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64)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64화(64/330)
* * *
꿀꺽.
리샤오광은 손에 들려있던 검은 조각을 삼켰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것을 먹는다면 결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삼키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성식을 만나기 전까지 유효했다. 실제로 7성에 오른 자신은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적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걸 쟁취하리라 여겼다.
‘그때… 죽였어야… 했어.’
온몸에서 들끓어 오르는 거대한 힘. 그 힘 속에서 점차 정신이 희미해져 가는 와중에 그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성식을 만난 건 회귀한 뒤 7성에 오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백두산 천지에서였다. 그곳에서 만난 성식은 고작 2성 남짓의 초인이었다. 자신은 성식을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잠자리처럼 가지고 놀려고 했었다. 날개를 하나씩 뜯을 때마다 바둥거렸던 그 잠자리처럼.
그것은 강자의 특권이었다. 분명 그 순간 그곳에서 자신은 강자였고 성식은 잠자리와 다름없는 약자였다.
그런데 그 이무기 때문에 성식을 놓쳤다. 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언제든 강자일 테고 성식은 약자일테니. 성식이 초인으로서 살다 보면 머지않아 다시 마주칠 수 있을 터였다. 그때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다음에 만나면 그땐 차라리 죽는 게 감사할 정도로 만들어버리겠어.’
성식이 그에게 크게 잘못한 것은 없었다. 다만 감히 벌레 주제에 자신의 손에서 도망쳐 심기를 거슬리게 한 것, 그게 죄라면 죄였다.
그리고 혹시… 그때 성식이 빨려 들어갔던 그 틈이 파천무의 비동으로 향하는 입구가 아니었을까? 그 생각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따로 찾아봤었다. 고작 2성급 초인. 아카데미 소속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한국 아카데미 어디에서도 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깨달아야 했다. 놈은 역용의 수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야.’
오늘에서야 확실히 알게 된 사실. 놈은 그때 백두산에서 역용의 아이템으로 역용 중이었던 것이 확실했다.
‘아카데미에서 봤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리…했어야… 했…다.’
갈수록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다시 한번 후회가 밀려왔다.
아카데미를 살펴보다 우연히 보게 되었던 서울 아카데미 결승. 거기에서 성식이라는 자가 쓰는 무공이 몹시 인상 깊었다. 그는 성식이 사용하는 무공이 고차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의심했고 찾아 나섰다.
그때 성식은 고작 4성 후반에서 5성 초입으로 느껴지는 초인이었다. 아카데미 생도치고 대단하다고는 느껴졌으나 그뿐이었다.
‘겨우 2성 등급이었던 놈이 몇 달 새에 이 정도로 크는 건 말이 안 되지.’
그게 그 당시 그의 판단이었다. 더군다나 초반 4성까지 반짝이는 성장세를 보이다 사그라진 초인을 회귀 전에도 무수히 많이 보았었다. 얼굴도 낯선 것을 보니 그런 자들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쯧, 벌레였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감시를 붙이기로 하였다. 설혹 눈앞의 벌레가 그때 백두산에서 본 벌레와 동일 인물이었다고 해도 여기서 처리하기에는 눈이 많았다.
물론 자신은 7성 초인. 코딱지만 한 한국의 땅에서 자신을 막을 만한 초인은 없었다. 마음먹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도 눈앞의 벌레들을 쓸어버리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소란 피우는 건 좋지 않아.’
자신이 회귀한 후 했던 행동들로 인하여 나비 효과가 발생하는 걸 여러 번 보았다. 때문에 가급적 소란을 피우는 것을 자제하기로 하였다.
더군다나 성식의 옆에 있던 귀염 상의 이쁘장한 소녀는 달의 무녀 김수빈이었다. 첫 번째 밤의 시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그녀의 주변 인물을 괜히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벌레 한 마리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수가 있었다.
그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첫 번째 밤의 시련까지는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야 했다.
더군다나 그는 레볼루션 나이트를 장악하기 위해 레볼루션의 수장 티디안과 대립 중이었다. 과거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 그저 말단 소속원이던 자신이 회귀 후에는 레볼루션 나이트의 실질적인 주인, 티디안을 상대로 대립하는 위치까지 갔던 것이다.
사실 성식이나 리 샤오광은 모르고 있었지만 리 샤오광은 성식보다 더욱 앞선 시기로 회귀해 왔다. 성식은 이제 회귀한 지 고작 1년이 조금 지났을 뿐. 하지만 리 샤오광은 대격변이 발생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 회귀했던 것이다.
그게 리 샤오광의 One More Time 특성이 원류여서인지, 아니면 회귀 전 더 먼저 죽음에 이르러 사용하게 됐던 것인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리 샤오광이 보다 먼저 회귀를 했고 레볼루션 나이트를 장악해 가던 중이었다는 점. 그리고 궁극에는 자신의 목표로 한 ‘마신’이 되는 길에 한 걸음 발을 대디뎠던 차다.
‘그런데… 그…것이… 고작… 벌레 한 마리 때문에…….’
사실 성식을 더 이상 벌레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성식은 그 짧은 새에 더 이상 벌레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맹수. 성식은 이미 포식자와도 같았다. 더 이상 약하디약한 초식 동물이 아닌 맹수였다. 자신의 목을 물어뜯을 수 있는 맹수로 성장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리 샤오광은 너무나도 원통했다. 손짓 한 번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존재한테 되레 잡아먹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회귀한 사실을 티디안에게 털어놓고 협조를 받을 걸 그랬나? 자신은 너무 모든 걸 혼자 집어삼키려는 욕망에 배가 터지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의식이 완전히 흐려지기 전 불쑥 든 마지막 생각. 그것은 후회였다.
이제 눈을 감았다 뜨면 더 이상 자신은 자신이 아니게 될 터였다. 인간 리 샤오광은 사라지고 마족 리 샤오광만 남게 될 터였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자신의 특성이, 죽음 속에서 살아 돌아온 자신의 삶이 너무 아까웠다.
“나…는, 이번엔, 다를 것이…다. 결코, 쓰러, 지지 않을 것이다.”
콰드드득―
그 말을 끝으로 리 샤오광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에 완전히 집어삼켜졌다.
그 광경을 보며 성식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생각지 못했다.’
리 샤오광이 저 검은 조각을 가지고 있고, 저것을 흡수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어떻게 놈에게서 정보를 더 캐낼지만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렇기에 반응이 늦었다.
‘방심만 안 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어.’
지금은 거리도 지척이었다. 게다가 7성에 오른 성식의 순간 가속은 전과는 비교도 불허할 정도로 빨랐다. 이상한 낌새가 보였으면 바로 차단할 수 있었을 터.
‘마족화가 된다면 어느 정도까지 강해지는 것이지?’
성식은 침음을 삼키었다. 어쩌면 8성의 벽에 도달할지도 모르는 터였다. 지금 이때, 꽁무니를 뺄까 고민도 하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끝장을 봐야 돼.’
이미 성식이 회귀자인 것을 다 알게 된 터였다. 여기서 놈을 내버려 둔다면 후환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 완전한 마족화가 된다면 그땐 대적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
그때 떠오른 것은 텐릴 때 사용했던 정화의 불꽃이었다. 텐릴도 검은 기운에 잠식당하던 때 정화의 불꽃을 통하여 그 기운을 태워버렸던 전례가 있었다.
성식은 생각과 동시에 바로 행동에 옮겼다.
“파천― 불바람의 상처.”
후화왁!
파천신검에서 쏟아져 나온 불바람이 리 샤오광을 고치인 양 감싸고 있는 검은 기운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화르르륵!
“끄아아아악―”
정화의 불길에 휩싸인 검은 기운. 그 불길 사이에서 리 샤오광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하였다.
화르륵. 화르륵.
정화의 불길이 곧장 검은 기운을 잡아먹는가 싶더니 이내 검은 기운과 팽팽하게 백중세를 이루었다. 텐릴 때와는 조금 양상이 달랐다. 텐릴 때는 검은 기운을 밀어내려는 텐릴의 의지와 백색의 기운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때는 손쉽게 검은 기운을 태워버렸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크아아아악―”
몸을 웅크리고 있던 리 샤오광이 돌연 괴성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검은 기운. 그것은 정화의 불꽃을 날려버리고 이내 리 샤오광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완전히 막지는 못했네.’
이미 어느 정도 마족화가 진행된 리 샤오광을 보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간파로 놈의 상태를 살펴보자 그 아쉬움은 쏙 들어갔다.
‘간파.’
이름 : 리 샤오광
종족 : 반마족
등급 : 7성(★★★★★★★)
특성 : [SS랭크]그림자의 늪 [EX랭크]One More Time
*알 수 없는 어둠의 힘에 잠식당하던 도중, 성스러운 힘에 의해 저지당했다. 전투력이 크게 급감한다.
리 샤오광은 결국 완전한 마족화를 거치지 못하고 진행이 중단된 것.
“허.”
심지어 반마족화라고 보기에도 애매했다. 등급조차도 변동이 없었다. 전투력이 급감한다는 문구를 보니 오히려 더 약해진 같았다.
―저놈, 더 약해진 것 같은데?
그것은 파천이 보기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오히려 더 줄어든 기세. 이 상태로라면 성식에게 한주먹거리도 안 될 상황이었다. 변한 것은 오직 회색빛 피부와 머리 위로 솟아오른 뿔, 마족과도 비슷하게 변한 외관뿐이었다.
‘잘됐네. 7성+만 되어도 골치 아팠을 텐데.’
7성과 8성의 격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7성과 7성+의 차이도 크나큰 간극의 차이가 있었다. 아무리 상성적인 면에서 성식이 앞선다 할지라도, 방금 리 샤오광이 마족화를 통하여 7성+ 등급만 되었어도 꽤 고전했을 수 있다.
“크으윽, 네…놈 끝까지…….”
거친 숨결을 내뿜으며 눈을 희번덕이는 놈을 향해 성식이 답례로 검을 휘둘렀다.
“고생했고, 잘 가라.”
콰드득!
* * *
컴컴한 실내.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속에서 형형색색의 야광주들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팟.
그때 그중 가장 밝게 빛나던 야광주의 빛이 꺼져버렸다.
“…음.”
한 존재가 그것을 보며 침음을 삼키었다.
‘리 샤오광이 죽었다.’
리 샤오광이 누구던가. 비록 종종 자신과 충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무려 7성에 이른 초강자였다.
‘아직 쓸모가 많은 자였는데.’
그의 무력은 이래저래 활용 가치가 많았다. 리 샤오광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점점 넓혀나가고 있다고는 하나 상정 범위 내였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
‘게다가 아직 놈의 비밀도 밝혀내지 못했거늘…….’
또한 리 샤오광은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흡사 ‘전지’의 권능이 있는 양 자신도 예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행동하였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늘 옳았다.
‘그렇기에 이렇게 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쉬웠다.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약이 있는 자신과 달리 리 샤오광은 어디든 쏘다닐 수 있는 존재였다.
리 샤오광은 목표가 단순하였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리 샤오광과 충돌하는 듯 보였으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하기에는 무척이나 쉬웠다. 그에게는 리 샤오광도 장기짝 중 하나에 불과했다.
“프토스.”
스스슥.
“부르셨습니까.”
“리 샤오광이 죽었다.”
“…그렇습니까.”
어둠 속에서 나타난 존재는 티디안의 말에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이 시간부로 리 샤오광에게 부여됐던 권한을 회수해 오라. 그리고 리 샤오광의 자세한 사인을 알아 오도록.”
“명을 받듭니다.”
사내는 그 말과 함께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티디안은 꺼져버린 야광주 하나를 쳐다보며 눈이 한층 더 깊게 가라앉았다.
* * *
―대단하군. 이게 섭취인가?
“그래.”
성식은 처리한 리 샤오광의 시체에서 ‘섭취’를 사용하였다. ‘섭취’를 처음 보는 파천으로서는 무척이나 신기한 과정이었다.
―말도 안 되는 권능이다.
그 과정을 지켜본 파천이 내린 결론. 힘의 근원을 오롯이 흡수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파천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깨뜨리는 행위였다.
“말이 안 되기는.”
파천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꾸한 성식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았다.
―…섭취 완료. 축하합니다 ‘[SS랭크]그림자의 늪’ 특성을 획득하였습니다.
그 순간 성식의 그림자가 늘어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