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gressed and I'm the only one with infinite traits RAW novel - Chapter (67)
회귀했더니 나 혼자 특성 무한-67화(67/330)
* * *
“이번 일, 저한테 한번 맡겨보시겠어요?”
성식의 자신감 있는 말과는 달리 공방의 대장장이들의 반응은 뚱했다.
“거, 손님. 이곳엔 몇 번이나 와보셨슈?”
“이건 소꿉놀이가 아닙니다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에겐 생계가 달린 일입니다.”
하나같이 터져 나오는 부정적인 반응.
그럴 만했다. 새파랗게 어려 보이는 이제 갓 성인이 된 것 같은 외모.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아 초인인 듯했으나 결코 강한 초인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 돈 많은 집 도련님이 초인이 된 거 같네.”
“저 손 고운 거 봐. 저 손으로 고블린 한번 잡아봤을까 싶은데.”
“초인들 특유의 기세도 전혀 안 느껴져. 1성, 어쩌면 그냥 일반인일 수도.”
그들의 성식에 대한 평가는 이러했다.
사실 그럴 만했다. 원체 곱상한 외모의 성식. 거기에 환골탈태를 겪으며 피부가 더욱 매끄러워졌다.
손도 마찬가지였다. 굳은살이 종종 박인 손은 물 한번 안 묻혀본 것처럼 곱게 변했기 때문이다.
기세 또한 마찬가지. 이미 7성에 오르면서 자연스레 기세가 갈무리되는 경지에 오른 성식이었다. 이런 비전투계의 대장장이들이 그 기세를 읽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아무 근거도 없이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성식은 그들의 반응에도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뭡니까?”
개중 가장 젊어 보이는 자가 성식에게 되물었다. 그 물음에 성식이 잠시 침묵하였다.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물증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제 특성 덕분입니다. 그래서 알 수 있었습니다.”
“허… 참나, 그런 말은 아무나 할 수 있지. 그 말, 증명할 수 있는 수단 없어요?”
원래 이런 상황에서 명망 있는 자가 성식과 같은 말을 했다면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믿어주었을 터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성식은 그저 귀한 도련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다소 까칠하게 반응을 하였다.
사실 이들도 많이 예민한 상태였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었다. 당장 비축해 둔 철광석으로 하위 공방들은 굴러가고 있었으나 그 비축분도 이제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다른 곳에서 철광석을 조달해 올 방법을 찾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들의 광산에서 더 이상 철광산을 캐지 못한다면 지금껏 운영하던 그들 소유의 광산은 폐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됐네. 어차피 여기서 더 나빠질 게 있는 겐가? 한번 이 친구에게 부탁을 해보고 싶군.”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진용찬이 말을 꺼냈다. 진용찬은 성식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성식의 눈을 보고 성식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간 그가 거쳐온 세월의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한번 믿어보라고.
“어르신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뭐…….”
다들 마지못해 수긍하는 느낌. 거기에 진용찬이 못을 박았다.
“게다가 이 손님께서 가져온 진귀한 물건을 보게. 범상치 않은 손님인 거 같으니 한번 부탁해 보자고.”
“그거야… 쩝, 알겠습니다.”
성식에게 딴지를 걸었던 사내가 진용찬의 말에 반박을 하려다가 말았다. 아마 성식이 가져온 아이템은 돈으로 구했다거나, 대신 의뢰를 받았을 거라는 말을 꺼내려고 했을 터.
그도 그럴 것이, 성식이 가져온 아이템은 클랜 차원에서나 관리할 아이템인데 덜렁 혼자 가지고 다녔으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런 진용찬을 보며 성식이 자신감에 찬 미소로 화답하였다.
“허허,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말게나.”
진용찬의 말에 성식은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였다.
* * *
파주시 외곽에 위치한 철광산. 그곳으로 성식과 성식을 따라나선 대장장이들을 태운 한 대의 벤이 이동하고 있었다. 결국 그 광산을 조사하러 성식과 성식을 못마땅해하던 몇몇의 젊은 대장장이들과 같이 가게 되었다.
“그래도 저자의 손에 모든 걸 다 맡겨둘 순 없지 않습니까. 같이 움직이겠습니다.”
“어차피 지리도 잘 모를 테니 안내할 사람도 필요할 겁니다. 게다가 진짜 그런 괴수가 있다면 하나보다 여럿이 같이 대적하는 게 낫겠죠.”
그들은 외부인에게 모든 걸 맡겨놓을 순 없다며 같이 따라나섰다.
성식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광산까지 길 안내인이 있다면 더 편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져오신 상아와 가죽은 어떻게 구하신 것인가요?”
따라나선 이들 중 유일한 여성 대장장이가 성식에게 물어왔다. 그녀는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청초한 미녀였는데 회귀 전에 성식이 머물 때는 보지 못했던 대장장이였다.
사실 이번에 따라나선 대장장이들은 모두 처음 보았다. 게이트 브레이크 당시, 진용찬의 명령에 따라 대다수의 대장장이들은 전부 아래 지방으로 피신 갔었기 때문이다.
“다 제가 잡아서 구했죠.”
“무슨…….”
성식의 말에 옆에 있던 대장장이 한 명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지가 강한일도 아니고 말이야.”
옆에서 중얼거리는 말이 들렸다. 성식이 돌아보자 그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성식의 말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슬쩍 짜증이 났다.
이번에 성식을 따라나선 대장장이들은 총 네 명이었다. 40대 중반의 대장장이 한 명을 빼곤 나머지 세 명이 전부 20대의 젊은 대장장이들이었다.
그중 처음부터 성식에게 자꾸 딴지를 걸었던 남자 대장장이. 그의 이름은 이진웅이라고 하였다. 이제 스물다섯 살이라고 소개한 그는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성식에게 계속 툴툴거렸다.
‘확마, 그냥 엎어버려?’
―이 정도로 흔들리다니 아직 수양이 부족한 게야.
‘…쩝.’
하긴 이런 거에 감정을 드러내기에는 겪어온 세월이 깊었다.
‘게다가 나에 대해서 다들 전혀 믿음이 없는 것 같은 분위기니.’
그나마 박지연이라고 소개했던 여자 대장장이만 호의적으로 보였다.
사실, 성식이 가져온 ‘맘무투스의 상아’는 이들이 최신 정보에 조금만 민감했어도 근래 있었던 두 번째 A급 게이트에서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하나 최근 철광산 문제 때문에 대중적인 이슈에 대해서 둔해진 터도 있었고, 비록 이들도 초인이라고는 하나 대장장이들이다 보니 초인들의 이슈에 대해서 한발 느리게 소식을 접한 것도 있었다.
A급 게이트가 맘모스 형태의 보스라는 것만 알려졌지, 얻은 아이템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니 더더욱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애당초 성식이 직접 이걸 구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았고.
“그런데 정말 괴수의 소행이었다면 저희가 잡을 수 있겠죠?”
박지연의 걱정에 옆에서 이진웅이 대답하였다.
“지연아, 걱정 마라. 오빠도 있고 뒤에 따라오시는 초인분들 중에는 김재일 초인분도 계시니까.”
그렇다. 이번에 대장장이들만 따라나선 건 아니었다. 공방 자체에 소속되어 경호를 담당하는 초인들. 그들의 일부도 같이 따라나서게 되었다.
비록 용병 생활을 하다가 공방에 고용되다 보니 대다수 4성급의 초인들이었지만 김재일이라고 불린 자처럼 5성급 초인도 드물게 있었다.
“재일이 형이라면 든든하지.”
이진웅의 말에 김정환이라는 대장장이가 말을 받았다. 그 또한 20대 초반의 대장장이였다.
“나는 재일이 형이 고전하는 것조차 본 적이 없다니까?”
“그건 그래. 큰물에서 노실 분이긴 해.”
“어쩌면 강한일보다 강할 수도?”
“그건 너무 갔다, 인마.”
어느덧 그들의 대화에서 멀어진 성식. 그들이 말하는 것을 보니 우물 안의 개구리 같았다. 애당초 대장장이들의 등급은 1~3성 내외였기 때문에 그들 눈에는 5성인 김재일이라는 초인이 무적 대단해 보이리라.
하지만 김재일이라는 초인이 한 트럭 와도 성식의 발끝조차 미치지 못할 터였다. 성식은 픽 웃으며 차량 의자에 몸을 누였다.
* * *
어느덧 도착한 철광산. 광산 초입에는 광물을 캐고 운반하기 위한 기반 시설들이 놓여있었는데 전부 가동도 안 하고 방치되어 있었다.
“어째 분위기가 더 스산해진 것 같아.”
그들이 마주한 공방 소속의 광산은 벌써 폐광이 된 듯 스산함마저 흐르고 있었다.
그때, 묵묵히 있던 박재민이라는 대장장이가 성식에게 말을 건네왔다.
“이곳이 우리 공방의 광산이라네. 자네가 말한 괴수, 찾을 수 있겠나?”
“흐음.”
성식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기감을 확장하여 광산을 살펴보았다. 꽤 드넓어서 광산의 초입 부분까지밖에 기감으로 살펴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광산 벽면들 곳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광산 초입 부분까지 다가가 벽에 잠시간 손을 대던 성식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아무래도 좀 더 안쪽 깊숙이 들어가서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
그때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부들이 매번 드나들며 철광석을 캤었는데 괴수는 본 적이 없거든요. 이거 확실합니까?”
사내는 열 명 남짓 되는 초인들 무리에 있던 사내들 중 하나였다. 사내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이건 누가 봐도 헛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철광산 근무조였던 자신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간 철광석이 메말라 갈 때 이곳에서 괴수나 몬스터 따위를 보았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게 광산 안쪽에 있었다면 진작에 발견됐을 터.
“그래, 여기 나도 근무조 몇 번 와봤는데 괴수 같은 건 전혀 못 봤어.”
“하긴…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발견됐을 텐데.”
“에이씨, 이거 괜히 허탕 치는 거 아니야? 난 오늘 비번이었는데.”
사내의 말은 충분히 합리적이어서 다들 그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왕 여기까지 오신 거 저를 믿고 한번 가보시죠.”
성식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을 꺼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알겠네. 그럼 안내를 부탁하지.”
안 좋은 기류를 읽은 것일까. 박재민은 성식에게 바로 안내를 부탁하였다.
이자는 처음부터 말없이 묵묵히 성식이 하는 말에 그대로 따라주었다.
‘진 어르신이 붙여줄 만했네.’
아마도 이런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분을 붙여줬을지도 모른다. 이미 같이 따라온 젊은 대장장이들은 물론이고 경호를 위해 따라온 초인들도 못마땅한 기색이 서려있었기 때문.
‘꼭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네.’
성식의 입에서 다소 짜증 섞인 웃음이 픽 새어 나왔다. 솔직히 성식의 입장에서도 짜증이 날 만하였다.
성식은 이번 일을 본인이 과거 진용찬 어르신에게 진 빚도 갚을 겸, 그리고 혹시 불가사리가 맞는다면 불가사리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도 얻을 겸, 선의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나선 것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굳이 따라나서지 않아도 되는 걸 따라와서 성식의 성질을 살살 긁고 있었던 것이다.
‘후, 참자.’
―끌끌, 돌아가는 상황이 재밌구나.
그걸 지켜보던 파천은 성식이 살살 열받자 재밌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이게 요새 말하는 발암 걸린다는 말이렷다.
어디서 보고 배워 온 단어일까. 성식은 파천이 구사한 단어에 순간 벙쪘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니가 인터넷이라는 것을 할 때 곁에서 보았느니라.
‘허…참, 하다못해 검한테까지 옮기다니… 이래서 인터넷 용어의 전파력은 무서워.’
성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광산 안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파천과의 잠깐의 대화였지만 그걸로 마인드 컨트롤이 금세 되었다.
애당초 이 정도로 성식의 심(心)이 흔들리기에는 정기신의 조화가 너무 탄탄하였다. 그저 순간적인 감정의 짜증스러움이 올라왔던 것이다.
그렇게 불만에 찬 무리들을 끌고 계속 내려갔을 때였다.
“아, 도대체 그 괴수라는 게 어딨다는 겁니까.”
결국 대장장이들 중 이진웅이 참지 못하고 성식에게 따졌다. 계속 광산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자 참다못해 한마디를 꺼낸 것이었다.
“안 그래도 다 왔습니다.”
“뭐요? 여기 어디에 괴수가 있다…….”
성식은 그 말을 채 끝까지 듣지 않고 파천신검을 앞쪽 벽에 휘둘렀다. 그 벽 너머에는 아까부터 느껴지던 강렬한 기운이 보다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파천신검에서 쏘아져 나간 무형의 에너지 덩어리는 그대로 벽 한쪽을 뻥 뚫고 사라졌다. 순식간에 장정 대여섯 명은 지나가도 무리 없을 만한 구멍이 생겨났다.
그것은 벽을 뚫는 과정에서 어떠한 소음도, 충격도 발생시키지 않았다. 흡사 지우개로 벽 한쪽을 지워버린 것과 같았다.
그 마술과도 같은 광경에 성식에게 땍땍거리던 이진웅의 말문이 턱 막히었다.
“이, 이게 무슨?”
성식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말한 괴수. 저 벽 넘어 공간에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성식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구멍으로 향하였다. 다들 휘둥그레 쳐다보다가 황급히 성식의 뒤를 따랐다.
“이거 뭐야? 마법인가?”
“칼로 마법 쓰는 마법사도 있냐? 분명 단순한 칼질이었는데 뭐지…….”
다들 성식이 어떻게 했는지 놀라워하였다. 하나 성식의 한 수를 제대로 이해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파천― 바람의 칼날’을 한껏 응축하고 압축하여 날린 것이지만, 그것을 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고차원적인 기술이었다.
그나마 어렴풋이 성식이 한 행위를 깨달은 김재일은 충격에 빠졌다. 5성의 초인으로 나름 자신의 강함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김재일.
하지만 지금처럼 전신이 오싹해질 정도로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방금 전 성식의 일수가 자신에게 향한다면 자신은 결코 그 한 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장님, 안 가세요?”
“아…….”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김재일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래, 가야지.”
그는 급히 허성식의 뒤를 쫓으며 불가사의한 것을 보는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