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30)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30화(330/330)
“강하네.”
멜레지는 성식을 보며 씩 웃었다.
성식은 멜레지의 생각보다도 훨씬 고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벌써 혼돈을 거의 완성했구나. 로토프의 표정이 볼만하겠네.”
멜레지는 성식을 보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였다.
‘로토프?’
로토프라면 빛의 신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은 갑자기 왜?
그 의문을 이어갈 새도 없이 멜레지가 기운을 확 끌어올렸다.
후욱.
파멸적인 기운이 멜레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크으음.”
“으으.”
일행의 입에서 불편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들 대신격이거나 대신격에 준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멜레지의 기운에 짓눌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움츠러들었다.
‘강하다.’
성식 또한 멜레지의 힘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
강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곳에 오기 전 다들 멜레지의 강함에 대해서 대신격들 중에서 최상위권이라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틀렸다. 이 강함을 보라. 대신격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같은 줄에 놓고 비교할 레벨이 아니었다. 대신격들보다 벽을 넘어선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쉽지 않겠는데?’
성식은 대신격들을 마주하고 난 이후, 대신격들이 자신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토록 강하다는 멜레지나 로토프를 만나도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뛰어나도 같은 선상의 레벨이라면 성식에게는 상대가 안 될 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멜레지는 진짜배기였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단하군.”
그 말과 함께 멜레지가 힘을 거둬들였다. 그는 자신의 힘 앞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성식을 보며 나지막이 감탄했다.
혼돈의 힘을 지니게 된 성식은 규격 외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여긴 무슨 일로 왔지?”
멜레지의 물음에 다들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 전 살벌했던 기운을 떠올리자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건…….”
성식이 나서서 설명을 했다.
자신을 의심하는 말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지만 멜레지는 그런 기색 없이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흐음.”
멜레지가 턱을 쓰다듬었다.
“혹시 어비스의 구슬을 볼 수 있나?”
“여기요.”
성식은 품에서 어비스의 구슬을 꺼내 멜레지에게 건네주었다. 멜레지는 심연의 구슬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돌연 안색이 딱딱히 굳었다.
“이건…….”
무엇을 느꼈을까. 멜레지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성식과 일행은 묵묵히 멜레지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로토프가 관련되어 있는 것 같군.”
“허. 설마 관련되어 있다는 말씀이…….”
쿠르란티니아가 무엇인가 눈치챈 듯 멜레지에게 물었다.
“그래. 이 구슬은 로토프가 개입한 것이다.”
“……!!”
모두의 눈이 커졌다.
로토프가?
빛의 신이자 정의를 추구하는 그녀가 어비스의 구슬에 개입한 장본인이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 구슬을 얻을 때 나도 자의는 아니었으나 개입한 것 같군.”
상황은 이러했다.
수십 년 전 파르티엔이 참여했던 빛과 어둠의 축제.
그때 로토프는 멜레지에게 어둠의 힘을 조금만 빌려달라고 했다.
멜레지는 빛과 어둠의 힘의 조화로 만들어낸 혼돈의 힘으로 여흥을 돋구기 위해서 그런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 힘이 파르티엔의 어비스의 구슬을 훔치는 데 이용됐던 것이다. 그래서 진실의 거울이 멜레지를 비추었던 것이었고.
“허…….”
모두 충격에 빠진 얼굴로 침묵했다.
“흐음. 일단 로토프를 찾아가죠.”
성식의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겠네.”
일행에 멜레지가 추가되었다.
* * *
슈아아아.
하늘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내리쬐는 이곳은 광명의 땅. 빛의 대지였다.
저 멀리서 화려하게 빛나는 커다란 궁전이 보였다.
빛의 궁전.
지금껏 보았던 어느 궁전보다도 가장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빛의 기운이 정말 짙네요.”
“그치? 이 따사로운 기운이 느껴져? 난 아직도 로토프 님이 이 일에 연관되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
대기에서 느껴지는 빛의 기운에 취한 쿠르란티니아가 들뜬 기색을 보이다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토록 정명 광대한 기운을 지닌 로토프가 어비스의 구슬을 이용해 질서를 파괴하는 데 앞장섰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실익이 있어서 그러한 짓을 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어, 저기 로토프 님이 보이네요.”
백리두가 손가락을 뻗어 전방을 가리켰다.
빛의 궁의 옆에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 그 끝에 놓여있는 옥좌에 로포트가 앉아있었다. 그녀의 긴 금발은 너울거렸고, 입고 있는 옷은 하늘거렸다.
옥좌에 앉아 무심한 눈으로 성식의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런 차가운 표정은 처음인데…….”
쿠르란티니아가 로토프의 표정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기억에 로토프는 늘 화사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여신이었다.
결코 이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를 알고 있던 이들은 낯선 감정에 휩싸였다.
단, 멜레지만 빼고.
“다들 무슨 일로 찾아오셨죠?”
서늘한 음성이 성식 일행의 귀를 강타했다.
“그…….”
“물어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만.”
쿠르란티니아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성식이 말을 자르고 앞으로 나섰다.
성식의 파천 안에는 보였다. 그녀의 내면에서 숨죽이고 있는 거대한 살의가.
―이럴 수가. 정말 내가 알던 그녀가 맞는지 모르겠구나.
파천의 놀란 음색이 귀를 스쳤다.
다들 처음 보는 그녀의 모습에 충격에 빠진 것 같았다.
“그래. 네가 이번에 혼돈을 얻은 자로구나.”
“…….”
“너는 제2의 근원 포식자인가? 혼돈은 일신의 존재가 홀로 감당할 수 없는 힘. 어떠한 부정으로 그 힘을 얻었는진 모르겠으나. 이 자리에 온 이상 그 힘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이었다.
혼돈은 성식이 시련을 헤쳐가며 얻은 정당한 힘.
그녀가 말하는 어떠한 부정도 없는 힘이었다.
“말도 안 돼요! 혼돈의 신은 정당하게 이 힘을 얻었…….”
“닥쳐줄래?”
마계에서 성식이 혼돈의 힘을 완성해 가던 모습을 보았던 쿠르란티니아가 항변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일갈이었다.
“미안한데…….”
성식은 파천신검을 뽑아들며 이야기했다.
“그냥 솔직히 말해. 이 힘이 갖고 싶다고. 어비스의 구슬로 뭔 짓을 하려 했는지 이제야 알겠네.”
“아하하하하하!”
정곡을 찌르는 성식의 말에 로토프가 광소를 토해냈다.
“그래. 어비스의 구슬을 통해 새로운 혼돈의 힘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 그게 잘못된 건가? 잘못된 것은 너의 존재다. 그 혼돈의 힘은 내게로 향해야 했어.”
로토프의 눈에서 광기가 일렁였다.
“정신이 나갔군.”
성식의 눈에 로토프는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광신(狂神).
그녀의 모습은 광신이었다.
혼돈의 힘에 집착하다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어쩐지 술술 풀리더니.”
성식은 로토프의 저릿한 힘을 느끼며 씩 웃었다.
멜레지보다도 로토프가 더욱 강했다.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로토프는 혼자였고 성식은 일행이 있었다.
그런 성식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로토프가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스아아아아앗!
그녀의 등 뒤로 거대한 태양과도 같은 새하얀 구체가 떠올랐다. 막대한 에너지가 응집되어 있었다.
‘이것은…….’
성식의 미간이 대번에 좁혀졌다.
저 구체에서는 심연의 기운이 느껴졌다.
믿고 있는 구석이 있었다. 저 구체가 떠오르자 로토프의 힘이 더욱 증폭하였다. 그래도 아직은 자신들이…….
스스슷.
성식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구체에서 인영(人影)들이 쏘아져 나왔다.
“……!”
“저들은… 빛 계열 신들이군요.”
구체에서 쏟아져나온 인영들의 정체를 알아본 율라스가 말했다.
‘그런데 상태가…….’
저들의 눈에 이지가 없어 보였다.
‘설마, 수십이 넘는 저들이 전부 로토프에게 지배당하고 있다고?’
대부분 하급신과 중급신이어도 엄연히 신들이었다.
그런데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나 되는 존재들이 로토프에게 지배를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퍼어억!
“……!!”
갑작스레 자신들을 공격한 멜레지를 백리두가 막아내었다.
“뭐, 뭣. 갑자기 멜레지 님이 왜?”
쿠르란티니아가 당황한 음성을 내뱉었다.
“멜레지 님도… 이지를 상실했다.”
“말도… 안 돼!”
율라스의 말처럼 멜레지 또한 눈에 이지가 없었다.
로토프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어둠의 신 멜레지가 로토프한테 지배를 당한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의문보다도 멜레지를 막아서기에 급급했다.
멜레지는 강했다. 다행히도 이지를 잃어서인 지 본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였다.
멜레지는 백리두 혼자 감당이 되지 않았다. 율라스가 같이 나서자 얼추 어떻게 힘의 균형이 맞았다.
“난 저 쫄따구들을 처리할게!”
쿠르란티니아가 정신을 가다듬고 빛의 신들에게 돌격했다.
남은 건 이제 로토프 뿐이었다.
로토프는 환하게 웃으며 성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겹네.”
성식도 씩 웃으며 파천신검을 로토프에게 겨누었다.
콰아아앙!
본격적인 전투가 펼쳐졌다.
전투의 양상은 치열했다. 멜레지를 백리두와 율라스가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고 쿠르란티니아는 양 떼 속에 늑대처럼 뛰어다녔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아 발목이 잡혔다.
성식 또한 쉽지 않은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정말로 대단하구나! 아하하하!”
그녀는 ‘빛의 휘광’이라 이름 붙인 구체의 힘을 통해 버프를 받고 있었다. 거기에 모아둔 심연의 기운까지 소진 중이었다.
그녀의 본신의 무력보다 더욱 고강해진 상태인데도 성식은 그 힘을 받아내고 있었다.
“과연 혼돈의 힘!”
그녀는 모았던 심연의 힘을 더욱 아낌없이 사용했다. 원래대로라면 제2의 혼돈을 연성하기 위한 힘이었으나 지금은 그게 대수가 아니었다.
눈앞의 성식을 처치하면 성식이 모은 혼돈의 힘을 그대로 차지할 수 있었다.
성식의 혼돈의 힘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큭.”
점차 승기가 로토프 쪽으로 기울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성식이 승부수를 띄웠다.
기회를 보다가 단 한 번의 일격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방어를 도외시한 일격필살의 공격이었다.
진 파천무.
최종 오의.
‘진 아수라파천무’.
발동.
푸화아아악!
빛의 공간을 찢어발기는 힘이 파천신검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정도에 쓰러질 힘이… 어엇!”
로토프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음색이 터져 나왔다.
성식의 ‘아수라 파천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존재를 지워버리는 멸의 힘을 쏘아내는 필살기성 공격.
그녀의 지지 않는 ‘빛의 휘광’은 결코 지워 낼 수 없는 구체였다. 그 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그녀 또한 결코 지지 않아야 했을 터였다.
쩌저적.
세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뭔…….”
로토프의 몸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빛의 휘광’도 마찬가지였다.
―크하하하하하. 이게 바로 파천무지. 진정한 파천무를 깨달은 걸 축하한다.
파천의 웃음소리가 성식의 귀에 울려 펴졌다.
배리두가 조언해 주었던 파(破)에 대한 고찰.
그 이치가 담긴 진정한 파천무가 지금 발현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 안돼. 이럴 순 없어―!”
쩌저저적! 파아아아앗! 쾅!
모든 것을 깨뜨릴 수 있는 절대의 힘이 로토프와 빛의 휘광, 그리고 이곳 빛의 공간까지 깨뜨렸다.
그렇게 로토프는 야욕의 대가로 허망한 최후를 맞이했다.
“아하하하하! 해냈구나!”
“역시 혼돈의 신님! 믿었습니다!”
“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멜레지 님 정신이 드십니까?”
승리의 순간에 모두 환호성을 내뱉었다.
자칫했으면 전 우주가 휘청일 뻔했던 사건을 싹부터 뿌리 뽑았다. 이제 로토프의 빈자리는 새로운 빛의 신이 대체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파아앗.
로토프가 소멸한 자리에서 혼돈의 빛이 떠올랐다.
슈우우우―
그리고 곧장 성식에게 날아와 성식의 몸을 휘감았다.
―혼돈의 흡수율이 100%에 도달하였습니다.
―태초의 혼돈이 완성되었습니다.
―절대 신격을 획득하였습니다!
무수히 많은 메시지와 함께 성식을 중심으로 세상이 격변하였다.
* * *
끼룩끼룩―
고요한 해변 위에 갈매기 떼가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실금이 생기더니 좌우로 벌어졌다.
지이이잉.
그 속에서 걸어 나온 인영을 보고 김수빈이 확짝 웃었다.
“일찍 왔네?”
“그럼. 약속했잖아. 이번에는 금방 온다고.”
성식이 생긋 웃으며 김수빈을 껴안았다.
잠시간 서로의 체온을 느끼던 성식이 김수빈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빛의 신이 될 생각은 없어?”
괜한 물음이 아니었다. 여기 오기 전에 충분한 생각과 고민을 거듭하고 내린 권유였다.
달빛의 여신 루나의 힘을 받은 김수빈이라면 빛의 신의 힘을 담아낼 수 있을 터였다.
“음… 그게 뭔데? 빛의 신이 되면 너랑 계속 함께할 수 있어?”
그녀의 대답에 성식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럼 할게.”
생긋 웃는 김수빈의 얼굴에서 환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