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54)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54화(54/330)
* * *
레이드. 강한 게이트나 보스급 몬스터를 초인들이 팀을 짜서 공략하는 행위.
이 레이드 개념은 게이트 브레이크 이전부터 제법 활성화되어 있었다. 특히나 클랜들은 자신들의 관할하는 구역에서 본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등급의 게이트가 출몰하면 레이드를 꾸려 공략하는 행위가 종종 있었다.
백두산 근처에 터를 잡고 있는 백두 클랜도 마찬가지였다.
“A급 게이트가 왜 하필 여기에 나타났냐고.”
백두 클랜의 길드 마스터 서하늘. 그는 백두 클랜 관할지에서 A등급의 게이트가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그래서 우리가 공략에 성공할 확률은?”
“4할 미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참모의 얘기를 듣고 더욱 미간을 찌푸린 서하늘. 그가 다시금 말했다.
“창월 클랜에게서 연락은 왔나?”
“그게… 앞으로 백두 클랜 관할 게이트를 반년간 공동으로 관리하게 해주면 생각해 보겠답니다.”
참모의 말에 헛웃음이 나오는 서하늘이었다.
“하… 미친놈들이구만. 벼룩의 간을 빼먹으시겠다?”
서하늘이 욕을 할 만했다. 관할 게이트를 반년간 공동으로 관리해 달라는 것은 반년간 백두 클랜의 이권을 날로 먹겠다는 소리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한번 책잡히면 우리가 앞으로 게이트 지역을 관리할 명분을 잃지.”
“그건 그렇죠.”
타 클랜에게 게이트 공략을 의뢰한다는 것. 그것은 결국 백두 클랜이 관할 지역의 게이트를 관리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꼴이었다.
“결국 레이드 팀을 꾸려야겠네.”
“안 그래도 레이드 팀 모집 공고 준비를 다 했습니다.”
“…벌써?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보군?”
“유능한 참모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니까요.”
씩 웃으며 대답하는 참모, 김민성의 말에 서하늘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것 참… 내가 참모 하나는 참 잘 두긴 했어.”
“그걸 이제야 깨달으시다니 너무 늦으신 거 아닙니까.”
“어쭈? 이제 맞먹으려 한다?”
“에이~ 농담한 거 가지고 이렇게 나오시면 재미없죠.”
시답잖은 농담. 서하늘은 이게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덜기 위한 김민성 나름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레이드 팀을 꾸리면 공략 확률은 어느 정도나 가능하려나?”
“그거야 레이드 팀을 모집해 봐야 알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실패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 자신하는 이유가 있나?”
“클랜장님이 너무 걱정하시는 거 같은데… 이미 우리나라도 한 차례 A급 게이트를 공략한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A급 게이트는 이미 한국에서 한 차례 공략된 적이 있었다.
“그건… 그때 ‘강한일’이 참여했던 공략 아닌가?”
강한일. 한국의 유일한 6성 초인이자 국내 랭킹 1위의 초인. 그런 그가 당시 A급 게이트 공략에 참여했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 당시에 비해 전체적인 초인들의 평균 등급이 올랐으니까요. 거기에 클랜장님도 이제 5성+ 등급에 오르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서하늘의 미간이 좁아졌다.
‘내가 비록 5성+ 등급에 도달했지만… 6성과 5성+의 격의 차이는 생각 이상으로 커.’
비록 서하늘이 중소 규모 클랜의 장이지만 개인의 무력으로 놓고 봤을 때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강자였다.
하지만 강한일을 마주했던 적이 있는 서하늘은 알 수 있었다. 5성+ 등급의 자신과 6성인 강한일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그렇기에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민성아. 나랑 강한일은 천지 차이야. 단순한 한 등급 차이가 아니야. 혹시 강한일도 이번 공략에 참여할 수 있는지는 연락해 봤어?”
“음, 연락은 해봤는데 이번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참여는 못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정도나 차이가 나요?”
“그래.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것보다 강한일이 안 되면… 이거 공략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결국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꺼내는 서하늘. 그런 서하늘을 보면 김민성이 차분히 말을 받았다.
“클랜장님, 그 당시에 강한일은 A급 게이트를 공략하는 데 거의 기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마지막 보스를 잡을 때만 거든 걸로 알려져 있지요.”
당시 부산에 생긴 A급 게이트 공략에 따라나섰던 강한일. 하지만 사실상 보스를 잡을 때만 거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민성은 강한일이 없더라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때는 사실상 지금보다도 5성 초인들이 적었는데 큰 탈 없이 공략하지 않았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흐음,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지만 너도 알지? 만약에 보스가 6성+ 등급이면 우린 전멸할 수도 있다는 거.”
“에이, 클랜장님은 다 좋은데 잔걱정이 많으신 게 흠이셔. 저희가 공략하려는 곳이 옅은 남색의 A-급 게이트니 보스가 6성+ 나올 확률은 극히 적습니다. 걱정 마세요. 다른 A급 게이트처럼 끽해야 6성 보스입니다. 정 걱정되시면 레이드 용병들 모집할 때 더 모집하죠, 뭐.”
“에휴, 그래. 내가 니 말대로 걱정이 너무 많은 거 같기도 하다. 레이드 진행하자.”
그렇게 백두산 인근에 나타난 A급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한 레이드 모집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이 레이드는 성식이 참여를 결정한 레이드이기도 하였다.
* * *
A급 게이트를 뜻하는 옅은 남색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게이트. 그 앞에 많은 초인들이 모여있었다.
“이야, 60명이나 된다고?”
“응. 그렇다더라. 우리 클랜원 열두 명에 용병 마흔여덟 명 더해서 60명이래.”
“훠유,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닌가?”
“그런 감이 있긴 한데… 그래도 A급 게이트잖아, 안전한 게 우선이지.”
“그건 그렇긴 해.”
그 게이트 앞에 모인 사람들은 바로 A급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백두 클랜에서 레이드를 진행하기 위해 용병들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그 숫자는 물경 50여 명에 달했다. 백두 클랜원과 용병들을 합쳐 레이드 인원을 60명이나 꾸린 것.
“5성 등급 초인이 20명이 넘는다며? 나머진 전부 4성+ 등급이고. 이 정도면 B급 게이트 공략보다 빠르게 끝나겠는데?”
다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한국에서 두 번째로 등장한 A급 게이트이긴 해도 이 정도 인원은 과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럴 만도 하였다. 심지어 지금 게이트는 온전한 A급 게이트도 아니고 색이 확연히 옅은 A- 급 게이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게이트는 네다섯 명, 많아도 열 명 이내의 파티가 한 팀을 꾸려서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 레이드는 그 숫자가 벌써 60명에 달한 것. 비록 상당수가 권장 등급보다 떨어지긴 하지만 꽤 과한 숫자이긴 하였다
“그런데 숫자만 많아서 의미가 있을까 걱정이긴 하다. A급 게이트면 적어도 5성+급 괴수가 나온다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그게 걱정이긴 하다. 5성+급 괴수가 나오면 4성+ 등급의 초인들이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네.”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 5성급 괴수만 해도 4성+ 등급의 초인들이 도움이 될진 몰라도 혹여나 5성+급 괴수가 나타난다면 그들이 힘을 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래도 뭐, 없는 거보단 낫지 않겠어?”
“그건 그렇지.”
그렇게 백두 클랜원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용병들에게 번호를 부여하고 있었다.
“자… 다음 34번, ‘빅써’ 초인님.”
성식은 자신의 ‘닉네임’이 백두 클랜의 서기에게 불리는 것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서기에게 다가가서 번호표를 부여받고 신분 확인 및 레이드 참여에 관한 각종 서명을 하였다.
‘빅써라는 닉네임을 다시 쓰게 될 줄이야.’
성식은 속으로쓴 웃음을 지었다. 빅써. 그건 회귀 전에 성식이 사용하던 닉네임이었기 때문이다.
초인들은 종종 익명을 필요로 할 때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초인 협회 차원에서는 초인들에게 ‘닉네임’을 발급하였다. 실명을 가리고 ‘가명’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초인 신분증이 아닌, 초인 등록증을 발급받으면 해당 ‘닉네임’과 ‘등급’이 표기되어 있었다. 용병으로 활동하는 초인들 상당수가 ‘초인 등록증’을 활용하였다. 다들 각양각색의 사유로 익명성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익명’을 부여한다는 데 악용의 여지가 있다고 반대의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초인 등록증에 식별 번호가 모두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 초인 등록증을 사용하는 이상 초인 협회에서는 이 초인의 행적을 끝까지 추적할 수가 있었다. 결국 익명이되 익명은 아닌 구조였기 때문에 범죄의 악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닉네임을 보니 회귀 전이 그립네.’
회귀 전. 빅써의 닉네임을 사용했던 성식은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여 슈퍼 루키로 치솟고 있던 때였다. 게이트 브레이크 시절이었지만 초인넷(초인 커뮤니티)에서는 뒤늦게 제법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웬만하면 그냥 실명을 쓸까도 했는데.’
회귀 후. 어느 상황에서든 떳떳하게 자신을 드러내놓고 살겠다고 결심했던 성식이기에 본래에는 닉네임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주도에서 ‘용호 클랜’ 사건을 통해서 주목을 받는 입장이 되다 보니 당분간은 사리는 게 낫다고 판단을 하였다.
‘레볼루션 나이트도 걸리는 부분이 있고.’
아무래도 레볼루션 나이트도 신경을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었다. 혹여나 한 번 더 그 사내를 마주하게 된다면 성식은 굉장한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몰랐다.
‘이번 레이드만 잘 풀린다면…….’
그럼 그 사내를 더 이상 피하고 다니지 않아도 될 터였다. 옅은 남색으로 이글거리고 있는 게이트를 보는 성식의 눈이 기대감으로 빛났다.
* * *
게이트에서 나오는 던전 지대 중에서 가장 기피하는 던전 지대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지형이 있지만 특정 날씨가 극한으로 치닫는 던전이 일 순위로 꼽히곤 하였다.
“젠장, 북극 지역이라니.”
백두 클랜이 들어선 A급 게이트 또한 그런 지역 중 하나였다.
새하얗게 펼쳐진 빙하 지대. 눈보라가 몰아치는 이 던전은 북극의 추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냉한 지역이었다.
“이거, 냉한 지역이라는 말은 없잖았슈?”
시작부터 용병들에게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특수 지역의 게이트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어떤 지형인지는 미리 알 수가 없어요. 다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발열팩을 준비했으니 하나씩 나눠드리겠습니다.”
발열팩을 준비한 백두 클랜. 사실 어떤 지형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지형에 맞춰 필수 아이템들을 준비해 놓았다. 그것은 레이드의 미덕이라고 할 만큼 기본 중 기본이었다.
“젠장, 발열팩은 나도 있수다. 거보다 이거, 이 정도 추위가 느껴지는 던전인지는 몰랐는데 이거 위험한 거 아니오?”
“옳소― 북극 지형인 줄 알았으면 안 왔지.”
“이거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웅성거리는 용병들. 서하늘은 이들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알았다.
“이번 공략이 끝나면 약속된 보수에서 5프로씩 더 쳐주도록 하죠.”
“오케이, 그럼 뺄 수 없지. 한번 최선을 다해보겄소.”
용병 사내의 대답을 들은 서하늘의 미간이 좁아졌다.
‘양아치 같은 놈들… 대놓고 삥을 뜯어 가네.’’
서하늘이 그렇게 느낄 만하였다. 이들처럼 공략에 참여하자마자 불만을 쏟아내며 사기를 떨어뜨리곤 하는 자들이 있었다.
보통 그런 이들의 목적은 분명했다. 철저한 본인들의 이득. 이렇게 레이드나 파티를 할 때 노쇼 아닌 노쇼를 함으로써 본인들의 보수를 올리곤 하였다.
더러웠지만 별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용병들이 갑의 위치였기 때문이다. 막말로 이들은 수틀리면 게이트 안전지대에서 안 나가고 버티다가 게이트 출입구가 잠시 열리면 그때 탈출해도 되는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자들은 이때가 가장 많긴 했지.’
본격적으로 인류의 존망이 시작되는 게이트 브레이크. 그 시절 이전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가장 많았었다.
성식이 속으로 선동하던 용병을 보고 한숨을 내쉬는 사이, 게이트 공략 진행이 시작되었다.
* * *
“파이어 웨이브.”
화르르―
레이드 팀의 마법사 클래스를 가진 자들이 일제히 쏘아낸 4서클 ‘파이어 웨이브’ 스킬. 레이드 팀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오던 얼음의 정령 ‘티나틴’들이 주춤한다.
그 뒤를 이어 ‘파이어 버스트’, ‘파이어 랜스’ 등 각종 화염 마법이 얼음의 정령들을 뒤덮었다.
“그으에에에에―”
귀기가 느껴질 정도로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를 내뱉는 얼음의 정령들. 이윽고 쿨 타임에 들어선 원거리 딜러들을 뒤로하고 근접 딜러들이 달려들었다.
“기에에에에―”
수많은 얼음 창들을 생성해 날리며 달려드는 얼음의 정령 ‘티나틴’들. 체구는 작지만 5성+ 등급이나 하는 몬스터답게 놈들의 반격은 거세었다.
그러나 레이드 팀 초인들의 압도적인 숫자와 공세는 버텨내기 힘들었다. 개중 서하늘의 퍼포먼스가 유독 도드라졌다.
“풍혈참―”
콰지직―
거대한 회오리가 직선으로 뿜어져 나가며 ‘티나틴’들을 소멸시켜 버렸다. 과연 5성+ 등급에 오른 자다웠다.
“역시 5성+는 다르구나.”
“그러게. 서하늘이 앞에서 이끄니까 버스 타는 기분인데?”
모두들 입을 모아 서하늘에게 감탄하는 분위기.
‘제법 하네.’
성식 또한 그런 서하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진 바 힘을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사내였다.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무수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실력이었다.
그에 반해 성식은 딱 처음 등록한 5성 등급 정도의 힘만 내고 있었다.
‘무리할 필요 없지. 눈에 띌 필요도 없고.’
20명가량의 5성 초인들 사이에서 딱 일 인분 역할만 하고 있는 성식이었다.
‘보스를 공략하고 보스 룸에 있는 냉지초만 많이 캐 가면 돼.’
성식의 목표는 바로 냉지초. 그것 하나뿐이었다. 냉지초를 조합해 냉(氷) 속성의 영약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사이 모든 티나틴들이 정리되었다.
‘생각보다 쉽게 깨겠는데?’
비단 성식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다들 A급 던전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깨리라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던전 가장 깊은 곳에서 진정한 던전의 주인이 눈을 떴음을.
“크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