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29)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29화(329/330)
황금빛 신력이 모여드는 광경은 아름다웠다.
빛의 입자 하나하나가 모여들더니 여인의 형상을 그려내었다.
“혼돈의 신!”
모습을 드러낸 여인인 곧장 성식을 향해 알은 체를 했다.
“설마… 쿠르란티니아?”
“맞아! 내가 용신 쿠르란티니아야.”
그리 말한 그녀는 씩 웃었다. 퍽이나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도 그럴 게 그녀의 외관은 미의 총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금빛가루를 뿌린 것 같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긴 머리칼.
백옥을 발라 놓은 것 같은 희고 고운 피부.
별을 담은 것 같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눈동자.
오뚝한 콧날. 앵두 같은 입술.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였다.
‘용신이라더니…….’
저것이 본체의 모습은 아닐 것이었다.
성식이 알기로 용들은 폴리모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기 때문이었다.
당장에 혼돈의 용만 봐도 그러하지 않던가? 하지만 본체가 아닐지언정 그녀의 미는 진짜배기였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종족이라더니 정말 공들여서 인간의 모습을 구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계에 오면 나부터 찾아달라고 했잖아.”
“하하, 그랬나요.”
“나보다 냄새나는 파르티엔을 먼저 찾아갈 줄이야……. 설마 율라스도 이미 찾아간 건 아니겠지?”
“설마요. 대신격님들을 뵙는 건 여기 파르티엔 님 말고는 쿠르란티니아 님이 두 번째입니다.”
“좋아, 그거면 됐어. 근데 왜 우리 사이에 불편하게 존댓말이야? 편하게 반말해.”
“음.”
하긴. 쿠르란티니아는 마계 시절에 자신과 가장 많이 소통한 대신격 중 하나였다. 게다가 그녀가 전해 준 ‘용혼(龍魂)’의 힘 덕에 마계를 한결 수월하게 접수할 수 있지 않았던가? 이미 자신과는 여러모로 가까운 사이였다.
“좋아. 편하게 말할게.”
“진작 그럴 것이지.”
그녀가 씩 웃었다.
그림 같은 외모 덕에 단순히 미소만 지었음에도 분위기가 화사하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근데 파르티엔한테는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올 때 보니까 파르티엔 수하인 안개돌이가 급하게 어디론가 향하던데.”
“음… 그건.”
성식은 파르티엔과 백리두를 바라보았다.
둘은 성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용신 쿠르란티니아의 협조를 기꺼워했다.
성식은 곧장 쿠르란티니아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그게 무슨 일이냐면…….”
한참 설명을 듣던 쿠르란티니아가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렇단 말이지. 의심가는 게 있어.”
“오?”
뜻밖이었다. 쿠르란티니아에게서 실마리를 얻을 줄은 몰랐다.
“일단 이러지 말고 아이샤에게 가보자.”
“음? 진실의 여왕님 말입니까?”
“그래. 근데 백리두 넌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네?”
백리두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성식이 이야기를 할 때 계속 얼굴을 마주 보고 있지 않았던가?
이제 자신을 발견한 듯한 쿠르란티니아의 말에 백리두가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하하하. 장난이야, 장난. 백리두는 참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아… 장난이요. 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백리두는 한두 번 당해본 게 아닌지 픽 웃어넘겼다.
이들의 사이는 꽤나 편한 사이인 듯했다.
“일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아이샤를 보러 가자.”
쿠르란티니아의 말과 함께 그들은 진실의 궁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 * *
진실의 궁전은 심연의 궁전보다 소박했다.
대신격의 궁전에 어울리지 않은 소박함.
아이샤의 성품이 그러했다.
파아아앗!
그 궁전 내부에서 황금빛 입자가 모여들더니 성식의 일행을 쏟아내었다.
쿠르란티니아의 이동 마법으로 바로 넘어온 것이었다.
“역장이 있는 데도 워프가 가능하네?”
“당연하지. 나는 아이샤한테 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자격을 얻었으니까.”
심연의 궁도 그러더니 진실의 궁도 자유로이 넘어다닌다.
쿠르란티니아는 꽤나 신망이 두터워 보였다. 자신의 거처를 허용할 정도면 그녀의 신용이 두텁다는 방증이었다.
―어서오세요. 진실의 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들의 귀로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이샤의 목소리였다.
“우리를 기다린 거 같은데?”
“응. 내가 심연의 궁으로 간 것도 아이샤한테 부탁받아서 간 거니까.”
아이샤는 성식이 신계에 들어선 것을 알고 있었다. 쿠르란티아에게 부탁해서 성식을 데려와 달라고 한 것이었다.
“일단 들어가자.”
그들은 궁 내부로 들어있다.
구우우웅.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며 내부를 드러내었다.
내부는 깔끔했다.
아이샤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어서오세요, 혼돈의 신. 그대를 기다렸어요.”
진실의 궁 심처에서 아이샤가 성식을 환대했다.
아이샤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명이 진실의 여왕이라길래 고고한 여왕의 모습을 생각했었는데 영 딴판이었다. 그래도 제법 귀여웠다.
“오! 혼돈의 신이시여! 보고 싶었습니다!”
아이샤의 옆에 있던 사내가 두 팔을 벌리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곳에는 아이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샤 양옆으로 호리호리한 청년과 은발이 인상적인 포말한 느낌의 여성이 서있었다.
“음. 누군지 알 거 같네요.”
성식은 청년을 보자마자 누군지 감이 왔다.
“오호? 제가 누군지 눈치채셨습니까?”
“고매한 어릿광대 율라스. 맞죠?”
“크하핫. 역시 한번에 절 알아볼 줄 알았습니다.”
사내는 율라스였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어릿광대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율라스와도 쿠르란티니아랑 같이 마계 시절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문에 더 알아보기 쉬웠다.
“아휴. 저 밥맛은 언제 왔데.”
옆에서 쿠르란티니아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흐응? 우리 레이디께서는 또 뭐에 기분이 언짢으실까?”
“…으. 짜증나.”
율라스는 쿠르란티니아를 보며 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었고 쿠르란티니아는 밥맛 떨어진다는 표정을 드러내었다. 참으로 사이가 좋아(?) 보이는 한 쌍이었다.
“두 분 오늘은 좀 자중해 주시죠. 모처럼 혼돈의 신께서도 오셨는데. 참, 제 소개가 늦었군요. 동쪽 하늘의 광휘. 룽이라고 합니다.”
은발의 여성이 둘 사이를 가르며 나섰다.
“반갑습니다. 룽 님도 처음 뵙네요.”
성식은 룽과 악수를 나누었다. 마계 시절에도 말수가 적고 늘 점잖은 느낌이더니 실제로도 똑같았다.
그렇게 잠시간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친목 도모를 하러 온 게 아니었으니까. 친목 도모는 후일을 기약해도 충분했다.
“이게… 어비스의 구슬? 파르티엔, 정말 당신은 전혀 몰랐어요?”
“그래. 민망하지만 나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와… 어떻게 보구를 잃어버렸는데도 모를 수가 있습니까?”
“크흠.”
율라스가 황망한 눈으로 파르티엔을 쳐다보았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심정으로 파르티엔을 쳐다보았다. 파르티엔은 머쓱한지 헛기침을 했다.
하긴. 자신의 보구를 잃어버리는 신은 듣도 보도 못했겠지.
둔감한 파르티엔이라도 저런 눈길을 보내는 이유를 충분히 알았다.
“일단 진실의 거울로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아이샤가 나섰다.
그녀의 이명은 진실의 여왕. 그녀가 다루는 진실의 거울은 범용성 면에서 ‘아카식 레코드’를 뛰어넘는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성식이 신계에 도착한 것도 그녀의 권능으로 알아차렸던 것이었다.
파앗!
그녀가 품에서 꺼낸 진실의 거울에서 빛이 뿜어내져 나오더니 거울 위로 홀로그램을 만들어내었다.
차가운 인상을 지닌 흑발의 사내였다.
“……!”
“……!!”
그 홀로그램을 본 이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그들이 잘 아는 인물이었다.
“멜레지!”
“멜리지가 왜…….”
그랬다. 진실의 거울에서 비춘 인물은 어둠의 신 멜레지였다.
“이거…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쿠르란티니아의 말에 다들 동의했다.
멜레지는 대신격들 중에서도 로토프와 같이 규격 외로 취급받는 존재. 그런 존재가 이 일에 관여되어 있었다.
물론, 진실의 거울에서 멜레지를 보여주었다고 그가 이 사건의 주범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일단은… 멜레지에게 가봐야겠군요.”
“으… 별로 얼굴 마주하기 싫은데…….”
멜레지에게 간다는 소리에 쿠르란티니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용신이지만 속성은 광(光) 속성에 가까웠다. 태생적으로 어둠의 속성과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꺼림칙한 표정을 지은 것이었다.
“그럼 레이디는 여기서 쉬고 계시지요. 혼돈의 신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하하!”
“누가 안간데? 나도 갈 거거든?”
율라스의 말에 발끈하는 쿠르란티니아.
이렇게 멜레지에게 가는 멤버가 확정되었다.
성식, 백리두, 쿠르란티니아, 율라스.
멤버는 총 넷이었다.
파르티엔은 어비스의 공간을 점검하러 가기로 했다. 어비스의 구슬 말고도 털린 게 더 있을지 모르니까.
아이샤는 진실의 궁을 비울 수 없는 상태였고, 룽은 광휘의 속성을 지닌 탓에 너무나 멜레지와 맞지 않았다. 어둠의 대지에 들어서면 그녀는 무력할 정도로 힘이 급감했기에 이곳에 남기로 했다.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일이 끝나고 다시 봬요.”
“물론이죠.”
아이샤에 이어 룽과도 인사를 나눈 성식은 곧장 어둠의 대지로 향했다.
생각보다 일이 커진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점차 사건의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았다.
* * *
스스슷.
어둠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이곳은 어둠의 신 멜레지가 거주하는 어둠의 대지였다.
“으, 진짜 싫다.”
쿠르란티니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어둠과 정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곳에 따라온 이유는.
“흐응, 우리 혼돈의 신님이 상당히 맘에 들었나 봐요?”
“…당연한 걸 묻고 있어. 그럼 댁 때문에 여기 왔겠어?”
율라스의 말대로였다. 오직 성식과 같이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그녀는 성식에게 ‘용혼(龍魂)’의 힘을 나누었다.
그 의미는 컸다. 성식을 평생의 동반자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동료로서든 반려자로든 어떠한 형태로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려자였으면 좋겠지만.’
성식을 쳐다보는 쿠르란티니아의 눈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정말 성식이 맘에 들었다.
“호오.”
상황을 눈치챈 율라스가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를 놀릴거리를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율라스는 상황을 구분했다. 지금은 장난을 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저 멀리서 어둠의 신전이 보였다. 목적지가 코앞이었다.
“음침한 게 꼭 주인은 닮았어.”
쿠르란티니아가 어둠의 신전을 보며 투덜거렸다.
“하긴, 멜레지가 약간 그런 인상이 있긴 하죠.”
“흐응. 나도 멜레지 그 양반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백리두와 율라스가 쿠르란티니아의 말을 거들었다. 그들에게 멜레지의 이미지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들은 멜레지에 대해서 몇 마디를 더 주고받으며 떠들었다.
그때였다.
“흠. 그대들이 평소 나를 그렇게 생각했군?”
“……!”
“……!!”
신들은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돌아봤다.
그곳에는 흑발의 차가운 인상을 지닌 사내가 바위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어 서있었다.
“어, 언제부터……?”
당황한 쿠르란티니아가 떠듬거렸다.
그 말에 대답한 것은 성식이었다.
“아까 처음에 여러분이 떠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계시더라구요.”
“……!”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성식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을 멜레지가 모두 들은 것에 당황했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멜레지의 기척을 잡아낸 성식을 보면서 놀랐다.
“호오.”
무표정하던 멜레지의 표정에 흥미가 깃들었다.
“너, 혼돈이구나?”
성식을 바라보는 멜레지의 눈이 반달로 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