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36)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36화(36/330)
* * *
랭킹전. 말 그대로 초인 아카데미 3학년 생도끼리 겨룸을 통해 랭킹을 정하는 제도였다.
3학년은 낙제생까지 총 1,200명가량이었다. 전교생 중 가장 많은 학생이 포진하고 있었다. 벌써 1~2년 이상 졸업하지 못하고 낙제하고 있는 초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인 물인 상황.
조기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1,200명 중 백 등 안에 들어야 가능하였다.
랭킹전 등수 산정은 심플했다. 오로지 개인의 무력. 즉 돌아가면서 1 VS 1 결투를 벌이며 승패에 따른 점수를 적립했다. 그 점수를 기반으로 순위를 세운 것이 랭킹이었다.
가끔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랭킹전도 운발 많이 타는 거 아니냐?”
그런 소리가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비슷한 전투력이라도 가진 바 특성이나 전투 스타일에 따라 상성이 존재했기 때문.
“뭐, 나랑은 상관없지.”
그렇다. 사실 박태식이나 성식처럼 격을 달리하는 무력을 갖추면 상성이고 뭐고 불패로 랭킹전 1위를 찍는 것도 가능하였다. 그렇기에 성식은 최대한 빠르게 랭킹을 올려 조기 졸업을 할 계획이었다.
퍽!
“쿨럭쿨럭… 져, 졌다.”
성식의 주먹질 한 방에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상대.
“허성식 생도, 승리!”
박태식, 한혜령을 비롯한 강력한 초인들이 대거 졸업한 이 시점에 성식을 막아설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의 생도들은 그저 한 방이면 충분하였다.
“와~ 죄다 한 방이네, 한 방.”
“진짜 원펀맨이네, 그냥.”
원펀맨이라 불릴 만하였다. 아무리 자신보다 약한 상대라도 한 방에 쓰러뜨리려면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다른 생도들과 실력 차이도 실력 차이지만 성식에게는 ‘파천안’이 있었다.
상대의 약점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킬! 지금처럼 실력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약점들이 정말 뚜렷이 보였다. 그저 성식은 그 약점을 향해 주먹 한 방 내지르면 끝이었다.
“박태식보다도 더 포스 강렬한 거 같은데.”
“그렇겠지 실제로 박태식도 이겼잖아.”
“와… 쩐다, 쩔어.”
실제로 박태식 또한 무패 랭킹 1위라는 업적을 달성하긴 하였다. 그러나 성식은 그보다도 더욱 강렬한 포스를 뿜으며 압도적인 속도로 랭킹을 치고 올라온 것.
졸업생 대부분이 빠지고 이번에 새로 3학년으로 진급한 초인들과 낙제한 자들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더욱 손쉬운 일이었다.
“야, 왜 우리 벌써부터 맞붙냐.”
“하하, 그러게. 잘 부탁한다.”
“아오, 제대로 각 잡고 간다.”
그렇게 치고 올라가던 도중 만난 성지환.
“꿰에엑―”
성지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한 방에 나가떨어져 버린 것.
“잔… 잔혹한 놈… 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거든.”
바닥을 뒹굴며 원망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성지환에게 찡긋 웃으며 화답하였다.
“크윽― 억울해서 내가 강해지고 만다!”
“행운을 비네, 친구.”
랭킹 고하와 관계없이 모든 3학년을 대상으로 돌아가며 매칭이 되는 것이기에 성지환도 예외 없이 만난 것이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앗! 성식아, 안녕?”
“응. 그래, 안녕.”
“아우, 이런 자리에서 보니까 무섭다. 살살 해줄래?”
“노력은 해볼게.”
랭킹전을 진행하다 보니 만난 김수빈. 박태식도 일순간 몰아붙였던 그녀가 엄살을 피우는 것을 보니 픽― 웃음이 나왔다.
시작부터 전력으로 공격을 퍼붓는 김수빈. 그녀의 공세는 날카로웠다.
“낙월.”
“달빛 이슬.”
“만월의 빛 내림.”
그녀의 공격은 화려했다. 가진 바 공격 스킬을 모두 퍼붓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경기장을 화려한 빛들로 수놓는 것 같았다.
“와, 저걸 검 한 자루로 다 막아내네.”
“검이 원래 방어 무기였냐?”
그러나 그보다 더 대단한 건 성식이었다. 단지 검 한 자루로 모든 공격을 파훼한 것. 비끼고 쳐내고 흘려내고.
이후 쏟아지는 광역 공격은 검막을 형성하여 가볍게 막아냈다.
“헉, 헉.”
전력으로 공세를 퍼붓던 김수빈은 이내 스스로 지쳐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방어만 하던 성식은 김수빈에게 다가섰다.
“쳇, 졌어.”
“수고했다.”
“옷깃도 못 스쳐볼 줄은 몰랐네.”
짐짓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
“그래도 대단하던데?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겠더라고.”
“베― 봐준 거 다 알거든?”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인 게 아니라 그저 자신에 대한 배려로 수비만 했음을 알고 있었다. 행동뿐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배려해 주는 모습에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하였다.
혀를 내밀며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김수빈.
‘귀엽네.’
언제 봐도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픽― 하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빈은 성식이 자신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살짝 볼을 붉혔다.
“고생했어.”
“그… 그래.”
왜인지 자신의 눈을 피하는 김수빈을 보며 성식은 자신도 모르게 김수빈의 머리에 손을 얹을 뻔하였다. 문득 성식은 자신이 언제 마지막으로 사랑을 하였는지 떠올려보았다. 회귀 전에 성식은 진지하게 누구를 만날 틈이 없었다.
처음엔 뒤처진 상황에서 따라 올라가려고 발버둥을 쳤었고, 이후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히 버텨갈 뿐이었다.
그러다 세 번째 밤의 시련에서 알게 되었던 공하연. 그녀는 성식보다 무력 면에서나 심적인 면에서나 모두 뛰어난 초인이었다.
밤의 시련을 겪으며 모든 친인척을 잃은 그녀는 심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심신이 지쳐 위태롭게 허우적대는 성식을 보고 보듬어주었던 것. 그런 공하연에게 성식은 마음을 열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정이 쌓였다.
‘그것도 사랑이었을까?’
그 의문에 답을 찾기도 전에 다섯 번째 밤의 시련에서 그는 그녀를 잃고 말았다. 그녀를 잃었던 날 구슬피 울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것이 성식이 누군가와 만나본 마지막이었다. 회귀 전에 그런 삶을 살아온 성식은 김수빈을 볼 때마다 드는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호감. 혹은 그 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감정.
잠시 생각에 빠졌던 성식이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더욱 강해질 것에만 집중할 때였다. 앞만 보고 달려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면.
‘그때는 답을 찾을 수 있겠지.’
상념을 정리한 성식은 빙그레 웃으며 김수빈을 바라봤다.
“가자, 밥 사줄게.”
“나 이겼으니까 오늘은 비싼 거 고를 거다?”
김수빈을 보고 있자니 성식은 마음 한편에 따뜻한 감정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래. 오늘은 소 한 마리 잡자.”
복잡한 생각 없이 지금 드는 감정의 여운을 느꼈다. 김수빈과 함께 나서는 성식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 * *
김수빈. 그녀가 처음 허성식과 친분을 쌓은 건 다름 아닌.
―수빈, 허성식 그가 인류를 구원해 줄 ‘열쇠’일지도 몰라요.
달의 여신 루나. 그녀가 본 점성술에서 허성식이 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나의 조언대로 허성식과 친분을 쌓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단지 그런 이유였다.
원래 허성식에 대해서 얼핏 알고 있었다.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했기 때문이다. 안 좋은 쪽으로.
“아, 허성식? 걔 별명이 ‘구루마’일걸?”
초인 아카데미에 들어오고서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특성을 개화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붙었던 별명. 초인 아카데미를 졸업할 가능성이 없고, 나가서 게이트를 돌며 초인들의 짐꾼이나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붙었던 별명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허성식을 얕잡아보고 깔보는 무리들이 있었다.
김수빈 그녀는 그런 무리에 동참할 생각도, 허성식을 비하할 생각도 전혀 없었지만 우연히 한두 번씩 그의 별명과 처지를 듣긴 하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어째서 루나의 점성술에는 그가 점지되었을까? 그 뒤로 그녀는 허성식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게 되었다.
“초인 아카데미 다섯 번째 이론 시험 만점자.”
갑작스레 이론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이슈가 되기도 하였으며,
“변이 게이트 클리어.”
혼자 변이 게이트를 클리어하기도 하였고,
“역대급 반전. 만년 꼴등에서 아카데미 최강의 생도로 우뚝 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 드라마를 써 내려가며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옆에서 지켜본 허성식의 변화는 놀라웠다. 누구는 그저 좋은 특성을 개화해서 얻은 운일 거라고 치부하였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엄청난 노력.’
그녀가 지켜본 허성식은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허성식 그가 이렇게 달라진 상황, 그 이면에는 숨겨진 엄청난 노력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어느덧 그녀는 허성식에게 기대를 갖고 그의 노력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음, 클랜? 아직 결정은 안 했지만 당분간 혼자 행동하려고.”
그가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음을 말했을 때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심 그와 아카데미 이후에도 같은 클랜에 들어가 함께했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무심코 성식에게 당부를 하였다.
“그래, 그래. 혹시 나중에 클랜에 가입할 생각이 있으면 나한테 꼭 먼저 얘기해 줘?”
그녀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다. 성식과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 그저 그에 대한 응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둘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다.
―후후, 한창 좋을 때군요.
달의 여신 루나, 그녀는 김수빈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성식의 거침없는 랭킹전의 행보는 초아모 커뮤니티에 회자되었다.
[허성식 랭킹전 하는 거 본 사람?]└나 봤음. 현재 48전 48승 0무 0패. 랭킹 128위임.
└와, 5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랭킹 128위라고?
└지려따;; 이 정도면 박태식보다 더한 포스 아님?
└ㅇㅈㅇㅈ 한 방에 다 나가떨어지는데 진짜 원펀맨임.
└원펀맨. ㅋㅋㅋㅋ 인정한다.
성식의 랭킹전을 지켜보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아카데미 생도들. 그럴 만도 하였다. 최초 1,200등대에서 불과 5일 만에 100위권에 도달한 것. 이는 실로 무서운 속도였다. 하루 만에 열 경기씩 치러낸 체력도 대단하지만 50전 동안 무패로 연승을 달리는 것도 대단한 포스였다.
본래는 50전 만에 랭킹이 100위권에 오를 점수를 쌓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성식은 무패로 달려오며 연승 가산점이 붙어 100위권까지 들어선 것. 이제 몇 승만 더 거두면 조기 졸업을 위하여 목표했던 100위 안에 안착할 터였다.
하지만 성식은 100위 안에 들어서고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이왕 한 거 깔끔하게 1등 찍어봐야지.’
성식의 자신감은 괜한 곳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유일하게 대적할 만한 상대인 박태식마저 떠나고 없는 이상 양 떼들 속에 뛰어 들어간 늑대나 다름없었다.
[진짜 생태계 교란종이다.] [ㄹㅇ 이 정도면 조기 졸업각 아니냐;]└진짜 박태식은 사정이 있어서 끝까지 다녔지만 허성식은 그냥 조기 졸업해도 될 듯?
└ㅇㅇ 진짜 허성식은 조기 졸업하겠네.
― 솔직히 1 VS 1 토너먼트 결승 후에 예정됐던 이벤트 매치 제대로 진행했으면 허성식이 이겼을 것 같은데?
└그건 좀……. 아무리 그래도 교관인데 설마 생도한테 질까?
└그때 결승 포스 못 봤음? 허성식이 아니라 박태식이었어도 이겼을 것 같은데?
└ㅇㅈㅇㅈ
이미 다른 생도들 반응 또한 성식이 이곳 초인 아카데미 언터처블의 규격 외 존재라는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결승 후 진행 예정이었던 교관과의 이벤트 경기가 성식이 리타이어되는 바람에 취소되지 않았다면, 교관마저 이겼을 것 같다는 평이 나올 정도.
그렇게 모두가 주목하는 와중에 성식은 기어이 압도적인 무패로 2주 만에 랭킹 1위를 달성하였다.
랭킹전 순위.
1위 : 허성식 3,412점(129전 129승 0무 0패)
2위 : 구한나 2,708점(113전 67승 3무 43패)
…
…
17위 : 김수빈 2,369점(79전 75승 1무 3패)
…
…
1,189위 : 성지환 359점(88전 6승 0무 82패)
가히 2등과는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달성한 허성식. 새 시즌이 오픈한 지 2주밖에 안 되었는데도 129경기를 소화한 체력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무패.”
그러했다. 단 한 게임도 지지 않고 129연승을 달린 것. 모두가 예상했듯이 당연한 결과였다. 그 누구도 성식을 막아설 수 없었다. 1위는 진작에 10일이 되기도 전에 달성하였다. 역대 최단 기록으로 1위를 단 것.
그리고 성식에게 가려졌지만 김수빈 또한 놀라운 속도와 전적으로 랭킹 최상위권에 발을 올렸다. 그녀 또한 커뮤니티에서 꽤나 회자되었다. 허성식이 없었다면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터.
또 한차례 아카데미에 업적을 남긴 성식은 이내 때가 됐음을 깨달았다.
“조기 졸업.”
그렇다. 이론 시험마저 깔끔하게 패스한 성식은 드디어 조기 졸업의 모든 조건을 달성한 것.
“조기 졸업 신청 전에 잠시 들러야겠네.”
성식은 조기 졸업하기 전에 만나서 당부해야 할 존재를 떠올리고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