼탁하지도 않았다.
맑고 선명한 기운. 굳이 선과 악으로 나누자면 선 쪽으로 치우친 성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성식의 마음을 다시금 움직였다.
“제가 오늘 찾아온 이유는…….”
파르티엔에게도 자신이 찾아온 이유에 대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엇? 어비스의 구슬이 돌아다닌다고?”
파르티엔이 놀란 눈으로 성식을 바라보았다. 성식은 고개를 끄덕인 후 어비스의 구슬을 꺼내 들었다.
“이럴 수가!”
어비스의 구슬을 파르티엔의 놀란 목소리가 심연의 궁에 울려 퍼졌다.
어비스의 구슬은 파르티엔이 다루는 구슬이 맞았다. 정확히는 파르티엔이 자신의 힘을 담아내는 보구였다.
자신이 직접 빚어내고 그 안에 심연의 힘을 담아낸 보구-심연의 구슬은 현재까지 총 17개.
분명 자신의 보고 안에 있어야 할 구슬이 밖으로 나돌고 있다.
“언제 도둑 맞은 거지?”
파르티엔임 침음을 흘렸다. 파르티엔이 원체 무신경하고 덜렁거리는 면이 있지만 보구를 잃어버릴 정도까지 무신경하지는 않았다. 이건 누군가의 힘이 개입된 게 분명했다.
“파르티엔, 잘 생각해 보게. 혹시 최근에 돌아다닌 곳이 있는가?”
“으음, 나는 틀어박혀 수련만 했는데…….”
백리두의 물음에 파르티엔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잘 생각해 보게. 심연의 궁 안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분실된 건 아닐 거 아닌가.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이 어디인가?”
“가장 최근이라면… 몇십 년 전에 멜레지와 로포트가 주관했던 빛과 어둠의 축제에 참여한 게 다이네만…….”
“혹시 거기서 자네 신주(神酒)를 많이 마신겐가?”
“크흠. 뭐 조금…….”
“아이고. 거기서 무슨 사달이 난 거로구만.”
신도 술을 먹으면 취한다.
물론 신들이 먹는 건 일반 술이 아니다.
신주. 신력이 담겨있는 술.
이것은 숙취도 없을뿐더러 미약하게나마 신력을 올려주는 효과도 있다. 게다가 필멸자일 때 술을 마시고 취하면 느낄 수 있었던 알딸딸한 기분 좋음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일석삼조가 아니면 뭐란 말이던가?
“하지만 이상한데.”
비록 신이 신주를 먹고 취할 수는 있어도 그것은 잠시간의 여흥을 위한 것일 뿐. 자신의 몸의 해가 될 위기를 감지하면 자연스레 숙취를 내보내고 정신을 차린다. 이건 격이 낮은 하급신 들조차도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대처였다.
하물며 대신격인 파르티엔이 이런 기본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니? 정말로 파르티엔이 취했을 때 이 사달이 난 거라면 무언가 구린 냄새가 났다.
파르티엔과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가 마수를 뻗었을지도 몰랐다.
“기르민!”
“심연의 지배자시여. 부르셨나이까.”
파르티엔의 부름에 온몸이 안개처럼 흐릿한 인형이 등장하였다. 중급 신격을 가지고 있는 파르티엔의 수하였다.
“전후 사정 좀 알아봐 줘.”
“소명을 받듭니다.”
스스슷.
파르티엔의 명을 받은 기르민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기르민은 정보 수집력만큼은 최상급을 다툰다고 하였다. 쓸만한 정보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지이이잉―
그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금빛의 마력이 모여들었다.
성식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이 신력은…….’
용의 힘.
강대한 용의 기운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